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한미 훈련 축소 시사…북미 실무 협상 재개?

입력 2019.11.16 (07:49) 수정 2019.11.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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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미가 잇따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 달 넘게 중단됐던 북미 대화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미 국방장관이 훈련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고, 또 북한이 즉각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그러나 북한이 협상 재개 조건을 명확히 내걸고 무력 대응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꺼림칙한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남한 배제 입장은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도 최고조에 이르면서 정부의 입장 상당히 난감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한 국무위원회가 지난 13일 밤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올해 3월과 8월, 규모를 줄여 진행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앞으로 예정된 연합 공중훈련.

이는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라며, 더 이상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겠다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응전 태세를 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통치 기구인 국무위 대변인 명의 담화를 발표한 건 처음으로, 비핵화 협상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경고성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의 담화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에스퍼/미국 국방장관 : "외교관들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권한을 주는 모든 일에 열려 있어야만 합니다. 이는 한국의 파트너들과 함께할 일입니다."]

미 국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회담 약속을 진전시키는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온건하게 대응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곧바로 나왔습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를 통해, 한미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담화를 통해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 제안을 공개했습니다.

비건 대표가 최근 제3국을 통해 다음 달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개설 등은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부차적 문제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미국에 요구했습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한미가 모두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데드라인을 북한이 스스로 만든 것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데드라인이 지나면 북한이 새로운 길로 다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여러모로 지금 긴장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정해놓은 이 데드라인을 어떻게든지 명분이 필요하겠죠. 그것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더불어 미국도 그것에 대해서 뭔가 명분을 줘야 된다라는 그런 여론들이 지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남한 배제 입장은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깁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금강산개발에 남측이 끼어 들 자리는 없다며 지난 11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남측 당국이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여러 성명을 내놨지만, 이번 담화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북미 정상의 우호를 강조하거나 아예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압박에 나선 건데요.

미국은 훈련 조정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반발을 의식하는 모양새지만, 정작 한미 관계는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긴장상태에 놓인 모습입니다.

지난 8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낭독된 피해자 유족의 편집니다.

[한지민/배우/'위안부 기림의 날' 편지 낭독 : "엄마가 일본군 위안부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습니다.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

지난 13일 이들에게 뜻 깊은 재판이 열렸습니다. 2016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열린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외국의 재판권이 주권 국가에는 미치지 않는다며 재판을 거부했고, 결국 일본 정부 참석 없이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용수/위안부 피해 할머니/11월 13일 : "일본이 잘못을 알아야 해요. 그러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할 거 아니에요. 안 나오는 것은 자기들이 죄가 있으니까 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재판을 보는 시선은 한일 관계 악화를 촉발시킨 강제 징용 배상 재판 때와 비슷합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신뢰를 문제 삼으며,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정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양기호/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일본 국내에서 정치 포퓰리즘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불과 수년 전에 한일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약속한 위안부 합의를 한국 사법부가 깨뜨리는, 그런 식으로 한국을 때리기를 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거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여전히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종료 결정 번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인사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 지소미아 종료에 우려를 표명하는가 하면, 미 국방당국 수뇌부들도 잇달아 방한해 협정연장을 요구했습니다.

[마크 밀리/미국 합참의장/11월 12일 : "내일 방문하는 한국에서도 집중 논의할 것입니다. (지소미아) 기한이 종료되기 전에 해결하고 싶습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문제지만, 미국이 나서 연장을 압박하는 이유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때문입니다.

중국과는 무역 전쟁으로, 러시아와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로 갈등 중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미국의 복안이 바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잇는 인도태평양 전략인 겁니다.

특히 한 축인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한데, 미국 입장에서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지소미아입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의 발단이 된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철회돼야 연장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미국의 동맹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신중한 선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달려있는거기 때문에 미국이 만약에 한국이 최종적으로 폐기를 한다라면 강력히 반발할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든지 한일 간의 입장을 정리를 해서우리가 명분을 갖고 지소미아의 철회를 폐기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삼는 노력을 해야 되고요. 더불어서 미국이 지금 계속 우리한테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미국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중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살해 혐의가 있는 북한 선원 2명을 추방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고 살인죄를 저지른 이들을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방된 북한 주민 두 명이 타고 있던 어선입니다.

