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여성이 달라졌다…변화하는 여성상은?

입력 2019.11.16 (08:07) 수정 2019.11.16 (0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11월16일은 북한의 어머니날입니다.

북한 매체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은 전통적으로 가족에 희생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여성상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젊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경향이 최근 많이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앳되지만 능숙한 솜씨로 피아노 연주를 뽐내는 여자아이. 이번엔 바이올린을 켜며 또래 친구들의 노래까지 이끌어 낸다.

["우리 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한려경/모란봉 구역 흥부유치원 : "난 이 노래를 계속 연습했어요. 어머니에게 보여주려고."]

평양, 모란봉 구역의 유치원생인 한려경 양은 어리지만 학업과 음악부문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목 받고 있는 어린이다.

색깔 점토를 이용한 공작품 만들기에 한창인 홍경령 어린이도 전국 유치원 어린이 경연에서 특등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홍경령/원산 봉천유치원 : "내가 색 진흙 빚기를 배울 때 우리 엄만 고운 꽃이랑 짐승이랑 많이 보라고 책도 사주고, 우리 아빤 식물원에도 동물원에도 함께 갔어요."]

이처럼 최근 북한 매체는 재능 있는 여자 어린이들을 자주 노출 시키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들의 앞선 실력과 경쟁심이 두드러지는 상황도 자주 포착되고 있다.

북한에서 매년 열리는 전국 학생들의 알아맞히기 대회.

[사회자 : "네 번째 연, 다섯 번째 연 시 짓기 문제였는데, 누가 발표해 보겠나요?"]

["네, 함경남도 학생. 여학생이 대담하게 손을 들었는데."]

["네, 대답하겠습니다. 4연은 꽃향기 어떻게 담을까 아름다운 내 꽃 마음 꽃향기라고 우리 엄마 날 보고 말해줬지요. 아름다운 꽃 마음 키워 갈래요. 이상입니다."]

여학생은 당찬 모습으로 시를 낭송 한데 이어 높은 점수까지 받는다.

[사회자 : "다섯 번째 문제가 나오겠습니다. 네, 수학문제가 나왔습니다."]

꽤 높은 수준의 수학 문제에서도 또 다른 여학생의 실력이 주목받았다.

[심사위원 : "함경남도의 리지형 학생은 비례식에 기초한 1차 방정식 풀이법을 이용해서 두 석줄 만에 간단한 방법으로 답을 얻었습니다."]

최종 순위 2위를 차지한 여학생.

그러나 수상 소감만큼은 1위 못지않은 모습이다.

[리지형/함경남도 : "제가 비록 오늘은 2등을 했지만 신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다음번에는 꼭 1등을 하겠습니다."]

[사회자 : "정말 경쟁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옳습니다. 목표를 높이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워킹맘이라 부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도 양육과 직업을 구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지향 : "처음에 연구사업 때문에 아이를 떼놓는다고 생각하니까 좀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이렇게 맡겨놓고 연구 사업에 전념할 수 있고 아이도 또 명랑하게 잘 자라니까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북한 매체가 전달하는 여성상에도 북한 당국이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여성들이 시장경제 영역에 많이 진출을 하고 국가가 움직이고 이런 부분들이 반영이 된 측면들이 하나가 있을 거 같고요. 법적으로 또는 국제적으로 그런 여성들을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라는 것들을 보여주는 그런 것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화면에 나오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이 북한 사회에서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장마당 세대’로 통하는 1990년대 생 여성들이 있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90년대 생이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에 굉장히 다른 특성들을 보인다라고 저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의 삶이라든지 개인의 욕망 특히 돈을 벌어서 뭔가 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사회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든지 원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도 이르게 되는 이렇게 굉장히 다른 실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분들이 상당히 보인다.."]

북한 사회에 시장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장마당 세대’배급보다는 시장 경제에 익숙하고 국가보다는 개인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이들은 북한 체제에 커다란 정치·사회적 변혁을 몰고 올 것이란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1990년대 생 탈북민인 한지연씨 역시 북한 당국을 바라보는 20대들의 사고가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이야기 한다.

