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언론과 정치의 각본 있는 정쟁 보도

입력 2019.11.10 (21:40) 수정 2020.0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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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자막] 검찰개혁과 함께 떠오른 과제
[자막] 언론개혁
[자막] 정치인이 말을 하면 그대로 받아쓰는 기자
정준희: 특정 정치인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발언을 치는 게 핵심적인 정치 취재의 내용이 되는 거죠.
윤형중: 오직 정치 분야만 사실을 기사로 쓰는 게 아니라 말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분야거든요.
[자막] 관행을 멈추고 저널리즘을 제대로 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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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최욱입니다.

[정세진] 오늘도 강유정 교수님 함께합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정세진]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두 분 초대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표창원] 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의 영원한 새싹, 영원한 초선 표창원입니다.

[정세진] 초선으로 그냥 끝내시는 건가요?

[표창원] 초선으로 끝까지 기억되고 싶어서요.

[정세진] 그리고 윤형중 랩2050 연구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윤형중] 네,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있는 랩2050의 윤형중이라고 합니다.

[정세진] 연구원 그러니까 또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데 기자 출신이시죠?

[윤형중] 네, 기자를 했었고요. 기자 생활을 한 8년 반 정도 했는데요. 주로 한겨레신문에서 제일 오래 있었고 다른 언론사에도 좀 있었고 그랬습니다.

[정세진] 주로 어느 쪽을 담당하셨나요?

[윤형중] 부서는 보통 그 정도 연차 있는 기자는 한 곳에 오래 있기가 어려워요. 많은 여러 부서들을 돌았고요. 정치부도 1년 정도 있었습니다.

[최욱] 오늘 특히나 화제의 인물 표창원 의원님이 나오셔서 오늘 아주 반갑고 기대가 큽니다. 아쉬움이나 섭섭한 것 같은 건 없습니까?

[표창원] 시원합니다.

[최욱] 시원해요? 정치가 진짜 많이 힘든가 보군요.

[표창원] 무척 힘듭니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강유정] 인터뷰에서 왜 좀비에 물린 기분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 말씀을 저는 어떤 수사학으로 이해했냐 하면 그만큼 호러 영화급으로 굉장히 소각한 세계인가 보다 싶었어요.

[최욱] 좀비 되기 직전이었나 보군요?

[표창원] 네. 물렸는데요. 이 좀비 독이 퍼지기 전에 과감히 잘랐습니다.

[최욱] 큰일 날 뻔했네.

[정세진] 오늘 정치보도의 관행에 대해서 좀 깊이 있게 짚어보는 시간을 저희가 준비를 해 봤는데요. 이 방송은 KBS1TV, myK, wavve, 그리고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검찰과 언론의 공생관계를 지적하고 잘못된 보도 관행을 비판했는데요. 오늘은 정치보도의 관행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는 시간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표창원 의원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마디로 정치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다?

[표창원] 정치 보도의 문제점을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국회의 문제점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게 뭐냐 하면 국회가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정치쇼다 이런 걸 너무 많이 느꼈어요. ‘언론에 의한’이란 거는 언론에 보도가 되잖아요. 그러면 그 다음날 회의에서 특히 법사위에서 모든 사안을 다 다루니까 그걸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요. 언론에 이게 보도 됐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게 진실 아니냐. 그러니까 당신이 문제 아니냐. 언론에 보도됐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기정사실로 놓고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하고 이게 이제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언론을 위한’ 국회의 정치쇼라는 건 다는 아니시겠지만, 많은 분이 거의 배우가 되어 계세요, 그래서 이것이 어떻게 방송에 보일 것이다, 또는 언론에 기사화될 것이다, 안 될 것이다 이걸 이제 염두에 두신 채 주로 발언이나 말씀이나 이런 걸 하시는 분위기가 강해요. 언론에 의해서 거의 뭐 좌지우지되는 국회 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좀 가슴이 아프고 자괴감을 느꼈고요.

[최욱] 만약에 카메라가 없으면 덜 싸웁니까? 진짜?

[표창원] 네.

[최욱] 그거는 확실합니까?

[표창원] 확실합니다. 확실하고요. 카메라가 없는 법안소위 이런 데서는 거의 싸움이 없어요. 논의가 막 주고받고 잘 되고. “이야, 국회가 이런 곳이었네?“ 정말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전체회의 벌어지고 카메라 들어와 있고 그다음에 국회방송은 늘 생중계나 녹화 중계를 하니까 늘 촬영이 이뤄지니까 그 안에서는 전부 이제 긴장된 상태에서 쇼맨들이 되는 거죠.

[최욱] 사실 더 일 제대로 하라고 감시하는 건데 그 감시 때문에 오히려 더 쇼를 보여줘야 하는 거군요?

[표창원] 그렇습니다.

[정준희] ‘정치의 미디어화’(Mediatization of politics: 미디어의 영향이 커지면서 정치가 미디어 노출 기회를 잡기 위해 선정성, 단순화에 매몰되는 현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정치는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데 언론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란 말이에요.

[표창원] 맞습니다.

[정준희] 그런데 마치 언론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처럼 보이고 언론에 의해서 눈에 띄어야 의사 결정에서 힘을 받고 이런 식의 일들이 일어나니까 정치의 질서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요. 그래서 이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지적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미디어화가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아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이유는 민주화 이후에 사실은 불투명했던 정치가 투명한 정치 쪽으로 어쨌든 미디어를 통해서 바뀌면서 나타났던 부대효과(기본이 되는 효과에 곁달아 덧붙는 효과) 라고 볼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정당 정치가 굉장히 약하고 어떤 민의에 의해서 그것이 어떤 정치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동력이 되는 틀이 너무 약하다 보니까 모든 것을 미디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이게 만들어진 한국 정치의 좀 더 독특한 구조라고 할 수 있죠.

[표창원] 또 하나 문제를 느낀 게 뭐냐 하면 언론 보도가 정치 이슈나 기사는 완전히 그냥 정해져 있는 대결 구도로만 주로 보도를 해요. 그래서 딱 만들어져 있는 여야 간의 날선 공방, 혹은 이런 정쟁 이렇게 되는 것만 다루거나 혹은 정쟁적인 게 아닌 것도 정쟁적으로 살짝 변화시켜서 역시 대결 구도로 보도를 해버려요. 그렇게 되니까 이게 정치가 사실은 사회 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역할이 더 중요할 텐데 반대로 없는 갈등도 만들어내고, 있는 갈등은 더 증폭시키는 언론과 정치 간의 어떤 콜라보레이션, 그런 식의 협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대단히 부정적인 사이클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많이 느껴집니다.

[강유정] 정치인이 배우라면 드라마타이즈(dramatize: 각색하다, 극적으로 보이게 하다)를 누가 하는가 생각했더니 시놉('시놉시스'의 앞 글자 '시놉'을 따서 사용하는 준말 영화나 드라마 따위의 간단한 줄거리나 개요를 뜻함)을 국회가 주고 플롯(plot: 구성)을 언론이 짜는 것 같네요. 그래서 하나의 어떤 극이 완성이 돼서 지금 말씀하신 갈등 이런 것들이 있는 것들이 반영된다기보다 약간 생성되고 현실이 재구성 되고 있는 측면이 좀 커 보입니다.

[표창원] 그 극이 예를 들어 있는 사회문제를 잘 드러내고 해결을 향한 어떤 가이드라인이 된다면 괜찮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갈등이 1%와 99% 간의 지금 뭐 최저임금이라든지 경제적인 구조를 둘러싼 큰 갈등이 있다고 본다면 이 본질을 드러내주고 이걸 어떻게 크게 충돌 없이 혹은 한쪽의 희생 없이 해결할까 이걸로 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주장하는 정치인 개인의 말, 표현, 둘이서 라이벌 구도 이렇게만 쭉 간단 말이에요. 그러면 실제 본질 갈등의 내면, 심연 이런 것들은 완전 묻혀져 버려요. 그런 게 너무 허탈한 거죠.

[최욱] 그런 것 때문에 계속 정치인들이 배우화 되어 간다는 건데.

[표창원] 맞습니다.

[최욱] 그러면 배우가 되려면 뭔가 좀 연기를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선 의원들은 연수 같은 데서 그런 걸 배웁니까? 언론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이런 것들을...

[표창원] 저희가 초선의원 연수 같은 데 언론에 대해서 듣는 것은 단지 “조심하라” 정도예요.
[최욱] 조심하라고요?

[표창원] 말, 설화에 어떻게 휘말리고 어떻게 하면 한 방에 훅 가고 그리고 그 초선의원들 특히 생각 없이 던진 말 몇 마디 때문에 언론에 비화가 돼서 당에 어떤 충격이 가고 대개 이런 것들만 받지 퍼포먼스를 어떻게 하고 연기를 어떻게 할지 전혀 알려주진 않는데요. 관찰을 해보다 보면 각각의 정치인들이 보통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이 사람들이 언론에 방송에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감으로 알아요. 그래서 한번 제가 모 의원의 그런 앞뒤의 상황들을 설명을 드렸더니 영화감독께서 그건 그냥 메서드 연기(method acting: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걸 알아요. 7분의 질문 시간이라고 하면 이 7분의 질문 시간을 어떻게 클라이맥스까지 감정을 고조로 끌어올려서 샤우팅으로 터뜨리고 마무리를 해서 자신의 그 발언과 질의가 임팩트 있게 딱 SNS나 또는 방송에 나가는지 이걸 알고 그걸 그냥 터뜨리면 부자연스럽잖아요. 그런 것들이 가능하도록 하는 감정의 고조를 쫙 스스로가 이끌어 올려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가르쳐줘서 형성되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 부분들을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좀 저도 저렇게 될까봐 두려운 점이 있죠.

[최욱] 지금까지 정치 낙오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론 기자 낙오자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지난 방송에서 우리 교수님께서 법조팀에 가는 기자들은 에이스다, 이른바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러면 정치부 기자는 어떤 사람들이 가는지 궁금하네요.

[윤형중] 정치부 기자는 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에이스만을 골라서 가는 건 아닌 것 같고요. 분명히 중요한 출입처인 건 맞죠. 정치부 기자들은 이제 약간 고전적인 마인드로는 언론사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밟아나가야 할 코스로 인식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데 제가 겪어보니까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거는 처음 기자가 됐을 때 정치부 출입처를 가는 것이 그렇게 그 기자의 성장에 좋진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왜 그러냐면 정치, 우리나라의 출입처 중에서 제일 특이한 출입처가 정치라고 할 수 있는 게,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요. 당연히 검증을 해야 해요, 그 말에 대해서. 그런데 오직 정치 분야만 사실을 기사로 쓰는 게 아니라, 말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분야거든요. 그래서 많은 초년생 기자들이 그 말을 많이 받아 적고 말을 모으고 약간 이런 일들을 하기 때문에 진짜 사실이 무엇이고 그걸 검증하는 꼼꼼히 검증하는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이 제가 보기에 옆에서 지켜봤을 때는 좀 안타깝더라고요.

[정준희] 에이스 이야기를 했으니까 약간 덧붙이면 이게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니까 그리로 간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걸 거쳐 가는 과정이 이른바 에이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좀 더 정확해요. 이를테면 사회부나 이런 데는 초년 기자들이 많이 가서 전체를 뒤져보는 거고 주로 경찰청을 많이 가죠. 그다음에 법조를 거쳐 가면 한 번 더 이제 좀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그다음에 정치나 경제 또는 산업부 이런 쪽으로 많이 가거든요. 이쪽은 이익이 또 다뤄집니다. 나중에 인맥을 만들 수 있는 나중에 중요한 부처이기 때문인데 이게 왜 그러면 에이스가 길러지는 구조일까? 이건 마치 검찰이 공안이나 특수를 거치면 에이스로 길러지는 것과 대개 유사한 구조예요. 결국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굉장히 중요한 권력의 소재들이고 그 권력의 소재와 인맥을 맺고 좋은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언론 측면에도 좋고 정치 측면에도 좋고 검찰 측면에도 좋고 서로 다 그렇다고 하는 그런 부분이죠.

