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엔드게임”…홍콩 청년들의 분노

입력 2019.11.19 (08:09) 수정 2019.11.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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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보이는 투명한 병, 뭘까요?

홍콩 학생 시위대가 온라인 토론방에 올린 염소 폭탄입니다.

'최후 통첩'이란 제목의 이 게시물은 해당 사진과 함께 "경찰은 학교에서 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염소 폭탄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트위터에는 한 장의 헬맷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홍콩의 학생 시위대가 착용한 흰색 헬멧에는 “유서가 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 홍콩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분노의 지점을 가늠케 합니다.

학생들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에서는 간밤에도 격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 안에 고립된 채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학생들은 화염병을 던집니다.

경찰은 파란색 물줄기를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습니다.

파란 염료를 섞은 건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를 쉽게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 사이 시위대 4백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라우상/홍콩 시민 : "홍콩인들 진짜 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처음으로 '음향 대포'란게 등장했습니다.

최대 500m 거리에서 150데시벨의 음파를 쏩니다.

음향 대포에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함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고 합니다.

보신 것처럼 현재의 홍콩 시위는 청년 세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홍콩대학교가 시위 참여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20대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6.3%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대와 30대까지 합하면 76%에 달합니다.

이들의 시위가 격해지면서 인터넷 토론방에는 최후의 대결, '엔드 게임(endgame)'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홍콩의 젊은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든 건 뭘까?

표면적으로는 '범죄인 송환법' 반대가 시위의 발단이 됐지만 이면에는 지금 홍콩 경제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임금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여기에 치솟는 집값이 청년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 본토 부자들이 홍콩의 집을 많이 사들여 현지 집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좁은 땅에 높은 인구 밀도로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가 홍콩입니다.

그래서인지 거리 곳곳에는 이른바 '맥 난민'(MC refugee)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집 대신 24시간 영업을 하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국제청년회의소 홍콩 지부 조사 결과 홍콩 내 110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석달 이상 밤을 지샌 사람들이 최근 5년 새 6배나 늘었습니다.

주로 청년과 노인층입니다.

2015년에는 홍콩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7시간이나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CCTV 확인 결과 숨진 여성 옆에서 많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흔히 보는 맥난민이려니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노인의 모습에서 홍콩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홍콩 대학생 : "저는 제 집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거리로 나온 홍콩의 젊은 시위대들,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응해 SNS 등을 이용하면서 분, 초를 다퉈 맞섰습니다.

한편으로는 화염병, 화살 등을 사용하면서 과격한 대응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 손엔 스마트폰, 한 손엔 화염병을 든 이들을 가리켜 일각에서는 홍콩의 '앵그리영맨'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난 젊은이를 뜻하는 앵그리 영맨, 1956년 영국의 극작가 존 오즈번의 작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념 제로, 확신 제로, 열정 제로. 작품 속 남자주인공이 중얼거리던 독백입니다.

오즈번의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젊은 세대의 분노와 열망을 대변하며 ‘앵그리 영맨'이란 당대 유행어를 만들어냈습니다.

2019년 홍콩의 앵그리영맨들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엔드게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끝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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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엔드게임”…홍콩 청년들의 분노
    • 입력 2019-11-19 08:11:08
    • 수정2019-11-19 08: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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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보이는 투명한 병, 뭘까요?

홍콩 학생 시위대가 온라인 토론방에 올린 염소 폭탄입니다.

'최후 통첩'이란 제목의 이 게시물은 해당 사진과 함께 "경찰은 학교에서 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염소 폭탄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트위터에는 한 장의 헬맷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홍콩의 학생 시위대가 착용한 흰색 헬멧에는 “유서가 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 홍콩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분노의 지점을 가늠케 합니다.

학생들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에서는 간밤에도 격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 안에 고립된 채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학생들은 화염병을 던집니다.

경찰은 파란색 물줄기를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습니다.

파란 염료를 섞은 건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를 쉽게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 사이 시위대 4백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라우상/홍콩 시민 : "홍콩인들 진짜 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처음으로 '음향 대포'란게 등장했습니다.

최대 500m 거리에서 150데시벨의 음파를 쏩니다.

음향 대포에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함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고 합니다.

보신 것처럼 현재의 홍콩 시위는 청년 세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홍콩대학교가 시위 참여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20대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6.3%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대와 30대까지 합하면 76%에 달합니다.

이들의 시위가 격해지면서 인터넷 토론방에는 최후의 대결, '엔드 게임(endgame)'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홍콩의 젊은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든 건 뭘까?

표면적으로는 '범죄인 송환법' 반대가 시위의 발단이 됐지만 이면에는 지금 홍콩 경제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임금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여기에 치솟는 집값이 청년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 본토 부자들이 홍콩의 집을 많이 사들여 현지 집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좁은 땅에 높은 인구 밀도로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가 홍콩입니다.

그래서인지 거리 곳곳에는 이른바 '맥 난민'(MC refugee)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집 대신 24시간 영업을 하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국제청년회의소 홍콩 지부 조사 결과 홍콩 내 110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석달 이상 밤을 지샌 사람들이 최근 5년 새 6배나 늘었습니다.

주로 청년과 노인층입니다.

2015년에는 홍콩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7시간이나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CCTV 확인 결과 숨진 여성 옆에서 많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흔히 보는 맥난민이려니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노인의 모습에서 홍콩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홍콩 대학생 : "저는 제 집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거리로 나온 홍콩의 젊은 시위대들,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응해 SNS 등을 이용하면서 분, 초를 다퉈 맞섰습니다.

한편으로는 화염병, 화살 등을 사용하면서 과격한 대응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 손엔 스마트폰, 한 손엔 화염병을 든 이들을 가리켜 일각에서는 홍콩의 '앵그리영맨'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난 젊은이를 뜻하는 앵그리 영맨, 1956년 영국의 극작가 존 오즈번의 작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념 제로, 확신 제로, 열정 제로. 작품 속 남자주인공이 중얼거리던 독백입니다.

오즈번의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젊은 세대의 분노와 열망을 대변하며 ‘앵그리 영맨'이란 당대 유행어를 만들어냈습니다.

2019년 홍콩의 앵그리영맨들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엔드게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끝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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