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드] 10년 묵은 ‘실손 청구 간소화’…국회 문턱 넘나?

입력 2019.11.20 (18:16) 수정 2019.11.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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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손보험 청구하려면 진단서,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고, 또 그걸 보험사로 보내야 하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죠.

이런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이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 박나영 정책개발팀장과 자세한 내용 짚어봅니다.

저도 실손보험이 있지만, 진료비가 적게 나왔으면 귀찮아서 청구를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답변]

(사)소비자와함께의 지난해 조사로는 통원치료의 경우 32%만이 실손보험을 청구하고 있고요.

올 5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조사로는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1,000명 중 52%가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실손보험의 청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요.

여러 증빙서류를 갖추기가 번거롭기 때문이죠.

[앵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는 건가요?

[답변]

그렇죠, 현재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발의된 내용을 보면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서류로 제공했던 증빙자료를 환자의 요청에 따라 전자문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는 것입니다.

현재 몇몇 대형 병원에서 직접 전산으로 보험사에 서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이러한 방법을 선호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고요.

교통사고가 나면 진료비를 내지 않고 보험회사에서 바로 병원에 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매우 간단히 해결됩니다.

[앵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에요.

벌써 10년 정도 됐는데요.

지난 10년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이유, 뭔가요?

[답변]

의료계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컸죠.

의료계는 ‘편의’도 중요하지만, 환자정보가 보험사에 보내질 시, 환자에게 불리한 정보도 섞여 있을 수 있어 이후 지급 거절이나 갱신거절의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고요.

또한, 보험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꼼수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해 왔습니다.

[앵커]

언뜻 생각해보면 실손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그만큼 보험사가 보험금을 더 많이 지급하게 될 텐데, 의료계는 왜 보험사의 배를 불린다고 하는 건가요?

[답변]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실손보험에서 주로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진료수가 표준화 문제로 지속해서 충돌해왔거든요.

현재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병원마다 진료수가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의 수가 일원화' 문제를 두고 부딪히고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표준화를 통해서 보험금을 줄이게 되면 의료계 입장에서는 보험회사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마음껏 못하게 되니까 보험회사 배만 불린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상황이 의료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불필요한 진료를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 실손 보험금 자동청구 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가 의료기관별로 책정한 진료수가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고 의료업계는 낮은 진료수가를 보전하는 유력한 대책이던 비급여 수가가 크게 깎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의료업계가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는 해석이고요.

이미 전산을 통해 보험금 청구자의 의료기록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 의료업계가 한사코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기저에는 불투명한 비급여 수가가 공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입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손의료보험 진료비 심사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고요.

심평원이 현재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하는 이유는 자보는 책임보험이라는 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적 보험과 무관한 실손보험 심사에 심평원이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보험회사가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실손 보험 갱신 거부'나 '보험료 상승' 등을 내세워 이런 부분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요.

이건 가능성 있는 주장인가요?

[답변]

의료계의 입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보험사는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환자의 보험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보험회사의 환자정보 취득 간소화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엔 실손보험 간소화를 하지 않겠다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고요.

이미 보험업계는 보험금 청구 시 타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받는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계약 시에도 정보제공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있어서 실손보험 간소화 때문에 추가로 환자의 정보를 더 취득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실손보험 간소화 때문에 ‘실손 보험 갱신 거부’나 ‘보험료 상승’이 더 일어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걱정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일 뿐입니다.

[앵커]

환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보험사에 전달돼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답변]

보험 가입할 때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작성하게 되면 피보험자의 모든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정보공유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더는 추가로 의료 정보가 생성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앵커]

내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인데요.

이번에는 통과될 거라 보십니까?

[답변]

국회, 정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학계와 소비자단체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손 청구를 전산화하려면 의료기관이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담보돼야 해요.

의료계의 입장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다고 하지만 이는 사적 계약이고 가입자 본인이 진료 후에 (보험사에)청구하게 돼 있고 그게 (실손보험을) 가입했을 때의 원칙이라며 원칙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를 포함하여 관련 기관 모두의 사회적 편익이 증진되는 방법으로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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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18:21:30
    • 수정2019-11-20 20: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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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손보험 청구하려면 진단서,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고, 또 그걸 보험사로 보내야 하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죠.

