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나만 살면 돼”…금융자본의 이면 파헤친 영화들

입력 2019.11.07 (08:42) 수정 2019.11.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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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주 한 편의 실화 소재 영화가 개봉합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이른바 먹튀 논란을 부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장난 자본주의, 특히 갈수록 이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작품을 보면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시대정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금융자본의 이면을 파헤친 영화들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고.

8년여 뒤 되팔아 4조6천억 원의 차익을 챙깁니다.

그런데도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시간을 끌어 손해를 봤다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소송전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 근데 수사가 중단됐다는 거야."]

["사건을 덮는다고요? 부장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허구가 가미됐지만 실제 벌어진 일들을 노골적으로 가져왔습니다.

["선배는 투자를 범죄시하네."]

["아니 투기꾼들 몰고와서 담배인삼공사 통신공사 이런 공기업들 민영화시켜서 잡아먹은 게 IMF 탈출야?"]

실제로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의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게 바로 론스타였죠.

실직과 채무로 누군가는 죽어나가는 사이, 나만 돈 벌면 그만이라는 투기자본이 있었습니다.

[정지영/'블랙머니' 감독 : "우리는 잘 알다시피 금융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는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농단하고 있는가.. 우리는 모른 채 그냥 살고 있구나, 이걸 같이 놓고 토론해보자..."]

나만 아니면 된다, 나만 살면 된다, 이런 인식은 어쩌면 IMF사태 이후 이 시대의 지배적 정서가 돼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같은 정서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투자전문가 윤정학 캐릭터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외국계 은행에서 해외 투기 자본에서 빚을 담보로 해서 다시 빚을 냅니다."]

모두가 망할 때 환율과 부동산 차익을 챙기는 인물, 투기자본 자체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의 욕망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진짜 맞았어.. 대한민국 망했어. 우리 부자야!"]

애초에 산업자본이 잘 돌아가도록 돈 빌려주는 게 금융이고, 실물경제 기업이 잘 되도록 투자하는 게 주식인데, 이게 본말이 전도돼서 돈 놓고 돈 먹는 금융자본의 세상이 당연한 것처럼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얘기해왔는데요.

IMF사태 이후 10년 뒤 개미들의 주식투자 세태를 그린 이 영화는,

["9시, 전쟁은 시작된다.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군도 없다. 개미, 기관,코쟁이들까지, 남의 돈 먹겠다고 덤비는 곳이 이 판이다."]

누군가가 잃어야 내가 얻는다, 즉 누군가를 짓밟아야 내가 산다라는 씁쓸한 현실인식을 보여줍니다.

["확실한 정보 떴어... 오메가정보통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한방에 천만원! 통장에 10억 찍는 날 이 생활도 쫑이다."]

이 영화 역시 소재도 그 인식도 10년 전 영화와 닮은 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곳 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 7조원.. 정신차려 형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구!"]

10년 사이 좋아지기는커녕 사태는 더 심각해보이는데요.

누군가 일확천금을 얻는 걸 보면 땀흘려 일하는 건 더 부질없어 보이고 나 자신도 대박을 욕망하게 됩니다.

이른바 폰지 사기, 즉 다단계 금융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크게 흥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장난 금융자본주의의 막후를 그린 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그에 앞서 오래 전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에 나온 이 에피소드는 일확천금을 향한 욕망의 풍경을 보여주는데요

어느날 하느님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신의 능력을 잠시 빌려줍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데 밤새 기도를 들어주다 지쳐버려서 수백만 명의 소원을 모두 이뤄주기로 합니다.

["이제 모두가 행복하겠지."]

행복해지기는커녕 폭동이 일어납니다.

로또 당첨자가 수백만명에 달해 당첨 배당금이 턱없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로또 1등이 고작 17달러라니!"]

얼핏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보는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 있지만 땀흘려 가치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남의 돈을 모아 대박을 좇겠다는 욕심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결국 금융자본의 허상과 탐욕을 말하는 이런 영화들을 보고나면 우리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건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됩니다.

