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우리 마을이 사라진다고?’ 저출산이 몰고온 위기

입력 2019.11.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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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다고 해야 할까요? 심각하다 해야 할까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최근 연구 결과 하나를 내놨습니다. 2050년부터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노인 인구 3천500만 명. 국민의 28.4%가 노인으로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 일본이 지목한 미래의 '위기 국가'는 바로, 한국입니다.

■ "30년 뒤 마을의 42% 사라질 것"...소멸위험지역 증가

경상북도 군위군은 노인이 9,150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사는 젊은 여성(20~39세)은 1,300명에 불과합니다. 3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기 울음소리는 얼마나 자주 들릴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이 오늘(14일) '한국의 지방소멸지수 2019'를 공개했습니다. 쉽게 말해 30년 뒤, 지역의 인구 기반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분류한 것입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97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지난해 89곳과 비교해 8곳이 늘었습니다. 2013년 75곳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2.8곳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0.5 미만일 때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228개 시군구 가운데에는 97곳,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에는 전남, 경북이 위험한 수준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지방소멸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0.5 미만일 때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228개 시군구 가운데에는 97곳,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에는 전남, 경북이 위험한 수준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

■ 전남 빨간 불, 경북 올해 '소멸위험지역' 진입 예상

농촌 등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합니다. 전라남도는 이미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고, 경상북도는 올해 말,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런 지역의 풍경은 수치로도 짐작됩니다. 2015년 기준, 소멸고위험지역(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을 따로 떼어 분석하니 빈집이 15.9%(전국평균 6.6%)나 생겨났고, 1인 가구 비율은 35%에 달했습니다. 최근 5년간 20~39세 여성이 무려 22%나 빠져나갔고, 초등학생은 23%나 감소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줄면서 2017년 기준, 해당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인 39%의 3분의 1에 불과한 13%에 그쳤습니다.

일하고, 벌고, 먹고, 즐기는 대부분의 기능이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불과 10여 년 사이 전국이 ‘소멸 위험’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불과 10여 년 사이 전국이 ‘소멸 위험’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2005년 우리나라에는 단 한 곳도 '붕괴'를 걱정하는 지자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서울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노랑-주황-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 "아기 낳으면 현금 줍니다!"...공무원의 81% "문제 있다"

뭐라도 해보자고 궁여지책을 냅니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출산장려금을 올립니다. 경북 문경시는 둘째를 낳으면 1천4백만 원을 지급합니다.

224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264개 항목의 출산지원금(출산장려금, 출산축하금, 육아수당)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한 해 3,280억 원 지난해 2,600억 원보다 무려 20%나 확대했습니다.

(자료 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자료 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

당장 효과가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받는 주민들이 좋아하고, 주는 사람도 기분 좋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 봅니다.

이런 '현금 살포'가 과연 '지역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이를 낳을 때 출산장려금이 많은 지역으로 이사해서 살다가, 몇 년 지나면 교육이나 일자리, 문화생활을 찾아 외지로 나가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전국 지자체 저출산정책 담당 공무원 1,00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현금지원사업 확대가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70%), 주민 형평성 문제(66%), 지자체 재정악화(52%)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지자체마다 각자 벌이는 저출산 대응에 93%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마구잡이로 예산을 뿌리면서도, 사실은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노인'

올해 초 통계청은 약 100년 뒤인 2117년 우리나라 인구는 2,08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17년 인구가 5,100만 명인 걸 감안하면 현재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층(15~64세)은 45.7%에 불과한데 노인이 45.3%, 유아·어린이·청소년이 8.8%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부양해야 할 시대가 오는 겁니다.

이 예측에는 전 세계 유례없는 역대 최저 출산율 0.98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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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고향·우리 마을이 사라진다고?’ 저출산이 몰고온 위기
    • 입력 2019-11-14 14:18:28
    취재K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요? 심각하다 해야 할까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최근 연구 결과 하나를 내놨습니다. 2050년부터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노인 인구 3천500만 명. 국민의 28.4%가 노인으로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 일본이 지목한 미래의 '위기 국가'는 바로, 한국입니다.

■ "30년 뒤 마을의 42% 사라질 것"...소멸위험지역 증가

경상북도 군위군은 노인이 9,150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사는 젊은 여성(20~39세)은 1,300명에 불과합니다. 3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기 울음소리는 얼마나 자주 들릴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이 오늘(14일) '한국의 지방소멸지수 2019'를 공개했습니다. 쉽게 말해 30년 뒤, 지역의 인구 기반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분류한 것입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97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지난해 89곳과 비교해 8곳이 늘었습니다. 2013년 75곳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2.8곳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0.5 미만일 때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228개 시군구 가운데에는 97곳,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에는 전남, 경북이 위험한 수준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
■ 전남 빨간 불, 경북 올해 '소멸위험지역' 진입 예상

농촌 등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합니다. 전라남도는 이미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고, 경상북도는 올해 말,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런 지역의 풍경은 수치로도 짐작됩니다. 2015년 기준, 소멸고위험지역(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을 따로 떼어 분석하니 빈집이 15.9%(전국평균 6.6%)나 생겨났고, 1인 가구 비율은 35%에 달했습니다. 최근 5년간 20~39세 여성이 무려 22%나 빠져나갔고, 초등학생은 23%나 감소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줄면서 2017년 기준, 해당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인 39%의 3분의 1에 불과한 13%에 그쳤습니다.

일하고, 벌고, 먹고, 즐기는 대부분의 기능이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불과 10여 년 사이 전국이 ‘소멸 위험’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자료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2005년 우리나라에는 단 한 곳도 '붕괴'를 걱정하는 지자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서울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노랑-주황-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 "아기 낳으면 현금 줍니다!"...공무원의 81% "문제 있다"

뭐라도 해보자고 궁여지책을 냅니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출산장려금을 올립니다. 경북 문경시는 둘째를 낳으면 1천4백만 원을 지급합니다.

224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264개 항목의 출산지원금(출산장려금, 출산축하금, 육아수당)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한 해 3,280억 원 지난해 2,600억 원보다 무려 20%나 확대했습니다.

(자료 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
당장 효과가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받는 주민들이 좋아하고, 주는 사람도 기분 좋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 봅니다.

이런 '현금 살포'가 과연 '지역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이를 낳을 때 출산장려금이 많은 지역으로 이사해서 살다가, 몇 년 지나면 교육이나 일자리, 문화생활을 찾아 외지로 나가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전국 지자체 저출산정책 담당 공무원 1,00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현금지원사업 확대가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70%), 주민 형평성 문제(66%), 지자체 재정악화(52%)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지자체마다 각자 벌이는 저출산 대응에 93%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마구잡이로 예산을 뿌리면서도, 사실은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노인'

올해 초 통계청은 약 100년 뒤인 2117년 우리나라 인구는 2,08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17년 인구가 5,100만 명인 걸 감안하면 현재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층(15~64세)은 45.7%에 불과한데 노인이 45.3%, 유아·어린이·청소년이 8.8%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부양해야 할 시대가 오는 겁니다.

이 예측에는 전 세계 유례없는 역대 최저 출산율 0.98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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