[한지연/2015년 탈북 : "배급이 도움을 될 뿐인데 의존할 수는 없어요. 저 같은 경우도 자라면서 거의 북한에서 정권에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냥 엄마 아빠가 어떻게 벌어서 그렇게 해준 돈으로 그런 거죠. 그렇게 살아온 거죠."]

게다가 장마당 등을 통해 유입되는 외부 정보와 서구식 문화들을 접하면서부터는 생활 전반을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지연/2015년 탈북 : "한국 드라마도 보고 그러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었죠. 자유롭고 싶다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고 싶다 그래서 외국이라는 거 되게 가보고 싶었고 들리는 소문들이 되게 많아요. 외국 나가면 외국 사람들은 이렇게 산대, 외국 사람들은 어디 여행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대, 월급으로 살아간대, 한 달 월급이 어느 정도래 그러니까 되게 궁금하잖아요."]

젊은 세대의 사고의 전환은 가장 가깝고, 일상적인 부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바로 남녀관계다.

이성교재에 있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런 변화의 조짐은 북한드라마에도 일정 부분 나타난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동우야. 네가 해군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온다는 소리를 했더니 여기저기서 혼삿말들이 들어오는데 서둘러야겠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당연하듯 선 자리를 주선하지만 아들은 거절한다.

그리고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군관동지! (네) 비가 오는데 이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 하지 마십시오. 이쯤 비야 뭘.. )"]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극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그래서 우산이나 돌려주자고 찾아온 거 같진 않더라. (네?) 어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남기고 이제 돌아서긴 했는데 직접 만나지 못해서 좀 서운해하는 느낌이더라."]

그러나 이 역시 단순한 만남에선 가능 할지 모르지만 결혼과 가족관계로 이어지면 상황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탈북민 여성의 이야기다.

[한지연/2015년 탈북 : "지금 20대 그 친구들 사이에서는 많이 바뀌었어요. 정말 만나면 그래도 남녀가 만났을 때 많이 남자가 자상해졌고 뭐라 그래야 되나 부드러워지고 약간 그런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권위적인 그런 게 거의 없어지다시피. 그런데 약간 그거는 연애에서 연애 안에서 둘만의 문제에서는 그게 확실하게 있어요. 둘이 있을 때는 그게 만약에 결혼을 해가지고 어르신들이 있는 앞에서 그런다 하면 큰일 날 거 같아요."]

실제 비슷한 시기 방영된 또 다른 북한 드라마. 주인공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하지만 아내, 주부로써의 역할이 소홀한 것에 대해 큰 질타를 받는다.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2013 : "아니 승강기 운전공이 뭐가 그리 바쁘다고 쩡하면 남편한테 부엌일을 떠 맡기질 않나 또 작업복 벗어 놓으면 제때 빨아주길 하나. (야.. 바쁠 때 좀 도와주면 안돼요?)" 허, 저녁 근무교대 때 내손으로 동자질을 한 적이 얼마나 되는지 아오? (아니 그거야..) 남편 귀한 줄 느껴보라는 거요! 진심으로 뉘우치기 전엔 우리 집 앞에 나타날 생각 하지 마오!"]

북한의 20대 여성이 가진 사고와 실제 결혼생활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도 최근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뒤에도 출산을 꺼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지연/2015년 탈북 : "결혼 안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엄마 때만 해도 5명~6명 형제가 그렇게 되고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한 명을 낳아도 예쁘게 잘 키우자 자식만 계속 많이 낳아야 고생만 하잖아요. 여러 명 낳아서 제대로 못 키우느니 한명이라도 낳아서 멋지게 키우자 이런 마인드죠."]

그래서일지 최근 몇 년 사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시선에도 매체를 선두로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3년 전 제작, 방영된 북한 주부의 일과.

[조선중앙TV /‘녀인들의 하루’/2016 : "새날이 밝으면 가정의 행복을 가꾸기 위해서 제일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두말 할 것 없이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이 화면에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혼자 밥을 짓고 출근길에 오르지만... 올해 새롭게 방영된 북한 주부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주부가 아침 식사를 준비 하면 남편을 아이들을 돌보는 장면을 추가 한 것이다.

