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한 통합 학교…‘같은 미래, 같은 꿈’

입력 2019.11.16 (08:20) 수정 2019.11.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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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기준으로 탈북청소년 중 학업을 중단하는 사람의 비율이 일반 학생의 2배가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일 텐데요.

생활환경과 언어도 다르고, 또 수업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겠죠.

전국에는 이런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눈높이 교육을 진행하는 대안학교들이 여럿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탈북 학생들과 한국 학생이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다는데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안학교.

교실에서는 수학 수업이 한창입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어려운 수학 기호를 써 내려가고 학생들은 머리를 싸매며 공식과 씨름합니다.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친구들이랑 상호작용하면서 선생님 얘기 듣고 그것도 같이 풀고 선생님이랑도 대화하는 식으로 수업하거든요. 그게 훨씬 더 이해가 잘 되는 거 같아요. 질문하기도 편하고."]

같은 시각 다른 교실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주어진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데요.

["내가 참다못해 도와줬어요. (잘했어. 아주 잘했어.)"]

이곳은 2011년 북한을 비롯한 제3국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세워졌는데요.

지난해부터는 남한 학생들도 함께 공부하는 통합학교가 되었습니다.

[전사라/다음학교 교감 : "이 학생들을 다 화합하기 위해선 저희가 학교 수업을 수준별로 선택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 수업을 할 수 있게 됐죠."]

중국이나 미국, 캐나다에서 온 학생 등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한 곳에 모인 53명의 학생들.

공부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일상에서 배우고 있다는데요.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학교생활 힘들어하는 친구라든지 다른 애들이랑 다르게 행동하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도 왜 저래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저 친구가 잘 어울릴 수 있게 기다려주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그 친구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며 다양성을 배우는 남북 청소년 학생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연대감을 느끼며 성장해가고 있는데요.

미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날 오후. 노란 은행잎이 깔린 길 위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야외수업을 위해 나섰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편지를 쓴다는데요.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이내 진지해졌습니다.

일반 학교 학생들처럼 대학 진학과 취업을 고민하는 대안학교 학생들.

학생들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요?

[정지민/다음학교 진로수업 교사 : "31살이 된 주혁아. 대학원은 졸업했니? 아니면 십 년 전에 남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비전은 여전히 가지고 있니? 네가 비전이 새로운 것이 생겼든 안 생겼든 나는 네가 남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정지민/다음학교 진로수업 교사 : "처음에 저도 북한 친구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어 하고 갔는데 정말 의외였던 건 차이가 없어요. 우리나라 10대, 20대 친구들과 이 친구들이 너무 같고 고민하는 것도 같아서 제가 제 편견이 있었다는 걸 제 스스로 깨닫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 학교에서는 축제가 열리곤 합니다.

올해가 세 번째인데요.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 학생들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저와 함께 그 현장으로 가실까요?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축제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성현/인천시 연수구 : "저희 아이들도 앞으로 통일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왔을 때 통일 세대 아이들로서 함께 어울려서 하는 것을 미리 경험했으면 좋겠다 해서 왔습니다."]

1부 순서는 전시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직접 만든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설경/다음학교 학생 : "문화로 치면 다섯 문화가 있거든요. 저희 친구들이 북한, 한국, 중국, 캐나다, 미국 이렇게 있는데 저희 친구들이 각자 개성이 다르잖아요. 한 작품을 만들더라도 다섯 개의 개성이 나오니까…."]

학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축제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땀 흘렸다고 합니다.

[김찬양/다음학교 교사 : "모든 무대들이 선생님들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아이들이 대사를 쓰고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들 이런 과정에서 어려움 되게 많이 있었는데 그만큼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환호와 함께 2부 순서가 시작됐습니다.

흥겨운 음악과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이번 축제의 주제인 ‘감사’에 대한 발표가 이어집니다.

[조유나/다음학교 학생 : "비록 저희가 자란 배경과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감사하게도 우리는 모두 ‘다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습니다."]

남과 북으로 떨어져 살고 있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분단의 아픔을 전합니다.

축제의 마지막.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공연장에 울려 퍼집니다.

북한, 중국 등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학생들.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사실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지만 저희 학교에서 이미 통일을 시작하고 이뤄낸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를 보면서 통일에 대한 비전을 더 사람들이 갖고 저희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인 이 학생들이 밝게 자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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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6 08:24:57
    • 수정2019-11-16 08: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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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기준으로 탈북청소년 중 학업을 중단하는 사람의 비율이 일반 학생의 2배가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일 텐데요.

