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단독]① “돈 받고 미쉐린 별 달아주나?”…‘컨설팅 장사 의혹’ 최초 확인

입력 2019.11.12 (11:40) 수정 2019.11.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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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취재원으로부터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표된 직후인 2016년 11월 똑같은 내용을 제보했던 취재원이다.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 측이 돈이 오고 가는 컨설팅을 받고 별을 달아준다는 것이다. 당시 제보의 신빙성은 있었지만 입증 자료가 부족했다. 그런데 취재할 마음이 있다면 이번엔 그때 주저해 주지 않았던 핵심 자료를 추가로 주겠다고 말한다. 전화를 끊고 아쉬움에 버리지 못했던 2016년 받은 자료를 다시 찾아봤다. 그리고 하루 뒤 이메일로 자료가 도착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내용이다.

■120년 전통 '미식의 성서'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미슐랭 형제가 1900년에 만든 미슐랭 가이드(공식명:미쉐린 가이드)는 120년 동안 미식 시장에서 군림해왔다.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의 성서'로 불리며 프랑스의 자부심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요리사들에게 미쉐린 스타는 선망의 대상이자 최고의 영예다. 올해 기준 국내 미쉐린 스타 식당 26개. 3스타는 2개, 2스타 5개, 1스타 19개.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표는 모레(14일)다.

드디어 모든 퍼즐 조각이 딱딱 들어맞다…미쉐린과 내통?

‘윤가명가’ 윤경숙 대표, 싱어와의 메신저 내용‘윤가명가’ 윤경숙 대표, 싱어와의 메신저 내용

추가로 받은 자료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캡처한 내용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식당 '윤가명가' 측과 어네스트 싱어(Ernest Singer)라는 일본에 사는 미국인의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이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대략 1년 동안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다. 내용은 놀랍다. 미국인 싱어 씨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2016년 말에 출간될 것을 정확히 안다. 미쉐린 서울 발간 시기에 대한 국내 언론의 첫 보도는 2015년 11월, 공식 발표는 2016년 3월, 대략 1년 전에 정확히 안다. 또 2014년에서 2015년까지 미쉐린 발간을 위한 미쉐린과 한국관광공사의 협상 진행 상황도 그때그때 알려준다. 이 협상은 비밀 약정까지 맺고 극비리에 진행 중이었다. 더구나 관광공사가 미쉐린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는 것도 2015년 2월에 즉시 안다. 한국 정부가 미쉐린에 20억 원을 줬다는 것은 2017년 11월에야 국회를 통해 어렵게 공개된 내용이다. 관광공사가 비밀 약정을 이유로 극구 공개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관광공사에 해당 시기를 문의했더니 모든 시기가 딱딱 들어맞는다.

■미쉐린 브로커의 검은 뒷거래 전모 드러나다

싱어 씨의 지시로 체결한 컨설팅계약서싱어 씨의 지시로 체결한 컨설팅계약서

3년 전 최초에 받은 자료는 계약서와 이메일이다. 계약서에는 미쉐린 별을 따기 위해 컨설팅 조건이 들어있다. 컨설팅비는 1년에 4만 달러(5천만 원). 1년 최소 6차례 방문하는 컨설턴트의 항공료·호텔비 별도 지불. 이 계약은 미쉐린 내부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싱어 씨가 한식당 '윤가명가'에 은밀하게 제안했다. 계약을 외부에 절대 비밀로 유지하라는 '극비유지 동의서'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때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개업한 지 2달, 홍보도 제대로 안 된 '윤가명가'에 정말 미쉐린 평가원들(인스펙터)이 찾아온다. 미쉐린 별을 따는 비용치고는 너무 싸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해마다 지급해야 하는 것이 함정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돈을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윤가명가'는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고민 끝에 계약을 파기한다.

윤경숙 윤가명가 대표의 말이다.
"별 뒤에는 돈 결탁이 저런 것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잖아요. 처음에 애초부터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으려면 미슐랭을 받으려면 이런 것들을 진행해야 된다고 알려줬다면 저는 그때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윤가명가는 미쉐린 인스펙터의 극찬도 받았는데 설마 컨설팅을 안 했다고 아무것도 안 줄까 하는 한 가닥 믿음으로 미쉐린 발표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별은커녕 식당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컨설팅 계약서 서명자는 '데니입'…하지만 모든 배후에는 '싱어'

