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살기 부적합”…인천 사월마을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9.11.22 (08:25) 수정 2019.11.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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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호흡곤란과 심장병 거기다 우울증까지..

다 말씀드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병을 주민들이 그것도, 단체로 앓는 한 마을이 있습니다.

인천 사월마을 이야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까지 온 걸까요.

지금 바로 현장을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인천 서구의 사월 마을입니다.

땅 위에 덤불같이 뭉쳐있는 검은 흙들, 자석을 가져가자 쇳가루가 묻어나옵니다.

[가인숙/마을 주민 : "이게 다 쇳가루야. 비가 와도 이렇게 안 내려가."]

마을 주변의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주민들은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코 앞에 공장이 보입니다.

심지어 공장과 집의 거리가 10m도 안 되게 붙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공장 소음과 분진이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겁니다.

한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두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합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여기 위에도 쇳가루가 날아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것도 막아버렸어요. 우리 집에는 바람 하나 제대로 들어올 데가 없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금 현재 살고 있어요."]

이 곳 주민들, 급기야 생업인 농사까지 포기했습니다.

[이경자/마을 주민 : "과일이 하나같이 그냥 시꺼메지고 끈적끈적해서 그냥 갖다 버렸어요. 대추나무 열매를……. 감 일절 안 따먹어요. 이제 동네에서……."]

이런 상황이다보니 병이 나지 않는게 더 이상하다며 주민들, 고통을 호소합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노인회장 마누라도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도) 갑상선암 수술했죠. 피부질환 앓았죠. 밤에는 불면증 있어서 1시고 2시고 잠도 못도 자다가 조금 잠들고 나면 새벽 5시 조금 넘으면 또 일어나요."]

[가인숙/마을 주민 : "이거는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 먹는 안정제. 가슴이 두근두근하잖아. 그럼 금방 숨넘어갈 거 같아. 그러면 이거 먹어야 해."]

모든 것이 멈춰버린 마을. 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된 걸까요,

주민들은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게 지난 1992년부터라고 입을 모읍니다.

1992년, 마을에서 1km 떨어진 곳에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후 우후죽순 공장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면서 불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주민들 지난 몇 년동안 이런 마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 마을에서 무려 60년을 산 이재순 할머니.

마을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는 3년 전엔 직접 TV뉴스에도 출연하며 마을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이재순/ 마을 주민: "아까 여기 닦고 했는데요. 또 이래. 아휴 더러워."]

3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여전히 마을을 지키는 할머니는 건강이 더 악화됐습니다.

[이재순/ 마을 주민: "심장도 안 좋아서 심장도 수술했어. 수술해서 꼼짝도 못해 난. 괜히 숨이 차고 병원에 가니까 심장이 안 좋다고 수술해야 된다고 그러더라고. 공해가 나쁘니까 원망스럽지. 너무 공해가 안 좋아서……."]

이재순 할머니와 같은 마을 어르신 등 주민들은 마을 환경 탓에 각종 질병에 걸렸다며 지난 2017년 정부 조사를 청원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난 19일, 환경부는 50여 대세대 중 71%가 거주지로 부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인근지역보다 1.5배 중금속은 5배까지 높았습니다.

집안에 쌓인 먼지에서도 비소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소음 역시 심각했는데요. 주야간 기준치를 초과하는 주택이 36%에 달했습니다.

[반영운/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일단 안심하고 숨을 쉴 수가 없고요. 밤새 소음이 나고 냄새가 나고 식물 하나를 심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지하수도 오염되고 땅도 오염돼서 더 이상 거기서는 뭘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런데,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반가움도 잠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빠져나올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 대책이 과연 언제 나올 지 답답하다는 겁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다행이기도 하지만은 (이주) 발표가 완전히 난건 아니잖아요. 시하고 구하고 상의해서 결론을 내는데 그게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 또 모르는 거야."]

[이경자/마을 주민: "아직 멀었다고 그러지 뭐. (이제) 시작인데 지금. 이주가 그렇게 쉽냐고 그러던데요."]

주민들은 거주지 부적합 판정이 난 만큼 당장 이주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새로운 도시기본계획에 맞춰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다 돌아가신 다음에 결정지으면 뭐 할 거야. 저는 여기가 고향인데 이주하고 싶겠어요. 내가 살려니까 이주를 해달라는 거죠."]

[이창재/마을 주민 : "기관에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까 우리 주민들은 더 힘든 거예요. 마음이 아프지 뭐.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전문가들은 일단 주민들의 정신적 치료부터라도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조사에서 주민들의 우울증, 불안증 호소율은 전국 대비 각각 4배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관/동국대 의과대학 교수 :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특정 질병, 희귀 질병이 앞으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까. 지금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들은 밝힐 순 없었고요. 그렇지만 정신 심리 질환은 되게 높다는 것까지는 밝혀졌기 때문에 분명히 사월 마을은 환경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는 그런 요소이다."]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은 이제 살기 부적합한 마을이 됐고, 주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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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살기 부적합”…인천 사월마을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19-11-22 08:26:23
    • 수정2019-11-22 09: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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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호흡곤란과 심장병 거기다 우울증까지..

