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꼰대’는 가라! 청년들 “OK 부머”

입력 2019.11.12 (20:33) 수정 2019.11.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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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희 기자, 방금 나온 '꼰대'가 제가 아는 그 '꼰대'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말 '꼰대'가 BBC 오늘의 단어로 선정됐어요.

BBC는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 바로 꼰대고, 또 이들은 다른 사람이 항상 잘못됐다고 여긴다고 덧붙였습니다.

꽤 정확한 분석이죠.

놀라운 건 전세계에서 공감이 쏟아진 겁니다.

자기 주변에도 비슷한 어른이 많다는 건데, 꼰대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앵커]

나이나 서열 문화가 강한 한국만의 현상인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

[기자]

네, 영미권 청년들이 즐겨 쓰는 '부머'라는 단어가 있어요.

베이비 부머 등 기성 세대를 비꼬는 속어입니다.

꼰대의 영어판인거죠.

이 부머라는 단어가 최근 뉴질랜드 정치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이 사람 올해 25살 청년 정치가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인데요.

스와브릭 의원은 지난 5일 의회 발언 도중 고령화 된 국회의원들이 미래의 일인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뒤 다른 의원들이 야유를 쏟아내자 어떻게 응수했는지 들어보시죠.

[클로에 스와브릭/뉴질랜드 국회의원 : "2050년이면 나는 56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뉴질랜드의) 의원 평균 나이는 49세입니다. 오케이, 부머."]

["오케이 부머."]

[앵커]

부머가 꼰대라는 뜻이면 '오케이 부머'는 '알았어요 꼰대 씨' 같은 의미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합니다.

요즘 영미권 유행어에요.

나이 든 세대가 잔소리를 할 때, 청년들이 말을 끊으려고 "오케이 부머", "알았으니까 그만하세요 꼰대 씨"라고 한다는 거죠.

기성세대가 낡고 해묵은 지식으로 잔소리를 하면, 그게 왜 틀렸는지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냥 '알겠다'라고 대꾸하고 무시한다는 겁니다.

[프란체스카/미국 대학생 :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살았던 특정 방식대로 우리가 똑같이 살아가길 원합니다. 청년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세계가 변했는데 우린 그렇게 살 수가 없습니다."]

"오케이 부머"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가 하면, 노래까지 등장할 정도로 청년층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각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낡은 잣대로 나를 재단하지 말라는 거죠.

최근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부머, 그러니까 꼰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젊은 층의 온라인 비판 문화를 저격했는데요.

"누군가를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치적 활동이 아니다"라면서, "해시태그를 달고 '난 이렇게 정치적으로 깨어있고 의식이 있다'고 자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바로 반발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매우 꼰대적인 시각"이란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청년층은 성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처럼 부도덕한 저명인사들을 비판하는 것이지 "단지 재미를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또 '미투' 같은 해시태그가 부모 세대의 시위 피켓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유교 문화권인 아시아권에서도 이런 세대 갈등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 장치, 뭘까요?

[앵커]

무슨 의자처럼 생겼네요.

[기자]

일본에서 만든 꼰대 퇴치기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나 때는 말이야' 같은 꼰대 발언을 하면 인공지능이 인식해서 의자에 달린 선풍기가 바람을 쏜다고 하네요.

권위주의가 심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회식 모습도 우리와 비슷한가 봅니다.

중국엔 '따마'와 '따빠'라는 말이 있는데요.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폐를 끼치고, 젊은이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중년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앵커]

전 세계에서 '꼰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거네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청년층이 그만큼 화가 나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케이 부머가 "현재 상황에 지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을 위한 슬로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삶은 기성세대에 비해 팍팍하거든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이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같은 나이 때 벌었던 소득보다 20% 적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학 학자금 대출 등 빚은 많은 반면, 취업 기회는 낮아졌고 평균 임금도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권력과 부를 독점한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인생에 참견하기 보다는, 그 에너지를 환경 문제같은 미래 지향적인 일에 사용해 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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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인사이드] ‘꼰대’는 가라! 청년들 “OK 부머”
    • 입력 2019-11-12 20:31:40
    • 수정2019-11-12 21:10:14
    글로벌24
[앵커]

이재희 기자, 방금 나온 '꼰대'가 제가 아는 그 '꼰대'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말 '꼰대'가 BBC 오늘의 단어로 선정됐어요.