남아 선호사상에 대한 관념과 직업의 성역을 깨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벌목된 나무들을 운송하는 스물여섯의 김은심씨.

무거운 나무를 트럭에 싣고 비포장 산길을 오가는 그녀를 매체는 베태랑 운전사로 소개한다.

또 딸만 넷인 은심 씨의 가족에게 은심 씨가 아들 못지않은 딸임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류금준/김은심의 중학교 은사 : "‘너는 장차 어떻게 하자 하는 거야.’ 하니까 우리 아버지는 아들이 없는 것을 늘 원망합니다. 그래서 내 좀 우리집에 아들 대신 좀 하고 싶습니다."]

[김경식/김은심의 아버지 : "은심이는 집안에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 아들이 없는 집안에 아버지 그만큼 속 태웠으면 됐지. 아들 대신해서 자기가 자동차 운전하겠다. 그래서 아버지 대를 이어주겠다는것이었습니다."]

방송은 은심 씨의 활약을 김정은 위원장까지 인정했다며 젊은 여성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조선중앙TV 특집물 /‘신흥땅이 자랑하는 처녀운전사 김은심’: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은심 동무의 장알 박힌 손을 남 먼저 잡아주시면서 우리 청년들의 사상 정신적 풍모와 미풍은 진주 보석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해주시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북한당국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 완수해야 할 임무가 달라졌던 북한 여성들의 삶.

그런 북한 여성들이 지금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북한 사회와 발걸음은 맞추고 있지만 변화하는 여성들의 생각과, 그들의 욕구를 북한 당국도 더 이상은 외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제도적인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들이 광범위하게 만약에 나타난다면 그런 것들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저는 당연히 미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현실과 제도라는 것이 계속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저는 변화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변화에 민감하고, 또 변화를 추구하는‘90년대 생 북한 여성’그들이 중심이 될 북한 사회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북한 여성이 달라졌다…변화하는 여성상은?
    • 입력 2019-11-16 08:17:28
    • 수정2019-11-16 08:48:23
    남북의 창
[앵커]

11월16일은 북한의 어머니날입니다.

북한 매체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은 전통적으로 가족에 희생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여성상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젊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경향이 최근 많이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앳되지만 능숙한 솜씨로 피아노 연주를 뽐내는 여자아이. 이번엔 바이올린을 켜며 또래 친구들의 노래까지 이끌어 낸다.

["우리 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한려경/모란봉 구역 흥부유치원 : "난 이 노래를 계속 연습했어요. 어머니에게 보여주려고."]

평양, 모란봉 구역의 유치원생인 한려경 양은 어리지만 학업과 음악부문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목 받고 있는 어린이다.

색깔 점토를 이용한 공작품 만들기에 한창인 홍경령 어린이도 전국 유치원 어린이 경연에서 특등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홍경령/원산 봉천유치원 : "내가 색 진흙 빚기를 배울 때 우리 엄만 고운 꽃이랑 짐승이랑 많이 보라고 책도 사주고, 우리 아빤 식물원에도 동물원에도 함께 갔어요."]

이처럼 최근 북한 매체는 재능 있는 여자 어린이들을 자주 노출 시키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들의 앞선 실력과 경쟁심이 두드러지는 상황도 자주 포착되고 있다.

북한에서 매년 열리는 전국 학생들의 알아맞히기 대회.

[사회자 : "네 번째 연, 다섯 번째 연 시 짓기 문제였는데, 누가 발표해 보겠나요?"]

["네, 함경남도 학생. 여학생이 대담하게 손을 들었는데."]

["네, 대답하겠습니다. 4연은 꽃향기 어떻게 담을까 아름다운 내 꽃 마음 꽃향기라고 우리 엄마 날 보고 말해줬지요. 아름다운 꽃 마음 키워 갈래요. 이상입니다."]

여학생은 당찬 모습으로 시를 낭송 한데 이어 높은 점수까지 받는다.

