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겨울이 코 앞인데…강원 산불 현장은 지금

입력 2019.11.07 (08:33) 수정 2019.11.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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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내일이면 벌써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인데요.

겨울나기가 두려운 분들 많으시죠.

특히 올해는 이분들 유독 그렇습니다.

지난 4월 산불로 인해 살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인데요.

날씨는 추워지는데 어떻게 매서운 겨울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한번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4월, 거대한 화마로 잿더미가 된 고성, 속초 일대.

7개월째에 접어드는 지금, 곳곳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여기가 지금 저희가 살던 집이었는데 여기가 방이고 주방이고 거실이고 했던 자리인데 현재는 거의 철거를 하고 바닥만 남겨놓은 상태예요."]

곳곳에서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아직도 250세대 260여 명이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몸만 달랑 나왔지. 아무것도 없어. 옛날 추억이라는 것도 하나도 없고 애들 사진이고 뭐 손주들 사진이고 뭐 하나 없어요. 수백, 수천가지 되는 물건들 싹 태우고…."]

이곳에서 거주하는 분들, 대부분 농민들이신데요. 올해는 농사도 완전히 망쳤다고 합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불이 난 땅은 농사가 잘 안된대요. 원래. 불이 스치고 간 땅은. 그래서 그러는지 저래서 그러는지 올해 반 수확도 못 한 것 같아. 밭농사는. (평소에) 천만 원 정도 밭 수확을 하는데 (올해는) 한 2~3백만 원도 못 한 것 같아."]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엄동설한을 이 조립식 주택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

벌써부터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찾아든다고 하는데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찬 게 느껴져요. 그래서 문을 다 닫고 이거 난로를 놔두고 이래도 얼어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 어떻게 견딜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춥고 하면 서리가 끼면서 이게 되게 차요. 바람이 안 들어와도 엄청나게 차. 눈, 비가 올 때는 추운 게 문제가 아니지. 이게 다 그거잖아. 이게 얼면 배겨나나. 그래서 지금 걱정이지."]

벌써 수도가 얼어 동파 사고가 난 곳도 있습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날씨가 춥다 보니까 보온 단열이 덜 되어서 살짝 얼다 보니까 수도 배관이 터져서 넘칠 때가 있어요. 지금 몇 집은 배관이 터져서 물난리가 났었는데 이걸 임시 주택 안에서 제어할 방법이 없어요."]

이런 동파 사고가 계속 이어질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물난리가 났으니까 지금 이런 데 임시주택에 밸브를 두 집 정도 달아줬는데 제가 볼 때는 여기 겨울에 사는 동안에 이런 일이 자주 있을 거 같으니까 (걱정이죠.)"]

겨울까지는 집을 복구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는 이재민들.

이런 저런 이유로 겨울을 조립식 주택에서 나게 됐는데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옛날 길 폭이 2m인데 지금 4m가 되어야 차가 드나들잖아. 그러니까 차가 못 드나드니까 시에서 길을 넓혀준다 했는데 여태껏 안 됐어."]

화재 수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보상 절차도 지연돼 복구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지금 집을 짓고 난 다음에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지거나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집을 짓기 굉장히 불안해요. 한전과 (협상) 결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집을 지을 생각이 없어요."]

건축을 서두른 이재민들은 겨울 걱정은 덜었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합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대출받아서 집 짓지 뭐. 노인네들이 보다시피 7, 80대 노인네인데, 내일모레가 80살인데 이제 저것도 큰 걱정이야. 자식들한테 빚만 물려주게 생겼어."]

소상공인들도 다가오는 겨울이 무섭습니다.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아직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복구에 관련해서도 현재 특별한 대책도 없어요. 지금 어떻게 뭐 확정이 나야 철거도 할 수 있고 집도 짓고 할 수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얼마 전 한전 측 손해사정사가 산정한 손해액을 받은 후에 걱정이 더 커졌다는데요.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며칠 전에 손해사정인이 와서 그건 끝났어요. 그런데 몇 퍼센트 주겠다고 하는데 20%도 채 안 나왔어요. 앞으로 한전과 대화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주 살 길이 막막해요."]