[정세진]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하루를 저희가 좀 취재를 해봤는데요. 영상을 함께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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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1] 정치부 기자의 하루
[자막] 10월 29일 정치부 기자의 하루
[자막] 08:00AM 국회 기자실 출근
[자막] 09:20AM 각 정당 회의 취재
국회 출입기자 A: 기본적으로 각 당이 오전에 회의를 다 하고요.. 오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회의가 열리니까, 국회에서 최소한 10~15개 회의는 상시적으로 열린다고 봐야죠.
Q. 정치인 발언 ‘받아쓰기’ 취재에 도움 될까?
국회 출입기자 A: 소모적이죠. 너무 속보에 매달리다보니까 거기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거죠. 정말 필요한 확인, 비판, 제언, 이런 것들은 사라지니까...
[자막] 10:00AM 교섭단체 대표 연설
[자막] 대표연설 끝난 뒤 여야 원내대표의 ‘백브리핑’
한국당 출입기자: 한국당 내에서도 표창장 수여한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자막] 백브리핑 종료와 동시에 기사 작성, 송고
[자막] 11:00AM 정론관 각종 브리핑
Q. 쏟아지는 국회 일정, 어떻게 감당할까?
국회 출입기자B: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모여 구성하고요. 주요 현장에 가서 거기 발언을 타이핑을 쳐 공유하는 방식이 꾸미(취재 편의를 위해 만든 기자 소모임)가 돌아가는 방식이죠. 혼자서 다 현장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힘을 모으자는 거죠.
[자막] 12:00PM 오전 일정 종료
국회 출입기자B: 의원들, 보좌관들을 함께 만나는 것도 꾸미의 주요 기능 중 하나죠. 독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 친밀감, 신뢰감이 쌓이면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한 답변을 훗날 들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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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일과를 좀 들여다봤습니다. 최욱 씨는 어떻게 보셨어요?

[최욱] 힘드네요, 기자들. 그리고 취재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정세진] 왜요?

[최욱] 바닥에 앉아서 계속 타이핑하고.

[정세진] 저기보다 더 열악한 데 많아요.

[최욱] 아 그렇긴 하죠.

[표창원] 그래서 지난번에 걸레질 발언이 나오고 난리가 나고.

[최욱] 그랬죠.

[표창원] 다시 바닥이 아니라 이제 안으로 모시고 이렇게 변화가 있었죠.

[강유정] 저 정도면 속기사분이 계셔서 다 속기하신 다음에 자료를 보내준 다음에 기자 분들은 거기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이러면 안 되나요?

[최욱] 그거 아이디어네요.

[윤형중] 모든 언론사들이 받아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어요. 모든 언론사들이 오전에 회의 시간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그때 많은 기사 아이템들이 정해지는데 이 발언들을 기초 자료로 해서 그날의 기사들을 많이 선정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때 그 자료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전체적인 회의장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 역할 분담, 구분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복도 같은 데서 벌어지는 건 누구 한 명 놓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까지 좀 정치인분들과 언론인들이 서로간의 협의를 좀 하면 여러 취재 관행들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표창원] 참 저도 매일 안타까웠던 게 뭐냐 하면 기자분 한 분 한 분이 우리사회의 대단한 자원이고 엘리트들이신데 그냥 그걸 받아쓰기 하느라고 그 많은 시간을 노력을 허비하고 계신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지난번에 왜 오바마 대통령이 왔을 때 질문 해달라고 했을 때 우리 기자들이 갑자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질문을 안 하시다가 중국인 기자가 “그러면 제가 할게요” 이런 좀 웃지 못 할 상황도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기자의 사명은 질문하기가 아닌가 그래서 그 많은 말들이 쏟아질 때 그걸 받아쓰느라 에너지를 소비할 게 아니라, 그걸 다 듣고 나서 딱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서 뭔가 행간의 의미를 캐내고 사실을 밝혀내고 이렇게 해주셨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돼요.

[정준희] 그러니까 이제 비유를 하면 뉴스 취재라고 하는 게 좀 어려운 과정, 들판에 나가서 먹잇감을 구하는 방식이 있고 양식장에 가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 있어요. 그런데 이 정치 취재 과정이 대부분이 양식장과 되게 유사한 형태거든요. 아침마다 양식장 문 열어주면 가서 쫙 가서 물고기 잡고 가는 거예요. 그거는 왜냐하면 만들어진 이벤트이기 때문에, 정치가 해야 될, 그래서 공식적인 브리핑이라든가 이런 식의 몇 가지 되게 잘 정해져 있는 그런 이벤트를 통해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하도록 하고 사실은 나머지는 굳이 그런 식으로 공개해서 뭔가 받아쓰도록 만들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일종의 훈련 과정인 거죠. 그러니까 고기를 되게 쉽게 잡다 보니까 그 고기마저 못 잡으면 아무런 뉴스도 못 다루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말처럼 질문을 해야 하는 들판에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아무런 고기도 못 잡고 뭔가 채집도 못하는 그런 상황들이 지금 만들어져 있는 구조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취재의 구조인 거죠.

[강유정] 게다가 여당 담당자는 여당 의원들 이야기만 받아 적고 야당 담당자는 야당 의원 이야기만 받아 적는데 일종의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같은 물건이라도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습성) 비슷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경제 용어지만 자신이 획득한 정보에 대해서는 약간 과다하게 해석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은 거예요. 양쪽이 정말 그런 의견을 내세웠을 때 제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기자란 분석을 하고 거기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게 기자인데 그렇게 노력하고 힘들게 해서 나온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입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부재하다 보니 기자가 하는 역할은 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거죠.

[윤형중] 사실 그 매일매일 최고위원과 대표께서 말씀하시는 사안들이 바뀌거든요. 내가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상당 부분 기자들이 정당 부분의 출입처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상임위(국회에서 각 전문 분야에 따라 위원을 나누어 조직한 늘 설치되어 있는 위원회)를 나눠서 출입처를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한국 언론에서 굉장히 약하죠.

[정세진] 현장에 저렇게 있으면 그런 생각이 다 안 드는 거 아니에요?

[윤형중] 시간이 없어요, 너무 여유가 없어서.

[표창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게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까 정치부 기자분들과 만나게 되잖아요. 그러면 조두순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하면 그 깊이를 아실 수가 없죠, 그쪽 분야가 아니니까. 그런데 커버는 해야 하고 취재는 해야 하니까 표면만 나가는 거예요. 그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른 부분도 다 마찬가지일 것 같고 그래서 정치부를 이렇게 크게 키울 필요 없이 각각의 상임위별로 해당되는 부처에서 커버를 하시고 정치부 기자는 좀 더 정치현상 그 자체에 좀 전문적이었으면 좋겠다. 각 당의 숨겨져 있는 움직임, 그다음에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것, 왜 이러한 것들이 나왔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 그래야 한국 정치 전체를 그냥 받아쓰기가 아니라, 언론의 시각으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해부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고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라고요.

[정준희] 사실은 정당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거예요. 특정 정치인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발언을 대사로 치는 게 주요 캐릭터의 대사로 치는 게 핵심적인 정치 취재의 내용이 되는 거죠. 그 과정에서도 이것도 사실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여야거든요, 여야. 결국에는 이거는 현재의 권력과 잠재적 권력을 취재하는 거고 이 현재적 권력과 잠재적 권력 사이의 갈등을 대상화 시켜서 표현하는 방법을 써서 향후에 권력의 향방을 추론하도록 만드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는 거죠. 실질적인 정책이나 사실은 정당의 정강, 또는 이념, 이게 관심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거죠.

[표창원] 그런 식의 보도가 예를 들어 야구 경기가 벌어지는데 그 타자가 안타를 쳤느냐, 홈런을 쳤느냐 아니면 삼진아웃을 당했느냐 보다도 그 타자가 예를 들어 머리를 만졌는데 그 머리에서 뭔가 떨어졌다든지 혹은 경기장에 누군가가 난입을 했다든지 이런 경기 외적 요소만을 화제성 있는 것만 막 부가시켜서 보도한다? 그러면 그 스포츠가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최욱] 죽죠.

[표창원] 그러면 그 스포츠 선수들의 기량이 어떻게 되겠느냐. 제가 느끼는 게 그거예요. 저희도 어떻게 본다면 플레이어일 텐데 플레이어로서 얼마나 열심히 잘 준비해서 제대로 잘하느냐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요. 어떤 충격적인 말을 던졌고 누가 어떻게 했고 이것만 다뤄지다 보니까 힘이 쫙 진이 빠지는 거죠. 그런 현상만큼은 좀 수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정준희]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가 안타를 잘 쳐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표창원] 그러니까요.

[정세진] 기사 내용을 좀 몇 가지 짚어보면서 이야기를 더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요즘 정치권 화두는 사법개혁안 처리 문제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신속 처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 개혁 법안 중에 공수처법을 먼저 협상하겠다고 밝히자,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을 했었는데 10월 20일에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방송 뉴스 보도 내용만 먼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KBS 9시 뉴스는 <장외 집회 힘 받은 여야 “공수처법 속도전” vs “결사저지”>라는 제목을 붙여서 리포트를 보도했고요. MBC 뉴스데스크는 2개의 리포트에 각각 <검찰 개혁 강공나선 여 “공수처법 우선 처리”>, <한국당 “가짜 개혁” 강력 반발… “4당 공조 가능할까”?> 이런 제목의 리포트를 냈습니다. SBS 8시 뉴스에서는 <‘검찰 개혁 촛불’ 다음날, 여 “공수처법 우선 협상”> 이라는 제목을 써서 방송을 했는데요. 일단 내용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굳이 뭐 이렇게 다 따로따로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받아 쓴 내용들이 영상으로 전달이 됩니다. 일단 이 방송 뉴스 보도에 있어서 정치 뉴스에 대한 문제를 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최욱] 의원님께서 야구에 비유를 하셨는데 그 야구보다 좀 질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야구나 축구 경기를 볼 때 내 편, 상대편 미리 다 정해져 있잖아요. 정치도 마찬가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축구 같은 경우에는 경기 내용을 보고 내용이 안 좋으면 우리 편도 막 비판을 하거든요. 저런 걸 저렇게 못할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내용이 안 드러나니까 비판할 거리가 내용적으로 없다는 거죠. 그런 측면은 스포츠 보도보다도 못하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정세진] 최욱 씨 오늘 탁월하네요.

[최욱] 탁월합니까?

[표창원] 저희도 가장 답답한 게 이 공수처의 내용을 좀 알려드리고 싶은 거거든요. 그래서 전국 돌아다니면서 토크 콘서트도 하고 공수처 알리기 자료 SNS에 올리기도 하지만 언론과 방송만큼의 파급 효과는 전혀 없죠, 당연히. 그런데 언론과 방송에서는 딱 공수처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싸움을 위한 하나의 장일뿐이에요. 공수처가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고 이것을 둘러서 여야가 어떻게 치고받고 때리고 하느냐, 가장 극단화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나 자유한국당이나 가장 극단적으로 상대방이 틀렸음을 주장하고자 하는 그런 심리적인 상황으로 몰려들어요. 그래서 공수처 반대하는 저들은 부패한 자들 이런 식의 반대 저쪽은 공수처는 중국, 북한 같은 독재도구, 이러면 어떻게 토론이 됩니까? 대화가 됩니까? 국민들은 내용을 알 수도 없고, 야 이거 그러면 어느 편에 서야지. 이런 진영 논리밖에 안 남게 되거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정준희] 공수처라고 하는 것들을 밀고 있는 쪽에서는 어떤 철학에 바탕을 두고 이거를 지금 해결하려고 하느냐. 그걸 반대하는 자들은 사실 철학이 있을 거 아니에요? 차라리 그거라도 드러나면 그나마 대립구도로 한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대립이 만들어지는 건데 여기서 지금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 건 다 속도전이에요. 내용을 보면 “힘 받은 여야” “속도전” “결사저지” 대립구도로 이제 표현하고 그다음에 “검찰 개혁 강공 나선” 그다음에 “공수처법 우선 처리”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가짜 개혁 강력 반발” 이런 식의 표현을 쓴단 말이에요. 이게 그러니까 본질을 반영한다고 아마 이 저널리스트들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만약에 이게 본질이라면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 거죠. 속도를 빨리 해야 하고 그걸 막아야 하는 게 핵심의 정치적인 대립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후진 거거든요. 이 안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죠.

[윤형중] 진영 행정 자치 행정안전부 장관이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충돌했을 때 한 번 기억을 한 번 해보세요.

[표창원]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윤형중] 네,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어떤 기억이 남으세요?

[표창원] 항명, 들이받았다.

[윤형중] 권력자와 굉장히 중요한 실세였던 사람이 들이받았다.

[표창원] 그거 밖에 없죠?

[윤형중] 그것만 남아 있잖아요. 하지만 그때 뭘 가지고 들이받았냐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할 것인지 안 연계할 것인지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이에요. 우리의 미래가 달린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인데 언론들은 그걸 자세하게 안 다뤄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공수처라는 게 과연 완벽한 솔루션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게 천착(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을 해야 하거든요. 아닐 수도 있어요. 맞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제도 하나만으로 바뀌지 않아요. 사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론들이 다루고 정치권에서 그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악순환이에요.

