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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엉터리 기소유예’ 323건…서울중앙지검이 1위
입력 2019.11.08 (09:37) 수정 2019.11.08 (11:35) 탐사K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 20.8%
헌재 결정문 전수 분석…대부분 ‘수사 미진’, ‘법리 오해’
서울중앙지검 기소유예 취소 가장 많아
[단독] 검찰 ‘엉터리 기소유예’ 323건…서울중앙지검이 1위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헌법 제27조)


우리 국민 가운데 누군가를 '죄인'이라고 판단내릴 수 있는 건 법원이다. 우리는 이 법원에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재판 받을 권리가 있고,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하기 전까진 누구도 '죄인'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수사기관은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혐의를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 수사기관이 모은 증거들을 토대로 피의자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법원이 한다. 그 사이에 '기소(起訴)'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검사가 법원에 피의자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을 구하는, 즉 소(訴)를 제기하는 절차 행위다.

우리나라는 이 '기소'를 검찰만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재판받을 권리가 있지만 형사 재판은 검찰이 기소를 했을 경우만 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뜨겁게 이야기되고 있는 '기소 독점주의'다. 검찰은 또 범죄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소를 하고 안 하고는 검사의 판단이고 재량이다. 이게 '기소 편의주의'다. 결론적으로 피의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도 없다.


■'한 번만 봐줄게'...검사님의 '선처'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기소유예'도 마찬가지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지만 기소를 안 하겠다는 불기소 처분의 하나다. 물론 이 처분을 하는 쪽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다. 쉽게 풀면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고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다'는 검사의 '선처'가 기소유예다.

우리 검찰은 매년 수사대상자의 17.9%인 34만 명 정도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을 보면 기소유예 처분, 즉 선처를 위해 고려되는 것은 양형의 조건을 정하고 있는 형법 제51조다.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으로 돼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현실적인 기준은 한 마디로 검사의 '재량'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는 검사의 선처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검사는 재판에 넘기기 않겠다고 한 것이고, 판사가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 이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천명한 헌법 제 27조 에 따라 '무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가 없거나 무혐의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인정한다는 사실이 '선처'의 전제라서 그렇다. 무고한 피의자 입장에서는 이 전제가 매우 불편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없다. 이 때문에 정 억울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라는 걸 청구해야 한다. 헌법소원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공권력이 침해했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찰이라는 공권력이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을 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으니 이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기소유예 처분의 흔적을 없애는 방법은 이름도 생소한 이 '헌법소원'이 유일하다. 기소유예 처분을 통보받고 90일 이내에, 반드시 대리인, 즉 변호사를 선임해 청구해야 한다.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 20.8%

그럼, 검사님의 기소유예 처분은 진정 '선처'였을까.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1,781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을 빼고, 실제로 심리가 진행된 1,556건 가운데 323건이 인용됐다. 헌재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전체 심리 건수의 20.8%, 5분의 1이 '선처'가 아닌 '잘못된 처분'이었던 셈이다.



2017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던 휴대폰 액정수리기사 196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수리기사들은 액정을 교체하면서 고객들이 반납한 액정을 빼돌렸다는 '업무상 횡령'혐의를 받았다. 실제로 유통업자와 짜고 조직적으로 액정을 빼돌려 구속된 수리기사가 있긴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수리기사 47살 유 모씨와 38살 박 모 씨, 31살 최 모 씨는 지금까지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딱 한 차례씩 불러 조사했고, 경찰의 수사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이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차라리 기소하시라고요!!

검사님의 기소유예 처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올해 초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수리기사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50여 명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씨와 그의 동료들은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된 뒤에야 '기소유예'가 불이익이 된다는 걸 알았지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지 못했다. 이미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 90일이 지난 뒤였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20년 넘게 수리기사로 일 해온 유씨를 포함해 그의 동료들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으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헌법소원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수리기사들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수리기사 나 모 씨를 포함해 6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검찰의 수사에 '중대한 수사미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당초에 고객들이 반납한 액정이 국내산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고, 액정 유통업자와 거래했다고 인정할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 때문에 검찰의 증거 판단에 잘못이 있고,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 수리기사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헌법소원으로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된 수리기사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됐다.

유씨는 "차라리 기소가 됐으면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할 기회가 있는데, 기소유예를 받아서 재판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에게 기소유예는 검사가 내린 사실상 유죄 판결이었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

KBS 탐사보도부는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한 헌법소원 결정문 323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이유부터 살펴봤다. 헌재가 기소유예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사건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미진','법리오해','증거판단 잘못','사실 오인'이 두 세가지 씩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문의 78%, 253건에서 헌재는 검잘의 수사가 충분치 않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182건에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증거판단을 잘못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사건이 62건, 사실을 오인한 사건도 31건이 있었다.


