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떡볶이 마스터’, 강호를 제패하다

입력 2019.11.18 (15:19) 수정 2019.1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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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길이었다. 전국의 유명 가게를 섭렵하며 내공을 쌓았다. 떡볶이를 못 먹을 땐 소떡소떡을 먹었다. 포기하고 싶을 땐, 떡볶이 만드는 법을 정독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26년간 떡볶이에 매달렸다. 노력은 보상받았다. 약관의 나이에 '떡볶이 마스터'의 영광을 거머쥔 인물, '배달의민족 제1회 떡볶이 마스터' 신인선(26) 씨의 강호 제패기를 들었다.

‘떡볶이 마스터’가 된 신인선 씨‘떡볶이 마스터’가 된 신인선 씨

전심전력(全心全力), 모든 힘과 마음을 다하다

맹모(孟母)는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면, 신 씨의 어머니는 신 씨를 '떡볶이의 성지' 신당동으로 이끌었다. "엄마랑 오빠랑 손잡고 신당동에 있는 떡볶이집 되게 자주 갔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해 준 떡볶이랑 신당동 떡볶이가 제 유년시절의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신 씨는 회상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떡볶이를 만들어줬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어린이들을 위한 케첩 떡볶이였다. 신 씨는 "'인생 떡볶이' 중 하나지만 이제는 그 맛을 되살릴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의 생일파티는 새로운 떡볶이를 향한 갈증을 채워줬다. "생일파티에 친구 생일도 축하하지만, 친구 엄마 떡볶이를 먹는 재미로 다녔던 것 같아요. 엄마들마다 떡볶이 맛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거 먹으러 생일파티 자주 다녔던 것 같아요." 신 씨는 말했다.

중학교 때는 동네 단골 떡볶이집과 포장마차 떡볶이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순대떡볶음을 자주 먹었다. "학창시절 하면 떡볶이밖에 생각이 안 나요." 신 씨가 덧붙였다.

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떡볶이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어느 지역에 가든 떡볶이 맛집을 먼저 검색했다.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하면 꼭 그 지역에 떡볶이집이 어디 있는지 검색해서 먹으러 다니거든요. 저는 정말 취미가 떡볶이 먹으러 다니기 빼고는 없는 것 같아요." 신 씨는 전심전력을 다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주최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57만 명이 지원해 떡볶이 관련 지식을 경합했다.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주최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57만 명이 지원해 떡볶이 관련 지식을 경합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다

2019년, 신 씨에게 마침내 하늘의 뜻이 내려왔다. 떡볶이 최강자를 가리는 '떡볶이 마스터즈'가 지난 11일 열린 것이다. 치열한 2차례의 예선을 통과해 5백 명이 경합하는 본선에 올랐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종합한 본선 결과, 신 씨는 당당히 떡볶이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마스터'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인지 묻자 신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이제 26년 떡볶이 인생을 인정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누구나 떡볶이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 있잖아요. 떡볶이를 먹으면 배만 차는 게 아니고 추억도 쌓을 수 있고요. 떡볶이는 제 '영혼의 동반자'입니다."

신 씨가 뽑은 떡볶이 맛집 두 곳. “얄개분식에서는 정말 옛날 떡볶이 맛을 느끼고, 전투떡볶이엔 순두부가 들어가 있어서 순두부부터 호로록 먹는다”고 마스터는 말했다.신 씨가 뽑은 떡볶이 맛집 두 곳. “얄개분식에서는 정말 옛날 떡볶이 맛을 느끼고, 전투떡볶이엔 순두부가 들어가 있어서 순두부부터 호로록 먹는다”고 마스터는 말했다.

필부필부(匹夫匹婦),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일을 만들다

이번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무려 57만 명이 응시했다. 이렇게 떡볶이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이번 행사를 기획한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장인성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떡볶이라고 하면 다들 너무 좋아하잖아요. '대단하지 않은 음식'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와인이나 스테이크, 뭐 이런 것들은 물론 훌륭하고 멋진 음식이지만 그에 맞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떡볶이는 아니잖아요. 그런 떡볶이를 가지고 이렇게 최강자를 가린다는 게 너무 반가운, 그런 거죠.

떡볶이는 전 국민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간식인데도 한 번도 이렇게 대접받고 주목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떡볶이를 주인공으로 사람들이 함께 놀 수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배달의민족’출처 ‘배달의민족’

떡볶이가 주인공이 되어가는 징후는 특히 배달업계에서 포착된다. '추억의 간식', '길거리 음식'으로 주로 소비되던 떡볶이가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00떡볶이' 등 대형 브랜드도 생겨나면서, 2~3인의 대용량 떡볶이를 만 원 넘는 가격에 배달시켜 먹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배달의민족 앱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올해 10월 전국 떡볶이 주문 수는 올해 1월에 비해 44% 늘었다.

신 씨의 생일에 직장 동료들이 만들어준 떡볶이. 신 씨에겐 좋아하는 사람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는 일이 행복이다.신 씨의 생일에 직장 동료들이 만들어준 떡볶이. 신 씨에겐 좋아하는 사람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는 일이 행복이다.

약관의 젊은 나이에 강호를 제패한 떡볶이 마스터, 그녀는 말했다.

