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쇼맨’을 키우는 정치 보도…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 3종 신공

입력 2019.11.09 (08:02) 수정 2019.11.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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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특히 국회 취재는 정치인의 '입'을 쫓는 취재로 흔히 인식한다. 정치 외에 다른 영역의 취재는 보통 '사실'을 좇는다. 정치·정쟁 기사만이 정치인 주장을 그대로 싣는 방식을 택한다.

검증 없는 인용 보도. 이 지점에서 정치인과 언론인은 각각 시험대에 오른다.

① 정치인은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유혹이 생긴다. 소위 '센 발언' 위주로 언론이 기사화하기 때문이다. 때로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까지 한다. 자신과 속한 진영에 이롭기 때문이다.

② 언론인은 정치인의 가장 자극적인 주장 위주로 보도할 동기를 가진다. 소위 '센 발언'이 독자들에게 잘 소비되기 때문이다. 때로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정치인 주장까지 인용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일단은 정치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치인의 거짓말은 정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기사가 수정되는 사이 뉴스 소비자는 정치인의 거짓 주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가짜 뉴스를 소비한 사람이 반드시 정정 기사를 읽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치권발 가짜뉴스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또 유통된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쇼맨'"…"'정치의 미디어화' 심각"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아닌 신설될 공수처가 맡겠다는 게 법의 취지다. 핵심은 검찰만 가지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공수처가 나눠 갖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이 빠진 '반부패수사청'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마치 '검찰 개혁의 꽃'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대통령의 검찰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지금 하고 있던 조국 전 수석과 관련한 수사도 모조리 공수처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국 구하기용 공수처를 하겠다는 걸 밝히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달 13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를 공수처로 가져가면 대통령이 그 결과를 좌지우지할 테니 결국 "공수처는 조국 구하기용" 아니냐는 취지다. 거칠지만 선명하다. KBS와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은 온라인판 기사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을 속보 처리했다. 나 대표의 주장은 검증된 사실일까?

21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에 출연해 "나 의원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한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공수처법 시행과 별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 원내대표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공수처법이 당장 통과된다고 해도 제정 뒤 6개월간 유예기간을 가진다. 그사이 수사는 1심이 끝나고, 항소심에 들어갈 것이다. 공수처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할 물리적 시간부터 안 된다. 둘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공수처법을 보면 공수처가 판·검사, 고위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는 검찰만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이 국회에서 '거의 배우'가 된다. 어떻게 신문·방송에 비칠지를 염두에 두고 발언을 한다.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잘 되던 논의도 카메라 들어오는 순간 쇼가 된다. 정치인이 '쇼맨'이 된다."


J에 고정 출연하는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정치인들이 무리한 주장을 해서라도 언론의 관심을 받으려는 행태를 두고 "정치의 미디어화"라고 평가한다.

"정치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그런데 마치 언론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처럼 언론 눈에 띄어야 정치권도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힘을 받는다. 정치 질서가 왜곡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가 미디어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벌어진 부대 효과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 정치는 민의를 담아내 그것으로 정당 정치를 구현할 동력이 약하다. (여론을) 미디어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이다."

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 취재, 극복 불가능할까?


국회 취재는 '인내심을 요하는' 3대 기술의 반복이다. 우선 정치인의 말을 실시간으로 받아친 뒤, 그 발언 핵심을 엮어 받아쓴다. 정치인끼리 몰래 나눈 대화는 당사자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답을 얻을 때까지 버틴다. 이게 뻗치기다. 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는 얼마나 정치인의 말과 생각을 정확하게 취재하는가가 핵심이다.

정치인의 입을 쫓아다니는 취재 방식은 여러 부작용을 동반한다. "너무 많은 인력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소모적 취재"라는 것이다.

"당마다 매일 오전 회의를 한다. 오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회의가 열린다. 하루에만 10~15개 회의가 상시로 열리는 것이다. 각 당 대변인도 현안마다 브리핑한다. 회의나 브리핑 뒤에는 정치인이 따로 기자들과 백 브리핑(촬영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정치인 등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시간을 갖는다. 소모적이다. 속보에 매달리고,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정말 필요한 (정치적 결정·정책 관련) 확인과 비판, 제언은 사라진다."
(A 언론사 국회 출입 기자)