다시 수리기사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취재진이 만난 유 씨와 박 씨 등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반납된 액정의 고유번호가 국내에서 생산된 것과 다르다며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부인한다. 경찰의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에 대한 직접 추가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피의사실은 인정된다
- 피의자들은 초범이거나 동종범죄 전력이 없다
- 피의자들이 횡령한 액정 개수는 5개 미만, 피해 금액 100만원 미만으로 사안이 그리 중하지 않다
-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유예한다

그리고 범죄사실에는 이들이 '15만 4천원짜리 액정 한 개를 빼돌려 불상의 중고액정 매입업자에게 불상의 가격에 판매하고 받은 불상의 금액을 임의로 소비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불상'은 '모른다'는 뜻이다.

유씨는 취재진에게 자신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검사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최 모 검사는 대검찰청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검사는 "모든 사건이 그렇게 딱 떨어지는 증거가 많지는 않다"며 기소유예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증거가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기소유예가 취소된 사건을 혐의별로 보면 폭행/상해가 57건, 절도/장물이 50건, 횡령/배임/뇌물수수가 36건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검찰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을 입증하지도 않은 채 처분을 내렸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 즉 훔치겠다는 의도가 입증돼야 하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다시말해 속이겠다는 의도와 실제 이익이 증명돼야 하는데 검찰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이런 사건 모두 '검찰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됐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형사부 부장검사를 지낸 류정원 변호사는 검사의 처분에 타협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범죄 혐의는 있어보이지만 수사를 더 해봐야 재판에서 유죄 입증이 어려운 애매한 사안의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권한이 아닌 이른바 '주관적 자의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생범죄를 다루는 형사부보다는 특수와 공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수사와 기획·인지 수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 때문에 형사부는 업무가 가중되고, 오류와 오판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월말 처분' 사건에 기소유예 취소 많아

사실일까.
KBS탐사보도부는 기소유예 취소사건을 당초 처분 날짜별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헌재에서 잘못된 처분으로 판단한 기소유예 사건들은 처분 날짜가 월말에 몰려 있었다. 기소유예가 취소된 사건 323건 가운데 1일부터 10일까지 월 초에 처분된 사건이 43건인 반면, 중순에 80건, 하순에 200건이었다. 검사들이 분주해지는 월말에 처분한 기소유예에 오류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또 있었다.

기소유예 취소 사건을 가장 많이 낸 지방검찰청은 어디일까. 군 검찰청을 포함해 19개 검찰청별로 분석했다.

단순 취소사건 수로 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검찰청의 범죄통계로 미뤄 처리 사건수와 기소유예 처분 비율이 비슷한 광주, 대전, 부산지검과 비교해 봤다. 광주지검은 헌법소원 58건이 접수돼 이 가운데 10건이 인용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동안 서울중앙지검이 처분한 기소유예에 대해서는 이에 불복한 헌법소원 250건이 접수돼 이 가운데 60건이 인용됐다. 대전지검, 부산지검과 비교해도 서울중앙지검이 헌법소원수는 물론 인용건수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연간 처리하는 평균 사건수와 기소유예 처분인원이 두 배 정도 많은 수원지검도 헌법소원은 198건, 인용은 48건으로 서울 중앙지검보다는 적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각 지방검찰청에서 유능한 인재 검사들이 모인다는 곳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요직으로 여러명의 검찰총장을 배출했다. 이런 곳에서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이 많았던 셈이다.


취재진은 대검에 20%가 넘는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이 검찰의 재량권 남용이 아닌지,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유예 취소 사건이 왜 유독 많은지 물었다. 하지만 대검은 각 취소사건의 구체적인 처분사유 등을 확인하지 않고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한결같이 법집행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취임사에서 검사들에게 "기본권 침해의 수인한계(受忍限界·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헌법정신에 비춰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분석한 323건의 기소유예 취소사건 결정문에서 헌재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에 의해 무너졌다고 판단했다.