[사회자 : "다섯 번째 문제가 나오겠습니다. 네, 수학문제가 나왔습니다."]

꽤 높은 수준의 수학 문제에서도 또 다른 여학생의 실력이 주목받았다.

[심사위원 : "함경남도의 리지형 학생은 비례식에 기초한 1차 방정식 풀이법을 이용해서 두 석줄 만에 간단한 방법으로 답을 얻었습니다."]

최종 순위 2위를 차지한 여학생.

그러나 수상 소감만큼은 1위 못지않은 모습이다.

[리지형/함경남도 : "제가 비록 오늘은 2등을 했지만 신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다음번에는 꼭 1등을 하겠습니다."]

[사회자 : "정말 경쟁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옳습니다. 목표를 높이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워킹맘이라 부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도 양육과 직업을 구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지향 : "처음에 연구사업 때문에 아이를 떼놓는다고 생각하니까 좀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이렇게 맡겨놓고 연구 사업에 전념할 수 있고 아이도 또 명랑하게 잘 자라니까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북한 매체가 전달하는 여성상에도 북한 당국이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여성들이 시장경제 영역에 많이 진출을 하고 국가가 움직이고 이런 부분들이 반영이 된 측면들이 하나가 있을 거 같고요. 법적으로 또는 국제적으로 그런 여성들을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라는 것들을 보여주는 그런 것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화면에 나오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이 북한 사회에서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장마당 세대’로 통하는 1990년대 생 여성들이 있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90년대 생이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에 굉장히 다른 특성들을 보인다라고 저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의 삶이라든지 개인의 욕망 특히 돈을 벌어서 뭔가 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사회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든지 원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도 이르게 되는 이렇게 굉장히 다른 실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분들이 상당히 보인다.."]

북한 사회에 시장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장마당 세대’배급보다는 시장 경제에 익숙하고 국가보다는 개인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이들은 북한 체제에 커다란 정치·사회적 변혁을 몰고 올 것이란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1990년대 생 탈북민인 한지연씨 역시 북한 당국을 바라보는 20대들의 사고가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이야기 한다.

[한지연/2015년 탈북 : "배급이 도움을 될 뿐인데 의존할 수는 없어요. 저 같은 경우도 자라면서 거의 북한에서 정권에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냥 엄마 아빠가 어떻게 벌어서 그렇게 해준 돈으로 그런 거죠. 그렇게 살아온 거죠."]

게다가 장마당 등을 통해 유입되는 외부 정보와 서구식 문화들을 접하면서부터는 생활 전반을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지연/2015년 탈북 : "한국 드라마도 보고 그러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었죠. 자유롭고 싶다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고 싶다 그래서 외국이라는 거 되게 가보고 싶었고 들리는 소문들이 되게 많아요. 외국 나가면 외국 사람들은 이렇게 산대, 외국 사람들은 어디 여행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대, 월급으로 살아간대, 한 달 월급이 어느 정도래 그러니까 되게 궁금하잖아요."]

젊은 세대의 사고의 전환은 가장 가깝고, 일상적인 부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바로 남녀관계다.

이성교재에 있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런 변화의 조짐은 북한드라마에도 일정 부분 나타난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동우야. 네가 해군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온다는 소리를 했더니 여기저기서 혼삿말들이 들어오는데 서둘러야겠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당연하듯 선 자리를 주선하지만 아들은 거절한다.

그리고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군관동지! (네) 비가 오는데 이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 하지 마십시오. 이쯤 비야 뭘.. )"]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극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드라마/‘귀중히 여기라’/2016: "그래서 우산이나 돌려주자고 찾아온 거 같진 않더라. (네?) 어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남기고 이제 돌아서긴 했는데 직접 만나지 못해서 좀 서운해하는 느낌이더라."]

그러나 이 역시 단순한 만남에선 가능 할지 모르지만 결혼과 가족관계로 이어지면 상황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탈북민 여성의 이야기다.