J에 출연한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윤형중 랩2050 연구원은 "언론사마다 역할 구분을 해 속보 경쟁 부작용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나 역시 (정치부 시절) 회의가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정치인을 기다렸다가 질문했던 기자 중 하나다. 회의 뒤 발언만큼은 기자들끼리도 공유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 꼭 있어야만 했던 고충이 있다. 이런 일들을 하느라 정치와 정책을 검증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 언론사마다 역할 구분을 했으면 좋겠다. (통신사 등) 속보할 매체는 하되, 모든 언론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표창원 의원은 언론사가 "정당별이 아닌 상임위별로 취재"해야 국회에서 다루는 정책에 깊게 접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경찰관이던) 20년간 사회·문화부 기자를 만나다가 최근 정치부 기자들과 주로 만난다. 조두순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사실 해당 분야를 취재하지 않던 정치부 기자가 깊게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사도 법안 핵심이 아닌 그 표면만 다룬다. 그게 너무 아쉽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 않겠나. 정치부를 크게 키울 필요 없이 상임위별로 부처 출입기자들이 취재를 맡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정치부 기자는 정치 현상 그 자체에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상임위별 취재는 언론사들이 실패를 거듭해 온 해묵은 과제다. 국회 취재원들, 그러니까 의원·보좌진·정당 당직자 등은 외부 기자보다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정부 부처 출입기자가 해당 상임위를 맡더라도 국회에 상주하는 기자보다 국회 취재원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상임위별 취재는 정당별 취재보다 정책 이해도에 있어 우월하지만, 취재원 접근성 측면에서는 열등한 전략일 수 있다. 모든 언론사가 한 번에 정당별 취재를 버리고 상임위별 취재로 전환한다면 모를까, 홀로 전략을 바꾼다고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정준희 교수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객관적으로 나은 조건에 있는 공영방송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하루 이틀 (정보 취득이) 늦더라도, 상임위별 취재를 해야 한다.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다른 언론사가 내놓은 특종이 먼저 주목을 받을 것이니 말이다. 일반 언론사는 먼저 시도할 수 없다. 자금이든, 인력이든 남보다 더 버틸 수 있는 공영방송부터 해야 한다. 상임위 위주 시스템을 만들어 타 언론사보다 단단하게 정보를 쌓고, 깊이 있게 정책 보도를 한다면 이 방식을 따라 할 언론사도 생기게 될 것이다. 변화의 씨앗을 피우는 일에는 양심과 용기도 필요하지만, 남들보다 (인적, 물적으로) 나은 상황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7회는 '언론과 정치의 각본 있는 정쟁 보도'라는 주제로 오는 10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신문 출신 윤형중 랩2050 연구원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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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쇼맨’을 키우는 정치 보도…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 3종 신공
    • 입력 2019-11-09 08:02:03
    • 수정2019-11-09 09:15:36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치, 특히 국회 취재는 정치인의 '입'을 쫓는 취재로 흔히 인식한다. 정치 외에 다른 영역의 취재는 보통 '사실'을 좇는다. 정치·정쟁 기사만이 정치인 주장을 그대로 싣는 방식을 택한다.

검증 없는 인용 보도. 이 지점에서 정치인과 언론인은 각각 시험대에 오른다.

① 정치인은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유혹이 생긴다. 소위 '센 발언' 위주로 언론이 기사화하기 때문이다. 때로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까지 한다. 자신과 속한 진영에 이롭기 때문이다.

② 언론인은 정치인의 가장 자극적인 주장 위주로 보도할 동기를 가진다. 소위 '센 발언'이 독자들에게 잘 소비되기 때문이다. 때로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정치인 주장까지 인용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일단은 정치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치인의 거짓말은 정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기사가 수정되는 사이 뉴스 소비자는 정치인의 거짓 주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가짜 뉴스를 소비한 사람이 반드시 정정 기사를 읽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치권발 가짜뉴스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또 유통된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쇼맨'"…"'정치의 미디어화' 심각"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아닌 신설될 공수처가 맡겠다는 게 법의 취지다. 핵심은 검찰만 가지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공수처가 나눠 갖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이 빠진 '반부패수사청'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마치 '검찰 개혁의 꽃'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대통령의 검찰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지금 하고 있던 조국 전 수석과 관련한 수사도 모조리 공수처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국 구하기용 공수처를 하겠다는 걸 밝히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달 13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를 공수처로 가져가면 대통령이 그 결과를 좌지우지할 테니 결국 "공수처는 조국 구하기용" 아니냐는 취지다. 거칠지만 선명하다. KBS와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은 온라인판 기사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을 속보 처리했다. 나 대표의 주장은 검증된 사실일까?

21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에 출연해 "나 의원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한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공수처법 시행과 별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 원내대표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공수처법이 당장 통과된다고 해도 제정 뒤 6개월간 유예기간을 가진다. 그사이 수사는 1심이 끝나고, 항소심에 들어갈 것이다. 공수처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할 물리적 시간부터 안 된다. 둘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공수처법을 보면 공수처가 판·검사, 고위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는 검찰만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이 국회에서 '거의 배우'가 된다. 어떻게 신문·방송에 비칠지를 염두에 두고 발언을 한다.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잘 되던 논의도 카메라 들어오는 순간 쇼가 된다. 정치인이 '쇼맨'이 된다."