생활환경과 언어도 다르고, 또 수업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겠죠.

전국에는 이런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눈높이 교육을 진행하는 대안학교들이 여럿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탈북 학생들과 한국 학생이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다는데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안학교.

교실에서는 수학 수업이 한창입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어려운 수학 기호를 써 내려가고 학생들은 머리를 싸매며 공식과 씨름합니다.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친구들이랑 상호작용하면서 선생님 얘기 듣고 그것도 같이 풀고 선생님이랑도 대화하는 식으로 수업하거든요. 그게 훨씬 더 이해가 잘 되는 거 같아요. 질문하기도 편하고."]

같은 시각 다른 교실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주어진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데요.

["내가 참다못해 도와줬어요. (잘했어. 아주 잘했어.)"]

이곳은 2011년 북한을 비롯한 제3국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세워졌는데요.

지난해부터는 남한 학생들도 함께 공부하는 통합학교가 되었습니다.

[전사라/다음학교 교감 : "이 학생들을 다 화합하기 위해선 저희가 학교 수업을 수준별로 선택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 수업을 할 수 있게 됐죠."]

중국이나 미국, 캐나다에서 온 학생 등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한 곳에 모인 53명의 학생들.

공부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일상에서 배우고 있다는데요.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학교생활 힘들어하는 친구라든지 다른 애들이랑 다르게 행동하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도 왜 저래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저 친구가 잘 어울릴 수 있게 기다려주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그 친구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며 다양성을 배우는 남북 청소년 학생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연대감을 느끼며 성장해가고 있는데요.

미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날 오후. 노란 은행잎이 깔린 길 위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야외수업을 위해 나섰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편지를 쓴다는데요.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이내 진지해졌습니다.

일반 학교 학생들처럼 대학 진학과 취업을 고민하는 대안학교 학생들.

학생들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요?

[정지민/다음학교 진로수업 교사 : "31살이 된 주혁아. 대학원은 졸업했니? 아니면 십 년 전에 남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비전은 여전히 가지고 있니? 네가 비전이 새로운 것이 생겼든 안 생겼든 나는 네가 남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정지민/다음학교 진로수업 교사 : "처음에 저도 북한 친구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어 하고 갔는데 정말 의외였던 건 차이가 없어요. 우리나라 10대, 20대 친구들과 이 친구들이 너무 같고 고민하는 것도 같아서 제가 제 편견이 있었다는 걸 제 스스로 깨닫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 학교에서는 축제가 열리곤 합니다.

올해가 세 번째인데요.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 학생들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저와 함께 그 현장으로 가실까요?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축제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성현/인천시 연수구 : "저희 아이들도 앞으로 통일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왔을 때 통일 세대 아이들로서 함께 어울려서 하는 것을 미리 경험했으면 좋겠다 해서 왔습니다."]

1부 순서는 전시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직접 만든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설경/다음학교 학생 : "문화로 치면 다섯 문화가 있거든요. 저희 친구들이 북한, 한국, 중국, 캐나다, 미국 이렇게 있는데 저희 친구들이 각자 개성이 다르잖아요. 한 작품을 만들더라도 다섯 개의 개성이 나오니까…."]

학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축제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땀 흘렸다고 합니다.

[김찬양/다음학교 교사 : "모든 무대들이 선생님들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아이들이 대사를 쓰고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들 이런 과정에서 어려움 되게 많이 있었는데 그만큼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환호와 함께 2부 순서가 시작됐습니다.

흥겨운 음악과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이번 축제의 주제인 ‘감사’에 대한 발표가 이어집니다.

[조유나/다음학교 학생 : "비록 저희가 자란 배경과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감사하게도 우리는 모두 ‘다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습니다."]

남과 북으로 떨어져 살고 있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분단의 아픔을 전합니다.

축제의 마지막.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공연장에 울려 퍼집니다.

북한, 중국 등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학생들.

[유규형/다음학교 학생 : "사실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지만 저희 학교에서 이미 통일을 시작하고 이뤄낸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를 보면서 통일에 대한 비전을 더 사람들이 갖고 저희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인 이 학생들이 밝게 자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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