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춘재 자백 8차 사건 현장과 부합”…진범 잠정 결론

입력 2019.11.15 (10:49) 수정 2019.11.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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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라고 잠정 결론지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이 사건 당시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하는 점을 토대로 그를 이 사건의 진범으로 사실상 특정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오늘(15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수사본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 22세로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다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은 윤 모 씨와 최근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대해 이춘재가 진술한 내용이 현장상황과 일치하고 박 양의 신체특징, 가옥구조, 시신위치, 범행 후 박 양에게 새 속옷을 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처럼 결론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윤 씨의 과거 자백은 현장상황과 모순된 점이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윤 씨는 박 양의 방에 침입할 당시 문 앞에 있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발로 밟은 뒤 들어갔다고 했지만 책상 위에서 윤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책상 위에 남은 발자국도 윤 씨의 것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박 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입고 있던 속옷에 대한 이춘재의 최근 자백과 윤 씨의 당시 자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춘재의 자백이 훨씬 구체적이고 실제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 양은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고 있었는데 윤 씨는 범행 당시 속옷을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과거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중학생이던 박 양이 속옷을 뒤집어 입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윤 씨의 자백에 대해 의문을 품었는데 이춘재는 최근 자백에서 박 양이 입고 있던 속옷을 완전히 벗기고 범행한 뒤 이 속옷으로 현장에 남은 혈흔 등을 닦고 새 속옷을 입히고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춘재가 새 속옷을 박 양에게 입히는 과정에서 뒤집어 입혔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이춘재는 박 양 방에 침입할 때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침입하면서 양말을 손에 착용한 뒤 박 양의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또한 박 양의 목에 남은 흔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씨는 당시 맨손으로 박 양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그를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과거 경찰이 윤 씨에 대해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을 우선 공유하고자 브리핑을 마련했다"며 "이 사건으로 복역한 윤 씨가 최근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재심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시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말했습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윤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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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이춘재 자백 8차 사건 현장과 부합”…진범 잠정 결론
    • 입력 2019-11-15 10:49:14
    • 수정2019-11-15 15:09:25
    사회
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라고 잠정 결론지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이 사건 당시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하는 점을 토대로 그를 이 사건의 진범으로 사실상 특정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오늘(15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수사본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 22세로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다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은 윤 모 씨와 최근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대해 이춘재가 진술한 내용이 현장상황과 일치하고 박 양의 신체특징, 가옥구조, 시신위치, 범행 후 박 양에게 새 속옷을 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처럼 결론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윤 씨의 과거 자백은 현장상황과 모순된 점이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윤 씨는 박 양의 방에 침입할 당시 문 앞에 있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발로 밟은 뒤 들어갔다고 했지만 책상 위에서 윤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책상 위에 남은 발자국도 윤 씨의 것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박 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입고 있던 속옷에 대한 이춘재의 최근 자백과 윤 씨의 당시 자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춘재의 자백이 훨씬 구체적이고 실제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 양은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고 있었는데 윤 씨는 범행 당시 속옷을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과거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중학생이던 박 양이 속옷을 뒤집어 입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윤 씨의 자백에 대해 의문을 품었는데 이춘재는 최근 자백에서 박 양이 입고 있던 속옷을 완전히 벗기고 범행한 뒤 이 속옷으로 현장에 남은 혈흔 등을 닦고 새 속옷을 입히고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춘재가 새 속옷을 박 양에게 입히는 과정에서 뒤집어 입혔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이춘재는 박 양 방에 침입할 때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침입하면서 양말을 손에 착용한 뒤 박 양의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또한 박 양의 목에 남은 흔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씨는 당시 맨손으로 박 양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그를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과거 경찰이 윤 씨에 대해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을 우선 공유하고자 브리핑을 마련했다"며 "이 사건으로 복역한 윤 씨가 최근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재심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시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말했습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윤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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