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전력의 택시기사, 또 음주운전 사망사고…‘윤창호법’뒤 형량은 얼마?

입력 2019.11.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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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박 모 씨는 지난 6월 14일 밤 10시 25분쯤 서울 구로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윤 모 씨가 택시에 치였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이틀 뒤 숨졌습니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였습니다. 택시기사 박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83% 상태로, 당시 음주 단속 기준에 따르면 '면허 정지' 수준이었습니다. 또, 박 씨는 술에 취해 노인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 50km를 훨씬 넘어선 시속 93km로 달렸고 보행 신호등도 전부 무시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의 형량은 얼마였을까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과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선 박 씨의 뺑소니 사고 전력도 고려됐습니다. 지난 2000년 박 씨는 차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적 있는데요. 재판부는 "박 씨의 전과와 위법성 정도, 유족들의 엄벌 탄원, 박 씨의 반성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지난해 12월 이전보다 형량이 높아진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윤창호 법' 시행 이후 변화했다는 뜻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일컫는, 이른바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2살의 윤창호 씨가 전역을 4개월 앞두고 휴가를 나왔다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26살 박 모 씨가 만취 상태로 몰던 승용차에 치여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사건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윤창호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법 개정을 탄원하는 내용을 올려 40만 6천여 명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국회에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르는 이른바 '윤창호 법'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당초 음주운전 사망사고시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후퇴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윤창호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형량은 일반 치사 사건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합니다.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고의성', 즉 일부러 사람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실제 형량은 낮게 선고된다는 뜻에서입니다.

이번 사고를 저지른 택시기사 박 씨는 또다시 운전대를 잡을지 모릅니다. 고작 3년 6개월 뒤 말이죠. 과연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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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2 17:09:28
    취재K
택시기사 박 모 씨는 지난 6월 14일 밤 10시 25분쯤 서울 구로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윤 모 씨가 택시에 치였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이틀 뒤 숨졌습니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였습니다. 택시기사 박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83% 상태로, 당시 음주 단속 기준에 따르면 '면허 정지' 수준이었습니다. 또, 박 씨는 술에 취해 노인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 50km를 훨씬 넘어선 시속 93km로 달렸고 보행 신호등도 전부 무시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의 형량은 얼마였을까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과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선 박 씨의 뺑소니 사고 전력도 고려됐습니다. 지난 2000년 박 씨는 차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적 있는데요. 재판부는 "박 씨의 전과와 위법성 정도, 유족들의 엄벌 탄원, 박 씨의 반성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지난해 12월 이전보다 형량이 높아진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윤창호 법' 시행 이후 변화했다는 뜻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일컫는, 이른바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2살의 윤창호 씨가 전역을 4개월 앞두고 휴가를 나왔다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26살 박 모 씨가 만취 상태로 몰던 승용차에 치여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사건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윤창호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법 개정을 탄원하는 내용을 올려 40만 6천여 명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국회에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르는 이른바 '윤창호 법'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당초 음주운전 사망사고시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후퇴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윤창호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형량은 일반 치사 사건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합니다.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고의성', 즉 일부러 사람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실제 형량은 낮게 선고된다는 뜻에서입니다.

이번 사고를 저지른 택시기사 박 씨는 또다시 운전대를 잡을지 모릅니다. 고작 3년 6개월 뒤 말이죠. 과연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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