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청와대엔 ‘단식’, 당엔 ‘쇄신 칼’…‘황 전략’ 성공할까?

입력 2019.11.21 (19:26) 수정 2019.11.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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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회 출퇴근 단식 투쟁

단식 투쟁 이틀째를 맞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시작한 황 대표는 어젯밤 국회 본관 앞에 세운 천막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지만, 오늘(21일) 새벽 3시 반 벼락같이 청와대 앞 원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수행비서만 대동한 기습적인 이동이었습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조차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때문에 오늘(21일) 오전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렸습니다. 청와대 앞은 경호상 이유로 천막 등의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황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황 대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철회하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쇄신 칼' 들겠다는 황교안…단식까지 해서 관철하려는 뜻은?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이어갔지만, 황 대표의 말 속에는 당내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특히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최근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불거진 당내 인적 쇄신 압력 등에 대해 황 대표가 나름의 답을 내놓은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황 대표가 공식적으로 단식의 뜻을 밝혔던 어제 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좀 더 구체적인 말들이 오갔습니다. 참석자들을 취재해 본 결과,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황 대표는 단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 중진의원이 "단식까지 해서 관철하려는 뜻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이 뭘 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때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합니다.

이어 "의식이 있는 한 당무도 철저히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습니다. "당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쇄신과 통합, 이것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한 겁니다. 특히 쇄신을 이야기할 땐 '강력한 쇄신'이라고 고쳐 읽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주목할 건 당내 메시지다. 단순히 김세연 의원이 던진 화두에 대한 응답이 아닌 당의 강력한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단식하는 사람한테 비수 못 꽂는다?

이 중진 의원은 그러면서 "대표가 저렇게 결기 있게 단식을 하는데 어느 누가 '나는 희생 못 하겠다'고 말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하며 내놓을 당의 혁신과 쇄신 방안에 대해 의원들이 쉽게 반발할 수 없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도 "대표가 단식해서 죽네, 사네 하는데 밥그릇 싸움하면 얼마나 꼴불견이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쇄신' 혹은 '희생'이라고도 읽히는 그것, 무엇일까요?

 2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 하루 만에…"내년 총선,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

공교롭게도 오늘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지 하루 만입니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의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공천 탈락시키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과 비례대표를 포함해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공천하겠다는 게 발표의 핵심입니다.

한국당 공천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대정신과 쇄신, 혁신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며 "현역 의원 50% 교체를 위해서는 이 정도의 컷오프, 공천 배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국당 현역 의원은 108명입니다.

인적 쇄신안 발표 시점이 황 대표의 단식 돌입 시점과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사무총장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황 대표가 이른바 '쇄신의 칼'을 들겠다고 했던 발언 때문에 이제 관심은 '공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21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 앞에서 21대 총선 개혁 공천 방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21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 앞에서 21대 총선 개혁 공천 방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동가단식 서가숙'(?) 에 당직자 '24시간 배치'

황 대표는 당분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는 이른바 '출퇴근' 단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쪽에 있는 청와대 앞에서는 단식하고, 서쪽에 있는 국회에서는 잠을 자는 '동가단식 서가숙' 같은 형태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황 대표의 의지가 너무나 완강해 국회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오늘도 청와대 앞에서 끝까지 있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앞에 설치된 단식 투쟁 천막에 당직자들을 24시간 배치한다는 근무표가 언론에 노출됐습니다. 근무표를 보면 당직자들은 4명씩 조를 이뤄 2교대로 보초를 서는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보초를 서는 당직자들의 임무는 천막 주변에 접근하는 거동 수상자 통제, 황 대표 건강상태 확인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로 유출된 한국당 당직자들의 황교안 대표 단식 투쟁 천막 근무표.외부로 유출된 한국당 당직자들의 황교안 대표 단식 투쟁 천막 근무표.