[한지연/2015년 탈북 : "지금 20대 그 친구들 사이에서는 많이 바뀌었어요. 정말 만나면 그래도 남녀가 만났을 때 많이 남자가 자상해졌고 뭐라 그래야 되나 부드러워지고 약간 그런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권위적인 그런 게 거의 없어지다시피. 그런데 약간 그거는 연애에서 연애 안에서 둘만의 문제에서는 그게 확실하게 있어요. 둘이 있을 때는 그게 만약에 결혼을 해가지고 어르신들이 있는 앞에서 그런다 하면 큰일 날 거 같아요."]

실제 비슷한 시기 방영된 또 다른 북한 드라마. 주인공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하지만 아내, 주부로써의 역할이 소홀한 것에 대해 큰 질타를 받는다.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2013 : "아니 승강기 운전공이 뭐가 그리 바쁘다고 쩡하면 남편한테 부엌일을 떠 맡기질 않나 또 작업복 벗어 놓으면 제때 빨아주길 하나. (야.. 바쁠 때 좀 도와주면 안돼요?)" 허, 저녁 근무교대 때 내손으로 동자질을 한 적이 얼마나 되는지 아오? (아니 그거야..) 남편 귀한 줄 느껴보라는 거요! 진심으로 뉘우치기 전엔 우리 집 앞에 나타날 생각 하지 마오!"]

북한의 20대 여성이 가진 사고와 실제 결혼생활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도 최근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뒤에도 출산을 꺼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지연/2015년 탈북 : "결혼 안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엄마 때만 해도 5명~6명 형제가 그렇게 되고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한 명을 낳아도 예쁘게 잘 키우자 자식만 계속 많이 낳아야 고생만 하잖아요. 여러 명 낳아서 제대로 못 키우느니 한명이라도 낳아서 멋지게 키우자 이런 마인드죠."]

그래서일지 최근 몇 년 사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시선에도 매체를 선두로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3년 전 제작, 방영된 북한 주부의 일과.

[조선중앙TV /‘녀인들의 하루’/2016 : "새날이 밝으면 가정의 행복을 가꾸기 위해서 제일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두말 할 것 없이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이 화면에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혼자 밥을 짓고 출근길에 오르지만... 올해 새롭게 방영된 북한 주부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주부가 아침 식사를 준비 하면 남편을 아이들을 돌보는 장면을 추가 한 것이다.

남아 선호사상에 대한 관념과 직업의 성역을 깨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벌목된 나무들을 운송하는 스물여섯의 김은심씨.

무거운 나무를 트럭에 싣고 비포장 산길을 오가는 그녀를 매체는 베태랑 운전사로 소개한다.

또 딸만 넷인 은심 씨의 가족에게 은심 씨가 아들 못지않은 딸임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류금준/김은심의 중학교 은사 : "‘너는 장차 어떻게 하자 하는 거야.’ 하니까 우리 아버지는 아들이 없는 것을 늘 원망합니다. 그래서 내 좀 우리집에 아들 대신 좀 하고 싶습니다."]

[김경식/김은심의 아버지 : "은심이는 집안에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 아들이 없는 집안에 아버지 그만큼 속 태웠으면 됐지. 아들 대신해서 자기가 자동차 운전하겠다. 그래서 아버지 대를 이어주겠다는것이었습니다."]

방송은 은심 씨의 활약을 김정은 위원장까지 인정했다며 젊은 여성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조선중앙TV 특집물 /‘신흥땅이 자랑하는 처녀운전사 김은심’: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은심 동무의 장알 박힌 손을 남 먼저 잡아주시면서 우리 청년들의 사상 정신적 풍모와 미풍은 진주 보석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해주시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북한당국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 완수해야 할 임무가 달라졌던 북한 여성들의 삶.

그런 북한 여성들이 지금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북한 사회와 발걸음은 맞추고 있지만 변화하는 여성들의 생각과, 그들의 욕구를 북한 당국도 더 이상은 외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제도적인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들이 광범위하게 만약에 나타난다면 그런 것들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저는 당연히 미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현실과 제도라는 것이 계속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저는 변화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변화에 민감하고, 또 변화를 추구하는‘90년대 생 북한 여성’그들이 중심이 될 북한 사회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