[표창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수처에 대한 깊이 있는 리포팅(reporting: 보도)을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취재도 많이 해야 하고 글도 여러 차례 퇴고하면서 수정하면서 써야 되겠죠. 시간도 많이 들어가죠. 그런데 그러한 기사와 만약에 나온다고 할 때 지금 이렇게 대결 구도로 몰아서 강한 멘트를 따옴표 내서 붙여낸 기사와 어느 기사가 더 많이 팔릴까요? 어느 기사에 더 많은 클릭이 가고 댓글이 많이 붙을까요? 이 가성비 문제가 나타나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우리의 언론 현장 자체가 이미 산업화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그 제4의 왕관 또는 와치독 이러한 권부(권력을 행사하는 관부) 이러한 기능은 이미 상당히 많이 약화되지 않았을까. 저희도 국회에 있다 보면 언론을 위한 정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무엇이 잘 날 것이며 만약에 “언론과 방송에 우리가 밀린 듯이 비춰지면 우리는 지지율 떨어지고 안 돼” 라는 이러한 방어심리가 있어요. 공수처 이것도 딱 보는 것이 공수처에 있어서의 수정 보완 이게 아니라 “이거 저쪽 거야?”, “이거 통과 시켜주면 우리가 지는 거야.”, “이거 만약에 못 통과시키면 우리가 져” 이런 구도와 상태가 남아져버린 거죠. 너무 과밀화되어 있고, 과잉화되어 있고 산업화 되어 있는 방송 언론에 국회가 함께 따라가는 이 구조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정세진] 사실 이런 중계 현장 중계식의 보도, 정치 보도 뒤에 오늘의 공방의 주요 의미, 중요 의미를 짚어주는 게 하나만 더 붙었어도.

[강유정] 신문에서 논설위원이 해야 할 일들이 그런 일들이잖아요. 그런데 최근 신문 잃다 보면 가장 안 읽게 되는 게 논설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이 정파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글들만 실려 있고 이런 선택을 왜 각 정당들이 여야가 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사실은 원하거든요. 특히 TV 방송 보도 같은 경우도 굉장히 짧기 때문에 전달되지 않는 정보가 많단 말이에요. 현장의 기자들이야 취재가 바쁘지만 각 사의 논설위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해설에 대한 책임을 방기(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 아니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준희] 예전에 김종필 전 총리가 했던 “자의 반 타의 반”(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이르는 관용구)이라든가 이런 식의 표현 같은 것도 유명한 정치적 발언이 되잖아요. 그래서 70년대라든가 그때부터도 기본적으로 기자가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하는 양상들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보다도 안 좋아졌다 정치 보도가 저는 그렇게 평가하거든요. 종편 그러니까 옐로우(황색 언론화)가 TV로 진출하는 순간 나타난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커멘테이터(commentator: 신문·방송의 해설자) 해설자라는 사람이 등장을 하고 오락적 정론장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어떤 영역이 열려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는 언론과 정치 보도의 측면에서 아까 구조로 돌아갈 때 저는 사실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보거든요. 정치인들도 있고 언론인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구조로부터 빠져나오는 뭔가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가 없다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 모든 게 옐로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심지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방송조차도 옐로우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정세진] 지상파 3사 정도는 어떻게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정준희] 그렇죠.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는 게 저는 근본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봐요.

[정세진] 또 다른 정치 보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기사들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는 정치인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전한 그런 케이스인데요.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자유한국당에서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 이런 방안에 대해서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24일 “당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황 대표가 “가산점에 관해서 생각해본 바가 없다” 이렇게 말을 바꿨는데요. 해당 소식을 전한 언론들, 다행히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좀 눈에 띄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공천 가점 방침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결정된 것이 없다면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표현했습니다. 이것도 기사 4면의 하단에 작게 실린 정도였습니다. 이런 동아일보의 기사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윤형중]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언론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당 내부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있거든요. 분명히 패스트트랙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당에서는 나름대로 또 메시지를 줘야하겠는데 또 다른 사람들도 또 있잖아요. 이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 양측을 어느 정도는 만족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이쪽에다 주고 저쪽에도 주고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뀌고 이런 식을 통해서 약간 그 언론을 통한 정치 나쁜 정치 행위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시도들이 정당 출입하다 보면 누구는 막 지르는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그걸 수습하는 이야기를 하고 이런 식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제 언론들을 활용하는 수가 있는데 거기에서 언론들이 어떻게 보면 놀아나는 거죠.

[정준희] 현재 한국의 유권자들이나 여론 지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기에 이와 같은 행동을 했을까. 그게 저는 그 효과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장외 집회라든가 이런 게 정치적 효과가 있다라고 판단을 했고, 그다음에 이를테면 조국 전 장관의 낙마가 결국은 정치적 승리라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 자축의 분위기가 된 겁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 건데 바깥으로 일단 나가보고 나니까 “앗 뜨거워” 하는 반응이 오는 거죠. 단지 정치적 반대 세력으로부터 비판이 오는 게 아니라, 이른바 중도라든가 일반적인 시민들로부터도 상당히 의아한 반응들이 나오니까 그때 가서야 말을 뒤집는 형태를 취하고, 그 말을 뒤집어준 말을 그대로 또 보도해주는 그런 형태를 취한 거기 때문에 이 앞 단계에서 이런 걸 이야기하고 보도해주는 형식 자체가 굉장히 일반적인 대중의 감과 떨어져 있는 서로가 굉장히 일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정세진] 또 하나 정치 보도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따옴표로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사실관계가 다른 그런 틀린 주장을 그대로 계속 반복적으로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서 보도할 때 문제인데요. 그 한 예로 자유한국당 검찰수사 방해이자 가짜 개혁이라고 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권이 조국 구하기용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모조리 공수처로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좀 명확히 해주시죠.

[표창원]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죠. 특히 이제 나경원 원내대표가 판사 출신이고 법조인이시잖아요. 당연히 이런 말을 하지 않으실 분인데 사안이 다르다는 걸 아시고요.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죠, 하나는 그 말씀 하시는 그날 본회의에서 설사 공수처법이 현재 올라간 게 통과한다 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공수처장에 대해서 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돼야 해요. 그리고 검사들 수사관들 채용하고 임명하고 그 시간이 다 되면 이미 조국 장관 관련된 수사들은 다 끝나고 재판이 1심 넘어 항소심 들어갈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 조국 관련 수사를 가져온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거죠. 두 번째는 시기적으로도 지금 거의 이제 마무리가 돼서 대부분 기소가 됐어요.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 판사, 고위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나머지 조국 법무부 장관이건 그 가족이건, 대통령, 국회의원 관련된 부분은 수사만 할 수 있지 기소는 현재 검찰이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공수처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어요. 기존 검찰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이걸 다 알고 계시면서 이렇게 하시는 거는 공수처에 대한 순수성의 훼손, 의도의 불순성 이런 것들을 확산시키는 의도만이 남아 있지 않느냐. 너무 안타까운 거죠.

[강유정] 지금 나경원 원내대표 말은 정말 사실 진술이 아니라, 거짓말까지 포함하고 있는 의견 진술인데 그리고 말씀을 다 보면 뭐냐 하면 공허한 수사어들이에요. 그런데 이게 왜 사용이 되느냐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쇼 비즈니스 정책 1번으로 하는 게 모든 인터뷰 담화 주장에 조국 넣기입니다. 조국만 넣으면 장사가 된다고 판단을 하는 거예요. 언론이라고 해서 아무리 원내대표 중요한 사람이라지만 이 수사학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의견 진술을 전부 점검 없이 사실인 양 다시 재구성하느냐, 이거는 언론에서 분명히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세진] 방송뉴스에서 이렇게 항상 여야 입장을 똑같이 내줘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나 기계적 균형에 대한 그게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스타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데.

[정준희] 특히 이제 방송에는 그게 심각하게 구조화가 되어 있는데요. 그거는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방송법상의 이른바 객관성 조항과 공정성 조항이라는 게 있어서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상황에서는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깔려 있고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에서 그걸 위배했을 때 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표창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냐 하면요. 제가 원내부대표를 하면서 있다 보니까 야당에서 뭔가가 나오잖아요. 어떤 강한 발언이나 지적이 나오면 기자분들이 원내대표나 대변인에게 바로 연락을 합니다. “이렇게 나왔는데 반응이 뭡니까? 대응 주세요.”, “아니 대응할 가치가 없어요.” 이러면 “일방적으로 저쪽 이야기만 나갑니다. 반드시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돼요.

[정준희] 그게 이제 내면화가 일어난 거예요. 내면화가 일어나서 사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진실이나 객관성이나 공정성 회피, 훼손시키지 않을 방법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나이브하게 게으르게 두 가지를 붙여 넣어주면 적어도 면피(면하여 피하다)는 할 수 있고 게다가 덤으로 얻는 건 이를테면 야당과의 관계, 여당과의 관계, 하나씩 다 취득 할 수 있고 보이기에 갈등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이득들이 생기는 거죠

[윤형중] 제가 제일 많이 마크맨을 했던 정치인이 홍준표.

[정세진] 받아쓰기 좋은.

[윤형중] 홍준표 의원이신데, 그분 말 세게 하시잖아요. 친박 의원들 상대로 한 때는 바퀴벌레 이런 표현도 쓴 적이 있어요. 그런 표현을 쓰면 언론인들이 말씀하신 대로 물어보죠. 친박 의원한테 가서 "바퀴벌레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질문을 저는 안 했는데 해야 하는 언론이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자괴감이 들어요. 이런 질문을 이런 거 하려고 기자했나.

[정세진] 여러 비판들을 느끼고 있을 텐데요. 정치부에 근무를 했던 KBS 기자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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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2] 정치부 기자들의 고백
Q. 정치인 발언 받아쓰기한 경험?
김덕훈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예전에 오전 9시에 중요한 당의 회의를 하면 공개 부분이 있고 비공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럼 웬만한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공개 부분에서 워딩을 받아 치고 그 다음에 (기자실로) 돌아온단 말이에요? 근데 요새는 비공개 부분도 중요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기자들이 거기 가서 다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회의를 끝낸 정치인이 나오자마자 바로 물어보려고. 가장 빨리 따서 가장 빨리 포털에 전송하려고 이게 경쟁이 되어버려 가지고

Q. ‘받아쓰기’ 보도, 대안은?
최광호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사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고민을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게 사실 불가능하기도 하고. 정치부에서 챙겨야하는 게 되게 많더라고요. 하루 일과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사실 어떤 식으로 해야 제대로 된 정치 기사를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주어지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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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네. KBS 정치부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윤형중] 저도 마찬가지로 비공개 회의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질문했던 기자들 중 한 명인데요. 그 발언만큼은 잘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 있어야 하는 그런 고충들이 있어요. 이런 일들을 하느라고 고민하고 검증할 시간이 너무 없어요. 언론사들마다 좀 역할구분을 해서 그런 속보를 할 매체들은 하지만 모두가 그걸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런 소소한 저항을 하는 이런 고백을 하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그런 움직임이 조직화되었을 때 이 매체, 이런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응원을 해줘야 해요.

[정준희] 실제로 고민이 읽히잖아요. 현장에 계속 있다 보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약간 자괴감도 들고 이런 건데 그 고민이 이제 조직화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거든요. 저는 그 정도만 해도 건전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저는 변명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기자들은 그래도 따옴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의 사초를 기록하는 일종의 사관, 현대의 사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그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결과물이 이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초하고 하는 것의 기록이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만약에 했다면 그것이 자신들의 책무라고 만약에 이야기를 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기록하면 안 되는 거죠.

[정세진] 정당이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일체화 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기사들이 정치 기사들이 나오게 됐는데요. 10월 24일자 한국일보 온라인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공수처 없어서 정경심 구속 가능”… 공수처 반대 명분 기우는 보수야권>이라는 기사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이 조국일가를 무리하게 수사하기 때문에 공수처를 만들고자 했던 청와대 여당이 사법부마저 (정 교수의) 혐의를 인정하니 산 속의 절간이 됐다. 법원이 정 교수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는데도 침묵하는 여권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교수의 구속 사실을 언급하며 ‘공수처가 있었다면 (구속)영장 청구는커녕 수사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없고 다행히 윤석열 검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공수처는 정의를 실현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의를 방해하는 기구’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좀 이야기를 나눠보죠.

