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쇠보다 강한 목재…24층 나무빌딩의 비밀

입력 2019.11.09 (09: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나무빌딩의 높이가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서 높이 29m, 9층짜리 나무아파트가 처음 지어졌는데, 당시 건축계에서 세계 최초의 고층 목조 빌딩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다양한 나무빌딩이 건축됐고, 최근 84m 높이의 나무빌딩을 짓기에 이르렀다. 마천루 경쟁이 목조건축으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빌딩의 비밀

오스트리아 빈 외곽지역에는 세계 최고층의 나무 빌딩 ‘HoHo’가 세워지고 있다. HoHo란, 독일어로 ‘나무 고층 건물’(Holz Hoch Haus)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4층의 이 빌딩에는 호텔과 사무실,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인데, 승강기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건물 재료의 76%를 나무로 지었다.

고층의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었던 비밀의 열쇠는 바로 ‘CLT’라는 쇠보다 강한 목재에 있다.
CLT(Cross Laminated Timber, 구조용 집성판)라 불리는 이 첨단 공학목재는 길게 자른 나무판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되게 연이어 붙이면 완성된다. 나무의 단점인 휨이나 뒤틀림이 없고 압력에는 더욱 강한 대형 나무 패널이 되는 것이다. 이 CLT는 콘크리트와 벽돌, 철근을 대체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아파트와 사무실 등 빌딩의 주재료로 쓰이고 있다.


■ “화재와 지진에 약한 나무?”...선입견을 깬 첨단 공학목재

나무는 불에 잘 타고 쉽게 부러질 거라는 선입견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유럽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산림인 오스트리아는 20년 전 나무를 공학적으로 가공한 CLT 목재를 처음 개발했다.
건물은 당연히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시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나무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

실험 결과 CLT의 압축강도는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로 월등히 뛰어났다. 콘크리트를 쉽게 부쉈던 실험 장비로 CLT를 부수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도 7 이상의 지진 실험에서도 CLT로 만든 목조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가벼운 무게 덕분이었다.

화재 실험에서도 CLT는 콘크리트, 철보다 훨씬 강했다. 목재에 불을 붙이면 1분 동안 0.6mm, 1시간을 태워도 36mm 정도만 탄화된다. 실제 CLT 기둥을 1,000도 이상의 불로 2시간 동안 태웠지만, 겉면만 숯처럼 까맣게 탄화됐을 뿐 중심부는 멀쩡했다. 반면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는 700도의 온도에도 녹아 무너져버렸다. 한 단계 진화한 첨단 공학목재는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21세기 건축혁명’을 불러왔다.


■ 환경 훼손 아닌, 지구 살리는 목조건축

호호빌딩이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친환경 건축법’이라는 점이다. 건축 과정에서 오로지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건물보다 30만 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자동차로 왕복 80km를 4만 4천 년간 운행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호호빌딩 한 채를 나무로 지을 때 감축할 수 있는 것이다.

고층 빌딩을 짓는 데 목재를 쓰는 것이 오히려 환경 훼손이 아니냐는 물음에, 임업 선진국들은 오히려 숲의 건강성을 돕는 것이라 말한다. 어린나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며 자라지만,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나무가 늙으면 각종 병충해에 약해지고, 주위 나무들까지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일부러 ‘솎아베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를 심으면 대표적 온실가스인 탄소 흡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확한 목재는 건축물 재료로 사용하는 게, 나무에 탄소를 가장 오랫동안 저장해둘 방법이다. 벌목 직전까지 흡수한 탄소를 내뱉지 않고 온전히 담아두고 있는 나무의 특성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인 것이다. 목조건축이 또 하나의 숲, 친환경 건축으로 불리는 이유다.