"제가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어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인데 기사를 우연히 봤다면서 연락이 됐거든요. 그 친구가 취업준비를 하는데, 요즘 취업이 너무 힘들잖아요. 그 친구도 취준 때문에 기가 죽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제가 떡볶이 쿠폰을 몇 개 주고 이거 먹으면서 힘내서 취준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요즘 취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힘든 것들이 많고, 날씨도 추운데. 떡볶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음식 나눠 먹으면서 힘든 것 털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일 있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떡볶이 쿠폰 나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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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관의 ‘떡볶이 마스터’, 강호를 제패하다
    • 입력 2019-11-18 15:19:42
    • 수정2019-11-18 17:31:45
    취재K
지난한 길이었다. 전국의 유명 가게를 섭렵하며 내공을 쌓았다. 떡볶이를 못 먹을 땐 소떡소떡을 먹었다. 포기하고 싶을 땐, 떡볶이 만드는 법을 정독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26년간 떡볶이에 매달렸다. 노력은 보상받았다. 약관의 나이에 '떡볶이 마스터'의 영광을 거머쥔 인물, '배달의민족 제1회 떡볶이 마스터' 신인선(26) 씨의 강호 제패기를 들었다.

‘떡볶이 마스터’가 된 신인선 씨
전심전력(全心全力), 모든 힘과 마음을 다하다

맹모(孟母)는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면, 신 씨의 어머니는 신 씨를 '떡볶이의 성지' 신당동으로 이끌었다. "엄마랑 오빠랑 손잡고 신당동에 있는 떡볶이집 되게 자주 갔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해 준 떡볶이랑 신당동 떡볶이가 제 유년시절의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신 씨는 회상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떡볶이를 만들어줬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어린이들을 위한 케첩 떡볶이였다. 신 씨는 "'인생 떡볶이' 중 하나지만 이제는 그 맛을 되살릴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의 생일파티는 새로운 떡볶이를 향한 갈증을 채워줬다. "생일파티에 친구 생일도 축하하지만, 친구 엄마 떡볶이를 먹는 재미로 다녔던 것 같아요. 엄마들마다 떡볶이 맛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거 먹으러 생일파티 자주 다녔던 것 같아요." 신 씨는 말했다.

중학교 때는 동네 단골 떡볶이집과 포장마차 떡볶이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순대떡볶음을 자주 먹었다. "학창시절 하면 떡볶이밖에 생각이 안 나요." 신 씨가 덧붙였다.

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떡볶이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어느 지역에 가든 떡볶이 맛집을 먼저 검색했다.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하면 꼭 그 지역에 떡볶이집이 어디 있는지 검색해서 먹으러 다니거든요. 저는 정말 취미가 떡볶이 먹으러 다니기 빼고는 없는 것 같아요." 신 씨는 전심전력을 다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주최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57만 명이 지원해 떡볶이 관련 지식을 경합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다

2019년, 신 씨에게 마침내 하늘의 뜻이 내려왔다. 떡볶이 최강자를 가리는 '떡볶이 마스터즈'가 지난 11일 열린 것이다. 치열한 2차례의 예선을 통과해 5백 명이 경합하는 본선에 올랐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종합한 본선 결과, 신 씨는 당당히 떡볶이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마스터'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인지 묻자 신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이제 26년 떡볶이 인생을 인정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누구나 떡볶이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 있잖아요. 떡볶이를 먹으면 배만 차는 게 아니고 추억도 쌓을 수 있고요. 떡볶이는 제 '영혼의 동반자'입니다."

신 씨가 뽑은 떡볶이 맛집 두 곳. “얄개분식에서는 정말 옛날 떡볶이 맛을 느끼고, 전투떡볶이엔 순두부가 들어가 있어서 순두부부터 호로록 먹는다”고 마스터는 말했다.
필부필부(匹夫匹婦),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일을 만들다

이번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무려 57만 명이 응시했다. 이렇게 떡볶이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이번 행사를 기획한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장인성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떡볶이라고 하면 다들 너무 좋아하잖아요. '대단하지 않은 음식'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와인이나 스테이크, 뭐 이런 것들은 물론 훌륭하고 멋진 음식이지만 그에 맞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떡볶이는 아니잖아요. 그런 떡볶이를 가지고 이렇게 최강자를 가린다는 게 너무 반가운, 그런 거죠.

떡볶이는 전 국민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간식인데도 한 번도 이렇게 대접받고 주목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떡볶이를 주인공으로 사람들이 함께 놀 수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배달의민족’
떡볶이가 주인공이 되어가는 징후는 특히 배달업계에서 포착된다. '추억의 간식', '길거리 음식'으로 주로 소비되던 떡볶이가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00떡볶이' 등 대형 브랜드도 생겨나면서, 2~3인의 대용량 떡볶이를 만 원 넘는 가격에 배달시켜 먹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배달의민족 앱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올해 10월 전국 떡볶이 주문 수는 올해 1월에 비해 44% 늘었다.

신 씨의 생일에 직장 동료들이 만들어준 떡볶이. 신 씨에겐 좋아하는 사람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는 일이 행복이다.
약관의 젊은 나이에 강호를 제패한 떡볶이 마스터, 그녀는 말했다.

"제가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어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인데 기사를 우연히 봤다면서 연락이 됐거든요. 그 친구가 취업준비를 하는데, 요즘 취업이 너무 힘들잖아요. 그 친구도 취준 때문에 기가 죽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제가 떡볶이 쿠폰을 몇 개 주고 이거 먹으면서 힘내서 취준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요즘 취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힘든 것들이 많고, 날씨도 추운데. 떡볶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음식 나눠 먹으면서 힘든 것 털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일 있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떡볶이 쿠폰 나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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