17톤급 오징어잡이 목선의 갑판 아래 휴식 공간이 있는데, 지난달 말 북한 해상에서 잠을 자는 동료 선원 16명을 차례로 불러내 살해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정경두/국방부 장관 : "선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좀 심하게 (가혹행위를) 하면서 그런 불상사가 있었다, 그 정도만 알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 2명을 북으로 추방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흉악범죄라는점, 순수한 귀순 의사라기보다는 범죄 후 도주 목적이었다는 점을 추방 이유로 설명하며, 출입국 관리법의 강제 퇴거 조항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북송되면 가혹한 처우를 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방은 유엔고문방지협약 등 국제협약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서정민/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 회원 : "판문점에서 강제 북송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행위, 즉 살인 북송에 다름 아니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 추방 대신 남한에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방 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다소 빈약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북한을 다른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 "헌법 3조를 문자적으로만 해석을 하면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고 북한 주민들 대한민국 국민이죠. 그렇기 때문에 추방해서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가 생기죠.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순 의사에 따라서 대한민국 법 질서에 편입이 됐을 때 확정적으로 실효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이렇게 하면 헌법하고 현실하고 부합하는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사법관할권이 북한까지 미치지 못해 범죄자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선원의 추방 조치는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사사건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명확한 추방 원칙부터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론 남북한 간의 형사사법공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정부가 북송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의혹이 커진 만큼, 절차적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규창/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 "귀순 의사 진정성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것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송환하는 절차도 정부가 쉬쉬하고 해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은 거 같습니다. 송환 절차도 투명하게 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한 달 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북미가 다시 대화재개를 위한 탐색전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가 유연한 접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접점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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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한미 훈련 축소 시사…북미 실무 협상 재개?
    • 입력 2019-11-16 08:13:12
    • 수정2019-11-16 08:47:13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미가 잇따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 달 넘게 중단됐던 북미 대화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미 국방장관이 훈련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고, 또 북한이 즉각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그러나 북한이 협상 재개 조건을 명확히 내걸고 무력 대응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꺼림칙한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남한 배제 입장은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도 최고조에 이르면서 정부의 입장 상당히 난감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한 국무위원회가 지난 13일 밤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올해 3월과 8월, 규모를 줄여 진행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앞으로 예정된 연합 공중훈련.

이는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라며, 더 이상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겠다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응전 태세를 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통치 기구인 국무위 대변인 명의 담화를 발표한 건 처음으로, 비핵화 협상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경고성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의 담화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에스퍼/미국 국방장관 : "외교관들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권한을 주는 모든 일에 열려 있어야만 합니다. 이는 한국의 파트너들과 함께할 일입니다."]

미 국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회담 약속을 진전시키는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온건하게 대응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곧바로 나왔습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를 통해, 한미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담화를 통해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 제안을 공개했습니다.

비건 대표가 최근 제3국을 통해 다음 달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개설 등은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부차적 문제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미국에 요구했습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한미가 모두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데드라인을 북한이 스스로 만든 것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데드라인이 지나면 북한이 새로운 길로 다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여러모로 지금 긴장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정해놓은 이 데드라인을 어떻게든지 명분이 필요하겠죠. 그것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더불어 미국도 그것에 대해서 뭔가 명분을 줘야 된다라는 그런 여론들이 지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남한 배제 입장은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깁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금강산개발에 남측이 끼어 들 자리는 없다며 지난 11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남측 당국이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여러 성명을 내놨지만, 이번 담화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북미 정상의 우호를 강조하거나 아예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압박에 나선 건데요.

미국은 훈련 조정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반발을 의식하는 모양새지만, 정작 한미 관계는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긴장상태에 놓인 모습입니다.

