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또 출몰한 멧돼지…산 떠나 도심 출몰 이유는?

입력 2019.11.12 (08:34) 수정 2019.11.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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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마다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이런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부산이 특히 그렇습니다.

주택가 골목부터 학교 앞, 아파트 주차장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고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주유소입니다.

그제 아침 6시 반 쯤, 주유소 직원 A씨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평소에는 안 들리는 소리가 들려서 와보니까 그렇게 갇혀있더라고요."]

소리가 들린 곳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왔더니, 건물 뒤 담벼락 아래에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는 이게 멧돼지라 생각을 못 하고 돌인가 싶었는데 뭐가 움직여서 처음에는 뉴트리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멧돼지라서 너무 놀라서 바로 신고를 했죠."]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유해조수포획단에 의해 잡혔는데요.

이날 아침에만 인근 지역에서 멧돼지 목격 신고가 두 건이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이 동네 주변에서 멧돼지가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찻길에 좀 큰 멧돼지가 한 마리 받혀서 죽어있더라고요. 직접 본 건 2번 정도 봤고요. 신고 내용 들은 건 네다섯 번 되는 거 같아요."]

[김준섭/부산사상경찰서 주례지구대 팀장 : "야간에 신고가 좀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하루에 한두 건씩 꼭 들어와요."]

자, 멧돼지 출몰로 비상이 걸린 건 비단 이 동네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부산에서 출몰 신고된 멧돼지가 무려 90여 마리에 이릅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나타난 멧돼지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건물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간 멧돼지가 거울을 부수고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 멧돼지 소탕 작전에 주택가에선 총격전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다른 주택가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달, 대문 안까지 들어온 멧돼지에 공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소리 때문에 여기까지 와보니까 여기 멧돼지가 있었고 눈이 마주치니까 달려들고 제가 처음에는 위로 살짝 피했습니다. 그러니까 등 돌리고 내려가는 순간에 엉덩이 받치면서 물리고 같이 굴러떨어졌죠. 밑에까지."]

몸 군데군데 상처가 남았는데요.

그날 밤의 상황입니다. 밤9시가 넘은 시각, 하 씨 집 대문을 뚫고 들어온 멧돼지가 막다른 길에 몰려 우왕좌왕합니다.

바로 이 때, 하 씨와 맞닥뜨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시작된 건데요.

멧돼지가 잡힌 곳 주변은 아직 그날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김미례/멧돼지 목격 주민 : "밤 9시 반부터 11시까지 그랬으니까. 저 (마취) 총이 한 5발 6발? 이렇게 쏴도 안 돼서. (멧돼지가) 여기서 비비고 저리 들이박고 저기 담에서 떨어졌으니까. 병 모아 놨잖아요. 그거 두 박스는 깨졌어."]

대문 안까지 들이닥친 멧돼지의 공격에 자칫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뻔했습니다.

[김미례/멧돼지 목격 주민 : "(목격자가) 막 '아줌마! 지금 밖에 나오지 말고 들어가세요!' 이러는 거라. 그래서 '왜?' 하니까 '빨리 들어가세요. 아무 말 말고. 문 열지 말고 들어가세요.' 그래서 내가 방으로 들어와서 (피했어요)."]

한밤의 소동 이후 동네 주민들은 골목 앞을 나서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새벽에 운동 가시는 분들도 운동을 안 하시게 되고 낮에도 항상 문을 닫고 밑에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죠."]

그런가 하면 야행성이라고 알려진 멧돼지가 아침 등굣길에 나타난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황당했죠. 뛰어오길래 처음에는 멧돼지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우리 흔히 생각하는 개가 뛰어와도 깜짝 놀랄 건데……."]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그날 하루만 부산 지역에 14마린가 13마린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어디라도 그냥 겁이 나요 다니면. 밤도 아니고 낮에 그것도 사람들 다 다니는데 (멧돼지가) 다니니까 겁나죠."]

산과 멀리 떨어진 도심 가운데까지 나타난 멧돼지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출몰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일단 먹이를 찾으러 온 게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몇 개월 전에 좀 큰불이 나서 3일 동안 뒤에 산이 다 탔습니다. 아마 다른 지역에서 넘어왔다가 위에 산불 때문에 먹을 게 없으니까 집 쪽으로 내려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아파트 위쪽 뒤로 가보면 쓰레기장이 있고 하니까 음식물 쓰레기 냄새 때문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은 드네요."]

[유해조수포획단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 이례적으로 밤하고 도토리가 대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동물들은 먹을 게 많으면 새끼를 많이 낳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5마리 낳던 멧돼지가 10마리 낳고 이런 식으로 배로 낳고 이러거든요. 올해는 풍년이었는데 태풍 몇 번 오고 나서 싹 다 떨어져 버렸어요."]

결국 먹이를 구하러 내려오다가 도심까지 오게 된 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빈번한 멧돼지의 출몰을 막을 순 없을까요?

[한상훈/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 : "잡기만 해서는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고 내려오는 길목에 특히 주택가하고 가까운 곳에 돼지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는 게 가장 좋고요. 산림하고 주택가 주변에 30~50m 정도 경계선을 만들어서 나무를 벌채해서 개방된 지역을 만들면 돼지들이 (노출을) 꺼려 해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으니까 그런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죠."]

활동이 왕성한 번식기인데다 멧돼지 포획이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먹이가 부족한 겨울인 만큼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멧돼지를 만날 경우 등을 보이지 말고 나무나 장애물 뒤로 몸을 숨겨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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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또 출몰한 멧돼지…산 떠나 도심 출몰 이유는?
    • 입력 2019-11-12 08:35:28
    • 수정2019-11-1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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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마다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이런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부산이 특히 그렇습니다.

