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어머니는 박금식입니다”…‘화성 8차’ 윤 씨의 사모곡

입력 2019.11.17 (10:00) 수정 2019.11.17 (10: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윤 씨는 말이 없다. 30년 만에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청구를 하기 전 밝힌 소감은 "나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라는 딱 두 문장이었다.

재심 청구서를 내고 나서는 "30년 전의 일이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20년의 옥살이, 그리고 10년의 숨죽임. 하고 싶은 말이 가슴이 켜켜이 쌓였을 것도 같은데, 그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담담하다.

이런 윤 씨가 길고도 간절하게 부탁한 게 있다. 외갓집을 찾는 일이다.


"어머니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

윤 씨 측에 따르면 1967년생인 윤 씨는 세 살 때 열병으로 소아마비를 앓게 됐다. 윤 씨는 그때부터 다리를 절었는데 윤 씨 어머니는 윤 씨를 한 번도 업거나 안아주지 않았다.

윤 씨 어머니는 윤 씨에게 "힘들어도 걸어라."라는 말을 반복하며 혼자 걷게 했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한 어린 자식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어머니는 아픈 마음을 꾹 참으며 아들의 미래를 위해 홀로서기를 강조한 것이다.

윤 씨는 어머니가 재활을 신경 써 주지 않았다면, 엄격하게 키우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을 거라 생각한다.

윤 씨에게 걸을 수 있는 힘을 줬던 어머니는 윤 씨가 어렸을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이후 외갓집 식구들과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겼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고 그만둔 윤 씨는 중국집에서 일하다 12살 때부터는 경운기 수리센터에서 기술을 배웠다. 손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경운기 수리센터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던 어느 날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잡혔고, 그 이후 인생은 알려진 바와 같다.


"어머니 성함은 박금식"

윤 씨가 기자회견에서 직접 밝힌 어머니는 인생의 나침반이 돼 주신 분이다. 윤 씨는 "어머님은 저에게 모든 것에 희망을 주시고 저를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다"며 "저는 어머님을 무척 존경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간절하게 찾고 있는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 윤 씨는 "어머님 존함은 박금식입니다. 고향은 진천입니다. 저의 어머님을 아시는 분은 연락주세요"라고 말했다.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윤 씨는 30년 전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에 대해서도 "그때의 경찰은 믿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분노와 원한은 삭이고, 감사함은 적극 표현한 윤 씨의 소감문 전문은 아래에 있다. 윤 씨의 억울함은 사법부가 풀어주겠지만, 어머니를 찾는 일은 우리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박금식 여사의 가족들을 찾는다.


<소감문>

저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교도소를 나왔는데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습니다. 뷰티플 라이프 나호견 원장님이 저를 잘 돌봐주셨습니다.

박종덕 교도관님은 인간적으로 저와 대화를 잘 해주시고 상담도 잘 해주시고 항상 많은 도움을 주시고 종교 위원님 한 달에 만남을 주시고 힘들고 외로울 때 많은 것을 주시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누님에게도 깊이 감사드리고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곳에 지내는 동안에 몸이 아플 때 누님께서 무척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숙부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항상 건강하라고, 부디 몸 관리 잘하고 주어진 생활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습니다.

광역수사대 박일남 반장님 및 김현수 경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희망을 주시고 꼭 일을 해결하시겠다고 저에게 말씀하였습니다.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은 저에게 모든 것에 희망을 주시고 저를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님을 무척 존경합니다. 어머님은 저의 아픈 다리 재활에 더욱 신경을 써주셨고 남들처럼 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외갓집을 찾고 싶습니다. 어머님 존함은 박금식입니다. 고향은 진천입니다. 저의 어머님을 아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여기 오신 기자님을 도와주시면 일이 잘되고 잘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경찰을 백 프로 믿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어머니는 박금식입니다”…‘화성 8차’ 윤 씨의 사모곡
    • 입력 2019-11-17 10:00:27
    • 수정2019-11-17 10:00:38
    취재후·사건후
윤 씨는 말이 없다. 30년 만에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청구를 하기 전 밝힌 소감은 "나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라는 딱 두 문장이었다.

재심 청구서를 내고 나서는 "30년 전의 일이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20년의 옥살이, 그리고 10년의 숨죽임. 하고 싶은 말이 가슴이 켜켜이 쌓였을 것도 같은데, 그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담담하다.

이런 윤 씨가 길고도 간절하게 부탁한 게 있다. 외갓집을 찾는 일이다.


"어머니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

윤 씨 측에 따르면 1967년생인 윤 씨는 세 살 때 열병으로 소아마비를 앓게 됐다. 윤 씨는 그때부터 다리를 절었는데 윤 씨 어머니는 윤 씨를 한 번도 업거나 안아주지 않았다.

윤 씨 어머니는 윤 씨에게 "힘들어도 걸어라."라는 말을 반복하며 혼자 걷게 했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한 어린 자식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어머니는 아픈 마음을 꾹 참으며 아들의 미래를 위해 홀로서기를 강조한 것이다.

윤 씨는 어머니가 재활을 신경 써 주지 않았다면, 엄격하게 키우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을 거라 생각한다.

윤 씨에게 걸을 수 있는 힘을 줬던 어머니는 윤 씨가 어렸을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이후 외갓집 식구들과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겼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고 그만둔 윤 씨는 중국집에서 일하다 12살 때부터는 경운기 수리센터에서 기술을 배웠다. 손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경운기 수리센터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던 어느 날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잡혔고, 그 이후 인생은 알려진 바와 같다.


"어머니 성함은 박금식"

윤 씨가 기자회견에서 직접 밝힌 어머니는 인생의 나침반이 돼 주신 분이다. 윤 씨는 "어머님은 저에게 모든 것에 희망을 주시고 저를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다"며 "저는 어머님을 무척 존경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간절하게 찾고 있는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 윤 씨는 "어머님 존함은 박금식입니다. 고향은 진천입니다. 저의 어머님을 아시는 분은 연락주세요"라고 말했다.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윤 씨는 30년 전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에 대해서도 "그때의 경찰은 믿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분노와 원한은 삭이고, 감사함은 적극 표현한 윤 씨의 소감문 전문은 아래에 있다. 윤 씨의 억울함은 사법부가 풀어주겠지만, 어머니를 찾는 일은 우리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박금식 여사의 가족들을 찾는다.


<소감문>

저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교도소를 나왔는데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습니다. 뷰티플 라이프 나호견 원장님이 저를 잘 돌봐주셨습니다.

박종덕 교도관님은 인간적으로 저와 대화를 잘 해주시고 상담도 잘 해주시고 항상 많은 도움을 주시고 종교 위원님 한 달에 만남을 주시고 힘들고 외로울 때 많은 것을 주시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누님에게도 깊이 감사드리고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곳에 지내는 동안에 몸이 아플 때 누님께서 무척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숙부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항상 건강하라고, 부디 몸 관리 잘하고 주어진 생활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습니다.

광역수사대 박일남 반장님 및 김현수 경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희망을 주시고 꼭 일을 해결하시겠다고 저에게 말씀하였습니다.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은 저에게 모든 것에 희망을 주시고 저를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님을 무척 존경합니다. 어머님은 저의 아픈 다리 재활에 더욱 신경을 써주셨고 남들처럼 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외갓집을 찾고 싶습니다. 어머님 존함은 박금식입니다. 고향은 진천입니다. 저의 어머님을 아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여기 오신 기자님을 도와주시면 일이 잘되고 잘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경찰을 백 프로 믿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