지난 8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낭독된 피해자 유족의 편집니다.

[한지민/배우/'위안부 기림의 날' 편지 낭독 : "엄마가 일본군 위안부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습니다.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

지난 13일 이들에게 뜻 깊은 재판이 열렸습니다. 2016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열린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외국의 재판권이 주권 국가에는 미치지 않는다며 재판을 거부했고, 결국 일본 정부 참석 없이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용수/위안부 피해 할머니/11월 13일 : "일본이 잘못을 알아야 해요. 그러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할 거 아니에요. 안 나오는 것은 자기들이 죄가 있으니까 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재판을 보는 시선은 한일 관계 악화를 촉발시킨 강제 징용 배상 재판 때와 비슷합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신뢰를 문제 삼으며,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정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양기호/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일본 국내에서 정치 포퓰리즘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불과 수년 전에 한일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약속한 위안부 합의를 한국 사법부가 깨뜨리는, 그런 식으로 한국을 때리기를 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거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여전히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종료 결정 번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인사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 지소미아 종료에 우려를 표명하는가 하면, 미 국방당국 수뇌부들도 잇달아 방한해 협정연장을 요구했습니다.

[마크 밀리/미국 합참의장/11월 12일 : "내일 방문하는 한국에서도 집중 논의할 것입니다. (지소미아) 기한이 종료되기 전에 해결하고 싶습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문제지만, 미국이 나서 연장을 압박하는 이유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때문입니다.

중국과는 무역 전쟁으로, 러시아와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로 갈등 중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미국의 복안이 바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잇는 인도태평양 전략인 겁니다.

특히 한 축인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한데, 미국 입장에서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지소미아입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의 발단이 된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철회돼야 연장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미국의 동맹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신중한 선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달려있는거기 때문에 미국이 만약에 한국이 최종적으로 폐기를 한다라면 강력히 반발할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든지 한일 간의 입장을 정리를 해서우리가 명분을 갖고 지소미아의 철회를 폐기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삼는 노력을 해야 되고요. 더불어서 미국이 지금 계속 우리한테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미국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중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살해 혐의가 있는 북한 선원 2명을 추방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고 살인죄를 저지른 이들을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방된 북한 주민 두 명이 타고 있던 어선입니다.

17톤급 오징어잡이 목선의 갑판 아래 휴식 공간이 있는데, 지난달 말 북한 해상에서 잠을 자는 동료 선원 16명을 차례로 불러내 살해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정경두/국방부 장관 : "선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좀 심하게 (가혹행위를) 하면서 그런 불상사가 있었다, 그 정도만 알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 2명을 북으로 추방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흉악범죄라는점, 순수한 귀순 의사라기보다는 범죄 후 도주 목적이었다는 점을 추방 이유로 설명하며, 출입국 관리법의 강제 퇴거 조항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북송되면 가혹한 처우를 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방은 유엔고문방지협약 등 국제협약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서정민/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 회원 : "판문점에서 강제 북송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행위, 즉 살인 북송에 다름 아니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 추방 대신 남한에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방 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다소 빈약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북한을 다른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 "헌법 3조를 문자적으로만 해석을 하면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고 북한 주민들 대한민국 국민이죠. 그렇기 때문에 추방해서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가 생기죠.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순 의사에 따라서 대한민국 법 질서에 편입이 됐을 때 확정적으로 실효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이렇게 하면 헌법하고 현실하고 부합하는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사법관할권이 북한까지 미치지 못해 범죄자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선원의 추방 조치는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사사건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명확한 추방 원칙부터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론 남북한 간의 형사사법공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정부가 북송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의혹이 커진 만큼, 절차적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규창/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 "귀순 의사 진정성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것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송환하는 절차도 정부가 쉬쉬하고 해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은 거 같습니다. 송환 절차도 투명하게 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한 달 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북미가 다시 대화재개를 위한 탐색전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가 유연한 접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접점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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