[최욱] 나경원 대표야 뭐 제1야당의 대표라고 쳐도 하태경 의원은 공수처에 어떤 대표성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준희] 사실 이 기사는 제가 굉장히 주목해서 봤던 기사인데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 시기가 이른바 공수처법이 부의(토의에 부침)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점이에요. 말 그대로 공수처법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 표 계산을 막 하기 시작하던 시점입니다. 그러면 누가 반대하고 누가 찬성할까 궁금한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발언을 보면 “공수처 없어서 정경심 구속 가능” 굉장히 무리한 주장이죠. 무리한 주장이 일단 하나 나왔고요. 이걸 굳이 “보수야권“이라고 왜 불렀을까? 이거죠. 여야 4당의 공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누가 핵심적으로 반대하고 누가 거기에 핵심적으로 붙어줄까 라고 하는 것을 판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하태경 의원이 괜히 등장한 게 아니에요. 결국은 바른미래당 안에서 일정한 이탈들이 나와야 하는 건데 일단 자유한국당이 일단 반대하고 나서고 있고 이걸 묶어주면 보수야권의 일정한 판이 만들어진다 라고 하는 식으로 길을 열어주는 그런 식의 보도거든요. 저는 이걸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간에 기본적으로 정치적 효과가 그와 같은 시점에서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정세진] 윤형중 연구원님도 이런 어떻게 보면 기자가 이제 정치부 기자가 정치, 정당이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플레이어로서의 행위자로서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윤형중] 제가 또 출입했던 정당은 자유한국당 이었기 때문에 그 일단 취재원인 자유한국당 의원들께서 저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아요. 호의적이지 않고.

[표창원] 의심과 경계죠.

[윤형중] 그런데 그것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가. 과연 유착의 구조적인 문제라면 말씀하신대로 개인과 정치인들, 개인들 간의 유착의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일부 정파적 언론, 정파적 언론과 정당들 간의 유착의 구조인가 이것도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저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고요.

[정세진] 정치부에서 근무했던 KBS 기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들어봤는데요. 이렇게 오래 출입하다 보면 어떤 걸 느끼게 됐는지 이야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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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정치부 기자들의 고백
Q. 출입 정당 입장 동화된 경험?
최광호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비단 정치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출입처에 나가는 기자들이 마찬가지 오류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정치부의 경우에는 정당 출입 기자들의 경우에는 그 정당에 입장에 쉽게 동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김덕훈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심정적으로 동조한다기보다는 논리를 이해하게 된 거죠. 그 사람들이 말하는 논리 자체를 이해를 못하면 매일 매일이 괴로울 거 아니에요. 내가 동의하지도 않는 얘기를 심지어 이해도 못 하고 쓰는 건데, 그래서 이 사람들이 왜 이런 기사를 쓰는지에 대한 이해는 했던 것 같아요.

김기현 (KBS 기자/정치부 3년 근무)
특정 정당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하고, 특정 정당의 논리를 나의 논리로 받아들이는 거는 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자의 수준에서 머무르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당과 야당의 충분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언론사 내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집합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영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사화 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검증 장치가 굉장히 필요하고 그것이 데스크가 됐건, 부장이 됐건 그런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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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언론 안에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오는데요.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강유정] 일단 정치부 기자들 역시도 저는 정치계에 같은 플레이어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어지 단순히 방관자거나 관찰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백이 멈추면 안 되고 변화의 단초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고백이 단순히 변명이 아니라 이렇게 바뀌어야 하겠다는 자기 인식이었으면 좋겠고요. 논리를 이해하게 되는 것 괜찮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언론 길들이도록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이해하는 게 잘못하면 길들여지는 것처럼 저희한테는 보이거든요, 소비자들에게는. 그러니까 길들이지 않았으면. 그리고 아까 마지막으로 김기현 기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데스크를 거치건 부장이 됐건 간에 역할을 해서 검증장치를 마련하는 것. 저는 이미 다 답을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저희가 하고 있는 얘기들, 이 원칙이 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윤형중] 저는 마지막에 김기현 기자께서 한 얘기가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오는데요. 여당과 야당이 충분하게 얘기하는 그런 공론의 장이 사실 언론사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언론사를 세 군데를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물론 어느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언론사 내부 문화가 불필요하게 위계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물론 어느 정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들이 이제 아주 원활하게 이뤄지느냐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언론사 내부 문화에 대한 성찰 그리고 그런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좀 만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세진] 2012년에 발표된 언론 관련 논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공영방송 보도의 공정성 저해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이었는데요.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권한과 경제적 영향력이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출입처일수록 자신의 위치나 조직 내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출입처에 나갈 수 있는 기자는 전체 일반 기자의 19%에 불과하다. 기자들은 희망하는 부서와 출입처를 배정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반면 보도본부의 간부들은 부서와 출입처 배치를 기자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 기재로 활용할 수 있다. KBS는 보직 발탁에서조차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지적이 들어 있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표창원] 너무 익숙해서 왜 익숙하냐하면 국회도 상임위별 우선순위가 있거든요. 그러면 충성심에 따라서 상임위 배치가 이뤄진다든지 검찰도 뭐 특수부와 형사부, 공판부의 차이 우리가 요새 많이 들었잖아요. 판사들도 마찬가지고 왜 대한민국 사회는 모두가 다 위계질서와 가치의 편중으로 이뤄져 있고 그로 인해서 생긴 권력을 자신에게 가깝거나 충성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구조로 되어 있을까 이것이 대한민국 구조의 불공정성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 부분을 다 각자 영역마다 타파를 하고 혁신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금이야 검찰이나 사법개혁 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 있지만 정치도 똑같고 언론도 똑같고 혁신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저는 양심이라는 표현 같아요.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의 그런 명예와 자기 존중, 양심 이 부분만큼은 굳건히 좀 지켜나갈 수 있는 그런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식의 일들이 유난히 많이 일어나는가에서 일본하고 한국의 저널리즘 체계가 유사한 측면들이 있어요. 지금도 일본은 마크맨이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거의 공동생활을 하는 기자팀들이 있고 같이 아침밥도 먹고 그러면서 거기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그게 보도로 이어지는 그런 경향들이 있고 기본적으로 일본의 정치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어떨 때는 괜찮은 측면이 있지만 상당히 좀 이렇게 이른바 서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취재원과의 거리가 굉장히 너무 없다고 하는 그런 식의 비판을 받는 것과 유사한 구조가 한국에도 사실은 굉장히 수입이 됐었어요. 특히나 이게 70년대, 80년대 때 유력 정치인의 집에서 실제로 의숙하면서 지냈던 그런 식의 사람들 굉장히 많았고. 그 사람과의 거의 정치적 동맹까지 맺으면서 정치인으로 진출하는 그런 기자들의 경우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게 지금처럼 매체도 많아지고 조금씩은 바뀌어 갔죠. 실제로 지금은 이제 특정 유력 정치인과 함께 밥을 먹는다든가 이런 것들이 일상화 돼 있는 그런 형태는 아니지만 이 흐름 자체는 굉장히 좀 여전히 좀 남아 있고 그럼으로써 정치인과 상당히 의식적으로 동일해지거나 또는 그들로부터 굉장히 유력한 정보를 그런 방식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관행으로 많이 남아 있는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형중] 사실 언론인들이 따옴표를 써서 인용하는 게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더 많이 따옴표를 쓸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해요. 질문하는 그런 언론인들이 더 많아지고 질문하는 언론인들에 대한 보상이 없어요. 질문은 공공재거든요. 질문해서 받는 답변들은 모든 사람이 다 받아치거든요. 좋은 질문을 한 언론이 정치권의 언론 현장에서 보상을 받지 못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좋은 질문이 없진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질문이 많이 나오고 그런 질문을 하는 언론인들이 많이 독려가 되는 저는 여태까지 많은 비판적인 현상들을 많이 다뤘는데 잘하는 기자들, 또 열심히 하는 기자들을 좀 북돋아주는 역할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준희] 되게 좋은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질문한 사람이 크레딧을 가져가야 하거든요. 좋은 질문을 한 기자가 발언을 얻었기 때문에 모두가 보도하더라도 질문한 기자가 기억되는 것, 이게 이제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지금은 어떠냐면 정치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유력한 정보를 특정 기자들한테 흘려주거든요. 그러면 그 기자 개인들은 특종을 얻고 단독을 얻기 때문에 이득을 얻죠. 그리고 그걸 가져간 언론사는 경쟁관계에서 이득을 얻어요. 하지만 공중의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 아니거든요. 그거는 이 개별 언론사들이 특종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경쟁적 관계에서의 이득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질문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 자에게 우리가 신뢰를 주고 그다음에 보상을 주는 이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세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질문 더 드리겠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자기 발언 직접적으로 하고요. 또 자기주장이 확실한 정치 시사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그런 시대인데요. 기존의 기성의 언론들의 지금 같은 정치 보도 스타일은 이제 경쟁력이 완전히 없어지겠다 라는 그런 위기감을 다 갖고 있을 겁니다. 기성 언론들은 KBS 공영 방송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인력풀을 가지고 있거든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KBS는 특히나?

[정준희] 그러니까 달라져야죠. 지금 현재 언론과 가장 다를 수 있는 물적 조건과 인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라고 한다면 다른 보도를 해야 해요. 예를 들면 조국 전 장관 검증 국면에서도 남들보다 하루 이틀 늦게 가더라도 이쪽이 훨씬 더 정보를 갖추고 있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초기에는 아마 주목을 못 받겠죠. 당연히 단독이나 특종이 주목을 받게 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면 결국은 이쪽이 가장 단단하게 정보를 쌓아가고 있었어라는 걸 확인해주는 걸 해야 하는데 일반 언론사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걸 못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공영방송 같은 경우는 그래도 잠깐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돈 측면에서든 인적 측면에서든 간에. 그래서 그거를 먼저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요. 정치인의 발언이나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상임위 위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정책에 대한 보도를 하고 정치는 비평과 어떤 향후 분석 이런 거 위주의 보도를 차별성 있게 해주면 그리고 그것이 이에 공영방송 덕분이라고 주목을 받으면 따라올 수 있는 언론사들이 생겨나게 되는 거잖아요. 결국은 변화의 씨앗은 양심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조건이 나은 자들에게서 시작이 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회 엘리트가 봉사해야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거잖아요. 저는 공영방송이 그런 식의 역할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봅니다.

[강유정] 저는 두 가지라고 보는데요. 하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이나 절대로 못 따라오는 깊이감을 이미 갖고 있다고 보고요. 정치부 기자가 잘 모르는 것 왜 사회부 기자가 같이 물어봐도 이야기 못합니까? 그리고 굉장히 긴 인터뷰가 있었을 때 기자들이 이런 촉으로 이렇게 기사를 썼다면 이 나머지 부분들을 가령 PD라든가 다른 제작팀에서 탐사 보도를 한다든가 더 깊이 있는 연속 있는 보도를 왜 못 만듭니까? 가능하다고요. 그게 오히려 기존 언론사는 훨씬 더 많은 인력풀과 전문적인 전문가들과 그리고 접촉할 수 있는 기존의 라포(rapport: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놓은 많은 또 다른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데 그걸 하지 않고 너무 과거 형태로 업무 분장된 형태로 출입처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전문 영역 안에서만 하겠다는 게 오히려 유튜브처럼 그쪽에 굉장히 특화된 전문성으로 특화돼서 한 쪽만 파고 있는 새로운 유튜브나 어떤 SNS 미디어에 밀리는 건 갖고 있는 걸 잘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표창원] 제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BBC를 취재해서 논문을 쓴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이제 경찰관서에서 수없이 많은 미디어가 취재 요청을 해오고 사건에 대한 정보를 원할 때 BBC <크라임 워치>라는 매체에는 줍니다. 다른 매체는 주지 않고요. 왜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하나 같이 제가 38개의 경찰청을 가서 물어봤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은 BBC니까요. 믿을 수 있으니까 잘못 오용 남용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으니까 라는 것이었어요. 과연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KBS가 그런 답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저는 한번 드려보고 싶어요. 취재원들에게 그것은 지금 유튜브든 뭐든 아무리 자극적이고 아무리 세고 아무리 독자들을 순간적으로 현혹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얻을 수 없는 건 신뢰거든요. 재미는 줄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KBS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은 신뢰라고 생각을 합니다.

