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2.3 지진 때 물 주입 멈췄더라면…포항 지진 확률 1%”

입력 2019.11.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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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포항지진 2년’ 국제 심포지엄
“2.3 지진 때 멈췄다면 포항지진 확률 1%”
“단계별로 10차례 이상 경고음 무시”
“부실한 지열발전 계획 누가 승인했나?”

수능까지 연기시켰던 포항 지진…"무시된 경고음과 교훈"

2년 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포항 지역을 흔든 규모 5.4의 강진 때문이었습니다. 오늘(15일)까지 꼭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재해인 다른 지진과 달리, 인간이 만든 재난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 자체도 국내에서 관측된 지진 가운데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아직도 피해 보상과 복구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학계는 지진 2년을 맞아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무시된 경고음"이라는 제목인데, 포항 지진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것을 알리고 국제 사회에 비슷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한동대가 후원했고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주최로 열렸습니다.

"2016년 12월 2.3 지진 발생 때 물 주입 멈췄다면"

연사로 참석한 세르게 샤피로(Serge Shapiro)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포항 지진의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지진 발생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진 발생 약 11개월 전인 2016년 12월 23일 있었던 규모 2.3의 지진 이후에 더 이상의 물 주입을 하지 않았더라면 포항지진의 발생확률은 1%로 떨어졌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보다 다섯 달 뒤인 2017년 4월 15일, 규모 3.3 지진이 발생했을 때라도 멈췄더라면 포항지진 확률은 3%에 그쳤을 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 주입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결국 포항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샤피로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포항지진 발생 당시는 지진 확률이 15% 가까이로 올라가 있던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샤피로 교수는 발표문에서 "실시간 지진 모니터링과 3차원 분석 등이 제대로 됐다면 큰 지진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지 선정, 단층 조사부터 부족했다"

또 다른 연사인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단층 조사가 부족했고, 이후 굴착과 저류층 형성 등 모든 단계에서 10차례 이상의 이상 신호가 있었지만 무시됐다는 게 김 교수 분석입니다.

"이런 지열발전 누가 승인했나?"

시마모토 토시히코 일본 교토대 교수도 "누가 이런 프로젝트를 승인했나?"라는 강한 표현으로 지열발전 계획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열발전 계획이 지열 공학에만 의존했고 지진학이나 지질학에 대한 검토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KBS가 입수한 포항 지열발전사업 평가위원 명단. 지진학과 지질학 전문가가 부족하다.KBS가 입수한 포항 지열발전사업 평가위원 명단. 지진학과 지질학 전문가가 부족하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거의 직접 물을 주입한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면서 "미세지진 감시체계는 있었지만 완전하게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마모토 교수는 관련 자료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포항 지진의 책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열 발전사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수행된 사업이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지진 발생 전까지, 위험을 알렸던 숱한 '경고음'이 왜 제대로 수신되지 않았는지 학계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부도 답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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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2.3 지진 때 물 주입 멈췄더라면…포항 지진 확률 1%”
    • 입력 2019-11-15 18:25:08
    취재K
‘포항지진 2년’ 국제 심포지엄 <br />“2.3 지진 때 멈췄다면 포항지진 확률 1%” <br />“단계별로 10차례 이상 경고음 무시” <br />“부실한 지열발전 계획 누가 승인했나?”
수능까지 연기시켰던 포항 지진…"무시된 경고음과 교훈"

2년 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포항 지역을 흔든 규모 5.4의 강진 때문이었습니다. 오늘(15일)까지 꼭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재해인 다른 지진과 달리, 인간이 만든 재난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 자체도 국내에서 관측된 지진 가운데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아직도 피해 보상과 복구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학계는 지진 2년을 맞아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무시된 경고음"이라는 제목인데, 포항 지진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것을 알리고 국제 사회에 비슷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한동대가 후원했고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주최로 열렸습니다.

"2016년 12월 2.3 지진 발생 때 물 주입 멈췄다면"

연사로 참석한 세르게 샤피로(Serge Shapiro)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포항 지진의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지진 발생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진 발생 약 11개월 전인 2016년 12월 23일 있었던 규모 2.3의 지진 이후에 더 이상의 물 주입을 하지 않았더라면 포항지진의 발생확률은 1%로 떨어졌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보다 다섯 달 뒤인 2017년 4월 15일, 규모 3.3 지진이 발생했을 때라도 멈췄더라면 포항지진 확률은 3%에 그쳤을 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 주입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결국 포항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샤피로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포항지진 발생 당시는 지진 확률이 15% 가까이로 올라가 있던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샤피로 교수는 발표문에서 "실시간 지진 모니터링과 3차원 분석 등이 제대로 됐다면 큰 지진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지 선정, 단층 조사부터 부족했다"

또 다른 연사인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단층 조사가 부족했고, 이후 굴착과 저류층 형성 등 모든 단계에서 10차례 이상의 이상 신호가 있었지만 무시됐다는 게 김 교수 분석입니다.

"이런 지열발전 누가 승인했나?"

시마모토 토시히코 일본 교토대 교수도 "누가 이런 프로젝트를 승인했나?"라는 강한 표현으로 지열발전 계획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열발전 계획이 지열 공학에만 의존했고 지진학이나 지질학에 대한 검토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KBS가 입수한 포항 지열발전사업 평가위원 명단. 지진학과 지질학 전문가가 부족하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거의 직접 물을 주입한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면서 "미세지진 감시체계는 있었지만 완전하게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마모토 교수는 관련 자료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포항 지진의 책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열 발전사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수행된 사업이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지진 발생 전까지, 위험을 알렸던 숱한 '경고음'이 왜 제대로 수신되지 않았는지 학계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부도 답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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