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중국발이 32%…국민은 민감한데 국가는?​

입력 2019.11.22 (07:00) 수정 2019.11.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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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미세먼지…'32%'와 '2,000명'

이틀간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숫자입니다. 20일 국내 초미세먼지(PM 2.5) 중 32%는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한·중·일의 첫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날,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망하는 고령자 수가 서울에서만 10년 뒤엔 2,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서울연구원의 전망도 나왔습니다.

숫자는 직관적으로 와 닿습니다. 중국 영향을 받은 미세먼지의 비율이 몇이나 되는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을지 숫자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치를 넘어,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이 숫자로 무엇을 논의해 나갈 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일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 소통 토론회'가 21일 오전 열렸습니다. 과학·국제·법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언론인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어제 발표된 '숫자'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여러 방향성이 제시됐습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 소통 토론회’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 소통 토론회’

"숫자는 숫자일 뿐…내년 보고서에서 변동 가능"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주제는 역시나 전날 발표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보고서였습니다. 특히 국내 초미세먼지 발생의 32% 정도가 중국에서 왔다는 연구 결과가 이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만큼 보고서에 대한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들의 평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LTP 보고서 발간은 미세먼지 배출원과 국가별 영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 나온 수치는 내년에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고, 100% 장담할 수 있는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는 국내 배출량과 국외 영향, 기상조건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보고서의 결과 도출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LTP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동연구 결과물이라 알려졌지만, 사실상 3개의 국가가 각각 연구한 결과물을 종합한 취합본에 해당합니다.

32%라는 숫자 또한, 3개의 국가가 발표한 수치를 3으로 나눈 평균값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서울 지역의 초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을 39% 받는다고 보지만, 중국은 23%로 낮게 평가했습니다. 즉, 한·중·일 연구진이 함께 머리를 맞대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럽 등 여타 국제 지역에서는 연구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나의 보고서를 쓰는 곳들이 많은데 우리는 3개의 연구결과를 엮은 것에 그쳤다"며 "앞으로는 3개국이 공동협력센터를 만들고, 각 국가가 재원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중일 공동연구보고서, 도시별 미세먼지 원인한중일 공동연구보고서, 도시별 미세먼지 원인

국내 요인도 51%..."외교 테이블에 '미세먼지' 올릴 용기 있나?"

LTP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요인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51%, 즉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받는 영향을 확인한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자체적인 저감정책을 강화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50% 정도 삭감되면 우리나라는 30% 정도로 배출량이 줄어드는 등 그 숫자가 비례하지 않다"며 "우리가 가진 미세먼지 지분이 분명한 만큼 자체적인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적극적인 외교적 공조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조석연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제와 안보 등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데, 그런 문제들과 같은 테이블에 미세먼지 문제를 올릴 용기가 있느냐"며, "과거 미국과 캐나다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산성비 문제를 협상하는 사례가 있었듯 우리도 정치적인 단계에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1991년 캐나다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산성비 특사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외교 노력으로 '대기질 협정'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제20차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 중국 쑤저우제20차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 중국 쑤저우

"국민은 민감한데 국가는 둔감"…한·중·일 협력으로 풀어야

지난 3월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응을 '못하거나, 매우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10명 가운데 7명은 '미세먼지로 본인이나 가족이 건강상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민감한데, 국가는 실효성 없는 대책 내놓는 둔감한 상태"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의원과 구의원이 모여 공기청정기 예산만 논의하게 되는 상황이 나오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미세먼지 대책이 상업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국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소병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는 국제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민간 차원의 전문가가 모인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조석연 교수는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단계로 진전시켜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협상 노하우를 오랫동안 쌓아온 것과 달리, 한국과 중국은 첨예한 역사적·외교적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유럽과 같은 방식의 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계속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각국의 오염 문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외국의 산성비 협약 같은 경우도 협상에만 7년 이상 걸렸다"며 "우리는 문제 인식에 대한 공유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상대국을 설득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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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2 07:00:54
    • 수정2019-11-22 08:24:27
    취재K
숫자로 본 미세먼지…'32%'와 '2,000명'

이틀간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숫자입니다. 20일 국내 초미세먼지(PM 2.5) 중 32%는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한·중·일의 첫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날,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망하는 고령자 수가 서울에서만 10년 뒤엔 2,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서울연구원의 전망도 나왔습니다.

숫자는 직관적으로 와 닿습니다. 중국 영향을 받은 미세먼지의 비율이 몇이나 되는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을지 숫자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치를 넘어,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이 숫자로 무엇을 논의해 나갈 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일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 소통 토론회'가 21일 오전 열렸습니다. 과학·국제·법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언론인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어제 발표된 '숫자'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여러 방향성이 제시됐습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 소통 토론회’
"숫자는 숫자일 뿐…내년 보고서에서 변동 가능"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주제는 역시나 전날 발표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보고서였습니다. 특히 국내 초미세먼지 발생의 32% 정도가 중국에서 왔다는 연구 결과가 이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만큼 보고서에 대한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들의 평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LTP 보고서 발간은 미세먼지 배출원과 국가별 영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 나온 수치는 내년에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고, 100% 장담할 수 있는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는 국내 배출량과 국외 영향, 기상조건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보고서의 결과 도출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LTP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동연구 결과물이라 알려졌지만, 사실상 3개의 국가가 각각 연구한 결과물을 종합한 취합본에 해당합니다.

32%라는 숫자 또한, 3개의 국가가 발표한 수치를 3으로 나눈 평균값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서울 지역의 초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을 39% 받는다고 보지만, 중국은 23%로 낮게 평가했습니다. 즉, 한·중·일 연구진이 함께 머리를 맞대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럽 등 여타 국제 지역에서는 연구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나의 보고서를 쓰는 곳들이 많은데 우리는 3개의 연구결과를 엮은 것에 그쳤다"며 "앞으로는 3개국이 공동협력센터를 만들고, 각 국가가 재원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중일 공동연구보고서, 도시별 미세먼지 원인
국내 요인도 51%..."외교 테이블에 '미세먼지' 올릴 용기 있나?"

LTP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요인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51%, 즉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받는 영향을 확인한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자체적인 저감정책을 강화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50% 정도 삭감되면 우리나라는 30% 정도로 배출량이 줄어드는 등 그 숫자가 비례하지 않다"며 "우리가 가진 미세먼지 지분이 분명한 만큼 자체적인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적극적인 외교적 공조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조석연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제와 안보 등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데, 그런 문제들과 같은 테이블에 미세먼지 문제를 올릴 용기가 있느냐"며, "과거 미국과 캐나다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산성비 문제를 협상하는 사례가 있었듯 우리도 정치적인 단계에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1991년 캐나다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산성비 특사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외교 노력으로 '대기질 협정'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제20차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 중국 쑤저우
"국민은 민감한데 국가는 둔감"…한·중·일 협력으로 풀어야

지난 3월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응을 '못하거나, 매우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10명 가운데 7명은 '미세먼지로 본인이나 가족이 건강상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민감한데, 국가는 실효성 없는 대책 내놓는 둔감한 상태"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의원과 구의원이 모여 공기청정기 예산만 논의하게 되는 상황이 나오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미세먼지 대책이 상업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국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소병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는 국제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민간 차원의 전문가가 모인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조석연 교수는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단계로 진전시켜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협상 노하우를 오랫동안 쌓아온 것과 달리, 한국과 중국은 첨예한 역사적·외교적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유럽과 같은 방식의 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계속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각국의 오염 문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외국의 산성비 협약 같은 경우도 협상에만 7년 이상 걸렸다"며 "우리는 문제 인식에 대한 공유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상대국을 설득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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