[윤형중] 또 하나만 말씀 드리자면요. 저는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취재를 할 때 과연 저는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에요. 한국사회는 정말 그 정도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서 밝혀내야 할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불평등 구조를 제대로 드러내게 하려면 KBS같은 데서 해야 돼요. 그 정도 인력과 자원이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열심히 더 노력하겠습니다. 상임위 코너 굉장히 괜찮은데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세진] 윤형중 연구원님, 표창원 의원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9시 4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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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언론과 정치의 각본 있는 정쟁 보도
    • 입력 2019-11-10 21:45:06
    • 수정2020-01-12 15:14:11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롤로그]

[자막] 검찰개혁과 함께 떠오른 과제
[자막] 언론개혁
[자막] 정치인이 말을 하면 그대로 받아쓰는 기자
정준희: 특정 정치인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발언을 치는 게 핵심적인 정치 취재의 내용이 되는 거죠.
윤형중: 오직 정치 분야만 사실을 기사로 쓰는 게 아니라 말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분야거든요.
[자막] 관행을 멈추고 저널리즘을 제대로 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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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최욱입니다.

[정세진] 오늘도 강유정 교수님 함께합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정세진]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두 분 초대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표창원] 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의 영원한 새싹, 영원한 초선 표창원입니다.

[정세진] 초선으로 그냥 끝내시는 건가요?

[표창원] 초선으로 끝까지 기억되고 싶어서요.

[정세진] 그리고 윤형중 랩2050 연구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윤형중] 네,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있는 랩2050의 윤형중이라고 합니다.

[정세진] 연구원 그러니까 또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데 기자 출신이시죠?

[윤형중] 네, 기자를 했었고요. 기자 생활을 한 8년 반 정도 했는데요. 주로 한겨레신문에서 제일 오래 있었고 다른 언론사에도 좀 있었고 그랬습니다.

[정세진] 주로 어느 쪽을 담당하셨나요?

[윤형중] 부서는 보통 그 정도 연차 있는 기자는 한 곳에 오래 있기가 어려워요. 많은 여러 부서들을 돌았고요. 정치부도 1년 정도 있었습니다.

[최욱] 오늘 특히나 화제의 인물 표창원 의원님이 나오셔서 오늘 아주 반갑고 기대가 큽니다. 아쉬움이나 섭섭한 것 같은 건 없습니까?

[표창원] 시원합니다.

[최욱] 시원해요? 정치가 진짜 많이 힘든가 보군요.

[표창원] 무척 힘듭니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강유정] 인터뷰에서 왜 좀비에 물린 기분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 말씀을 저는 어떤 수사학으로 이해했냐 하면 그만큼 호러 영화급으로 굉장히 소각한 세계인가 보다 싶었어요.

[최욱] 좀비 되기 직전이었나 보군요?

[표창원] 네. 물렸는데요. 이 좀비 독이 퍼지기 전에 과감히 잘랐습니다.

[최욱] 큰일 날 뻔했네.

[정세진] 오늘 정치보도의 관행에 대해서 좀 깊이 있게 짚어보는 시간을 저희가 준비를 해 봤는데요. 이 방송은 KBS1TV, myK, wavve, 그리고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검찰과 언론의 공생관계를 지적하고 잘못된 보도 관행을 비판했는데요. 오늘은 정치보도의 관행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는 시간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표창원 의원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마디로 정치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다?

[표창원] 정치 보도의 문제점을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국회의 문제점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게 뭐냐 하면 국회가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정치쇼다 이런 걸 너무 많이 느꼈어요. ‘언론에 의한’이란 거는 언론에 보도가 되잖아요. 그러면 그 다음날 회의에서 특히 법사위에서 모든 사안을 다 다루니까 그걸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요. 언론에 이게 보도 됐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게 진실 아니냐. 그러니까 당신이 문제 아니냐. 언론에 보도됐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기정사실로 놓고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하고 이게 이제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언론을 위한’ 국회의 정치쇼라는 건 다는 아니시겠지만, 많은 분이 거의 배우가 되어 계세요, 그래서 이것이 어떻게 방송에 보일 것이다, 또는 언론에 기사화될 것이다, 안 될 것이다 이걸 이제 염두에 두신 채 주로 발언이나 말씀이나 이런 걸 하시는 분위기가 강해요. 언론에 의해서 거의 뭐 좌지우지되는 국회 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좀 가슴이 아프고 자괴감을 느꼈고요.

[최욱] 만약에 카메라가 없으면 덜 싸웁니까? 진짜?

[표창원] 네.

[최욱] 그거는 확실합니까?

[표창원] 확실합니다. 확실하고요. 카메라가 없는 법안소위 이런 데서는 거의 싸움이 없어요. 논의가 막 주고받고 잘 되고. “이야, 국회가 이런 곳이었네?“ 정말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전체회의 벌어지고 카메라 들어와 있고 그다음에 국회방송은 늘 생중계나 녹화 중계를 하니까 늘 촬영이 이뤄지니까 그 안에서는 전부 이제 긴장된 상태에서 쇼맨들이 되는 거죠.

[최욱] 사실 더 일 제대로 하라고 감시하는 건데 그 감시 때문에 오히려 더 쇼를 보여줘야 하는 거군요?

[표창원] 그렇습니다.

[정준희] ‘정치의 미디어화’(Mediatization of politics: 미디어의 영향이 커지면서 정치가 미디어 노출 기회를 잡기 위해 선정성, 단순화에 매몰되는 현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정치는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데 언론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란 말이에요.

[표창원] 맞습니다.

[정준희] 그런데 마치 언론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처럼 보이고 언론에 의해서 눈에 띄어야 의사 결정에서 힘을 받고 이런 식의 일들이 일어나니까 정치의 질서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요. 그래서 이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지적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미디어화가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아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이유는 민주화 이후에 사실은 불투명했던 정치가 투명한 정치 쪽으로 어쨌든 미디어를 통해서 바뀌면서 나타났던 부대효과(기본이 되는 효과에 곁달아 덧붙는 효과) 라고 볼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정당 정치가 굉장히 약하고 어떤 민의에 의해서 그것이 어떤 정치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동력이 되는 틀이 너무 약하다 보니까 모든 것을 미디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이게 만들어진 한국 정치의 좀 더 독특한 구조라고 할 수 있죠.

[표창원] 또 하나 문제를 느낀 게 뭐냐 하면 언론 보도가 정치 이슈나 기사는 완전히 그냥 정해져 있는 대결 구도로만 주로 보도를 해요. 그래서 딱 만들어져 있는 여야 간의 날선 공방, 혹은 이런 정쟁 이렇게 되는 것만 다루거나 혹은 정쟁적인 게 아닌 것도 정쟁적으로 살짝 변화시켜서 역시 대결 구도로 보도를 해버려요. 그렇게 되니까 이게 정치가 사실은 사회 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역할이 더 중요할 텐데 반대로 없는 갈등도 만들어내고, 있는 갈등은 더 증폭시키는 언론과 정치 간의 어떤 콜라보레이션, 그런 식의 협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대단히 부정적인 사이클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많이 느껴집니다.

[강유정] 정치인이 배우라면 드라마타이즈(dramatize: 각색하다, 극적으로 보이게 하다)를 누가 하는가 생각했더니 시놉('시놉시스'의 앞 글자 '시놉'을 따서 사용하는 준말 영화나 드라마 따위의 간단한 줄거리나 개요를 뜻함)을 국회가 주고 플롯(plot: 구성)을 언론이 짜는 것 같네요. 그래서 하나의 어떤 극이 완성이 돼서 지금 말씀하신 갈등 이런 것들이 있는 것들이 반영된다기보다 약간 생성되고 현실이 재구성 되고 있는 측면이 좀 커 보입니다.

[표창원] 그 극이 예를 들어 있는 사회문제를 잘 드러내고 해결을 향한 어떤 가이드라인이 된다면 괜찮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갈등이 1%와 99% 간의 지금 뭐 최저임금이라든지 경제적인 구조를 둘러싼 큰 갈등이 있다고 본다면 이 본질을 드러내주고 이걸 어떻게 크게 충돌 없이 혹은 한쪽의 희생 없이 해결할까 이걸로 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주장하는 정치인 개인의 말, 표현, 둘이서 라이벌 구도 이렇게만 쭉 간단 말이에요. 그러면 실제 본질 갈등의 내면, 심연 이런 것들은 완전 묻혀져 버려요. 그런 게 너무 허탈한 거죠.

[최욱] 그런 것 때문에 계속 정치인들이 배우화 되어 간다는 건데.

[표창원] 맞습니다.

[최욱] 그러면 배우가 되려면 뭔가 좀 연기를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선 의원들은 연수 같은 데서 그런 걸 배웁니까? 언론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이런 것들을...

[표창원] 저희가 초선의원 연수 같은 데 언론에 대해서 듣는 것은 단지 “조심하라” 정도예요.
[최욱] 조심하라고요?

[표창원] 말, 설화에 어떻게 휘말리고 어떻게 하면 한 방에 훅 가고 그리고 그 초선의원들 특히 생각 없이 던진 말 몇 마디 때문에 언론에 비화가 돼서 당에 어떤 충격이 가고 대개 이런 것들만 받지 퍼포먼스를 어떻게 하고 연기를 어떻게 할지 전혀 알려주진 않는데요. 관찰을 해보다 보면 각각의 정치인들이 보통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이 사람들이 언론에 방송에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감으로 알아요. 그래서 한번 제가 모 의원의 그런 앞뒤의 상황들을 설명을 드렸더니 영화감독께서 그건 그냥 메서드 연기(method acting: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걸 알아요. 7분의 질문 시간이라고 하면 이 7분의 질문 시간을 어떻게 클라이맥스까지 감정을 고조로 끌어올려서 샤우팅으로 터뜨리고 마무리를 해서 자신의 그 발언과 질의가 임팩트 있게 딱 SNS나 또는 방송에 나가는지 이걸 알고 그걸 그냥 터뜨리면 부자연스럽잖아요. 그런 것들이 가능하도록 하는 감정의 고조를 쫙 스스로가 이끌어 올려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가르쳐줘서 형성되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 부분들을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좀 저도 저렇게 될까봐 두려운 점이 있죠.

[최욱] 지금까지 정치 낙오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론 기자 낙오자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지난 방송에서 우리 교수님께서 법조팀에 가는 기자들은 에이스다, 이른바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러면 정치부 기자는 어떤 사람들이 가는지 궁금하네요.

[윤형중] 정치부 기자는 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에이스만을 골라서 가는 건 아닌 것 같고요. 분명히 중요한 출입처인 건 맞죠. 정치부 기자들은 이제 약간 고전적인 마인드로는 언론사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밟아나가야 할 코스로 인식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데 제가 겪어보니까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거는 처음 기자가 됐을 때 정치부 출입처를 가는 것이 그렇게 그 기자의 성장에 좋진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왜 그러냐면 정치, 우리나라의 출입처 중에서 제일 특이한 출입처가 정치라고 할 수 있는 게,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요. 당연히 검증을 해야 해요, 그 말에 대해서. 그런데 오직 정치 분야만 사실을 기사로 쓰는 게 아니라, 말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분야거든요. 그래서 많은 초년생 기자들이 그 말을 많이 받아 적고 말을 모으고 약간 이런 일들을 하기 때문에 진짜 사실이 무엇이고 그걸 검증하는 꼼꼼히 검증하는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이 제가 보기에 옆에서 지켜봤을 때는 좀 안타깝더라고요.

[정준희] 에이스 이야기를 했으니까 약간 덧붙이면 이게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니까 그리로 간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걸 거쳐 가는 과정이 이른바 에이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좀 더 정확해요. 이를테면 사회부나 이런 데는 초년 기자들이 많이 가서 전체를 뒤져보는 거고 주로 경찰청을 많이 가죠. 그다음에 법조를 거쳐 가면 한 번 더 이제 좀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그다음에 정치나 경제 또는 산업부 이런 쪽으로 많이 가거든요. 이쪽은 이익이 또 다뤄집니다. 나중에 인맥을 만들 수 있는 나중에 중요한 부처이기 때문인데 이게 왜 그러면 에이스가 길러지는 구조일까? 이건 마치 검찰이 공안이나 특수를 거치면 에이스로 길러지는 것과 대개 유사한 구조예요. 결국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굉장히 중요한 권력의 소재들이고 그 권력의 소재와 인맥을 맺고 좋은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언론 측면에도 좋고 정치 측면에도 좋고 검찰 측면에도 좋고 서로 다 그렇다고 하는 그런 부분이죠.