이런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이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 박나영 정책개발팀장과 자세한 내용 짚어봅니다.

저도 실손보험이 있지만, 진료비가 적게 나왔으면 귀찮아서 청구를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답변]

(사)소비자와함께의 지난해 조사로는 통원치료의 경우 32%만이 실손보험을 청구하고 있고요.

올 5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조사로는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1,000명 중 52%가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실손보험의 청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요.

여러 증빙서류를 갖추기가 번거롭기 때문이죠.

[앵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는 건가요?

[답변]

그렇죠, 현재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발의된 내용을 보면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서류로 제공했던 증빙자료를 환자의 요청에 따라 전자문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는 것입니다.

현재 몇몇 대형 병원에서 직접 전산으로 보험사에 서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이러한 방법을 선호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고요.

교통사고가 나면 진료비를 내지 않고 보험회사에서 바로 병원에 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매우 간단히 해결됩니다.

[앵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에요.

벌써 10년 정도 됐는데요.

지난 10년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이유, 뭔가요?

[답변]

의료계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컸죠.

의료계는 ‘편의’도 중요하지만, 환자정보가 보험사에 보내질 시, 환자에게 불리한 정보도 섞여 있을 수 있어 이후 지급 거절이나 갱신거절의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고요.

또한, 보험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꼼수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해 왔습니다.

[앵커]

언뜻 생각해보면 실손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그만큼 보험사가 보험금을 더 많이 지급하게 될 텐데, 의료계는 왜 보험사의 배를 불린다고 하는 건가요?

[답변]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실손보험에서 주로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진료수가 표준화 문제로 지속해서 충돌해왔거든요.

현재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병원마다 진료수가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의 수가 일원화' 문제를 두고 부딪히고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표준화를 통해서 보험금을 줄이게 되면 의료계 입장에서는 보험회사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마음껏 못하게 되니까 보험회사 배만 불린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상황이 의료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불필요한 진료를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 실손 보험금 자동청구 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가 의료기관별로 책정한 진료수가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고 의료업계는 낮은 진료수가를 보전하는 유력한 대책이던 비급여 수가가 크게 깎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의료업계가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는 해석이고요.

이미 전산을 통해 보험금 청구자의 의료기록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 의료업계가 한사코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기저에는 불투명한 비급여 수가가 공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입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손의료보험 진료비 심사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고요.

심평원이 현재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하는 이유는 자보는 책임보험이라는 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적 보험과 무관한 실손보험 심사에 심평원이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보험회사가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실손 보험 갱신 거부'나 '보험료 상승' 등을 내세워 이런 부분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요.

이건 가능성 있는 주장인가요?

[답변]

의료계의 입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보험사는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환자의 보험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보험회사의 환자정보 취득 간소화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엔 실손보험 간소화를 하지 않겠다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고요.

이미 보험업계는 보험금 청구 시 타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받는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계약 시에도 정보제공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있어서 실손보험 간소화 때문에 추가로 환자의 정보를 더 취득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실손보험 간소화 때문에 ‘실손 보험 갱신 거부’나 ‘보험료 상승’이 더 일어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걱정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일 뿐입니다.

[앵커]

환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보험사에 전달돼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답변]

보험 가입할 때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작성하게 되면 피보험자의 모든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정보공유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더는 추가로 의료 정보가 생성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앵커]

내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인데요.

이번에는 통과될 거라 보십니까?

[답변]

국회, 정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학계와 소비자단체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손 청구를 전산화하려면 의료기관이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담보돼야 해요.

의료계의 입장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다고 하지만 이는 사적 계약이고 가입자 본인이 진료 후에 (보험사에)청구하게 돼 있고 그게 (실손보험을) 가입했을 때의 원칙이라며 원칙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를 포함하여 관련 기관 모두의 사회적 편익이 증진되는 방법으로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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