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행위 절반은 “이것을” 간과했다…수능 전 필독

입력 2019.11.11 (17:53) 수정 2019.11.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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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백 명 안팎의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장에서 부정행위자로 적발돼 시험 무효 처분을 받습니다. 커닝, 그러니까 몰래 남의 답안지를 보다 걸리는 사람들이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행위를 할 생각이 없던 선량한(?) 수험생들이, 단지 수능시험 유의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이런 조치를 받습니다. 뜻밖이죠? 도대체 어떤 점들을 간과했을까요?

매년 수능시험 부정행위 2백 명 안팎…왜?

5년 전, 2015학년도 수능에서 부정행위자는 209명이었고 이 가운데 "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8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게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293명 가운데 147명으로 그 수와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부정행위자 2명 중 1명꼴입니다.

수험생들이 가장 간과하는 "이 잘못"은 바로 4교시 탐구영역 응시 방법 위반입니다. 4교시는 크게 세 과목 시험으로 나누어집니다. 가장 먼저 오후 2시 50분부터 30분 동안은 한국사 시험입니다. 한국사 시험이 필수라는 걸 모르는 수험생은 없을 겁니다. 이 시험을 치지 않으면, 수능시험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다른 과목 성적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 뒤로 이어지는 제1 선택과목과 제2 선택과목입니다.

4교시 탐구영역 선택과목 응시 방법이 '부정행위 블랙홀'

시험 시작 전에 모든 수험생은 모든 선택과목의 시험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제1 선택과목을 치를 때 2 선택과목 문제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시각 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는 과목, 그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영역의 시험지만 올려놓아야 합니다.

헷갈리는 건 1과 2, 둘 중 한 영역만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경우입니다. 어차피 나는 제1 선택과목 시험 안 보니까, 남들이 문제 푸는 동안 자습을 해도 되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 문제 푸는 동안 문제가 어떻게 나왔나 경향이나 좀 살펴볼까? 아까 표시한 답안지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데, 나는 2 선택은 없지만 아까 풀었던 1 선택과목 답안지를 수정해도 되지 않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안 된다" 입니다.

모를 일 없는데, 이런 실수 왜 자꾸 나올까?

수험생들이 이런 유의사항에 둔감할 리는 없겠지요. 그런데도 4교시 영역에서 자꾸만 부정행위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입시 전문가로 불리는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답안지를 다 걷어가 버리면 상관없는데, 내 손에 답안지가 있고 아까 그 문제는 왠지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거나 틀린 것 같고.. 그러면 고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답안지에 손을 대다가 감독관의 눈에 띄면 그대로 '0점' 처리됩니다.

평가원 "2분 쉬는 시간에 부정행위 가능성 있어"

제1 선택과목과 2 선택과목 사이에는 2분의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문제지를 미리 보거나 사후에 손을 댈 경우 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키기 까다로운 규칙을 정했다는 게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답변입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자꾸 '안타까운 부정행위'가 나오는 건 교육부나 출제 기관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문제지 오른쪽에 과목명을 크게 인쇄하는 방식으로 구별하기 쉽게 하고, 문제지 받은 뒤에 제1 선택과 2 선택과목을 분리하도록 시험장에서 안내를 강화한다고 하네요.


다음 중 수능시험장에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① 전자담배 ② 기름종이 ③ 샤프 ④ 담배


정답을 짐작하시나요? 4번입니다. 수능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은 쉬운 듯하면서 쉽지 않습니다. 일단 모든 전자기기가 안 됩니다. 전자사전이나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까지는 쉬운데, 블루투스 이어폰과 전자담배, LED 표시가 되는 시계는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합니다. 무심결에 챙길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시험장에서 가져왔다는 걸 깨달아 "가방에 넣어 두면 되겠지?" 하면 안 됩니다. 1교시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에게 따로 제출해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담배는, 전자 기기가 아니니 그냥 가방에 넣어둔 뒤에 가방만 제출해도 무방합니다.

연필은 되고 플러스 펜 안 되고…무심결에 챙긴 얼굴용 '기름종이' X

샤프는 나누어 줍니다. 연필은 가져갈 수 있는데 플러스 펜은 안 됩니다. 기름종이는 금지목록에 분명히 올라 있습니다. 화장을 고칠 때 쓰는 반투명 기름종이도 안 된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도 73명이 금지 물품 소지로 시험 무효 처리됐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시험장에는 8시 10분까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수험생은 수학영역 문제지 유형이 자신이 선택한 유형인지, 또 수험번호 끝자리에 따라 홀수형/짝수형을 제대로 받았는지 시험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수험표를 잃어버렸을 때 재발급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응시원서에 붙인 것과 똑같은 사진 1매와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미리 가방에 넣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하루 전인 수요일, 이런 내용이 빽빽이 적혀 있는 '유의사항'을 수험생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긴장되고, 다른 신경 쓸 것들이 많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차분히 앉아 읽어볼 만합니다. 올해 수능 시험일에는 적어도 '안타까운 부정행위'가 한 사람도 없었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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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부정행위 절반은 “이것을” 간과했다…수능 전 필독
    • 입력 2019-11-11 17:53:23
    • 수정2019-11-11 18:35:00
    취재K
매년 2백 명 안팎의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장에서 부정행위자로 적발돼 시험 무효 처분을 받습니다. 커닝, 그러니까 몰래 남의 답안지를 보다 걸리는 사람들이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행위를 할 생각이 없던 선량한(?) 수험생들이, 단지 수능시험 유의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이런 조치를 받습니다. 뜻밖이죠? 도대체 어떤 점들을 간과했을까요?