[정세진]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하루를 저희가 좀 취재를 해봤는데요. 영상을 함께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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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1] 정치부 기자의 하루
[자막] 10월 29일 정치부 기자의 하루
[자막] 08:00AM 국회 기자실 출근
[자막] 09:20AM 각 정당 회의 취재
국회 출입기자 A: 기본적으로 각 당이 오전에 회의를 다 하고요.. 오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회의가 열리니까, 국회에서 최소한 10~15개 회의는 상시적으로 열린다고 봐야죠.
Q. 정치인 발언 ‘받아쓰기’ 취재에 도움 될까?
국회 출입기자 A: 소모적이죠. 너무 속보에 매달리다보니까 거기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거죠. 정말 필요한 확인, 비판, 제언, 이런 것들은 사라지니까...
[자막] 10:00AM 교섭단체 대표 연설
[자막] 대표연설 끝난 뒤 여야 원내대표의 ‘백브리핑’
한국당 출입기자: 한국당 내에서도 표창장 수여한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자막] 백브리핑 종료와 동시에 기사 작성, 송고
[자막] 11:00AM 정론관 각종 브리핑
Q. 쏟아지는 국회 일정, 어떻게 감당할까?
국회 출입기자B: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모여 구성하고요. 주요 현장에 가서 거기 발언을 타이핑을 쳐 공유하는 방식이 꾸미(취재 편의를 위해 만든 기자 소모임)가 돌아가는 방식이죠. 혼자서 다 현장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힘을 모으자는 거죠.
[자막] 12:00PM 오전 일정 종료
국회 출입기자B: 의원들, 보좌관들을 함께 만나는 것도 꾸미의 주요 기능 중 하나죠. 독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 친밀감, 신뢰감이 쌓이면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한 답변을 훗날 들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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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일과를 좀 들여다봤습니다. 최욱 씨는 어떻게 보셨어요?

[최욱] 힘드네요, 기자들. 그리고 취재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정세진] 왜요?

[최욱] 바닥에 앉아서 계속 타이핑하고.

[정세진] 저기보다 더 열악한 데 많아요.

[최욱] 아 그렇긴 하죠.

[표창원] 그래서 지난번에 걸레질 발언이 나오고 난리가 나고.

[최욱] 그랬죠.

[표창원] 다시 바닥이 아니라 이제 안으로 모시고 이렇게 변화가 있었죠.

[강유정] 저 정도면 속기사분이 계셔서 다 속기하신 다음에 자료를 보내준 다음에 기자 분들은 거기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이러면 안 되나요?

[최욱] 그거 아이디어네요.

[윤형중] 모든 언론사들이 받아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어요. 모든 언론사들이 오전에 회의 시간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그때 많은 기사 아이템들이 정해지는데 이 발언들을 기초 자료로 해서 그날의 기사들을 많이 선정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때 그 자료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전체적인 회의장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 역할 분담, 구분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복도 같은 데서 벌어지는 건 누구 한 명 놓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까지 좀 정치인분들과 언론인들이 서로간의 협의를 좀 하면 여러 취재 관행들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표창원] 참 저도 매일 안타까웠던 게 뭐냐 하면 기자분 한 분 한 분이 우리사회의 대단한 자원이고 엘리트들이신데 그냥 그걸 받아쓰기 하느라고 그 많은 시간을 노력을 허비하고 계신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지난번에 왜 오바마 대통령이 왔을 때 질문 해달라고 했을 때 우리 기자들이 갑자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질문을 안 하시다가 중국인 기자가 “그러면 제가 할게요” 이런 좀 웃지 못 할 상황도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기자의 사명은 질문하기가 아닌가 그래서 그 많은 말들이 쏟아질 때 그걸 받아쓰느라 에너지를 소비할 게 아니라, 그걸 다 듣고 나서 딱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서 뭔가 행간의 의미를 캐내고 사실을 밝혀내고 이렇게 해주셨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돼요.

[정준희] 그러니까 이제 비유를 하면 뉴스 취재라고 하는 게 좀 어려운 과정, 들판에 나가서 먹잇감을 구하는 방식이 있고 양식장에 가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 있어요. 그런데 이 정치 취재 과정이 대부분이 양식장과 되게 유사한 형태거든요. 아침마다 양식장 문 열어주면 가서 쫙 가서 물고기 잡고 가는 거예요. 그거는 왜냐하면 만들어진 이벤트이기 때문에, 정치가 해야 될, 그래서 공식적인 브리핑이라든가 이런 식의 몇 가지 되게 잘 정해져 있는 그런 이벤트를 통해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하도록 하고 사실은 나머지는 굳이 그런 식으로 공개해서 뭔가 받아쓰도록 만들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일종의 훈련 과정인 거죠. 그러니까 고기를 되게 쉽게 잡다 보니까 그 고기마저 못 잡으면 아무런 뉴스도 못 다루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말처럼 질문을 해야 하는 들판에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아무런 고기도 못 잡고 뭔가 채집도 못하는 그런 상황들이 지금 만들어져 있는 구조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취재의 구조인 거죠.

[강유정] 게다가 여당 담당자는 여당 의원들 이야기만 받아 적고 야당 담당자는 야당 의원 이야기만 받아 적는데 일종의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같은 물건이라도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습성) 비슷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경제 용어지만 자신이 획득한 정보에 대해서는 약간 과다하게 해석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은 거예요. 양쪽이 정말 그런 의견을 내세웠을 때 제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기자란 분석을 하고 거기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게 기자인데 그렇게 노력하고 힘들게 해서 나온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입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부재하다 보니 기자가 하는 역할은 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거죠.

[윤형중] 사실 그 매일매일 최고위원과 대표께서 말씀하시는 사안들이 바뀌거든요. 내가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상당 부분 기자들이 정당 부분의 출입처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상임위(국회에서 각 전문 분야에 따라 위원을 나누어 조직한 늘 설치되어 있는 위원회)를 나눠서 출입처를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한국 언론에서 굉장히 약하죠.

[정세진] 현장에 저렇게 있으면 그런 생각이 다 안 드는 거 아니에요?

[윤형중] 시간이 없어요, 너무 여유가 없어서.

[표창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게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까 정치부 기자분들과 만나게 되잖아요. 그러면 조두순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하면 그 깊이를 아실 수가 없죠, 그쪽 분야가 아니니까. 그런데 커버는 해야 하고 취재는 해야 하니까 표면만 나가는 거예요. 그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른 부분도 다 마찬가지일 것 같고 그래서 정치부를 이렇게 크게 키울 필요 없이 각각의 상임위별로 해당되는 부처에서 커버를 하시고 정치부 기자는 좀 더 정치현상 그 자체에 좀 전문적이었으면 좋겠다. 각 당의 숨겨져 있는 움직임, 그다음에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것, 왜 이러한 것들이 나왔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 그래야 한국 정치 전체를 그냥 받아쓰기가 아니라, 언론의 시각으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해부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고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라고요.

[정준희] 사실은 정당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거예요. 특정 정치인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발언을 대사로 치는 게 주요 캐릭터의 대사로 치는 게 핵심적인 정치 취재의 내용이 되는 거죠. 그 과정에서도 이것도 사실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여야거든요, 여야. 결국에는 이거는 현재의 권력과 잠재적 권력을 취재하는 거고 이 현재적 권력과 잠재적 권력 사이의 갈등을 대상화 시켜서 표현하는 방법을 써서 향후에 권력의 향방을 추론하도록 만드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는 거죠. 실질적인 정책이나 사실은 정당의 정강, 또는 이념, 이게 관심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거죠.

[표창원] 그런 식의 보도가 예를 들어 야구 경기가 벌어지는데 그 타자가 안타를 쳤느냐, 홈런을 쳤느냐 아니면 삼진아웃을 당했느냐 보다도 그 타자가 예를 들어 머리를 만졌는데 그 머리에서 뭔가 떨어졌다든지 혹은 경기장에 누군가가 난입을 했다든지 이런 경기 외적 요소만을 화제성 있는 것만 막 부가시켜서 보도한다? 그러면 그 스포츠가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최욱] 죽죠.

[표창원] 그러면 그 스포츠 선수들의 기량이 어떻게 되겠느냐. 제가 느끼는 게 그거예요. 저희도 어떻게 본다면 플레이어일 텐데 플레이어로서 얼마나 열심히 잘 준비해서 제대로 잘하느냐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요. 어떤 충격적인 말을 던졌고 누가 어떻게 했고 이것만 다뤄지다 보니까 힘이 쫙 진이 빠지는 거죠. 그런 현상만큼은 좀 수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정준희]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가 안타를 잘 쳐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표창원] 그러니까요.

[정세진] 기사 내용을 좀 몇 가지 짚어보면서 이야기를 더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요즘 정치권 화두는 사법개혁안 처리 문제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신속 처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 개혁 법안 중에 공수처법을 먼저 협상하겠다고 밝히자,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을 했었는데 10월 20일에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방송 뉴스 보도 내용만 먼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KBS 9시 뉴스는 <장외 집회 힘 받은 여야 “공수처법 속도전” vs “결사저지”>라는 제목을 붙여서 리포트를 보도했고요. MBC 뉴스데스크는 2개의 리포트에 각각 <검찰 개혁 강공나선 여 “공수처법 우선 처리”>, <한국당 “가짜 개혁” 강력 반발… “4당 공조 가능할까”?> 이런 제목의 리포트를 냈습니다. SBS 8시 뉴스에서는 <‘검찰 개혁 촛불’ 다음날, 여 “공수처법 우선 협상”> 이라는 제목을 써서 방송을 했는데요. 일단 내용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굳이 뭐 이렇게 다 따로따로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받아 쓴 내용들이 영상으로 전달이 됩니다. 일단 이 방송 뉴스 보도에 있어서 정치 뉴스에 대한 문제를 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최욱] 의원님께서 야구에 비유를 하셨는데 그 야구보다 좀 질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야구나 축구 경기를 볼 때 내 편, 상대편 미리 다 정해져 있잖아요. 정치도 마찬가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축구 같은 경우에는 경기 내용을 보고 내용이 안 좋으면 우리 편도 막 비판을 하거든요. 저런 걸 저렇게 못할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내용이 안 드러나니까 비판할 거리가 내용적으로 없다는 거죠. 그런 측면은 스포츠 보도보다도 못하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정세진] 최욱 씨 오늘 탁월하네요.

[최욱] 탁월합니까?

[표창원] 저희도 가장 답답한 게 이 공수처의 내용을 좀 알려드리고 싶은 거거든요. 그래서 전국 돌아다니면서 토크 콘서트도 하고 공수처 알리기 자료 SNS에 올리기도 하지만 언론과 방송만큼의 파급 효과는 전혀 없죠, 당연히. 그런데 언론과 방송에서는 딱 공수처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싸움을 위한 하나의 장일뿐이에요. 공수처가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고 이것을 둘러서 여야가 어떻게 치고받고 때리고 하느냐, 가장 극단화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나 자유한국당이나 가장 극단적으로 상대방이 틀렸음을 주장하고자 하는 그런 심리적인 상황으로 몰려들어요. 그래서 공수처 반대하는 저들은 부패한 자들 이런 식의 반대 저쪽은 공수처는 중국, 북한 같은 독재도구, 이러면 어떻게 토론이 됩니까? 대화가 됩니까? 국민들은 내용을 알 수도 없고, 야 이거 그러면 어느 편에 서야지. 이런 진영 논리밖에 안 남게 되거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정준희] 공수처라고 하는 것들을 밀고 있는 쪽에서는 어떤 철학에 바탕을 두고 이거를 지금 해결하려고 하느냐. 그걸 반대하는 자들은 사실 철학이 있을 거 아니에요? 차라리 그거라도 드러나면 그나마 대립구도로 한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대립이 만들어지는 건데 여기서 지금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 건 다 속도전이에요. 내용을 보면 “힘 받은 여야” “속도전” “결사저지” 대립구도로 이제 표현하고 그다음에 “검찰 개혁 강공 나선” 그다음에 “공수처법 우선 처리”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가짜 개혁 강력 반발” 이런 식의 표현을 쓴단 말이에요. 이게 그러니까 본질을 반영한다고 아마 이 저널리스트들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만약에 이게 본질이라면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 거죠. 속도를 빨리 해야 하고 그걸 막아야 하는 게 핵심의 정치적인 대립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후진 거거든요. 이 안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죠.

[윤형중] 진영 행정 자치 행정안전부 장관이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충돌했을 때 한 번 기억을 한 번 해보세요.

[표창원]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윤형중] 네,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어떤 기억이 남으세요?

[표창원] 항명, 들이받았다.

[윤형중] 권력자와 굉장히 중요한 실세였던 사람이 들이받았다.

[표창원] 그거 밖에 없죠?

[윤형중] 그것만 남아 있잖아요. 하지만 그때 뭘 가지고 들이받았냐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할 것인지 안 연계할 것인지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이에요. 우리의 미래가 달린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인데 언론들은 그걸 자세하게 안 다뤄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공수처라는 게 과연 완벽한 솔루션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게 천착(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을 해야 하거든요. 아닐 수도 있어요. 맞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제도 하나만으로 바뀌지 않아요. 사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론들이 다루고 정치권에서 그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악순환이에요.

