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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깨무는 버릇 그대로”…잃어버린 딸 39년 만에 찾아
입력 2019.11.11 (16:16) 취재K
“손톱 깨무는 버릇 그대로”…잃어버린 딸 39년 만에 찾아
■ '집 나가는 버릇 있던 셋째딸', 결국 '미아 신고'

아버지 76살 김 모 씨는 39년 전 크리스마스이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를 다녀왔는데 셋째 딸이 없었고, 그저 평소 버릇대로 집을 '잠깐' 나간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적장애 3급으로 당시 5~6살 수준의 정신 연령을 갖고 있던 9살 딸. 집을 나가는 버릇이 있던 아이. 하지만 그날 셋째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자주 다니던 곳, 주변 시설 등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에 미아 신고를 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습니다.

딸을 잃어버리고 유전자 등록을 해본 건 39년 만의 일입니다. 김 씨는 지난 6월 13일 천안 동남경찰서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유전자 채취를 통해 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실종 신고를 하면서 관계를 맺게 된 경찰에게 혹시 모르니 유전자 등록을 해보라는 조언을 얻은 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기대는 하기 어려웠습니다.

■'친자 관계 배제되지 않는다' 국과수 공문..추적 시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문을 받은 건 서울 수서경찰서였습니다. 김 씨가 유전자 등록을 한 지 3달이 지나, 수서서는 담당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채취한 한 여성의 유전자와 '친자관계가 배제되지 않는다'며, '해당 여성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달라'는 의견을 받게 됩니다. 해당 여성은 지난 2006년 12월 26일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 거주하던 김 모 씨. 경찰은 매년 상하반기, 연계 기관들에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를 채취하는데 그때 등록이 된 인원이었던 겁니다.

경찰은 그렇게 여성 김 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추적은 어려웠습니다. 1991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6년 동안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생활하다 스스로 나왔고, 중림동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수급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김 씨가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았고 주민센터에서 발급하는 장애인복지카드도 잃어버려 추적이 어려웠던 겁니다.

지난 1일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만난 김 씨 가족. 40년 만에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딸지난 1일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만난 김 씨 가족. 40년 만에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딸

40년 만에 만난 딸(좌)과 어머니(우)40년 만에 만난 딸(좌)과 어머니(우)

■ '4시간 동안 펼쳐진 드라마'..40년 만에 딸 찾아

'드라마'가 시작된 건 지난달 31일의 일입니다. 수서서 여청수사팀 현병오 팀장은 퇴근을 앞둔 오후 5시 40분쯤, 당일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거리 상담 활동을 계획 중이던 서울역 다시서기센터 팀에 여성 김 씨의 얼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거리 활동 중에 김 씨를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퇴근한 현 팀장은 두 시간 반쯤 뒤, 서울역에서 김 씨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밖을 나가는 버릇은 여전했는지, 김 씨는 센터 안에서 기다리기를 거부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김 씨의 가족들도 생계 문제 때문에 당일 저녁 서울로 올 수가 없던 상황. '설마'하는 생각 때문에 모든 걸 젖혀둔 채 서울로 향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다급한 마음이 들었던 센터 직원들은 이들을 화상통화로 연결해줬습니다. 휴대전화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딸 김 씨는 차분해졌고 아버지 김 씨는 바로 서울로 향하는 KTX 표를 샀습니다. 아버지 김 씨는 "사진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지만, 화상통화를 하는데 (딸이라는) 직감이 왔다"면서,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갔고 딸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11월의 첫날 자정을 넘긴 시각, 40년 만에 다시 만난 김 씨 가족.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를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얼싸안고 한참을 통곡했다고, 현 팀장은 전했습니다.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딸이 양손잡이였고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었는데 40년이 흘렀는데도 아이 때의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 가족은 40년 만에 가족으로서 누리게 된 '평범한 생활'을 사진으로 남겨, 매일 경찰 등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 팀장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유전자 정보 등록 등 수사기관에 도움 요청하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김 씨 가족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의뢰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 “손톱 깨무는 버릇 그대로”…잃어버린 딸 39년 만에 찾아
    • 입력 2019.11.11 (16:16)
    취재K
“손톱 깨무는 버릇 그대로”…잃어버린 딸 39년 만에 찾아
■ '집 나가는 버릇 있던 셋째딸', 결국 '미아 신고'