주택가 골목부터 학교 앞, 아파트 주차장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고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주유소입니다.

그제 아침 6시 반 쯤, 주유소 직원 A씨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평소에는 안 들리는 소리가 들려서 와보니까 그렇게 갇혀있더라고요."]

소리가 들린 곳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왔더니, 건물 뒤 담벼락 아래에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는 이게 멧돼지라 생각을 못 하고 돌인가 싶었는데 뭐가 움직여서 처음에는 뉴트리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멧돼지라서 너무 놀라서 바로 신고를 했죠."]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유해조수포획단에 의해 잡혔는데요.

이날 아침에만 인근 지역에서 멧돼지 목격 신고가 두 건이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이 동네 주변에서 멧돼지가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찻길에 좀 큰 멧돼지가 한 마리 받혀서 죽어있더라고요. 직접 본 건 2번 정도 봤고요. 신고 내용 들은 건 네다섯 번 되는 거 같아요."]

[김준섭/부산사상경찰서 주례지구대 팀장 : "야간에 신고가 좀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하루에 한두 건씩 꼭 들어와요."]

자, 멧돼지 출몰로 비상이 걸린 건 비단 이 동네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부산에서 출몰 신고된 멧돼지가 무려 90여 마리에 이릅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나타난 멧돼지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건물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간 멧돼지가 거울을 부수고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 멧돼지 소탕 작전에 주택가에선 총격전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다른 주택가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달, 대문 안까지 들어온 멧돼지에 공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소리 때문에 여기까지 와보니까 여기 멧돼지가 있었고 눈이 마주치니까 달려들고 제가 처음에는 위로 살짝 피했습니다. 그러니까 등 돌리고 내려가는 순간에 엉덩이 받치면서 물리고 같이 굴러떨어졌죠. 밑에까지."]

몸 군데군데 상처가 남았는데요.

그날 밤의 상황입니다. 밤9시가 넘은 시각, 하 씨 집 대문을 뚫고 들어온 멧돼지가 막다른 길에 몰려 우왕좌왕합니다.

바로 이 때, 하 씨와 맞닥뜨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시작된 건데요.

멧돼지가 잡힌 곳 주변은 아직 그날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김미례/멧돼지 목격 주민 : "밤 9시 반부터 11시까지 그랬으니까. 저 (마취) 총이 한 5발 6발? 이렇게 쏴도 안 돼서. (멧돼지가) 여기서 비비고 저리 들이박고 저기 담에서 떨어졌으니까. 병 모아 놨잖아요. 그거 두 박스는 깨졌어."]

대문 안까지 들이닥친 멧돼지의 공격에 자칫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뻔했습니다.

[김미례/멧돼지 목격 주민 : "(목격자가) 막 '아줌마! 지금 밖에 나오지 말고 들어가세요!' 이러는 거라. 그래서 '왜?' 하니까 '빨리 들어가세요. 아무 말 말고. 문 열지 말고 들어가세요.' 그래서 내가 방으로 들어와서 (피했어요)."]

한밤의 소동 이후 동네 주민들은 골목 앞을 나서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새벽에 운동 가시는 분들도 운동을 안 하시게 되고 낮에도 항상 문을 닫고 밑에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죠."]

그런가 하면 야행성이라고 알려진 멧돼지가 아침 등굣길에 나타난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황당했죠. 뛰어오길래 처음에는 멧돼지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우리 흔히 생각하는 개가 뛰어와도 깜짝 놀랄 건데……."]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그날 하루만 부산 지역에 14마린가 13마린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어디라도 그냥 겁이 나요 다니면. 밤도 아니고 낮에 그것도 사람들 다 다니는데 (멧돼지가) 다니니까 겁나죠."]

산과 멀리 떨어진 도심 가운데까지 나타난 멧돼지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출몰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일단 먹이를 찾으러 온 게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하창수/멧돼지 피해 주민 : "몇 개월 전에 좀 큰불이 나서 3일 동안 뒤에 산이 다 탔습니다. 아마 다른 지역에서 넘어왔다가 위에 산불 때문에 먹을 게 없으니까 집 쪽으로 내려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멧돼지 목격 주민/음성변조 : "아파트 위쪽 뒤로 가보면 쓰레기장이 있고 하니까 음식물 쓰레기 냄새 때문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은 드네요."]

[유해조수포획단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 이례적으로 밤하고 도토리가 대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동물들은 먹을 게 많으면 새끼를 많이 낳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5마리 낳던 멧돼지가 10마리 낳고 이런 식으로 배로 낳고 이러거든요. 올해는 풍년이었는데 태풍 몇 번 오고 나서 싹 다 떨어져 버렸어요."]

결국 먹이를 구하러 내려오다가 도심까지 오게 된 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빈번한 멧돼지의 출몰을 막을 순 없을까요?

[한상훈/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 : "잡기만 해서는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고 내려오는 길목에 특히 주택가하고 가까운 곳에 돼지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는 게 가장 좋고요. 산림하고 주택가 주변에 30~50m 정도 경계선을 만들어서 나무를 벌채해서 개방된 지역을 만들면 돼지들이 (노출을) 꺼려 해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으니까 그런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죠."]

활동이 왕성한 번식기인데다 멧돼지 포획이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먹이가 부족한 겨울인 만큼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멧돼지를 만날 경우 등을 보이지 말고 나무나 장애물 뒤로 몸을 숨겨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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