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전직 종편 PD “시사프로 시청률, 탈북자 증언이 1등 공신”

입력 2019.11.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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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8년이 됐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언론의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당시의 논리는, 신방 겸용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미디어 산업 경쟁력 증진과 고용까지 창출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출범 초기 거액을 투자한 드라마들은 실패했고, 시청률은 0%대를 기록하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종편의 킬러 콘텐츠가 된 '시사토크쇼'

그런 상황에서 종편이 찾아낸 킬러콘텐츠는 토크쇼 형식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사 결과, 18대 대선이 있던 2012년 12월을 기점으로 시사대담 프로 비중이 급증했다. 2012년 12월 3일부터 9일까지 당시 TV조선, 채널A, MBN 3개사 모두 시사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살펴보면, 하루 평균 50~ 60% 후반 수준까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뉴스 논평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33% 이하 유지'하도록 재승인 심사조건을 마련한 뒤로는, 현재 30%대 수준으로 편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종편 채널에서 가장 주력하는 콘텐츠다.


‘J’ 패널로 출연한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기존의 지상파 뉴스가 트레이트성 보도들을 나열하고, 특정 르포르타주 형식의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면, 종편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포맷은 새로운 형식이다. 재밌기도 하고 다양하기도 하다. 사안을 깊이 있게 듣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수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방송사가 특정 가치관에 입각해서 일정 정도의 편향성을 가질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편향이 아니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전파하고 논리없는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J’ 패널로 출연한 민언련 이봉우 정책팀장도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왜곡이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언련의 꾸준한 모니터 결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종편에서의 사실 왜곡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텔링 기법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성소수자 문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는 문제는 근절해야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J’ 패널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 교수도 "편향을 일정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은 용인하는 것이 맞으나, 충분하지 못한 근거를 기초로 편향성을 갖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정치를 친숙하게 만들면 괜찮은데, 정치를 싸 보이게 만들면 정치 혐오를 만든다. 정치 뉴스가 늘고 시사 프로가 늘어나는데도 이같은 프로그램들이 한국 정치의 대중화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前 종편 PD "사실 확인 어려운 탈북자 증언, 시청률 1등 공신"

종편 출범과 함께 수년간 굵직한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을 기획, 연출했던 전직 PD는 ‘ J’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경험담을 밝혔다.

“항상 괴로웠다. 자극적인 뉴스를 보여주는데에 초점을 맞춰 아이템을 선정을 하고 거기에 따라 패널을 섭외했다. 패널의 전문성은 고려가 되지 않는다. 생방송 중 다른 화면이 나가는 동안 시청률 실시간 집계표를 보면서 앵커가 '지금 몇 %, 몇 위냐'고 피디에게 묻는다. 생각보다 시청률이 잘 안 오른다고 답하면, 앵커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마치 경마중계를 하듯 진행하기도 했다. 시청률 잘 나온 프로그램에게 상금을 현금으로 주기 대문에 심지어 같은 회사 프로그램들끼리도 경쟁을 한다. 가장 쉽게 붙일 수 있는 ‘단독’은 탈북자가 패널로 등장해서 말하는 내용이다. 실제 그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단독이라고 달고 자극적인 화면을 틀어주는 거다. '어? 이거 뭔가 위협이 고조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주면 시청률이 실제로 올랐다”