올여름에 저희가 만났던 펜션 주인, 최준영 씨.

그새 건물은 철거했지만 여전히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최준영/강원도 고성군 : "최대 5천만 원까지로 상한선을 두는 바람에 피해액이 1억 원이어도 5천만 원이 나오고 10억 원, 20억 원 혹은 100억 원이 되어도 5천만 원밖에 안 나오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일단 철거만 해놓은 상태에요."]

펜션 20채 중 17채가 불탔지만,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 아예 복구를 포기한 상태라고 합니다.

[최준영/강원도 고성시 : "어떻게든 규모를 줄여서 반만큼이라도 운영을 해보자 할 만큼도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복구할 수가 없는 상태예요."]

게다가 상인들은 그사이 거래처나 단골이 끊겨 재기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영식/강원도 고성군 : "20년이 넘게 운영해오던 고객들이 한둘씩 떠난다는 게 사실상 그런 게 안타깝죠."]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거래처라는 거는 뭐 거래처 자체가 다 나가떨어졌죠. 지금 다시 장사를 시작한들 거래처도 다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하려면 이거 참 살길이 막막합니다."]

피해자들은 수시로 거리로 나가 집회를 열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일기/속초고성산불피해자비상대책위원장 : "첫 번째는 검찰 조사를 빨리해 달라. 그리고 꼭 중간 처리를 해 달라.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한전의 피해 보상을 100% 다 해 달라. 그리고 정신적인 보상과 피해 보상, 그리고 임야, 사각지대, 세입자 분들 등 모든 보상을 다 해달라. 그 두 가지가 저희한테 가장 큰 관건이고요."]

지자체는 11월 한달간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임시주택에 대한 겨울철 한파대비 안전점검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산불 발생 7개월 째, 추운 겨울을 앞두고 이재민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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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겨울이 코 앞인데…강원 산불 현장은 지금
    • 입력 2019-11-07 08:37:58
    • 수정2019-11-07 08: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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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내일이면 벌써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인데요.

겨울나기가 두려운 분들 많으시죠.

특히 올해는 이분들 유독 그렇습니다.

지난 4월 산불로 인해 살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인데요.

날씨는 추워지는데 어떻게 매서운 겨울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한번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4월, 거대한 화마로 잿더미가 된 고성, 속초 일대.

7개월째에 접어드는 지금, 곳곳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여기가 지금 저희가 살던 집이었는데 여기가 방이고 주방이고 거실이고 했던 자리인데 현재는 거의 철거를 하고 바닥만 남겨놓은 상태예요."]

곳곳에서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아직도 250세대 260여 명이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몸만 달랑 나왔지. 아무것도 없어. 옛날 추억이라는 것도 하나도 없고 애들 사진이고 뭐 손주들 사진이고 뭐 하나 없어요. 수백, 수천가지 되는 물건들 싹 태우고…."]

이곳에서 거주하는 분들, 대부분 농민들이신데요. 올해는 농사도 완전히 망쳤다고 합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불이 난 땅은 농사가 잘 안된대요. 원래. 불이 스치고 간 땅은. 그래서 그러는지 저래서 그러는지 올해 반 수확도 못 한 것 같아. 밭농사는. (평소에) 천만 원 정도 밭 수확을 하는데 (올해는) 한 2~3백만 원도 못 한 것 같아."]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엄동설한을 이 조립식 주택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

벌써부터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찾아든다고 하는데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찬 게 느껴져요. 그래서 문을 다 닫고 이거 난로를 놔두고 이래도 얼어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 어떻게 견딜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춥고 하면 서리가 끼면서 이게 되게 차요. 바람이 안 들어와도 엄청나게 차. 눈, 비가 올 때는 추운 게 문제가 아니지. 이게 다 그거잖아. 이게 얼면 배겨나나. 그래서 지금 걱정이지."]