[표창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수처에 대한 깊이 있는 리포팅(reporting: 보도)을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취재도 많이 해야 하고 글도 여러 차례 퇴고하면서 수정하면서 써야 되겠죠. 시간도 많이 들어가죠. 그런데 그러한 기사와 만약에 나온다고 할 때 지금 이렇게 대결 구도로 몰아서 강한 멘트를 따옴표 내서 붙여낸 기사와 어느 기사가 더 많이 팔릴까요? 어느 기사에 더 많은 클릭이 가고 댓글이 많이 붙을까요? 이 가성비 문제가 나타나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우리의 언론 현장 자체가 이미 산업화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그 제4의 왕관 또는 와치독 이러한 권부(권력을 행사하는 관부) 이러한 기능은 이미 상당히 많이 약화되지 않았을까. 저희도 국회에 있다 보면 언론을 위한 정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무엇이 잘 날 것이며 만약에 “언론과 방송에 우리가 밀린 듯이 비춰지면 우리는 지지율 떨어지고 안 돼” 라는 이러한 방어심리가 있어요. 공수처 이것도 딱 보는 것이 공수처에 있어서의 수정 보완 이게 아니라 “이거 저쪽 거야?”, “이거 통과 시켜주면 우리가 지는 거야.”, “이거 만약에 못 통과시키면 우리가 져” 이런 구도와 상태가 남아져버린 거죠. 너무 과밀화되어 있고, 과잉화되어 있고 산업화 되어 있는 방송 언론에 국회가 함께 따라가는 이 구조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정세진] 사실 이런 중계 현장 중계식의 보도, 정치 보도 뒤에 오늘의 공방의 주요 의미, 중요 의미를 짚어주는 게 하나만 더 붙었어도.

[강유정] 신문에서 논설위원이 해야 할 일들이 그런 일들이잖아요. 그런데 최근 신문 잃다 보면 가장 안 읽게 되는 게 논설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이 정파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글들만 실려 있고 이런 선택을 왜 각 정당들이 여야가 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사실은 원하거든요. 특히 TV 방송 보도 같은 경우도 굉장히 짧기 때문에 전달되지 않는 정보가 많단 말이에요. 현장의 기자들이야 취재가 바쁘지만 각 사의 논설위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해설에 대한 책임을 방기(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 아니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준희] 예전에 김종필 전 총리가 했던 “자의 반 타의 반”(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이르는 관용구)이라든가 이런 식의 표현 같은 것도 유명한 정치적 발언이 되잖아요. 그래서 70년대라든가 그때부터도 기본적으로 기자가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하는 양상들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보다도 안 좋아졌다 정치 보도가 저는 그렇게 평가하거든요. 종편 그러니까 옐로우(황색 언론화)가 TV로 진출하는 순간 나타난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커멘테이터(commentator: 신문·방송의 해설자) 해설자라는 사람이 등장을 하고 오락적 정론장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어떤 영역이 열려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는 언론과 정치 보도의 측면에서 아까 구조로 돌아갈 때 저는 사실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보거든요. 정치인들도 있고 언론인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구조로부터 빠져나오는 뭔가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가 없다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 모든 게 옐로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심지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방송조차도 옐로우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정세진] 지상파 3사 정도는 어떻게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정준희] 그렇죠.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는 게 저는 근본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봐요.

[정세진] 또 다른 정치 보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기사들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는 정치인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전한 그런 케이스인데요.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자유한국당에서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 이런 방안에 대해서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24일 “당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황 대표가 “가산점에 관해서 생각해본 바가 없다” 이렇게 말을 바꿨는데요. 해당 소식을 전한 언론들, 다행히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좀 눈에 띄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공천 가점 방침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결정된 것이 없다면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표현했습니다. 이것도 기사 4면의 하단에 작게 실린 정도였습니다. 이런 동아일보의 기사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윤형중]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언론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당 내부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있거든요. 분명히 패스트트랙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당에서는 나름대로 또 메시지를 줘야하겠는데 또 다른 사람들도 또 있잖아요. 이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 양측을 어느 정도는 만족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이쪽에다 주고 저쪽에도 주고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뀌고 이런 식을 통해서 약간 그 언론을 통한 정치 나쁜 정치 행위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시도들이 정당 출입하다 보면 누구는 막 지르는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그걸 수습하는 이야기를 하고 이런 식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제 언론들을 활용하는 수가 있는데 거기에서 언론들이 어떻게 보면 놀아나는 거죠.

[정준희] 현재 한국의 유권자들이나 여론 지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기에 이와 같은 행동을 했을까. 그게 저는 그 효과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장외 집회라든가 이런 게 정치적 효과가 있다라고 판단을 했고, 그다음에 이를테면 조국 전 장관의 낙마가 결국은 정치적 승리라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 자축의 분위기가 된 겁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 건데 바깥으로 일단 나가보고 나니까 “앗 뜨거워” 하는 반응이 오는 거죠. 단지 정치적 반대 세력으로부터 비판이 오는 게 아니라, 이른바 중도라든가 일반적인 시민들로부터도 상당히 의아한 반응들이 나오니까 그때 가서야 말을 뒤집는 형태를 취하고, 그 말을 뒤집어준 말을 그대로 또 보도해주는 그런 형태를 취한 거기 때문에 이 앞 단계에서 이런 걸 이야기하고 보도해주는 형식 자체가 굉장히 일반적인 대중의 감과 떨어져 있는 서로가 굉장히 일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정세진] 또 하나 정치 보도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따옴표로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사실관계가 다른 그런 틀린 주장을 그대로 계속 반복적으로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서 보도할 때 문제인데요. 그 한 예로 자유한국당 검찰수사 방해이자 가짜 개혁이라고 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권이 조국 구하기용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모조리 공수처로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좀 명확히 해주시죠.

[표창원]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죠. 특히 이제 나경원 원내대표가 판사 출신이고 법조인이시잖아요. 당연히 이런 말을 하지 않으실 분인데 사안이 다르다는 걸 아시고요.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죠, 하나는 그 말씀 하시는 그날 본회의에서 설사 공수처법이 현재 올라간 게 통과한다 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공수처장에 대해서 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돼야 해요. 그리고 검사들 수사관들 채용하고 임명하고 그 시간이 다 되면 이미 조국 장관 관련된 수사들은 다 끝나고 재판이 1심 넘어 항소심 들어갈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 조국 관련 수사를 가져온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거죠. 두 번째는 시기적으로도 지금 거의 이제 마무리가 돼서 대부분 기소가 됐어요.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 판사, 고위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나머지 조국 법무부 장관이건 그 가족이건, 대통령, 국회의원 관련된 부분은 수사만 할 수 있지 기소는 현재 검찰이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공수처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어요. 기존 검찰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이걸 다 알고 계시면서 이렇게 하시는 거는 공수처에 대한 순수성의 훼손, 의도의 불순성 이런 것들을 확산시키는 의도만이 남아 있지 않느냐. 너무 안타까운 거죠.

[강유정] 지금 나경원 원내대표 말은 정말 사실 진술이 아니라, 거짓말까지 포함하고 있는 의견 진술인데 그리고 말씀을 다 보면 뭐냐 하면 공허한 수사어들이에요. 그런데 이게 왜 사용이 되느냐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쇼 비즈니스 정책 1번으로 하는 게 모든 인터뷰 담화 주장에 조국 넣기입니다. 조국만 넣으면 장사가 된다고 판단을 하는 거예요. 언론이라고 해서 아무리 원내대표 중요한 사람이라지만 이 수사학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의견 진술을 전부 점검 없이 사실인 양 다시 재구성하느냐, 이거는 언론에서 분명히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세진] 방송뉴스에서 이렇게 항상 여야 입장을 똑같이 내줘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나 기계적 균형에 대한 그게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스타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데.

[정준희] 특히 이제 방송에는 그게 심각하게 구조화가 되어 있는데요. 그거는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방송법상의 이른바 객관성 조항과 공정성 조항이라는 게 있어서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상황에서는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깔려 있고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에서 그걸 위배했을 때 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표창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냐 하면요. 제가 원내부대표를 하면서 있다 보니까 야당에서 뭔가가 나오잖아요. 어떤 강한 발언이나 지적이 나오면 기자분들이 원내대표나 대변인에게 바로 연락을 합니다. “이렇게 나왔는데 반응이 뭡니까? 대응 주세요.”, “아니 대응할 가치가 없어요.” 이러면 “일방적으로 저쪽 이야기만 나갑니다. 반드시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돼요.

[정준희] 그게 이제 내면화가 일어난 거예요. 내면화가 일어나서 사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진실이나 객관성이나 공정성 회피, 훼손시키지 않을 방법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나이브하게 게으르게 두 가지를 붙여 넣어주면 적어도 면피(면하여 피하다)는 할 수 있고 게다가 덤으로 얻는 건 이를테면 야당과의 관계, 여당과의 관계, 하나씩 다 취득 할 수 있고 보이기에 갈등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이득들이 생기는 거죠

[윤형중] 제가 제일 많이 마크맨을 했던 정치인이 홍준표.

[정세진] 받아쓰기 좋은.

[윤형중] 홍준표 의원이신데, 그분 말 세게 하시잖아요. 친박 의원들 상대로 한 때는 바퀴벌레 이런 표현도 쓴 적이 있어요. 그런 표현을 쓰면 언론인들이 말씀하신 대로 물어보죠. 친박 의원한테 가서 "바퀴벌레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질문을 저는 안 했는데 해야 하는 언론이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자괴감이 들어요. 이런 질문을 이런 거 하려고 기자했나.

[정세진] 여러 비판들을 느끼고 있을 텐데요. 정치부에 근무를 했던 KBS 기자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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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2] 정치부 기자들의 고백
Q. 정치인 발언 받아쓰기한 경험?
김덕훈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예전에 오전 9시에 중요한 당의 회의를 하면 공개 부분이 있고 비공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럼 웬만한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공개 부분에서 워딩을 받아 치고 그 다음에 (기자실로) 돌아온단 말이에요? 근데 요새는 비공개 부분도 중요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기자들이 거기 가서 다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회의를 끝낸 정치인이 나오자마자 바로 물어보려고. 가장 빨리 따서 가장 빨리 포털에 전송하려고 이게 경쟁이 되어버려 가지고

Q. ‘받아쓰기’ 보도, 대안은?
최광호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사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고민을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게 사실 불가능하기도 하고. 정치부에서 챙겨야하는 게 되게 많더라고요. 하루 일과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사실 어떤 식으로 해야 제대로 된 정치 기사를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주어지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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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네. KBS 정치부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윤형중] 저도 마찬가지로 비공개 회의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질문했던 기자들 중 한 명인데요. 그 발언만큼은 잘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 있어야 하는 그런 고충들이 있어요. 이런 일들을 하느라고 고민하고 검증할 시간이 너무 없어요. 언론사들마다 좀 역할구분을 해서 그런 속보를 할 매체들은 하지만 모두가 그걸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런 소소한 저항을 하는 이런 고백을 하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그런 움직임이 조직화되었을 때 이 매체, 이런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응원을 해줘야 해요.

[정준희] 실제로 고민이 읽히잖아요. 현장에 계속 있다 보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약간 자괴감도 들고 이런 건데 그 고민이 이제 조직화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거든요. 저는 그 정도만 해도 건전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저는 변명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기자들은 그래도 따옴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의 사초를 기록하는 일종의 사관, 현대의 사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그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결과물이 이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초하고 하는 것의 기록이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만약에 했다면 그것이 자신들의 책무라고 만약에 이야기를 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기록하면 안 되는 거죠.

[정세진] 정당이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일체화 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기사들이 정치 기사들이 나오게 됐는데요. 10월 24일자 한국일보 온라인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공수처 없어서 정경심 구속 가능”… 공수처 반대 명분 기우는 보수야권>이라는 기사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이 조국일가를 무리하게 수사하기 때문에 공수처를 만들고자 했던 청와대 여당이 사법부마저 (정 교수의) 혐의를 인정하니 산 속의 절간이 됐다. 법원이 정 교수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는데도 침묵하는 여권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교수의 구속 사실을 언급하며 ‘공수처가 있었다면 (구속)영장 청구는커녕 수사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없고 다행히 윤석열 검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공수처는 정의를 실현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의를 방해하는 기구’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좀 이야기를 나눠보죠.