전직 종편 PD가 거론한 시사대담 프로 '출연자’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봉우 민언련 정책팀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른바 보수 패널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 수치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후 각 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나 불합격 점수 등의 사례가 지적되면서 2017년 9월 이후 여야 성향 출연자 수를 따져보면 양쪽이 비슷해졌다. 패널 구성 문제는 비율로보면 나아졌는데 특정 직군, 심지어는 특정 인물 몇명이 거의 모든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전문가 패널로 등장한다는 고질적 문제는 그대로다. 종편마다 3~5개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최다 출연자는 매년 조사해도 똑같다. 몇 명의 출연자가 수많은 이슈의 전문성을 다 가졌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려운데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아는 사안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은 제작자에게는 늘 큰 과제일 것이다. 전문가가 필요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프로그램 포맷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실질적으로 출연이 가능한 전문가는 사실 상대적으로 부족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려막기로 틀어막는 방식이 되면서 이같은 사안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됐다. 상당히 괜찮은 전문가와 패널들이 발굴된 효과도 있지만, 이같은 프로그램이 우리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고 있느냐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유정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하는 방통위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른바 '막말' 논란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막말 논란에 대한 법정 제재가 재승인 심사 기준으로 적용된 지난 2018년에도, 결과를 보면 이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의 막말 논란들이 종편의 재승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심의의 틀 안에서 반복되고 있고 방송사가 정치적 영역에서 패널의 입을 이용하는 구조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사용하는 언어나 표현의 수위에 대한 심의를 조금 더 엄격하게 하면, 출연 전문가들의 수준도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승인 당시 각종 특혜, 정책 목표 달성은 미미한 수준

정부가 종편 승인 계획을 최종 발표하면서 내세운 4대 정책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적극 대응을 위해서, 또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 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 또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이같은 목표들은 어느 정도 달성됐을까.


정준희 교수는 "콘텐츠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보자면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 구매와 제작을 맡기면서 외주 제작시장의 성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보면 방송의 다양성의 제고나 방송시장의 건전성 문제, 해외 진출 등의 측면에서 실제 종편이 기여한 바는 미미하다. 되레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편은 뉴스를 보도할 수 있으면서도 공정성 부분에서 상당히 약한 규제를 받았고, 이른바 '황금 채널'을 부여받았다. 지상파는 할 수 없는 중간광고와 광고 직접 판매도 가능하게 했고, 실질적으로 신문과 함께 묶어서 광고를 결합 판매도 할 수 있었다. 결국 미디어 그룹이 영향력을 갖게 되고, 대규모 광고주가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미디어 질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끼쳤다"고 진단했다.


"재승인 결정권 쥔 방통위도 책임있어"

내년 4월 TV조선과 채널A이, 11월에는 JTBC와 MBN의 재승인 심사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방통위는 지난 두번의 재승인 국면마다 밀실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6일에 “(향후 재심사에서는) 어떤 선입관 없이 엄격하게 진행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패널들은 방통위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봉우 민언련 정책 팀장은 “수년간 종편의 자본금 충당 문제을 비롯해 콘텐츠의 공정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동안, 방통위는 조사 자체를 꺼리거나, 의혹에 대한 검토 자체를 꺼린다는 입장이었고, 사실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한다면서 판단을 유보해왔다. 이번 MBN 자본 의혹을 기점으로, 종편이 가지고 있는 특권과 반칙의 문제를 훑어보고 가야한다. 승인 취소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 사 스스로가 얼마나 종합편성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 살펴보고, 당연히 해야 할 공적 책무를 하면서 고칠 점은 고쳐나가도록 하는 것이 현 미디어산업에서 중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준희 교수도 “이명박 정부는 당시, 신문기업으로 하여금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정치적 지지기반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굉장한 목적 의식을 갖고 밀어부쳤을 가능성이 높고, 방통위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형태를 띄고 종편을 승인했다. 내년 재승인 심사와 선거 시기가 맞물리면 특정 정당 추천을 받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경우 재승인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적이다. 이미 점수 미달 사업자에게도 '조건부 재승인’을 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이 조항의 목적이 채널을 없애서 타격을 주는것보다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굉장한 개선효과를 유도할 수 있어야만 실효성이 있다. 공정한 거래행위를 하지 않는 시장 주체들에게 과감한 퇴출 결정을 내리거나, 공정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력한 질서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8회는 ‘미디어법 10년, 종편은 어떻게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켰나?라는 주제로 오는 1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팀장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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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전직 종편 PD “시사프로 시청률, 탈북자 증언이 1등 공신”
    • 입력 2019-11-16 08:02:07
    저널리즘 토크쇼 J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8년이 됐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언론의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당시의 논리는, 신방 겸용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미디어 산업 경쟁력 증진과 고용까지 창출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출범 초기 거액을 투자한 드라마들은 실패했고, 시청률은 0%대를 기록하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종편의 킬러 콘텐츠가 된 '시사토크쇼'