벌써 수도가 얼어 동파 사고가 난 곳도 있습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날씨가 춥다 보니까 보온 단열이 덜 되어서 살짝 얼다 보니까 수도 배관이 터져서 넘칠 때가 있어요. 지금 몇 집은 배관이 터져서 물난리가 났었는데 이걸 임시 주택 안에서 제어할 방법이 없어요."]

이런 동파 사고가 계속 이어질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물난리가 났으니까 지금 이런 데 임시주택에 밸브를 두 집 정도 달아줬는데 제가 볼 때는 여기 겨울에 사는 동안에 이런 일이 자주 있을 거 같으니까 (걱정이죠.)"]

겨울까지는 집을 복구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는 이재민들.

이런 저런 이유로 겨울을 조립식 주택에서 나게 됐는데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옛날 길 폭이 2m인데 지금 4m가 되어야 차가 드나들잖아. 그러니까 차가 못 드나드니까 시에서 길을 넓혀준다 했는데 여태껏 안 됐어."]

화재 수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보상 절차도 지연돼 복구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희훈/강원도 고성군 : "지금 집을 짓고 난 다음에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지거나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집을 짓기 굉장히 불안해요. 한전과 (협상) 결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집을 지을 생각이 없어요."]

건축을 서두른 이재민들은 겨울 걱정은 덜었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합니다.

[김순의/강원도 속초시 : "대출받아서 집 짓지 뭐. 노인네들이 보다시피 7, 80대 노인네인데, 내일모레가 80살인데 이제 저것도 큰 걱정이야. 자식들한테 빚만 물려주게 생겼어."]

소상공인들도 다가오는 겨울이 무섭습니다.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아직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복구에 관련해서도 현재 특별한 대책도 없어요. 지금 어떻게 뭐 확정이 나야 철거도 할 수 있고 집도 짓고 할 수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얼마 전 한전 측 손해사정사가 산정한 손해액을 받은 후에 걱정이 더 커졌다는데요.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며칠 전에 손해사정인이 와서 그건 끝났어요. 그런데 몇 퍼센트 주겠다고 하는데 20%도 채 안 나왔어요. 앞으로 한전과 대화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주 살 길이 막막해요."]

올여름에 저희가 만났던 펜션 주인, 최준영 씨.

그새 건물은 철거했지만 여전히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최준영/강원도 고성군 : "최대 5천만 원까지로 상한선을 두는 바람에 피해액이 1억 원이어도 5천만 원이 나오고 10억 원, 20억 원 혹은 100억 원이 되어도 5천만 원밖에 안 나오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일단 철거만 해놓은 상태에요."]

펜션 20채 중 17채가 불탔지만,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 아예 복구를 포기한 상태라고 합니다.

[최준영/강원도 고성시 : "어떻게든 규모를 줄여서 반만큼이라도 운영을 해보자 할 만큼도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복구할 수가 없는 상태예요."]

게다가 상인들은 그사이 거래처나 단골이 끊겨 재기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영식/강원도 고성군 : "20년이 넘게 운영해오던 고객들이 한둘씩 떠난다는 게 사실상 그런 게 안타깝죠."]

[최만수/강원도 고성군 : "거래처라는 거는 뭐 거래처 자체가 다 나가떨어졌죠. 지금 다시 장사를 시작한들 거래처도 다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하려면 이거 참 살길이 막막합니다."]

피해자들은 수시로 거리로 나가 집회를 열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일기/속초고성산불피해자비상대책위원장 : "첫 번째는 검찰 조사를 빨리해 달라. 그리고 꼭 중간 처리를 해 달라.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한전의 피해 보상을 100% 다 해 달라. 그리고 정신적인 보상과 피해 보상, 그리고 임야, 사각지대, 세입자 분들 등 모든 보상을 다 해달라. 그 두 가지가 저희한테 가장 큰 관건이고요."]

지자체는 11월 한달간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임시주택에 대한 겨울철 한파대비 안전점검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산불 발생 7개월 째, 추운 겨울을 앞두고 이재민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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