BBC는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 바로 꼰대고, 또 이들은 다른 사람이 항상 잘못됐다고 여긴다고 덧붙였습니다.

꽤 정확한 분석이죠.

놀라운 건 전세계에서 공감이 쏟아진 겁니다.

자기 주변에도 비슷한 어른이 많다는 건데, 꼰대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앵커]

나이나 서열 문화가 강한 한국만의 현상인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

[기자]

네, 영미권 청년들이 즐겨 쓰는 '부머'라는 단어가 있어요.

베이비 부머 등 기성 세대를 비꼬는 속어입니다.

꼰대의 영어판인거죠.

이 부머라는 단어가 최근 뉴질랜드 정치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이 사람 올해 25살 청년 정치가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인데요.

스와브릭 의원은 지난 5일 의회 발언 도중 고령화 된 국회의원들이 미래의 일인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뒤 다른 의원들이 야유를 쏟아내자 어떻게 응수했는지 들어보시죠.

[클로에 스와브릭/뉴질랜드 국회의원 : "2050년이면 나는 56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뉴질랜드의) 의원 평균 나이는 49세입니다. 오케이, 부머."]

["오케이 부머."]

[앵커]

부머가 꼰대라는 뜻이면 '오케이 부머'는 '알았어요 꼰대 씨' 같은 의미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합니다.

요즘 영미권 유행어에요.

나이 든 세대가 잔소리를 할 때, 청년들이 말을 끊으려고 "오케이 부머", "알았으니까 그만하세요 꼰대 씨"라고 한다는 거죠.

기성세대가 낡고 해묵은 지식으로 잔소리를 하면, 그게 왜 틀렸는지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냥 '알겠다'라고 대꾸하고 무시한다는 겁니다.

[프란체스카/미국 대학생 :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살았던 특정 방식대로 우리가 똑같이 살아가길 원합니다. 청년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세계가 변했는데 우린 그렇게 살 수가 없습니다."]

"오케이 부머"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가 하면, 노래까지 등장할 정도로 청년층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각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낡은 잣대로 나를 재단하지 말라는 거죠.

최근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부머, 그러니까 꼰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젊은 층의 온라인 비판 문화를 저격했는데요.

"누군가를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치적 활동이 아니다"라면서, "해시태그를 달고 '난 이렇게 정치적으로 깨어있고 의식이 있다'고 자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바로 반발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매우 꼰대적인 시각"이란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청년층은 성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처럼 부도덕한 저명인사들을 비판하는 것이지 "단지 재미를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또 '미투' 같은 해시태그가 부모 세대의 시위 피켓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유교 문화권인 아시아권에서도 이런 세대 갈등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 장치, 뭘까요?

[앵커]

무슨 의자처럼 생겼네요.

[기자]

일본에서 만든 꼰대 퇴치기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나 때는 말이야' 같은 꼰대 발언을 하면 인공지능이 인식해서 의자에 달린 선풍기가 바람을 쏜다고 하네요.

권위주의가 심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회식 모습도 우리와 비슷한가 봅니다.

중국엔 '따마'와 '따빠'라는 말이 있는데요.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폐를 끼치고, 젊은이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중년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앵커]

전 세계에서 '꼰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거네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청년층이 그만큼 화가 나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케이 부머가 "현재 상황에 지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을 위한 슬로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삶은 기성세대에 비해 팍팍하거든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이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같은 나이 때 벌었던 소득보다 20% 적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학 학자금 대출 등 빚은 많은 반면, 취업 기회는 낮아졌고 평균 임금도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권력과 부를 독점한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인생에 참견하기 보다는, 그 에너지를 환경 문제같은 미래 지향적인 일에 사용해 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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