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홍콩…엑소더스 현실화

입력 2019.11.14 (08:14) 수정 2019.11.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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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천녀유혼', '동방불패', '중경삼림'.

198,90년대 눈부신 젊음을 보내고 중년을 향해 가는 3050세대에게 홍콩은, 그 시절 청춘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방 벽면을 홍콩 스타의 브로마이드나 홍콩 영화 포스터로 도배를 했던 기억, 특히 영화 중경삼림 속 두 남성 금성무와 양조위는 극중 홍콩 경찰 223, 663 역을 맡아 숱한 명대사를 뿌렸습니다.

[금성무/홍콩 경찰 223.영화 중경삼림/1995년 : "난 그녀를 영원히 기록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기한을 적는다면 만년 후로 해야겠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홍콩에 '중경삼림'의 로맨틱한 경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10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임신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찰이 남았습니다.

[진압 경찰 : "이 시위는 불법입니다. 해산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것입니다."]

부족한 경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교도소 폭동 대응팀'이 시위 진압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후임 경찰 청장에는 별명이 강철주먹, 대표적인 강경파로 통하는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맞선 시위 양상도 격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도로 위로 의자와 사다리 등을 마구 던집니다.

홍콩의 남북을 잇는 해저터널 인근 길을 봉쇄하는 겁니다.

아침 출근길을 시작으로 시내 도로 곳곳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학가는 이미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가 됐습니다.

[윙롱/대학생 : "경찰의 진입은 우리 캠퍼스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위협을 느낀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대거 탈출했고 우리나라 유학생들도 안전을 이유로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 : "지금은 불편을 겪겠지만, 우리가 성공하면 홍콩의 미래는 더 밝을 것입니다."]

이처럼 홍콩 시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곳곳에 '홍콩 엑소더스' 대탈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쇼핑의 천국 홍콩에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라다는 홍콩 현지에서 가장 큰 매장인 코즈웨이베이 매장을 임대계약이 끝나는 내년쯤 폐쇄할 계획입니다.

루이비통 역시 매장 철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관광객과 현지인의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페라가모'의 경우 홍콩 내 판매가 올해 3분기 45%나 감소해 사실상 반토막이 났습니다.

홍콩 부자들도 좌불안석입니다.

최근 홍콩의 백만장자 100여명이 아일랜드에 투자 이민을 신청했습니다.

아일랜드는 100만유로(약 13억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이 나옵니다.

상당수 부자들이 이미 인근 타이완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우자잉/홍콩 이민 회사 직원 : "6월 초부터 타이완 이민에 관한 문의가 3~5배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엑소더스 바람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던 해, 그 시절 캐나다·호주· 미국 등 해외로 이주한 홍콩 주민은 약 30만 명에 이릅니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는 이민 온 홍콩 주민이 워낙 많아 ‘홍쿠버(Hongcouver)’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홍콩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가 지켜지지 않으리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홍콩 영화가 암흑기를 맞은 것도 이 시깁니다.

서극, 오우삼, 임영동 등 유명 감독과 성룡, 주윤발, 이연걸 등 많은 스타가 할리우드로 떠났습니다.

영화인들 역시 중국 공산당의 일국양제 약속을 의심했고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5개월에 접어듭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송환법' 추진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송환법 반대- 반(反)정부-반 중국'으로 번지며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위 현장에서는 중국군과 시위대가 정면 대치하며 일촉즉발의 위기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중국군의 개입은 일국양제의 종언을 고하는 동시에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때 '동방명주' 아시아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의 앞날이 불안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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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4 08:14:59
    • 수정2019-11-14 08:56:58
    아침뉴스타임
'영웅본색', '천녀유혼', '동방불패', '중경삼림'.

198,90년대 눈부신 젊음을 보내고 중년을 향해 가는 3050세대에게 홍콩은, 그 시절 청춘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방 벽면을 홍콩 스타의 브로마이드나 홍콩 영화 포스터로 도배를 했던 기억, 특히 영화 중경삼림 속 두 남성 금성무와 양조위는 극중 홍콩 경찰 223, 663 역을 맡아 숱한 명대사를 뿌렸습니다.

[금성무/홍콩 경찰 223.영화 중경삼림/1995년 : "난 그녀를 영원히 기록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기한을 적는다면 만년 후로 해야겠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홍콩에 '중경삼림'의 로맨틱한 경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10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임신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찰이 남았습니다.

[진압 경찰 : "이 시위는 불법입니다. 해산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것입니다."]

부족한 경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교도소 폭동 대응팀'이 시위 진압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후임 경찰 청장에는 별명이 강철주먹, 대표적인 강경파로 통하는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맞선 시위 양상도 격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도로 위로 의자와 사다리 등을 마구 던집니다.

홍콩의 남북을 잇는 해저터널 인근 길을 봉쇄하는 겁니다.

아침 출근길을 시작으로 시내 도로 곳곳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학가는 이미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가 됐습니다.

[윙롱/대학생 : "경찰의 진입은 우리 캠퍼스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위협을 느낀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대거 탈출했고 우리나라 유학생들도 안전을 이유로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 : "지금은 불편을 겪겠지만, 우리가 성공하면 홍콩의 미래는 더 밝을 것입니다."]

이처럼 홍콩 시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곳곳에 '홍콩 엑소더스' 대탈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쇼핑의 천국 홍콩에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라다는 홍콩 현지에서 가장 큰 매장인 코즈웨이베이 매장을 임대계약이 끝나는 내년쯤 폐쇄할 계획입니다.

루이비통 역시 매장 철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관광객과 현지인의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페라가모'의 경우 홍콩 내 판매가 올해 3분기 45%나 감소해 사실상 반토막이 났습니다.

홍콩 부자들도 좌불안석입니다.

최근 홍콩의 백만장자 100여명이 아일랜드에 투자 이민을 신청했습니다.

아일랜드는 100만유로(약 13억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이 나옵니다.

상당수 부자들이 이미 인근 타이완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우자잉/홍콩 이민 회사 직원 : "6월 초부터 타이완 이민에 관한 문의가 3~5배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엑소더스 바람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던 해, 그 시절 캐나다·호주· 미국 등 해외로 이주한 홍콩 주민은 약 30만 명에 이릅니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는 이민 온 홍콩 주민이 워낙 많아 ‘홍쿠버(Hongcouver)’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홍콩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가 지켜지지 않으리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홍콩 영화가 암흑기를 맞은 것도 이 시깁니다.

서극, 오우삼, 임영동 등 유명 감독과 성룡, 주윤발, 이연걸 등 많은 스타가 할리우드로 떠났습니다.

영화인들 역시 중국 공산당의 일국양제 약속을 의심했고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5개월에 접어듭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송환법' 추진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송환법 반대- 반(反)정부-반 중국'으로 번지며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위 현장에서는 중국군과 시위대가 정면 대치하며 일촉즉발의 위기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중국군의 개입은 일국양제의 종언을 고하는 동시에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때 '동방명주' 아시아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의 앞날이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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