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입력 2019.11.07 (12:04) 수정 2019.11.0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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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님께서 나무배트 손잡이로 허벅지 안쪽 부분을 때려서 부모님이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초등학교, 남자, 야구/소프트볼)

# "하루에 30대 정도 맞았어요. 많이 맞으면 40대. 안 맞는 날은 없고 매일 매일 맞았어요. 창고 들어가서 손으로 등이든 얼굴이든 그냥 막..." (초등학교, 남자, 배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늘(7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초·중·고 학생 선수 6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언어폭력 9,035명. 신체폭력 8,440명. 성폭력 2,212명. 초·중·고 전반에 걸쳐 학생 선수들은 폭력과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반학생의 1.7배에 달하는 신체폭력을 경험했고,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성폭행 피해를 당한 사실도 24건 확인됐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학생 선수들이 이러한 폭력을 내면화하고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를 당했을 때도 좀처럼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폭력 문화는 묵인과 방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었습니다.

■ "성폭행 피해 6건 확인"…각종 성폭력에 무방비 노출된 선수들

# "엎드려서 하는 굳히기 있잖아요. 다리를 이렇게 벌리고 손을 넣어서 잡고 돌리라 하는데, 보는 사람도 수치인데, 남자 코치님이니까.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손을 넣어서 가슴 깃도 잡는데…" (고등학교, 여자, 유도)

# "도복 매고 준비상태로 가는데 (감독님이) 애들 ○○ 만지고, 딱밤으로 때리고…" (중학교, 남자, 유도)


중·고등학생 선수들은 다양한 성폭력 피해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신체 부위 촬영부터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는 행위까지, 심지어는 중학생 5건, 고등학생 1건의 성폭행 피해도 확인됐습니다.

가해자는 주로 동성의 선배나 또래였습니다. 성폭력은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숙소 등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560명(52.3%)이 괜찮은 척 웃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7명(7.1%)만 가해자가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등학생 역시 391명(55.7%)이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9명(14.8%)만 가해자 징계나 형사처벌이 이뤄졌습니다.

■ "운동하는 사람들은 맞아야 정신 차립니다"…'폭력의 내면화' 심각

# "미워서 맞는 것이 아니니까 맞아도 괜찮아요. 아니 그냥 운동하면서 맞는 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남자, 배구)

# "선배들도 이렇게 했으니까 저희도 이제 그냥 (폭력 행사가)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운동하는 사람들은 맞아야지 정신을 차립니다." (중학교, 남자, 양궁)

# "자기가 원하고 꿈이 있으면, 스스로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옆에 그렇게 (폭력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여자, 펜싱)

인권위는 선수들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또 이렇게 폭력 문화를 완전히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 집단 내 폭력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는 답변이 898명(38.7%)에 달했습니다. 중학생은 707명(21.4%)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곧 소극적인 대처로 이어집니다. 초등학생 가운데 신체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요청한 선수는 371명(16%)에 불과했고, 중학생의 경우에도 2,600명(78.6%)이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 인권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 전혀 작동 안 해"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로, 학생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①(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체계 정교화, ②상시 합숙훈련 및 합숙소 폐지, ③과잉훈련 예방 조치 마련, ④체육특기자 제도 재검토, ⑤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정례화 검토 등을 제시하면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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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 입력 2019-11-07 12:04:16
    • 수정2019-11-07 13:24:36
    취재K
# "코치님께서 나무배트 손잡이로 허벅지 안쪽 부분을 때려서 부모님이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초등학교, 남자, 야구/소프트볼)

# "하루에 30대 정도 맞았어요. 많이 맞으면 40대. 안 맞는 날은 없고 매일 매일 맞았어요. 창고 들어가서 손으로 등이든 얼굴이든 그냥 막..." (초등학교, 남자, 배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늘(7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초·중·고 학생 선수 6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언어폭력 9,035명. 신체폭력 8,440명. 성폭력 2,212명. 초·중·고 전반에 걸쳐 학생 선수들은 폭력과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반학생의 1.7배에 달하는 신체폭력을 경험했고,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성폭행 피해를 당한 사실도 24건 확인됐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학생 선수들이 이러한 폭력을 내면화하고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를 당했을 때도 좀처럼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폭력 문화는 묵인과 방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었습니다.

■ "성폭행 피해 6건 확인"…각종 성폭력에 무방비 노출된 선수들

# "엎드려서 하는 굳히기 있잖아요. 다리를 이렇게 벌리고 손을 넣어서 잡고 돌리라 하는데, 보는 사람도 수치인데, 남자 코치님이니까.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손을 넣어서 가슴 깃도 잡는데…" (고등학교, 여자, 유도)

# "도복 매고 준비상태로 가는데 (감독님이) 애들 ○○ 만지고, 딱밤으로 때리고…" (중학교, 남자, 유도)


중·고등학생 선수들은 다양한 성폭력 피해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신체 부위 촬영부터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는 행위까지, 심지어는 중학생 5건, 고등학생 1건의 성폭행 피해도 확인됐습니다.

가해자는 주로 동성의 선배나 또래였습니다. 성폭력은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숙소 등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560명(52.3%)이 괜찮은 척 웃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7명(7.1%)만 가해자가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등학생 역시 391명(55.7%)이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9명(14.8%)만 가해자 징계나 형사처벌이 이뤄졌습니다.

■ "운동하는 사람들은 맞아야 정신 차립니다"…'폭력의 내면화' 심각

# "미워서 맞는 것이 아니니까 맞아도 괜찮아요. 아니 그냥 운동하면서 맞는 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남자, 배구)

# "선배들도 이렇게 했으니까 저희도 이제 그냥 (폭력 행사가)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운동하는 사람들은 맞아야지 정신을 차립니다." (중학교, 남자, 양궁)

# "자기가 원하고 꿈이 있으면, 스스로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옆에 그렇게 (폭력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여자, 펜싱)

인권위는 선수들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또 이렇게 폭력 문화를 완전히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 집단 내 폭력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는 답변이 898명(38.7%)에 달했습니다. 중학생은 707명(21.4%)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곧 소극적인 대처로 이어집니다. 초등학생 가운데 신체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요청한 선수는 371명(16%)에 불과했고, 중학생의 경우에도 2,600명(78.6%)이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 인권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 전혀 작동 안 해"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로, 학생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①(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체계 정교화, ②상시 합숙훈련 및 합숙소 폐지, ③과잉훈련 예방 조치 마련, ④체육특기자 제도 재검토, ⑤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정례화 검토 등을 제시하면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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