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모피 OUT!” 영국 여왕도 합류

입력 2019.11.11 (20:26) 수정 2019.11.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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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희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이 사람 누군지 아시죠?

[앵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죠?

[기자]

네, 왕인만큼 입고 있는 옷이 모두 무척 고급진데요.

공통적인 아이템이 하나 보입니다.

뭘까요?

[앵커]

모두 모피를 걸치고 있네요.

[기자]

네,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뒤부터 70년 가까이 모피 의상을 즐겨 입어왔어요.

코트는 물론 숄에 모자까지 갖가지 아이템을 갖춘 '모피 애호가'였는데요.

올해부터 새 옷엔 동물의 털을 쓰지 않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5년 동안 여왕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앤절라 켈리가 회고록에 "2019년부터는 인조 모피가 여왕 폐하를 추위로부터 감싸줄 것"이라고 밝힌 건데요.

버킹엄궁도 "여왕의 새 의상에 모피가 필요하다면 모두 인조 소재를 사용할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이미 갖고 있던 모피 옷들을 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영국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기자]

네, 여왕이 동물 보호 메시지를 던진 건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스와티/런던 시민 : "올바른 일입니다. 여왕은 더 일찍 이 결정을 했어야 했어요. 이번 일로 더 많은 사람이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동물권 단체들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모피가 유행에서 벗어났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고요.

PETA는 "여왕의 따뜻한 결정에 축배를 들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곰 털로 만드는 영국 호위병 모자도 인조 모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최근 전 세계에 이는 모피 퇴출 움직임에 발맞춘 행보로도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모피를 사용하지 말자며 '퍼 프리(Fur-free)'나 '비건 패션'같은 운동이 벌어지고 있죠.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모피를 금지한 첫번째 주가 탄생했어요.

캘리포니아 주에서 모든 동물 모피 제품의 제조와 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 승인된 겁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동물의 털로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거나 이를 팔다 적발되면 최대 천 달러의 벌금을 낼 수 있습니다.

단, 야생동물이 아닌 개와 고양이, 소와 양 등으로 만든 제품은 법 적용을 받지 않고요.

이미 생산됐거나 종교적 목적 등으로 사용되는 모피 제품에도 예외를 뒀습니다.

[앵커]

모피 의상들이 예쁘긴 하잖아요.

그런데도 금지한다는 건 미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겠죠?

[기자]

네, 동물도 사람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주자는 겁니다.

이런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밍크 몇 마리가 필요할까요?

정답은 무려 예순 마리입니다.

PETA는 모피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 해 1억 마리 넘는 동물이 목숨을 잃는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이 모피용 밍크 농장입니다.

밍크들은 옴짝달싹하기 힘들 정도로 좁은 우리에 갇혀 있어요.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많은 밍크가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하네요.

더 끔찍한 것은 생후 6개월이 되면 밍크를 기절시키고 가죽을 벗겨낸다고 해요.

[테드/밍크 농장 주인 : "상자 안에 밍크를 넣고 일산화탄소 가스를 사용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요."]

모피의 85%가 저런 농장에서 생산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앵커]

동물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참혹한 환경에 내몰려 있는 거네요.

[기자]

네, 이런 끔찍한 실태에 대한 고발이 잇달았고요.

패션 업계에서도 '윤리적인 패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프라다와 구찌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은 모피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앞다퉈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과 블루밍데일스 백화점도 모피 퇴출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럭셔리의 개념도 사회적 책임과 혁신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을 모든 사람이 환영하진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안 그래도 반대에 부딪혀 모피 퇴출에 실패한 곳이 있어요.

세계 패션의 중심 뉴욕시입니다.

지난 3월 뉴욕시 의회는 모피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추진했다가 큰 반발을 샀습니다.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이었습니다.

[리기아/모피 산업 종사자 : "우리 모피업 종사자들의 일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제발 일자리를 주세요. 우리에겐 먹여야 할 아이들이 있습니다."]

결국 시의회 의장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사과하고 조례안을 폐기했습니다.