[분석: KBS 탐사보도부 데이터팀 홍성현, 이민지, 정광본]

원본 데이터 :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nmkTJfiNCMJCeuivqOkwLdj16MVOmySvb2SbpRwMF1g/edit?usp=sharing
  • [단독] 검찰 ‘엉터리 기소유예’ 323건…서울중앙지검이 1위
    • 입력 2019.11.08 (09:37)
    • 수정 2019.11.08 (11:35)
    탐사K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 20.8%
헌재 결정문 전수 분석…대부분 ‘수사 미진’, ‘법리 오해’
서울중앙지검 기소유예 취소 가장 많아
[단독] 검찰 ‘엉터리 기소유예’ 323건…서울중앙지검이 1위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헌법 제27조)


우리 국민 가운데 누군가를 '죄인'이라고 판단내릴 수 있는 건 법원이다. 우리는 이 법원에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재판 받을 권리가 있고,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하기 전까진 누구도 '죄인'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수사기관은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혐의를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 수사기관이 모은 증거들을 토대로 피의자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법원이 한다. 그 사이에 '기소(起訴)'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검사가 법원에 피의자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을 구하는, 즉 소(訴)를 제기하는 절차 행위다.

우리나라는 이 '기소'를 검찰만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재판받을 권리가 있지만 형사 재판은 검찰이 기소를 했을 경우만 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뜨겁게 이야기되고 있는 '기소 독점주의'다. 검찰은 또 범죄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소를 하고 안 하고는 검사의 판단이고 재량이다. 이게 '기소 편의주의'다. 결론적으로 피의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도 없다.


■'한 번만 봐줄게'...검사님의 '선처'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기소유예'도 마찬가지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지만 기소를 안 하겠다는 불기소 처분의 하나다. 물론 이 처분을 하는 쪽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다. 쉽게 풀면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고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다'는 검사의 '선처'가 기소유예다.

우리 검찰은 매년 수사대상자의 17.9%인 34만 명 정도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을 보면 기소유예 처분, 즉 선처를 위해 고려되는 것은 양형의 조건을 정하고 있는 형법 제51조다.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으로 돼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현실적인 기준은 한 마디로 검사의 '재량'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는 검사의 선처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검사는 재판에 넘기기 않겠다고 한 것이고, 판사가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 이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천명한 헌법 제 27조 에 따라 '무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가 없거나 무혐의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인정한다는 사실이 '선처'의 전제라서 그렇다. 무고한 피의자 입장에서는 이 전제가 매우 불편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없다. 이 때문에 정 억울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라는 걸 청구해야 한다. 헌법소원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공권력이 침해했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찰이라는 공권력이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을 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으니 이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기소유예 처분의 흔적을 없애는 방법은 이름도 생소한 이 '헌법소원'이 유일하다. 기소유예 처분을 통보받고 90일 이내에, 반드시 대리인, 즉 변호사를 선임해 청구해야 한다.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 20.8%

그럼, 검사님의 기소유예 처분은 진정 '선처'였을까.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1,781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을 빼고, 실제로 심리가 진행된 1,556건 가운데 323건이 인용됐다. 헌재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전체 심리 건수의 20.8%, 5분의 1이 '선처'가 아닌 '잘못된 처분'이었던 셈이다.



2017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던 휴대폰 액정수리기사 196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수리기사들은 액정을 교체하면서 고객들이 반납한 액정을 빼돌렸다는 '업무상 횡령'혐의를 받았다. 실제로 유통업자와 짜고 조직적으로 액정을 빼돌려 구속된 수리기사가 있긴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수리기사 47살 유 모씨와 38살 박 모 씨, 31살 최 모 씨는 지금까지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딱 한 차례씩 불러 조사했고, 경찰의 수사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이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차라리 기소하시라고요!!

검사님의 기소유예 처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올해 초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수리기사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50여 명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씨와 그의 동료들은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된 뒤에야 '기소유예'가 불이익이 된다는 걸 알았지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지 못했다. 이미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 90일이 지난 뒤였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20년 넘게 수리기사로 일 해온 유씨를 포함해 그의 동료들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으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헌법소원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수리기사들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수리기사 나 모 씨를 포함해 6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검찰의 수사에 '중대한 수사미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당초에 고객들이 반납한 액정이 국내산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고, 액정 유통업자와 거래했다고 인정할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 때문에 검찰의 증거 판단에 잘못이 있고,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 수리기사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헌법소원으로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된 수리기사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됐다.