그런 상황에서 종편이 찾아낸 킬러콘텐츠는 토크쇼 형식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사 결과, 18대 대선이 있던 2012년 12월을 기점으로 시사대담 프로 비중이 급증했다. 2012년 12월 3일부터 9일까지 당시 TV조선, 채널A, MBN 3개사 모두 시사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살펴보면, 하루 평균 50~ 60% 후반 수준까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뉴스 논평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33% 이하 유지'하도록 재승인 심사조건을 마련한 뒤로는, 현재 30%대 수준으로 편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종편 채널에서 가장 주력하는 콘텐츠다.


‘J’ 패널로 출연한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기존의 지상파 뉴스가 트레이트성 보도들을 나열하고, 특정 르포르타주 형식의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면, 종편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포맷은 새로운 형식이다. 재밌기도 하고 다양하기도 하다. 사안을 깊이 있게 듣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수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방송사가 특정 가치관에 입각해서 일정 정도의 편향성을 가질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편향이 아니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전파하고 논리없는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J’ 패널로 출연한 민언련 이봉우 정책팀장도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왜곡이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언련의 꾸준한 모니터 결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종편에서의 사실 왜곡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텔링 기법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성소수자 문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는 문제는 근절해야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J’ 패널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 교수도 "편향을 일정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은 용인하는 것이 맞으나, 충분하지 못한 근거를 기초로 편향성을 갖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정치를 친숙하게 만들면 괜찮은데, 정치를 싸 보이게 만들면 정치 혐오를 만든다. 정치 뉴스가 늘고 시사 프로가 늘어나는데도 이같은 프로그램들이 한국 정치의 대중화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前 종편 PD "사실 확인 어려운 탈북자 증언, 시청률 1등 공신"

종편 출범과 함께 수년간 굵직한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을 기획, 연출했던 전직 PD는 ‘ J’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경험담을 밝혔다.

“항상 괴로웠다. 자극적인 뉴스를 보여주는데에 초점을 맞춰 아이템을 선정을 하고 거기에 따라 패널을 섭외했다. 패널의 전문성은 고려가 되지 않는다. 생방송 중 다른 화면이 나가는 동안 시청률 실시간 집계표를 보면서 앵커가 '지금 몇 %, 몇 위냐'고 피디에게 묻는다. 생각보다 시청률이 잘 안 오른다고 답하면, 앵커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마치 경마중계를 하듯 진행하기도 했다. 시청률 잘 나온 프로그램에게 상금을 현금으로 주기 대문에 심지어 같은 회사 프로그램들끼리도 경쟁을 한다. 가장 쉽게 붙일 수 있는 ‘단독’은 탈북자가 패널로 등장해서 말하는 내용이다. 실제 그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단독이라고 달고 자극적인 화면을 틀어주는 거다. '어? 이거 뭔가 위협이 고조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주면 시청률이 실제로 올랐다”



