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살해범 이례적 법정 구속…왜

입력 2019.11.22 (08:13) 수정 2019.11.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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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발생한 '자두 살해 사건'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한 30대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된 '자두'의 사건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자두의 죽음을 애도하는 꽃다발, 추모비도 세워졌습니다.

자두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입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예모 씨가 기르던 두 살된 고양이로 알려졌습니다.

예 씨에게 지난 7월 13일은 악몽의 날이었습니다.

예 씨의 가게를 지나던 한 남성, 야외 테라스에 쉬고 있던 자두를 냅다 집어 들더니 내동댕이치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쓰러진 자두를 짓밟고 머리에 세제 섞은 물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고양이는 죽은 채로 근처 수풀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자두 살해범을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이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영상 속 남성 정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어제 법원은 정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까지 했습니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정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주인에게 미처 사과의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라며 선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동물보호단체 회원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후, 자두의 보호자인 예 씨는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토로하며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피해 고양이' 주인 : "솔직히 6개월이라는 건 좀 적다고 생각하는데, 동물보호법을 좀 강화해서 다시는 고통받고 학대받는 고양이가 없었으면..."]

피고 정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죄입니다.

동물은 물론 살아있는 생명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봅니다.

그래서 동물을 학대해도 지금까지는 물건을 부순 사람과 비슷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죠.

최근 있었던 화성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경기도 화성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살해한 남성에게도 내려진 처분은 벌금 500만 원의 약식 기소였습니다.

때문에 이번, 고양이 살해범 정 씨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구속까지 이뤄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옵니다.

[박승혜/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 :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요. 피해자가 용서하지도 않고 엄벌을 요구하는 점이 (실형 선고에) 작용되지 않았을까."]

이번 판결엔 동물이 더 이상 물건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 반려견 반려묘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걸로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 만명을 넘는 시대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신조어도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pet+family)족’,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갔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인 펫티켓.

베이비시터가 아닌 ‘펫시터’도 등장했습니다.

신조어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려동물용 피자인 펫피자에, 반려동물 맞춤 한복, 전용 호텔까지 관련 시장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일컫는 이른바 '펫코노미' 규모는 올해는 3조원 가량, 2020년에는 7조~8조원대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반면 어두운 이면도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동물 학대 사건입니다.

이 50대 남성은 자신이 키우던 개를 몽둥이로 때려 턱뼈와 안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일명 백설이 사건입니다.

한 PC 방 업주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이 영상은 '나비네 사건'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번 '자두네 판결'로 동물 학대의 사회적 위험성이 인정된만큼 대법원의 양형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반려동물은 반려가족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사회적인 자리매김이 지금 되고 있잖아요. 법도 그 기준에서 적용이 돼야 된다고 봅니다."]

동물, 나아가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은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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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살해범 이례적 법정 구속…왜
    • 입력 2019-11-22 08:15:12
    • 수정2019-11-22 0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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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발생한 '자두 살해 사건'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한 30대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된 '자두'의 사건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자두의 죽음을 애도하는 꽃다발, 추모비도 세워졌습니다.

자두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입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예모 씨가 기르던 두 살된 고양이로 알려졌습니다.

예 씨에게 지난 7월 13일은 악몽의 날이었습니다.

예 씨의 가게를 지나던 한 남성, 야외 테라스에 쉬고 있던 자두를 냅다 집어 들더니 내동댕이치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쓰러진 자두를 짓밟고 머리에 세제 섞은 물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고양이는 죽은 채로 근처 수풀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자두 살해범을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이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영상 속 남성 정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어제 법원은 정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까지 했습니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정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주인에게 미처 사과의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라며 선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동물보호단체 회원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후, 자두의 보호자인 예 씨는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토로하며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피해 고양이' 주인 : "솔직히 6개월이라는 건 좀 적다고 생각하는데, 동물보호법을 좀 강화해서 다시는 고통받고 학대받는 고양이가 없었으면..."]

피고 정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죄입니다.

동물은 물론 살아있는 생명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봅니다.

그래서 동물을 학대해도 지금까지는 물건을 부순 사람과 비슷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죠.

최근 있었던 화성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경기도 화성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살해한 남성에게도 내려진 처분은 벌금 500만 원의 약식 기소였습니다.

때문에 이번, 고양이 살해범 정 씨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구속까지 이뤄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옵니다.

[박승혜/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 :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요. 피해자가 용서하지도 않고 엄벌을 요구하는 점이 (실형 선고에) 작용되지 않았을까."]

이번 판결엔 동물이 더 이상 물건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 반려견 반려묘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걸로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 만명을 넘는 시대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신조어도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pet+family)족’,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갔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인 펫티켓.

베이비시터가 아닌 ‘펫시터’도 등장했습니다.

신조어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려동물용 피자인 펫피자에, 반려동물 맞춤 한복, 전용 호텔까지 관련 시장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일컫는 이른바 '펫코노미' 규모는 올해는 3조원 가량, 2020년에는 7조~8조원대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반면 어두운 이면도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동물 학대 사건입니다.

이 50대 남성은 자신이 키우던 개를 몽둥이로 때려 턱뼈와 안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일명 백설이 사건입니다.

한 PC 방 업주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이 영상은 '나비네 사건'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번 '자두네 판결'로 동물 학대의 사회적 위험성이 인정된만큼 대법원의 양형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반려동물은 반려가족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사회적인 자리매김이 지금 되고 있잖아요. 법도 그 기준에서 적용이 돼야 된다고 봅니다."]

동물, 나아가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은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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