유씨는 "차라리 기소가 됐으면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할 기회가 있는데, 기소유예를 받아서 재판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에게 기소유예는 검사가 내린 사실상 유죄 판결이었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

KBS 탐사보도부는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한 헌법소원 결정문 323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이유부터 살펴봤다. 헌재가 기소유예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사건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미진','법리오해','증거판단 잘못','사실 오인'이 두 세가지 씩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문의 78%, 253건에서 헌재는 검잘의 수사가 충분치 않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182건에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증거판단을 잘못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사건이 62건, 사실을 오인한 사건도 31건이 있었다.


다시 수리기사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취재진이 만난 유 씨와 박 씨 등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반납된 액정의 고유번호가 국내에서 생산된 것과 다르다며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부인한다. 경찰의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에 대한 직접 추가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피의사실은 인정된다
- 피의자들은 초범이거나 동종범죄 전력이 없다
- 피의자들이 횡령한 액정 개수는 5개 미만, 피해 금액 100만원 미만으로 사안이 그리 중하지 않다
-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유예한다

그리고 범죄사실에는 이들이 '15만 4천원짜리 액정 한 개를 빼돌려 불상의 중고액정 매입업자에게 불상의 가격에 판매하고 받은 불상의 금액을 임의로 소비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불상'은 '모른다'는 뜻이다.

유씨는 취재진에게 자신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검사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최 모 검사는 대검찰청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검사는 "모든 사건이 그렇게 딱 떨어지는 증거가 많지는 않다"며 기소유예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증거가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기소유예가 취소된 사건을 혐의별로 보면 폭행/상해가 57건, 절도/장물이 50건, 횡령/배임/뇌물수수가 36건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검찰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을 입증하지도 않은 채 처분을 내렸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 즉 훔치겠다는 의도가 입증돼야 하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다시말해 속이겠다는 의도와 실제 이익이 증명돼야 하는데 검찰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이런 사건 모두 '검찰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됐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형사부 부장검사를 지낸 류정원 변호사는 검사의 처분에 타협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범죄 혐의는 있어보이지만 수사를 더 해봐야 재판에서 유죄 입증이 어려운 애매한 사안의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권한이 아닌 이른바 '주관적 자의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생범죄를 다루는 형사부보다는 특수와 공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수사와 기획·인지 수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 때문에 형사부는 업무가 가중되고, 오류와 오판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월말 처분' 사건에 기소유예 취소 많아

사실일까.
KBS탐사보도부는 기소유예 취소사건을 당초 처분 날짜별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헌재에서 잘못된 처분으로 판단한 기소유예 사건들은 처분 날짜가 월말에 몰려 있었다. 기소유예가 취소된 사건 323건 가운데 1일부터 10일까지 월 초에 처분된 사건이 43건인 반면, 중순에 80건, 하순에 200건이었다. 검사들이 분주해지는 월말에 처분한 기소유예에 오류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또 있었다.

기소유예 취소 사건을 가장 많이 낸 지방검찰청은 어디일까. 군 검찰청을 포함해 19개 검찰청별로 분석했다.

단순 취소사건 수로 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검찰청의 범죄통계로 미뤄 처리 사건수와 기소유예 처분 비율이 비슷한 광주, 대전, 부산지검과 비교해 봤다. 광주지검은 헌법소원 58건이 접수돼 이 가운데 10건이 인용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동안 서울중앙지검이 처분한 기소유예에 대해서는 이에 불복한 헌법소원 250건이 접수돼 이 가운데 60건이 인용됐다. 대전지검, 부산지검과 비교해도 서울중앙지검이 헌법소원수는 물론 인용건수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연간 처리하는 평균 사건수와 기소유예 처분인원이 두 배 정도 많은 수원지검도 헌법소원은 198건, 인용은 48건으로 서울 중앙지검보다는 적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각 지방검찰청에서 유능한 인재 검사들이 모인다는 곳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요직으로 여러명의 검찰총장을 배출했다. 이런 곳에서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이 많았던 셈이다.


취재진은 대검에 20%가 넘는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 인용율이 검찰의 재량권 남용이 아닌지,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유예 취소 사건이 왜 유독 많은지 물었다. 하지만 대검은 각 취소사건의 구체적인 처분사유 등을 확인하지 않고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한결같이 법집행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취임사에서 검사들에게 "기본권 침해의 수인한계(受忍限界·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헌법정신에 비춰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분석한 323건의 기소유예 취소사건 결정문에서 헌재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에 의해 무너졌다고 판단했다.

[분석: KBS 탐사보도부 데이터팀 홍성현, 이민지, 정광본]

원본 데이터 :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nmkTJfiNCMJCeuivqOkwLdj16MVOmySvb2SbpRwMF1g/edit?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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