근무표에 이름을 올린 당직자들 가운데는 임산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대표의 단식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집 앞에 찾아온 손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황 대표에게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환영 만찬 참석을 제의했다고 전했지만, 황 대표는 "단식 중이라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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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청와대엔 ‘단식’, 당엔 ‘쇄신 칼’…‘황 전략’ 성공할까?
    • 입력 2019-11-21 19:26:56
    • 수정2019-11-21 21:11:49
    여심야심
청와대-국회 출퇴근 단식 투쟁

단식 투쟁 이틀째를 맞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시작한 황 대표는 어젯밤 국회 본관 앞에 세운 천막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지만, 오늘(21일) 새벽 3시 반 벼락같이 청와대 앞 원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수행비서만 대동한 기습적인 이동이었습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조차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때문에 오늘(21일) 오전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렸습니다. 청와대 앞은 경호상 이유로 천막 등의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황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황 대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철회하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쇄신 칼' 들겠다는 황교안…단식까지 해서 관철하려는 뜻은?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이어갔지만, 황 대표의 말 속에는 당내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특히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최근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불거진 당내 인적 쇄신 압력 등에 대해 황 대표가 나름의 답을 내놓은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황 대표가 공식적으로 단식의 뜻을 밝혔던 어제 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좀 더 구체적인 말들이 오갔습니다. 참석자들을 취재해 본 결과,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황 대표는 단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 중진의원이 "단식까지 해서 관철하려는 뜻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이 뭘 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때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합니다.

이어 "의식이 있는 한 당무도 철저히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습니다. "당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쇄신과 통합, 이것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한 겁니다. 특히 쇄신을 이야기할 땐 '강력한 쇄신'이라고 고쳐 읽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주목할 건 당내 메시지다. 단순히 김세연 의원이 던진 화두에 대한 응답이 아닌 당의 강력한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단식하는 사람한테 비수 못 꽂는다?

이 중진 의원은 그러면서 "대표가 저렇게 결기 있게 단식을 하는데 어느 누가 '나는 희생 못 하겠다'고 말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하며 내놓을 당의 혁신과 쇄신 방안에 대해 의원들이 쉽게 반발할 수 없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도 "대표가 단식해서 죽네, 사네 하는데 밥그릇 싸움하면 얼마나 꼴불견이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쇄신' 혹은 '희생'이라고도 읽히는 그것, 무엇일까요?

 2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 하루 만에…"내년 총선,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

공교롭게도 오늘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지 하루 만입니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의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공천 탈락시키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과 비례대표를 포함해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공천하겠다는 게 발표의 핵심입니다.

한국당 공천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대정신과 쇄신, 혁신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며 "현역 의원 50% 교체를 위해서는 이 정도의 컷오프, 공천 배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국당 현역 의원은 108명입니다.

인적 쇄신안 발표 시점이 황 대표의 단식 돌입 시점과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사무총장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황 대표가 이른바 '쇄신의 칼'을 들겠다고 했던 발언 때문에 이제 관심은 '공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21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 앞에서 21대 총선 개혁 공천 방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동가단식 서가숙'(?) 에 당직자 '24시간 배치'

황 대표는 당분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는 이른바 '출퇴근' 단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쪽에 있는 청와대 앞에서는 단식하고, 서쪽에 있는 국회에서는 잠을 자는 '동가단식 서가숙' 같은 형태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황 대표의 의지가 너무나 완강해 국회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오늘도 청와대 앞에서 끝까지 있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앞에 설치된 단식 투쟁 천막에 당직자들을 24시간 배치한다는 근무표가 언론에 노출됐습니다. 근무표를 보면 당직자들은 4명씩 조를 이뤄 2교대로 보초를 서는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보초를 서는 당직자들의 임무는 천막 주변에 접근하는 거동 수상자 통제, 황 대표 건강상태 확인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로 유출된 한국당 당직자들의 황교안 대표 단식 투쟁 천막 근무표.
근무표에 이름을 올린 당직자들 가운데는 임산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대표의 단식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집 앞에 찾아온 손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황 대표에게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환영 만찬 참석을 제의했다고 전했지만, 황 대표는 "단식 중이라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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