싱어의 비서가 보낸 이메일싱어의 비서가 보낸 이메일

계약서 서명자는 어네스트 싱어(Ernest Singer)가 아닌 홍콩의 데니입(Denny Ip)으로 돼 있다. 그런데 싱어 측과 윤가명가 측 사이에 오간 메신저와 이메일을 보면 싱어는 컨설팅 계약의 전반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데니입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은 식당 컨설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싱어 씨와는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5차례 연락이 닿았지만 결국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미쉐린은 그 어떠한 형태의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고 스타 레스토랑 선정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KBS 취재팀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을 만난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밤 KBS 9시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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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단독]① “돈 받고 미쉐린 별 달아주나?”…‘컨설팅 장사 의혹’ 최초 확인
    • 입력 2019-11-12 11:40:44
    • 수정2019-11-15 21:36:48
    탐사K
딱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취재원으로부터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표된 직후인 2016년 11월 똑같은 내용을 제보했던 취재원이다.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 측이 돈이 오고 가는 컨설팅을 받고 별을 달아준다는 것이다. 당시 제보의 신빙성은 있었지만 입증 자료가 부족했다. 그런데 취재할 마음이 있다면 이번엔 그때 주저해 주지 않았던 핵심 자료를 추가로 주겠다고 말한다. 전화를 끊고 아쉬움에 버리지 못했던 2016년 받은 자료를 다시 찾아봤다. 그리고 하루 뒤 이메일로 자료가 도착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내용이다.

■120년 전통 '미식의 성서'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미슐랭 형제가 1900년에 만든 미슐랭 가이드(공식명:미쉐린 가이드)는 120년 동안 미식 시장에서 군림해왔다.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의 성서'로 불리며 프랑스의 자부심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요리사들에게 미쉐린 스타는 선망의 대상이자 최고의 영예다. 올해 기준 국내 미쉐린 스타 식당 26개. 3스타는 2개, 2스타 5개, 1스타 19개.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표는 모레(14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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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받은 자료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캡처한 내용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식당 '윤가명가' 측과 어네스트 싱어(Ernest Singer)라는 일본에 사는 미국인의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이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대략 1년 동안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다. 내용은 놀랍다. 미국인 싱어 씨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2016년 말에 출간될 것을 정확히 안다. 미쉐린 서울 발간 시기에 대한 국내 언론의 첫 보도는 2015년 11월, 공식 발표는 2016년 3월, 대략 1년 전에 정확히 안다. 또 2014년에서 2015년까지 미쉐린 발간을 위한 미쉐린과 한국관광공사의 협상 진행 상황도 그때그때 알려준다. 이 협상은 비밀 약정까지 맺고 극비리에 진행 중이었다. 더구나 관광공사가 미쉐린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는 것도 2015년 2월에 즉시 안다. 한국 정부가 미쉐린에 20억 원을 줬다는 것은 2017년 11월에야 국회를 통해 어렵게 공개된 내용이다. 관광공사가 비밀 약정을 이유로 극구 공개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관광공사에 해당 시기를 문의했더니 모든 시기가 딱딱 들어맞는다.

■미쉐린 브로커의 검은 뒷거래 전모 드러나다

싱어 씨의 지시로 체결한 컨설팅계약서
3년 전 최초에 받은 자료는 계약서와 이메일이다. 계약서에는 미쉐린 별을 따기 위해 컨설팅 조건이 들어있다. 컨설팅비는 1년에 4만 달러(5천만 원). 1년 최소 6차례 방문하는 컨설턴트의 항공료·호텔비 별도 지불. 이 계약은 미쉐린 내부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싱어 씨가 한식당 '윤가명가'에 은밀하게 제안했다. 계약을 외부에 절대 비밀로 유지하라는 '극비유지 동의서'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때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개업한 지 2달, 홍보도 제대로 안 된 '윤가명가'에 정말 미쉐린 평가원들(인스펙터)이 찾아온다. 미쉐린 별을 따는 비용치고는 너무 싸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해마다 지급해야 하는 것이 함정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돈을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윤가명가'는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고민 끝에 계약을 파기한다.

윤경숙 윤가명가 대표의 말이다.
"별 뒤에는 돈 결탁이 저런 것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잖아요. 처음에 애초부터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으려면 미슐랭을 받으려면 이런 것들을 진행해야 된다고 알려줬다면 저는 그때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윤가명가는 미쉐린 인스펙터의 극찬도 받았는데 설마 컨설팅을 안 했다고 아무것도 안 줄까 하는 한 가닥 믿음으로 미쉐린 발표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별은커녕 식당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컨설팅 계약서 서명자는 '데니입'…하지만 모든 배후에는 '싱어'

싱어의 비서가 보낸 이메일
계약서 서명자는 어네스트 싱어(Ernest Singer)가 아닌 홍콩의 데니입(Denny Ip)으로 돼 있다. 그런데 싱어 측과 윤가명가 측 사이에 오간 메신저와 이메일을 보면 싱어는 컨설팅 계약의 전반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데니입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은 식당 컨설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싱어 씨와는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5차례 연락이 닿았지만 결국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미쉐린은 그 어떠한 형태의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고 스타 레스토랑 선정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KBS 취재팀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을 만난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밤 KBS 9시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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