또 오히려 모피가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인조 모피는 결국 플라스틱 섬유라 환경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오래 입을 수 있고 분해도 잘 되는 자연 모피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논리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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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인사이드] “모피 OUT!” 영국 여왕도 합류
    • 입력 2019-11-11 16:03:09
    • 수정2019-11-11 20:44:25
    글로벌24
[앵커]

이재희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이 사람 누군지 아시죠?

[앵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죠?

[기자]

네, 왕인만큼 입고 있는 옷이 모두 무척 고급진데요.

공통적인 아이템이 하나 보입니다.

뭘까요?

[앵커]

모두 모피를 걸치고 있네요.

[기자]

네,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뒤부터 70년 가까이 모피 의상을 즐겨 입어왔어요.

코트는 물론 숄에 모자까지 갖가지 아이템을 갖춘 '모피 애호가'였는데요.

올해부터 새 옷엔 동물의 털을 쓰지 않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5년 동안 여왕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앤절라 켈리가 회고록에 "2019년부터는 인조 모피가 여왕 폐하를 추위로부터 감싸줄 것"이라고 밝힌 건데요.

버킹엄궁도 "여왕의 새 의상에 모피가 필요하다면 모두 인조 소재를 사용할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이미 갖고 있던 모피 옷들을 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영국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기자]

네, 여왕이 동물 보호 메시지를 던진 건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스와티/런던 시민 : "올바른 일입니다. 여왕은 더 일찍 이 결정을 했어야 했어요. 이번 일로 더 많은 사람이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동물권 단체들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모피가 유행에서 벗어났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고요.

PETA는 "여왕의 따뜻한 결정에 축배를 들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곰 털로 만드는 영국 호위병 모자도 인조 모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최근 전 세계에 이는 모피 퇴출 움직임에 발맞춘 행보로도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모피를 사용하지 말자며 '퍼 프리(Fur-free)'나 '비건 패션'같은 운동이 벌어지고 있죠.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모피를 금지한 첫번째 주가 탄생했어요.

캘리포니아 주에서 모든 동물 모피 제품의 제조와 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 승인된 겁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동물의 털로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거나 이를 팔다 적발되면 최대 천 달러의 벌금을 낼 수 있습니다.

단, 야생동물이 아닌 개와 고양이, 소와 양 등으로 만든 제품은 법 적용을 받지 않고요.

이미 생산됐거나 종교적 목적 등으로 사용되는 모피 제품에도 예외를 뒀습니다.

[앵커]

모피 의상들이 예쁘긴 하잖아요.

그런데도 금지한다는 건 미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겠죠?

[기자]

네, 동물도 사람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주자는 겁니다.

이런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밍크 몇 마리가 필요할까요?

정답은 무려 예순 마리입니다.

PETA는 모피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 해 1억 마리 넘는 동물이 목숨을 잃는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이 모피용 밍크 농장입니다.

밍크들은 옴짝달싹하기 힘들 정도로 좁은 우리에 갇혀 있어요.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많은 밍크가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하네요.

더 끔찍한 것은 생후 6개월이 되면 밍크를 기절시키고 가죽을 벗겨낸다고 해요.

[테드/밍크 농장 주인 : "상자 안에 밍크를 넣고 일산화탄소 가스를 사용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요."]

모피의 85%가 저런 농장에서 생산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앵커]

동물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참혹한 환경에 내몰려 있는 거네요.

[기자]

네, 이런 끔찍한 실태에 대한 고발이 잇달았고요.

패션 업계에서도 '윤리적인 패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프라다와 구찌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은 모피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앞다퉈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과 블루밍데일스 백화점도 모피 퇴출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럭셔리의 개념도 사회적 책임과 혁신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을 모든 사람이 환영하진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안 그래도 반대에 부딪혀 모피 퇴출에 실패한 곳이 있어요.

세계 패션의 중심 뉴욕시입니다.

지난 3월 뉴욕시 의회는 모피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추진했다가 큰 반발을 샀습니다.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이었습니다.

[리기아/모피 산업 종사자 : "우리 모피업 종사자들의 일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제발 일자리를 주세요. 우리에겐 먹여야 할 아이들이 있습니다."]

결국 시의회 의장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사과하고 조례안을 폐기했습니다.

또 오히려 모피가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인조 모피는 결국 플라스틱 섬유라 환경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오래 입을 수 있고 분해도 잘 되는 자연 모피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논리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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