아버지 76살 김 모 씨는 39년 전 크리스마스이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를 다녀왔는데 셋째 딸이 없었고, 그저 평소 버릇대로 집을 '잠깐' 나간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적장애 3급으로 당시 5~6살 수준의 정신 연령을 갖고 있던 9살 딸. 집을 나가는 버릇이 있던 아이. 하지만 그날 셋째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자주 다니던 곳, 주변 시설 등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에 미아 신고를 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습니다.

딸을 잃어버리고 유전자 등록을 해본 건 39년 만의 일입니다. 김 씨는 지난 6월 13일 천안 동남경찰서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유전자 채취를 통해 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실종 신고를 하면서 관계를 맺게 된 경찰에게 혹시 모르니 유전자 등록을 해보라는 조언을 얻은 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기대는 하기 어려웠습니다.

■'친자 관계 배제되지 않는다' 국과수 공문..추적 시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문을 받은 건 서울 수서경찰서였습니다. 김 씨가 유전자 등록을 한 지 3달이 지나, 수서서는 담당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채취한 한 여성의 유전자와 '친자관계가 배제되지 않는다'며, '해당 여성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달라'는 의견을 받게 됩니다. 해당 여성은 지난 2006년 12월 26일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 거주하던 김 모 씨. 경찰은 매년 상하반기, 연계 기관들에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를 채취하는데 그때 등록이 된 인원이었던 겁니다.

경찰은 그렇게 여성 김 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추적은 어려웠습니다. 1991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6년 동안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생활하다 스스로 나왔고, 중림동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수급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김 씨가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았고 주민센터에서 발급하는 장애인복지카드도 잃어버려 추적이 어려웠던 겁니다.

지난 1일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만난 김 씨 가족. 40년 만에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딸지난 1일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만난 김 씨 가족. 40년 만에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딸

40년 만에 만난 딸(좌)과 어머니(우)40년 만에 만난 딸(좌)과 어머니(우)

■ '4시간 동안 펼쳐진 드라마'..40년 만에 딸 찾아

'드라마'가 시작된 건 지난달 31일의 일입니다. 수서서 여청수사팀 현병오 팀장은 퇴근을 앞둔 오후 5시 40분쯤, 당일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거리 상담 활동을 계획 중이던 서울역 다시서기센터 팀에 여성 김 씨의 얼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거리 활동 중에 김 씨를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퇴근한 현 팀장은 두 시간 반쯤 뒤, 서울역에서 김 씨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밖을 나가는 버릇은 여전했는지, 김 씨는 센터 안에서 기다리기를 거부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김 씨의 가족들도 생계 문제 때문에 당일 저녁 서울로 올 수가 없던 상황. '설마'하는 생각 때문에 모든 걸 젖혀둔 채 서울로 향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다급한 마음이 들었던 센터 직원들은 이들을 화상통화로 연결해줬습니다. 휴대전화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딸 김 씨는 차분해졌고 아버지 김 씨는 바로 서울로 향하는 KTX 표를 샀습니다. 아버지 김 씨는 "사진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지만, 화상통화를 하는데 (딸이라는) 직감이 왔다"면서,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갔고 딸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11월의 첫날 자정을 넘긴 시각, 40년 만에 다시 만난 김 씨 가족.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를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얼싸안고 한참을 통곡했다고, 현 팀장은 전했습니다.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딸이 양손잡이였고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었는데 40년이 흘렀는데도 아이 때의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 가족은 40년 만에 가족으로서 누리게 된 '평범한 생활'을 사진으로 남겨, 매일 경찰 등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 팀장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유전자 정보 등록 등 수사기관에 도움 요청하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김 씨 가족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의뢰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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