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써서 죄송합니다. 빠른 재판 부탁드립니다” 김성태는 왜?

입력 2019.11.2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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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을 지연했다고요? 심각한 모욕입니다"

어제(22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방법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재판에 참석한 김성태 의원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판사를 노려보듯 쳐다봤고, 김 의원 변호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런 취지의 말들이 오갔습니다.

▲ 김성태 의원 :
"하루하루 피를 토하는,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 신혁재 부장판사 :
"김성태 피고인 본인 말처럼 이 사건은 신속한 재판이 이뤄졌습니다. 어떤 형사사건도 이렇게 신속하게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이 지연됐다는 건 심각한 모욕이라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후 김 의원은 검찰을 향해 한 말이라며 발언을 수습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성태 의원이 울컥한 듯 발언을 이어가려고 하자,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 의원 측 최창영 변호사가 김 의원의 팔을 붙잡으며 말리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도대체 이날 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김성태 의원 2009년 영수증 제출...결심공판 한 달 연기

잠시 사건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7차례 진행돼 온 재판의 쟁점은 김성태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언제 만났는지였습니다.

김성태 의원은 2009년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때는 딸이 대학생 때여서 채용 청탁을 할 필요가 없는 시점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일정표도 공개했죠.

하지만 'KT 채용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서유열 전 KT 사장은 2011년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때는 김 의원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KT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때입니다. 서 전 사장은 그 자리에서 김 의원이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즉 2009년이냐 2011년이냐가 김 의원의 '채용 청탁' 여부를 가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던 겁니다.

그런데 재판 당일, 김성태 의원은 '여의도 일식집 저녁식사'의 시점을 놓고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내놓습니다. 이 식당에서 서유열 전 KT 사장이 결제한 영수증을 구해 공개한 겁니다.

그러자 검찰은 2011년 내역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금융거래정보공개명령과 서유열 증인 출석을 한 차례 더 재판부에 신청했습니다.

결국, 재판부가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초 어제(22일) 열릴 예정이었던 결심 공판도 한 차례 더 미뤄졌습니다. 자연히 김성태 의원의 '뇌물혐의' 재판 1심 선고도 늦어지게 된 겁니다.

■ "떼쓰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김 의원이 신속한 재판을 촉구한 건 오늘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첫 공판기일 때도 1심 재판을 11월 이전에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공판은 매주 금요일마다 이뤄졌습니다. 재판부가 말했듯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왜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을까요? 그 속내는 이 발언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정치 활동을 판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떼쓰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고 송구하지만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김 의원이 '정치 활동을 판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은 다가오는 12월 17일로 풀이됩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전까지 재판 상황이 일단락되지 않으면 예비후보자 등록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공직선거법 19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이미 의원이 된 사람은 물론,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21일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컷오프 하겠다는 강도 높은 쇄신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주 작은 변수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재판으로 내년 총선 출마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속한 재판'을 호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 "정해진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 달 20일로 정했습니다.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서유열 전 KT 사장(증인)이 백내장 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고 다른 요소들도 고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백내장 수술은 얼마 전에 저희 집사람도 했는데 당일 수술하고 당일 바로 퇴원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재판 마지막까지도 "서유열 증인이 백내장 수술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라며 재판장과 검사 측에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혁재 부장판사는 "김성태 피고인의 취지는 알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재판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의 (김성태 의원) 권리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일반인도 재판받을 권리는 평등하게 똑같이 보장돼야 합니다. 기일을 잡아 뒀는데 이 사건을 위해 그 기일을 미룬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위화감을 줍니다.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게 아닙니다.

김성태 의원은 신속한 재판을 간절히 원했지만, 1심 선고는 결국,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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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써서 죄송합니다. 빠른 재판 부탁드립니다” 김성태는 왜?
    • 입력 2019-11-23 07:07:07
    취재K
■ "이 사건을 지연했다고요? 심각한 모욕입니다"

어제(22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방법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재판에 참석한 김성태 의원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판사를 노려보듯 쳐다봤고, 김 의원 변호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런 취지의 말들이 오갔습니다.

▲ 김성태 의원 :
"하루하루 피를 토하는,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 신혁재 부장판사 :
"김성태 피고인 본인 말처럼 이 사건은 신속한 재판이 이뤄졌습니다. 어떤 형사사건도 이렇게 신속하게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이 지연됐다는 건 심각한 모욕이라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후 김 의원은 검찰을 향해 한 말이라며 발언을 수습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성태 의원이 울컥한 듯 발언을 이어가려고 하자,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 의원 측 최창영 변호사가 김 의원의 팔을 붙잡으며 말리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도대체 이날 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김성태 의원 2009년 영수증 제출...결심공판 한 달 연기

잠시 사건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7차례 진행돼 온 재판의 쟁점은 김성태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언제 만났는지였습니다.

김성태 의원은 2009년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때는 딸이 대학생 때여서 채용 청탁을 할 필요가 없는 시점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일정표도 공개했죠.

하지만 'KT 채용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서유열 전 KT 사장은 2011년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때는 김 의원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KT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때입니다. 서 전 사장은 그 자리에서 김 의원이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즉 2009년이냐 2011년이냐가 김 의원의 '채용 청탁' 여부를 가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던 겁니다.

그런데 재판 당일, 김성태 의원은 '여의도 일식집 저녁식사'의 시점을 놓고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내놓습니다. 이 식당에서 서유열 전 KT 사장이 결제한 영수증을 구해 공개한 겁니다.

그러자 검찰은 2011년 내역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금융거래정보공개명령과 서유열 증인 출석을 한 차례 더 재판부에 신청했습니다.

결국, 재판부가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초 어제(22일) 열릴 예정이었던 결심 공판도 한 차례 더 미뤄졌습니다. 자연히 김성태 의원의 '뇌물혐의' 재판 1심 선고도 늦어지게 된 겁니다.

■ "떼쓰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김 의원이 신속한 재판을 촉구한 건 오늘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첫 공판기일 때도 1심 재판을 11월 이전에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공판은 매주 금요일마다 이뤄졌습니다. 재판부가 말했듯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왜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을까요? 그 속내는 이 발언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정치 활동을 판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떼쓰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고 송구하지만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김 의원이 '정치 활동을 판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은 다가오는 12월 17일로 풀이됩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전까지 재판 상황이 일단락되지 않으면 예비후보자 등록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공직선거법 19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이미 의원이 된 사람은 물론,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21일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컷오프 하겠다는 강도 높은 쇄신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주 작은 변수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재판으로 내년 총선 출마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속한 재판'을 호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 "정해진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 달 20일로 정했습니다.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서유열 전 KT 사장(증인)이 백내장 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고 다른 요소들도 고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백내장 수술은 얼마 전에 저희 집사람도 했는데 당일 수술하고 당일 바로 퇴원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재판 마지막까지도 "서유열 증인이 백내장 수술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라며 재판장과 검사 측에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혁재 부장판사는 "김성태 피고인의 취지는 알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재판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의 (김성태 의원) 권리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일반인도 재판받을 권리는 평등하게 똑같이 보장돼야 합니다. 기일을 잡아 뒀는데 이 사건을 위해 그 기일을 미룬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위화감을 줍니다.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게 아닙니다.

김성태 의원은 신속한 재판을 간절히 원했지만, 1심 선고는 결국,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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