매년 수능시험 부정행위 2백 명 안팎…왜?

5년 전, 2015학년도 수능에서 부정행위자는 209명이었고 이 가운데 "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8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게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293명 가운데 147명으로 그 수와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부정행위자 2명 중 1명꼴입니다.

수험생들이 가장 간과하는 "이 잘못"은 바로 4교시 탐구영역 응시 방법 위반입니다. 4교시는 크게 세 과목 시험으로 나누어집니다. 가장 먼저 오후 2시 50분부터 30분 동안은 한국사 시험입니다. 한국사 시험이 필수라는 걸 모르는 수험생은 없을 겁니다. 이 시험을 치지 않으면, 수능시험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다른 과목 성적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 뒤로 이어지는 제1 선택과목과 제2 선택과목입니다.

4교시 탐구영역 선택과목 응시 방법이 '부정행위 블랙홀'

시험 시작 전에 모든 수험생은 모든 선택과목의 시험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제1 선택과목을 치를 때 2 선택과목 문제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시각 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는 과목, 그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영역의 시험지만 올려놓아야 합니다.

헷갈리는 건 1과 2, 둘 중 한 영역만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경우입니다. 어차피 나는 제1 선택과목 시험 안 보니까, 남들이 문제 푸는 동안 자습을 해도 되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 문제 푸는 동안 문제가 어떻게 나왔나 경향이나 좀 살펴볼까? 아까 표시한 답안지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데, 나는 2 선택은 없지만 아까 풀었던 1 선택과목 답안지를 수정해도 되지 않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안 된다" 입니다.

모를 일 없는데, 이런 실수 왜 자꾸 나올까?

수험생들이 이런 유의사항에 둔감할 리는 없겠지요. 그런데도 4교시 영역에서 자꾸만 부정행위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입시 전문가로 불리는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답안지를 다 걷어가 버리면 상관없는데, 내 손에 답안지가 있고 아까 그 문제는 왠지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거나 틀린 것 같고.. 그러면 고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답안지에 손을 대다가 감독관의 눈에 띄면 그대로 '0점' 처리됩니다.

평가원 "2분 쉬는 시간에 부정행위 가능성 있어"

제1 선택과목과 2 선택과목 사이에는 2분의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문제지를 미리 보거나 사후에 손을 댈 경우 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키기 까다로운 규칙을 정했다는 게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답변입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자꾸 '안타까운 부정행위'가 나오는 건 교육부나 출제 기관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문제지 오른쪽에 과목명을 크게 인쇄하는 방식으로 구별하기 쉽게 하고, 문제지 받은 뒤에 제1 선택과 2 선택과목을 분리하도록 시험장에서 안내를 강화한다고 하네요.


다음 중 수능시험장에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① 전자담배 ② 기름종이 ③ 샤프 ④ 담배


정답을 짐작하시나요? 4번입니다. 수능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은 쉬운 듯하면서 쉽지 않습니다. 일단 모든 전자기기가 안 됩니다. 전자사전이나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까지는 쉬운데, 블루투스 이어폰과 전자담배, LED 표시가 되는 시계는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합니다. 무심결에 챙길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시험장에서 가져왔다는 걸 깨달아 "가방에 넣어 두면 되겠지?" 하면 안 됩니다. 1교시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에게 따로 제출해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담배는, 전자 기기가 아니니 그냥 가방에 넣어둔 뒤에 가방만 제출해도 무방합니다.

연필은 되고 플러스 펜 안 되고…무심결에 챙긴 얼굴용 '기름종이' X

샤프는 나누어 줍니다. 연필은 가져갈 수 있는데 플러스 펜은 안 됩니다. 기름종이는 금지목록에 분명히 올라 있습니다. 화장을 고칠 때 쓰는 반투명 기름종이도 안 된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도 73명이 금지 물품 소지로 시험 무효 처리됐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시험장에는 8시 10분까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수험생은 수학영역 문제지 유형이 자신이 선택한 유형인지, 또 수험번호 끝자리에 따라 홀수형/짝수형을 제대로 받았는지 시험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수험표를 잃어버렸을 때 재발급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응시원서에 붙인 것과 똑같은 사진 1매와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미리 가방에 넣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하루 전인 수요일, 이런 내용이 빽빽이 적혀 있는 '유의사항'을 수험생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긴장되고, 다른 신경 쓸 것들이 많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차분히 앉아 읽어볼 만합니다. 올해 수능 시험일에는 적어도 '안타까운 부정행위'가 한 사람도 없었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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