[최욱] 나경원 대표야 뭐 제1야당의 대표라고 쳐도 하태경 의원은 공수처에 어떤 대표성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준희] 사실 이 기사는 제가 굉장히 주목해서 봤던 기사인데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 시기가 이른바 공수처법이 부의(토의에 부침)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점이에요. 말 그대로 공수처법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 표 계산을 막 하기 시작하던 시점입니다. 그러면 누가 반대하고 누가 찬성할까 궁금한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발언을 보면 “공수처 없어서 정경심 구속 가능” 굉장히 무리한 주장이죠. 무리한 주장이 일단 하나 나왔고요. 이걸 굳이 “보수야권“이라고 왜 불렀을까? 이거죠. 여야 4당의 공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누가 핵심적으로 반대하고 누가 거기에 핵심적으로 붙어줄까 라고 하는 것을 판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하태경 의원이 괜히 등장한 게 아니에요. 결국은 바른미래당 안에서 일정한 이탈들이 나와야 하는 건데 일단 자유한국당이 일단 반대하고 나서고 있고 이걸 묶어주면 보수야권의 일정한 판이 만들어진다 라고 하는 식으로 길을 열어주는 그런 식의 보도거든요. 저는 이걸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간에 기본적으로 정치적 효과가 그와 같은 시점에서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정세진] 윤형중 연구원님도 이런 어떻게 보면 기자가 이제 정치부 기자가 정치, 정당이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플레이어로서의 행위자로서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윤형중] 제가 또 출입했던 정당은 자유한국당 이었기 때문에 그 일단 취재원인 자유한국당 의원들께서 저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아요. 호의적이지 않고.

[표창원] 의심과 경계죠.

[윤형중] 그런데 그것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가. 과연 유착의 구조적인 문제라면 말씀하신대로 개인과 정치인들, 개인들 간의 유착의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일부 정파적 언론, 정파적 언론과 정당들 간의 유착의 구조인가 이것도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저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고요.

[정세진] 정치부에서 근무했던 KBS 기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들어봤는데요. 이렇게 오래 출입하다 보면 어떤 걸 느끼게 됐는지 이야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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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정치부 기자들의 고백
Q. 출입 정당 입장 동화된 경험?
최광호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비단 정치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출입처에 나가는 기자들이 마찬가지 오류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정치부의 경우에는 정당 출입 기자들의 경우에는 그 정당에 입장에 쉽게 동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김덕훈 (KBS 기자/정치부 1년 근무)
심정적으로 동조한다기보다는 논리를 이해하게 된 거죠. 그 사람들이 말하는 논리 자체를 이해를 못하면 매일 매일이 괴로울 거 아니에요. 내가 동의하지도 않는 얘기를 심지어 이해도 못 하고 쓰는 건데, 그래서 이 사람들이 왜 이런 기사를 쓰는지에 대한 이해는 했던 것 같아요.

김기현 (KBS 기자/정치부 3년 근무)
특정 정당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하고, 특정 정당의 논리를 나의 논리로 받아들이는 거는 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자의 수준에서 머무르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당과 야당의 충분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언론사 내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집합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영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사화 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검증 장치가 굉장히 필요하고 그것이 데스크가 됐건, 부장이 됐건 그런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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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언론 안에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오는데요.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강유정] 일단 정치부 기자들 역시도 저는 정치계에 같은 플레이어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어지 단순히 방관자거나 관찰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백이 멈추면 안 되고 변화의 단초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고백이 단순히 변명이 아니라 이렇게 바뀌어야 하겠다는 자기 인식이었으면 좋겠고요. 논리를 이해하게 되는 것 괜찮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언론 길들이도록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이해하는 게 잘못하면 길들여지는 것처럼 저희한테는 보이거든요, 소비자들에게는. 그러니까 길들이지 않았으면. 그리고 아까 마지막으로 김기현 기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데스크를 거치건 부장이 됐건 간에 역할을 해서 검증장치를 마련하는 것. 저는 이미 다 답을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저희가 하고 있는 얘기들, 이 원칙이 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윤형중] 저는 마지막에 김기현 기자께서 한 얘기가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오는데요. 여당과 야당이 충분하게 얘기하는 그런 공론의 장이 사실 언론사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언론사를 세 군데를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물론 어느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언론사 내부 문화가 불필요하게 위계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물론 어느 정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들이 이제 아주 원활하게 이뤄지느냐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언론사 내부 문화에 대한 성찰 그리고 그런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좀 만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세진] 2012년에 발표된 언론 관련 논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공영방송 보도의 공정성 저해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이었는데요.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권한과 경제적 영향력이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출입처일수록 자신의 위치나 조직 내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출입처에 나갈 수 있는 기자는 전체 일반 기자의 19%에 불과하다. 기자들은 희망하는 부서와 출입처를 배정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반면 보도본부의 간부들은 부서와 출입처 배치를 기자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 기재로 활용할 수 있다. KBS는 보직 발탁에서조차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지적이 들어 있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표창원] 너무 익숙해서 왜 익숙하냐하면 국회도 상임위별 우선순위가 있거든요. 그러면 충성심에 따라서 상임위 배치가 이뤄진다든지 검찰도 뭐 특수부와 형사부, 공판부의 차이 우리가 요새 많이 들었잖아요. 판사들도 마찬가지고 왜 대한민국 사회는 모두가 다 위계질서와 가치의 편중으로 이뤄져 있고 그로 인해서 생긴 권력을 자신에게 가깝거나 충성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구조로 되어 있을까 이것이 대한민국 구조의 불공정성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 부분을 다 각자 영역마다 타파를 하고 혁신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금이야 검찰이나 사법개혁 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 있지만 정치도 똑같고 언론도 똑같고 혁신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저는 양심이라는 표현 같아요.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의 그런 명예와 자기 존중, 양심 이 부분만큼은 굳건히 좀 지켜나갈 수 있는 그런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식의 일들이 유난히 많이 일어나는가에서 일본하고 한국의 저널리즘 체계가 유사한 측면들이 있어요. 지금도 일본은 마크맨이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거의 공동생활을 하는 기자팀들이 있고 같이 아침밥도 먹고 그러면서 거기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그게 보도로 이어지는 그런 경향들이 있고 기본적으로 일본의 정치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어떨 때는 괜찮은 측면이 있지만 상당히 좀 이렇게 이른바 서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취재원과의 거리가 굉장히 너무 없다고 하는 그런 식의 비판을 받는 것과 유사한 구조가 한국에도 사실은 굉장히 수입이 됐었어요. 특히나 이게 70년대, 80년대 때 유력 정치인의 집에서 실제로 의숙하면서 지냈던 그런 식의 사람들 굉장히 많았고. 그 사람과의 거의 정치적 동맹까지 맺으면서 정치인으로 진출하는 그런 기자들의 경우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게 지금처럼 매체도 많아지고 조금씩은 바뀌어 갔죠. 실제로 지금은 이제 특정 유력 정치인과 함께 밥을 먹는다든가 이런 것들이 일상화 돼 있는 그런 형태는 아니지만 이 흐름 자체는 굉장히 좀 여전히 좀 남아 있고 그럼으로써 정치인과 상당히 의식적으로 동일해지거나 또는 그들로부터 굉장히 유력한 정보를 그런 방식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관행으로 많이 남아 있는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형중] 사실 언론인들이 따옴표를 써서 인용하는 게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더 많이 따옴표를 쓸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해요. 질문하는 그런 언론인들이 더 많아지고 질문하는 언론인들에 대한 보상이 없어요. 질문은 공공재거든요. 질문해서 받는 답변들은 모든 사람이 다 받아치거든요. 좋은 질문을 한 언론이 정치권의 언론 현장에서 보상을 받지 못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좋은 질문이 없진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질문이 많이 나오고 그런 질문을 하는 언론인들이 많이 독려가 되는 저는 여태까지 많은 비판적인 현상들을 많이 다뤘는데 잘하는 기자들, 또 열심히 하는 기자들을 좀 북돋아주는 역할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준희] 되게 좋은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질문한 사람이 크레딧을 가져가야 하거든요. 좋은 질문을 한 기자가 발언을 얻었기 때문에 모두가 보도하더라도 질문한 기자가 기억되는 것, 이게 이제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지금은 어떠냐면 정치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유력한 정보를 특정 기자들한테 흘려주거든요. 그러면 그 기자 개인들은 특종을 얻고 단독을 얻기 때문에 이득을 얻죠. 그리고 그걸 가져간 언론사는 경쟁관계에서 이득을 얻어요. 하지만 공중의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 아니거든요. 그거는 이 개별 언론사들이 특종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경쟁적 관계에서의 이득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질문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 자에게 우리가 신뢰를 주고 그다음에 보상을 주는 이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세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질문 더 드리겠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자기 발언 직접적으로 하고요. 또 자기주장이 확실한 정치 시사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그런 시대인데요. 기존의 기성의 언론들의 지금 같은 정치 보도 스타일은 이제 경쟁력이 완전히 없어지겠다 라는 그런 위기감을 다 갖고 있을 겁니다. 기성 언론들은 KBS 공영 방송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인력풀을 가지고 있거든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KBS는 특히나?

[정준희] 그러니까 달라져야죠. 지금 현재 언론과 가장 다를 수 있는 물적 조건과 인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라고 한다면 다른 보도를 해야 해요. 예를 들면 조국 전 장관 검증 국면에서도 남들보다 하루 이틀 늦게 가더라도 이쪽이 훨씬 더 정보를 갖추고 있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초기에는 아마 주목을 못 받겠죠. 당연히 단독이나 특종이 주목을 받게 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면 결국은 이쪽이 가장 단단하게 정보를 쌓아가고 있었어라는 걸 확인해주는 걸 해야 하는데 일반 언론사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걸 못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공영방송 같은 경우는 그래도 잠깐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돈 측면에서든 인적 측면에서든 간에. 그래서 그거를 먼저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요. 정치인의 발언이나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상임위 위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정책에 대한 보도를 하고 정치는 비평과 어떤 향후 분석 이런 거 위주의 보도를 차별성 있게 해주면 그리고 그것이 이에 공영방송 덕분이라고 주목을 받으면 따라올 수 있는 언론사들이 생겨나게 되는 거잖아요. 결국은 변화의 씨앗은 양심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조건이 나은 자들에게서 시작이 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회 엘리트가 봉사해야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거잖아요. 저는 공영방송이 그런 식의 역할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봅니다.

[강유정] 저는 두 가지라고 보는데요. 하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이나 절대로 못 따라오는 깊이감을 이미 갖고 있다고 보고요. 정치부 기자가 잘 모르는 것 왜 사회부 기자가 같이 물어봐도 이야기 못합니까? 그리고 굉장히 긴 인터뷰가 있었을 때 기자들이 이런 촉으로 이렇게 기사를 썼다면 이 나머지 부분들을 가령 PD라든가 다른 제작팀에서 탐사 보도를 한다든가 더 깊이 있는 연속 있는 보도를 왜 못 만듭니까? 가능하다고요. 그게 오히려 기존 언론사는 훨씬 더 많은 인력풀과 전문적인 전문가들과 그리고 접촉할 수 있는 기존의 라포(rapport: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놓은 많은 또 다른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데 그걸 하지 않고 너무 과거 형태로 업무 분장된 형태로 출입처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전문 영역 안에서만 하겠다는 게 오히려 유튜브처럼 그쪽에 굉장히 특화된 전문성으로 특화돼서 한 쪽만 파고 있는 새로운 유튜브나 어떤 SNS 미디어에 밀리는 건 갖고 있는 걸 잘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표창원] 제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BBC를 취재해서 논문을 쓴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이제 경찰관서에서 수없이 많은 미디어가 취재 요청을 해오고 사건에 대한 정보를 원할 때 BBC <크라임 워치>라는 매체에는 줍니다. 다른 매체는 주지 않고요. 왜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하나 같이 제가 38개의 경찰청을 가서 물어봤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은 BBC니까요. 믿을 수 있으니까 잘못 오용 남용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으니까 라는 것이었어요. 과연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KBS가 그런 답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저는 한번 드려보고 싶어요. 취재원들에게 그것은 지금 유튜브든 뭐든 아무리 자극적이고 아무리 세고 아무리 독자들을 순간적으로 현혹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얻을 수 없는 건 신뢰거든요. 재미는 줄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KBS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은 신뢰라고 생각을 합니다.

[윤형중] 또 하나만 말씀 드리자면요. 저는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취재를 할 때 과연 저는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에요. 한국사회는 정말 그 정도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서 밝혀내야 할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불평등 구조를 제대로 드러내게 하려면 KBS같은 데서 해야 돼요. 그 정도 인력과 자원이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열심히 더 노력하겠습니다. 상임위 코너 굉장히 괜찮은데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세진] 윤형중 연구원님, 표창원 의원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9시 4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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