J에 고정 출연하는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정치인들이 무리한 주장을 해서라도 언론의 관심을 받으려는 행태를 두고 "정치의 미디어화"라고 평가한다.

"정치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그런데 마치 언론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처럼 언론 눈에 띄어야 정치권도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힘을 받는다. 정치 질서가 왜곡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가 미디어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벌어진 부대 효과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 정치는 민의를 담아내 그것으로 정당 정치를 구현할 동력이 약하다. (여론을) 미디어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이다."

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 취재, 극복 불가능할까?


국회 취재는 '인내심을 요하는' 3대 기술의 반복이다. 우선 정치인의 말을 실시간으로 받아친 뒤, 그 발언 핵심을 엮어 받아쓴다. 정치인끼리 몰래 나눈 대화는 당사자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답을 얻을 때까지 버틴다. 이게 뻗치기다. 받아치기·받아쓰기·뻗치기는 얼마나 정치인의 말과 생각을 정확하게 취재하는가가 핵심이다.

정치인의 입을 쫓아다니는 취재 방식은 여러 부작용을 동반한다. "너무 많은 인력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소모적 취재"라는 것이다.

"당마다 매일 오전 회의를 한다. 오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회의가 열린다. 하루에만 10~15개 회의가 상시로 열리는 것이다. 각 당 대변인도 현안마다 브리핑한다. 회의나 브리핑 뒤에는 정치인이 따로 기자들과 백 브리핑(촬영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정치인 등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시간을 갖는다. 소모적이다. 속보에 매달리고,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정말 필요한 (정치적 결정·정책 관련) 확인과 비판, 제언은 사라진다."
(A 언론사 국회 출입 기자)

J에 출연한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윤형중 랩2050 연구원은 "언론사마다 역할 구분을 해 속보 경쟁 부작용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나 역시 (정치부 시절) 회의가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정치인을 기다렸다가 질문했던 기자 중 하나다. 회의 뒤 발언만큼은 기자들끼리도 공유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 꼭 있어야만 했던 고충이 있다. 이런 일들을 하느라 정치와 정책을 검증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 언론사마다 역할 구분을 했으면 좋겠다. (통신사 등) 속보할 매체는 하되, 모든 언론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표창원 의원은 언론사가 "정당별이 아닌 상임위별로 취재"해야 국회에서 다루는 정책에 깊게 접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경찰관이던) 20년간 사회·문화부 기자를 만나다가 최근 정치부 기자들과 주로 만난다. 조두순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사실 해당 분야를 취재하지 않던 정치부 기자가 깊게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사도 법안 핵심이 아닌 그 표면만 다룬다. 그게 너무 아쉽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 않겠나. 정치부를 크게 키울 필요 없이 상임위별로 부처 출입기자들이 취재를 맡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정치부 기자는 정치 현상 그 자체에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상임위별 취재는 언론사들이 실패를 거듭해 온 해묵은 과제다. 국회 취재원들, 그러니까 의원·보좌진·정당 당직자 등은 외부 기자보다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정부 부처 출입기자가 해당 상임위를 맡더라도 국회에 상주하는 기자보다 국회 취재원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상임위별 취재는 정당별 취재보다 정책 이해도에 있어 우월하지만, 취재원 접근성 측면에서는 열등한 전략일 수 있다. 모든 언론사가 한 번에 정당별 취재를 버리고 상임위별 취재로 전환한다면 모를까, 홀로 전략을 바꾼다고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정준희 교수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객관적으로 나은 조건에 있는 공영방송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하루 이틀 (정보 취득이) 늦더라도, 상임위별 취재를 해야 한다.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다른 언론사가 내놓은 특종이 먼저 주목을 받을 것이니 말이다. 일반 언론사는 먼저 시도할 수 없다. 자금이든, 인력이든 남보다 더 버틸 수 있는 공영방송부터 해야 한다. 상임위 위주 시스템을 만들어 타 언론사보다 단단하게 정보를 쌓고, 깊이 있게 정책 보도를 한다면 이 방식을 따라 할 언론사도 생기게 될 것이다. 변화의 씨앗을 피우는 일에는 양심과 용기도 필요하지만, 남들보다 (인적, 물적으로) 나은 상황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7회는 '언론과 정치의 각본 있는 정쟁 보도'라는 주제로 오는 10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신문 출신 윤형중 랩2050 연구원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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