다 말씀드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병을 주민들이 그것도, 단체로 앓는 한 마을이 있습니다.

인천 사월마을 이야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까지 온 걸까요.

지금 바로 현장을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인천 서구의 사월 마을입니다.

땅 위에 덤불같이 뭉쳐있는 검은 흙들, 자석을 가져가자 쇳가루가 묻어나옵니다.

[가인숙/마을 주민 : "이게 다 쇳가루야. 비가 와도 이렇게 안 내려가."]

마을 주변의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주민들은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코 앞에 공장이 보입니다.

심지어 공장과 집의 거리가 10m도 안 되게 붙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공장 소음과 분진이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겁니다.

한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두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합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여기 위에도 쇳가루가 날아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것도 막아버렸어요. 우리 집에는 바람 하나 제대로 들어올 데가 없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금 현재 살고 있어요."]

이 곳 주민들, 급기야 생업인 농사까지 포기했습니다.

[이경자/마을 주민 : "과일이 하나같이 그냥 시꺼메지고 끈적끈적해서 그냥 갖다 버렸어요. 대추나무 열매를……. 감 일절 안 따먹어요. 이제 동네에서……."]

이런 상황이다보니 병이 나지 않는게 더 이상하다며 주민들, 고통을 호소합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노인회장 마누라도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도) 갑상선암 수술했죠. 피부질환 앓았죠. 밤에는 불면증 있어서 1시고 2시고 잠도 못도 자다가 조금 잠들고 나면 새벽 5시 조금 넘으면 또 일어나요."]

[가인숙/마을 주민 : "이거는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 먹는 안정제. 가슴이 두근두근하잖아. 그럼 금방 숨넘어갈 거 같아. 그러면 이거 먹어야 해."]

모든 것이 멈춰버린 마을. 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된 걸까요,

주민들은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게 지난 1992년부터라고 입을 모읍니다.

1992년, 마을에서 1km 떨어진 곳에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후 우후죽순 공장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면서 불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주민들 지난 몇 년동안 이런 마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 마을에서 무려 60년을 산 이재순 할머니.

마을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는 3년 전엔 직접 TV뉴스에도 출연하며 마을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이재순/ 마을 주민: "아까 여기 닦고 했는데요. 또 이래. 아휴 더러워."]

3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여전히 마을을 지키는 할머니는 건강이 더 악화됐습니다.

[이재순/ 마을 주민: "심장도 안 좋아서 심장도 수술했어. 수술해서 꼼짝도 못해 난. 괜히 숨이 차고 병원에 가니까 심장이 안 좋다고 수술해야 된다고 그러더라고. 공해가 나쁘니까 원망스럽지. 너무 공해가 안 좋아서……."]

이재순 할머니와 같은 마을 어르신 등 주민들은 마을 환경 탓에 각종 질병에 걸렸다며 지난 2017년 정부 조사를 청원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난 19일, 환경부는 50여 대세대 중 71%가 거주지로 부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인근지역보다 1.5배 중금속은 5배까지 높았습니다.

집안에 쌓인 먼지에서도 비소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소음 역시 심각했는데요. 주야간 기준치를 초과하는 주택이 36%에 달했습니다.

[반영운/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일단 안심하고 숨을 쉴 수가 없고요. 밤새 소음이 나고 냄새가 나고 식물 하나를 심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지하수도 오염되고 땅도 오염돼서 더 이상 거기서는 뭘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런데,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반가움도 잠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빠져나올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 대책이 과연 언제 나올 지 답답하다는 겁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 "다행이기도 하지만은 (이주) 발표가 완전히 난건 아니잖아요. 시하고 구하고 상의해서 결론을 내는데 그게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 또 모르는 거야."]

[이경자/마을 주민: "아직 멀었다고 그러지 뭐. (이제) 시작인데 지금. 이주가 그렇게 쉽냐고 그러던데요."]

주민들은 거주지 부적합 판정이 난 만큼 당장 이주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새로운 도시기본계획에 맞춰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권수복/마을 주민: "다 돌아가신 다음에 결정지으면 뭐 할 거야. 저는 여기가 고향인데 이주하고 싶겠어요. 내가 살려니까 이주를 해달라는 거죠."]

[이창재/마을 주민 : "기관에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까 우리 주민들은 더 힘든 거예요. 마음이 아프지 뭐.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전문가들은 일단 주민들의 정신적 치료부터라도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조사에서 주민들의 우울증, 불안증 호소율은 전국 대비 각각 4배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관/동국대 의과대학 교수 :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특정 질병, 희귀 질병이 앞으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까. 지금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들은 밝힐 순 없었고요. 그렇지만 정신 심리 질환은 되게 높다는 것까지는 밝혀졌기 때문에 분명히 사월 마을은 환경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는 그런 요소이다."]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은 이제 살기 부적합한 마을이 됐고, 주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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