[취재후] 분쟁조정 앞에서 달라지는 은행의 말…DLF 피해자는 두번 웁니다

"부지점장이랑 삼자대면을 했습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한 달 전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 DLF 피해자인 김 모 할머니의 가족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2016년에 치매 진단을 받은 김 할머니가 지난 5월 초고위험 상품인 DLF에 1억 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 김 할머니 치매 진단서

김 할머니의 사연은 지난 9월 끈질긴 K[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83783]에서 보도됐습니다.

김 할머니 측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하면서 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됐고, 지난달 초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삼자대면이 열렸습니다.

김 할머니와 가족, 상품을 판매한 당시 부지점장 김 모 씨 등 우리은행 관계자, 금감원 관계자 등 10명이 모였습니다.

상품 가입 경위를 파악하는 단계가 되자, 당시 부지점장 김 씨는 김 할머니가 먼저 고금리 상품을 문의했다고 합니다. 또 원금손실 가능성까지 모두 안내를 했다고 말합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입시켰고, 가입 확인 전화를 3번 모두 받지 못했는데도 가입이 정상 처리된 점은 인정했습니다.

80세 이상의 초고령자는 투자권유 직원 말고 지점장이나 준법 감시 담당자 등 관리직 직원 2명의 서명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김 씨가 대신 서명했다는 사실도 시인했습니다.

서류와 전화기록 등 객관적 사실은 대체로 인정한 김 씨. 하지만 상품 설명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상품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내했고, 관련 서류도 줬다고 주장합니다.

불과 며칠 만에 진술이 180도 뒤집힌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3월 하나은행 DLF상품에 2억 원을 투자한 김 모 씨 부부.

가입 전 상품 설명은 지난 3월 5일과 7일, 2~3분가량 전화 통화한 게 다였고, PB 김 모 씨도 지난 8월부터 삼자대면 나흘 전까지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흘 뒤 삼자대면에서 김 씨는 새로운 주장을 했습니다. 첫 전화 상담 전날인 3월 4일에 고객이 지점을 방문했고, 이때 10분간 상품을 설명했다고 말을 바꾼 겁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진술이 마치 반전 영화처럼 뒤집힌 상황. 금감원 관계자도 의아해 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법률적 효력이 있는 분쟁 조정이 시작되자, 서류 작성 미비 등 객관적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증거를 대기 어려운 설명 내용 등에선 주장이 달라지는 상황.

이렇게 객관적 증거 없이 맞서는 주장만 있으면 배상 비율이 낮아지거나 분쟁 조정 성립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우리와 하나은행의 말을 순순히 믿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만약 분쟁 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나, 조정안의 배상 비율이 너무 낮아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남은 건 법적 소송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피해자들은 두 은행의 법률대리인이자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과 힘겨운 법적 소송을 최대 3~4년 동안 이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