전직 종편 PD가 거론한 시사대담 프로 '출연자’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봉우 민언련 정책팀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른바 보수 패널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 수치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후 각 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나 불합격 점수 등의 사례가 지적되면서 2017년 9월 이후 여야 성향 출연자 수를 따져보면 양쪽이 비슷해졌다. 패널 구성 문제는 비율로보면 나아졌는데 특정 직군, 심지어는 특정 인물 몇명이 거의 모든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전문가 패널로 등장한다는 고질적 문제는 그대로다. 종편마다 3~5개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최다 출연자는 매년 조사해도 똑같다. 몇 명의 출연자가 수많은 이슈의 전문성을 다 가졌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려운데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아는 사안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은 제작자에게는 늘 큰 과제일 것이다. 전문가가 필요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프로그램 포맷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실질적으로 출연이 가능한 전문가는 사실 상대적으로 부족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려막기로 틀어막는 방식이 되면서 이같은 사안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됐다. 상당히 괜찮은 전문가와 패널들이 발굴된 효과도 있지만, 이같은 프로그램이 우리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고 있느냐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유정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하는 방통위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른바 '막말' 논란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막말 논란에 대한 법정 제재가 재승인 심사 기준으로 적용된 지난 2018년에도, 결과를 보면 이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의 막말 논란들이 종편의 재승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심의의 틀 안에서 반복되고 있고 방송사가 정치적 영역에서 패널의 입을 이용하는 구조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사용하는 언어나 표현의 수위에 대한 심의를 조금 더 엄격하게 하면, 출연 전문가들의 수준도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승인 당시 각종 특혜, 정책 목표 달성은 미미한 수준

정부가 종편 승인 계획을 최종 발표하면서 내세운 4대 정책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적극 대응을 위해서, 또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 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 또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이같은 목표들은 어느 정도 달성됐을까.


정준희 교수는 "콘텐츠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보자면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 구매와 제작을 맡기면서 외주 제작시장의 성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보면 방송의 다양성의 제고나 방송시장의 건전성 문제, 해외 진출 등의 측면에서 실제 종편이 기여한 바는 미미하다. 되레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편은 뉴스를 보도할 수 있으면서도 공정성 부분에서 상당히 약한 규제를 받았고, 이른바 '황금 채널'을 부여받았다. 지상파는 할 수 없는 중간광고와 광고 직접 판매도 가능하게 했고, 실질적으로 신문과 함께 묶어서 광고를 결합 판매도 할 수 있었다. 결국 미디어 그룹이 영향력을 갖게 되고, 대규모 광고주가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미디어 질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끼쳤다"고 진단했다.


"재승인 결정권 쥔 방통위도 책임있어"

내년 4월 TV조선과 채널A이, 11월에는 JTBC와 MBN의 재승인 심사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방통위는 지난 두번의 재승인 국면마다 밀실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6일에 “(향후 재심사에서는) 어떤 선입관 없이 엄격하게 진행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패널들은 방통위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봉우 민언련 정책 팀장은 “수년간 종편의 자본금 충당 문제을 비롯해 콘텐츠의 공정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동안, 방통위는 조사 자체를 꺼리거나, 의혹에 대한 검토 자체를 꺼린다는 입장이었고, 사실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한다면서 판단을 유보해왔다. 이번 MBN 자본 의혹을 기점으로, 종편이 가지고 있는 특권과 반칙의 문제를 훑어보고 가야한다. 승인 취소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 사 스스로가 얼마나 종합편성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 살펴보고, 당연히 해야 할 공적 책무를 하면서 고칠 점은 고쳐나가도록 하는 것이 현 미디어산업에서 중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준희 교수도 “이명박 정부는 당시, 신문기업으로 하여금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정치적 지지기반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굉장한 목적 의식을 갖고 밀어부쳤을 가능성이 높고, 방통위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형태를 띄고 종편을 승인했다. 내년 재승인 심사와 선거 시기가 맞물리면 특정 정당 추천을 받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경우 재승인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적이다. 이미 점수 미달 사업자에게도 '조건부 재승인’을 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이 조항의 목적이 채널을 없애서 타격을 주는것보다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굉장한 개선효과를 유도할 수 있어야만 실효성이 있다. 공정한 거래행위를 하지 않는 시장 주체들에게 과감한 퇴출 결정을 내리거나, 공정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력한 질서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8회는 ‘미디어법 10년, 종편은 어떻게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켰나?라는 주제로 오는 1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팀장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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