영화의 쓸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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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의 쓸모] “나만 살면 돼”…금융자본의 이면 파헤친 영화들
    • 입력 2019-11-07 08:48:33
    • 수정2019-11-07 08: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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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주 한 편의 실화 소재 영화가 개봉합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이른바 먹튀 논란을 부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장난 자본주의, 특히 갈수록 이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작품을 보면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시대정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금융자본의 이면을 파헤친 영화들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고.

8년여 뒤 되팔아 4조6천억 원의 차익을 챙깁니다.

그런데도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시간을 끌어 손해를 봤다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소송전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 근데 수사가 중단됐다는 거야."]

["사건을 덮는다고요? 부장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허구가 가미됐지만 실제 벌어진 일들을 노골적으로 가져왔습니다.

["선배는 투자를 범죄시하네."]

["아니 투기꾼들 몰고와서 담배인삼공사 통신공사 이런 공기업들 민영화시켜서 잡아먹은 게 IMF 탈출야?"]

실제로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의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게 바로 론스타였죠.

실직과 채무로 누군가는 죽어나가는 사이, 나만 돈 벌면 그만이라는 투기자본이 있었습니다.

[정지영/'블랙머니' 감독 : "우리는 잘 알다시피 금융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는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농단하고 있는가.. 우리는 모른 채 그냥 살고 있구나, 이걸 같이 놓고 토론해보자..."]

나만 아니면 된다, 나만 살면 된다, 이런 인식은 어쩌면 IMF사태 이후 이 시대의 지배적 정서가 돼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같은 정서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투자전문가 윤정학 캐릭터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외국계 은행에서 해외 투기 자본에서 빚을 담보로 해서 다시 빚을 냅니다."]

모두가 망할 때 환율과 부동산 차익을 챙기는 인물, 투기자본 자체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의 욕망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진짜 맞았어.. 대한민국 망했어. 우리 부자야!"]

애초에 산업자본이 잘 돌아가도록 돈 빌려주는 게 금융이고, 실물경제 기업이 잘 되도록 투자하는 게 주식인데, 이게 본말이 전도돼서 돈 놓고 돈 먹는 금융자본의 세상이 당연한 것처럼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얘기해왔는데요.

IMF사태 이후 10년 뒤 개미들의 주식투자 세태를 그린 이 영화는,

["9시, 전쟁은 시작된다.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군도 없다. 개미, 기관,코쟁이들까지, 남의 돈 먹겠다고 덤비는 곳이 이 판이다."]

누군가가 잃어야 내가 얻는다, 즉 누군가를 짓밟아야 내가 산다라는 씁쓸한 현실인식을 보여줍니다.

["확실한 정보 떴어... 오메가정보통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한방에 천만원! 통장에 10억 찍는 날 이 생활도 쫑이다."]

이 영화 역시 소재도 그 인식도 10년 전 영화와 닮은 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곳 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 7조원.. 정신차려 형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구!"]

10년 사이 좋아지기는커녕 사태는 더 심각해보이는데요.

누군가 일확천금을 얻는 걸 보면 땀흘려 일하는 건 더 부질없어 보이고 나 자신도 대박을 욕망하게 됩니다.

이른바 폰지 사기, 즉 다단계 금융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크게 흥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장난 금융자본주의의 막후를 그린 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그에 앞서 오래 전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에 나온 이 에피소드는 일확천금을 향한 욕망의 풍경을 보여주는데요

어느날 하느님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신의 능력을 잠시 빌려줍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데 밤새 기도를 들어주다 지쳐버려서 수백만 명의 소원을 모두 이뤄주기로 합니다.

["이제 모두가 행복하겠지."]

행복해지기는커녕 폭동이 일어납니다.

로또 당첨자가 수백만명에 달해 당첨 배당금이 턱없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로또 1등이 고작 17달러라니!"]

얼핏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보는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 있지만 땀흘려 가치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남의 돈을 모아 대박을 좇겠다는 욕심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결국 금융자본의 허상과 탐욕을 말하는 이런 영화들을 보고나면 우리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건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됩니다.

영화의 쓸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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