KBS [시사기획 창]은 쇠보다 강한 목재로 지은 세계 고층 나무빌딩을 통해, 목조건축이 왜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인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건축법인지 취재했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9일 저녁 8시 5분 KBS 1TV를 통해서 방송될 예정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시사기획 창] 쇠보다 강한 목재…24층 나무빌딩의 비밀
    • 입력 2019-11-09 09:16:53
    취재K
전 세계 곳곳에서 나무빌딩의 높이가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서 높이 29m, 9층짜리 나무아파트가 처음 지어졌는데, 당시 건축계에서 세계 최초의 고층 목조 빌딩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다양한 나무빌딩이 건축됐고, 최근 84m 높이의 나무빌딩을 짓기에 이르렀다. 마천루 경쟁이 목조건축으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빌딩의 비밀

오스트리아 빈 외곽지역에는 세계 최고층의 나무 빌딩 ‘HoHo’가 세워지고 있다. HoHo란, 독일어로 ‘나무 고층 건물’(Holz Hoch Haus)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4층의 이 빌딩에는 호텔과 사무실,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인데, 승강기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건물 재료의 76%를 나무로 지었다.

고층의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었던 비밀의 열쇠는 바로 ‘CLT’라는 쇠보다 강한 목재에 있다.
CLT(Cross Laminated Timber, 구조용 집성판)라 불리는 이 첨단 공학목재는 길게 자른 나무판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되게 연이어 붙이면 완성된다. 나무의 단점인 휨이나 뒤틀림이 없고 압력에는 더욱 강한 대형 나무 패널이 되는 것이다. 이 CLT는 콘크리트와 벽돌, 철근을 대체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아파트와 사무실 등 빌딩의 주재료로 쓰이고 있다.


■ “화재와 지진에 약한 나무?”...선입견을 깬 첨단 공학목재

나무는 불에 잘 타고 쉽게 부러질 거라는 선입견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유럽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산림인 오스트리아는 20년 전 나무를 공학적으로 가공한 CLT 목재를 처음 개발했다.
건물은 당연히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시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나무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

실험 결과 CLT의 압축강도는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로 월등히 뛰어났다. 콘크리트를 쉽게 부쉈던 실험 장비로 CLT를 부수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도 7 이상의 지진 실험에서도 CLT로 만든 목조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가벼운 무게 덕분이었다.

화재 실험에서도 CLT는 콘크리트, 철보다 훨씬 강했다. 목재에 불을 붙이면 1분 동안 0.6mm, 1시간을 태워도 36mm 정도만 탄화된다. 실제 CLT 기둥을 1,000도 이상의 불로 2시간 동안 태웠지만, 겉면만 숯처럼 까맣게 탄화됐을 뿐 중심부는 멀쩡했다. 반면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는 700도의 온도에도 녹아 무너져버렸다. 한 단계 진화한 첨단 공학목재는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21세기 건축혁명’을 불러왔다.


■ 환경 훼손 아닌, 지구 살리는 목조건축

호호빌딩이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친환경 건축법’이라는 점이다. 건축 과정에서 오로지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건물보다 30만 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자동차로 왕복 80km를 4만 4천 년간 운행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호호빌딩 한 채를 나무로 지을 때 감축할 수 있는 것이다.

고층 빌딩을 짓는 데 목재를 쓰는 것이 오히려 환경 훼손이 아니냐는 물음에, 임업 선진국들은 오히려 숲의 건강성을 돕는 것이라 말한다. 어린나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며 자라지만,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나무가 늙으면 각종 병충해에 약해지고, 주위 나무들까지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일부러 ‘솎아베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를 심으면 대표적 온실가스인 탄소 흡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확한 목재는 건축물 재료로 사용하는 게, 나무에 탄소를 가장 오랫동안 저장해둘 방법이다. 벌목 직전까지 흡수한 탄소를 내뱉지 않고 온전히 담아두고 있는 나무의 특성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인 것이다. 목조건축이 또 하나의 숲, 친환경 건축으로 불리는 이유다.

KBS [시사기획 창]은 쇠보다 강한 목재로 지은 세계 고층 나무빌딩을 통해, 목조건축이 왜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인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건축법인지 취재했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9일 저녁 8시 5분 KBS 1TV를 통해서 방송될 예정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