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수상을 알리는 공문이 왔다” 언론사-지자체 ‘賞거래’

입력 2019.11.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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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광고를 내려면 몇천만 원 단위까지 써야 하는데, 수백만 원 비용으로 전국적 매체에 한 번 실리면 괜찮죠.”
(00브랜드 대상 수상, 경주시 관계자)

“언론사에서 '참가를 할 거냐' 먼저 그렇게 공문이 와요. 참가를 하다 보니까 8년 연속, 9년 연속 연속성 있게 가는 게 좋잖아요.”
(00브랜드상 대상 수상, 고창군 관계자)

언론사 주최의 시상식에서 상을 탄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에게 밝힌 ‘세금으로 상을 사게 된 이유’다. 공통으로 이들은 시상식 주최사인 중앙일간지나 경제지에 ‘기사’가 실린다는 것을 가장 큰 수상 특전으로 꼽았다. 신문사가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수상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지난 5년간 언론사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상을 주고 홍보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지난 5년간 64억여 원에 달한다. 경실련은 지자체 243곳과 공공기관 307곳을 대상으로, 상을 받기 위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지출한 돈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 같은 병폐를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

이 액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 자발적으로 밝힌 최소 금액이다.

‘J’에 패널로 출연한 조성훈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간사는 “조사 결과,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언론사 주최 상을 받을 때 적게는 건당 4백만 원, 많게는 2,750만 원까지 냈다. 규모가 큰 언론사 시상식의 경우 지자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한 해 3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돈 주고 상 받기’로 새어 나간 액수는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J’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 사태가 파악됐다.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이 아닌 민간 기업들 같은 경우는 실체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한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알아낸 것인데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액수가 크지 않다. 시상식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다른 기관들이 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가 주는 '상', 왜 필요할까

경북 경주시는 지난 6월, 동아일보로부터 ‘2019 한국의 혁신대상’ 최종심의결과 지자체 ‘규제개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필수 제출자료로 '홍보비 600만 원', 계좌번호와 입금기한이 적혀있었다. 지난 3월 조선일보로부터 받은 공문도 형식과 내용이 비슷했다. ‘2019 소비자추천 1위 브랜드' 에서 '도시비전슬로건 부문'에서 수상하게 됐으니, 홍보비 800만 원을 기한 내에 입금하라는 내용이다. 경주시는 실제로 홍보비를 냈고 각각의 언론사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도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전국적 매체에 기사가 실리게 되는데, 이 정도 예산을 집행하는 건 괜찮다고 판단했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적다면 적고 많다면 큰 비용이지만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사들이 광고비가 떨어지면서 수익 구조가 안 좋아지면서 뚫고 나가는 방법이 협찬이나 후원 수익을 얻는 것이다. 지자체 같은 경우는 중앙 언론사가 주는 ‘상’을 통해 많은 사람한테 홍보가 되고 공신력이라는 후광 효과까지 얻는다. 나중에 지역민들에게 중앙일간지에 이런 식으로의 내용으로 나왔다고 추가로 홍보도 할 수 있다. 언론사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홍보력과 공신력을 이용해 부족한 어떤 수익을 채울 수 있고, 지자체는 수많은 언론사 시상식 중에 참가할 시상식을 선택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가장 많은 세금을 들여 상을 받아온 지자체는 고창군이다. 27개의 상을 타면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비용만 3억 3천여만 원을 썼다. 고창군 관계자는 “상을 받으면 홍보가 되고, 농가들이 상품 마케팅을 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지역민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정작 지역민은 이런 상의 존재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고 있을까. 상패를 들고 수상하는 이는 시장이나 군수. 수상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도 이들의 얼굴만이 등장할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J’에 출연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자체장의 선거 전단 한 줄, 한 줄 적는 데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상을 받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현재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이름을 붙이는 ‘브랜드’ 상 부문에 지자체나 행정기관이 이렇게 많이 포함되는 것은, 이미지를 통해 선출직으로 뽑히는 선거 후보자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수상 실적은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개인을 선전하는 데 쓰이거나 수상 경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실련 조성훈 간사는 “작년에 치러진 민선 7기 지방 선거에서 재선 이상의 지자체장 당선자들 기준으로 선거 공고문을 전체를 살펴봤다. 재선 이상 당선자 79명의 62%에 이르는 49명이 본인의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나 민간단체가 준 상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자체 예산을 주고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00 CEO 대상’을 받았다고 적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언론사에 심사과정 물었더니...

‘00시, 9년 연속 수상!’ “00 군, 2년 연속 3개 브랜드 수상!”

지자체의 언론사 주최 시상식 실적을 보면 수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경실련 조성훈 간사는 “일부 대규모 시상식만 홈페이지가 만들어져있고 선정 과정에 대해 간략히 밝히고 있다. 대부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수상하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지자체가 왜 매년 동일하게, 비슷한 부문의 이름으로 수상하는지 알 수도 없다. 길게는 10년까지도 연달아 시상하게 되는 것은, 언론사 시상식과 지자체가 한 번 관계를 맺고 관행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상을 탄 ‘고창군’의 경우, 수상 전까지의 심사 과정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후보로 등록됐는데 시상식 관련해 참가할 거냐고 먼저 (언론사에서) 공문이 왔다”고 밝혔다.
홍보비를 집행하고 수상한 경주시 관계자는 “먼저 신문 관계자에게 수상 관련해서 문의했고, 구두로 이야기가 오가다가 상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중앙일간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기자는 “지자체와 수상 관련 논의를 하는 ‘관계자’는 보통 기자들일 경우가 많다. 지자체를 출입하면 실무자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다 보니 수상 특전 등을 소개할 수 있고, 지자체가 관심을 보일 경우 여러 과정도 조율한다. 실제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기자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준희 교수는 “메이저 일간지라고 할지라도 최근 광고 압박이 심해지면서 광고국이 관련 업무를 하기보다, 기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들이 많이 생겼다. 출입처 기자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기자가 수상과 관련해 먼저 이야기를 할 경우, 효과가 좋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교수는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언론이 감시 기관이 아니라 지자체와의 관계가 홍보를 원하는 측과 광고주의 관계가 되는 것 아닌가. 신문사가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밀월 관계를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경실련이 왜곡한 것. 상금 주는 상 있다"

시상식과 관련한 심사 과정 등을 묻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질문서에 언론사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 왔다. 조선일보는 "경실련은 조선일보가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다수의 상을 '돈을 받고 상을 주는 사업'이라고 왜곡했다”면서 “조선일보는 공정한 심사로 수상자가 선정되는 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수상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경실련에 사과와 보도자료 정정을 요구했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공문을 보내왔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 측은 질의서를 검토한 후 답변을 보내오겠다고만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개인도 지자체도 모두 스펙을 원하는 사회다. 어딘가에 ‘한 줄’을 쓰기 원하기 때문에 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신뢰가 낮기에 언론사들조차도 이렇게 스펙 장사를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9회는 <영업과 거래 사이, 언론사와 지자체의 賞거래> 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조성훈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간사, KBS 김빛이라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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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수상을 알리는 공문이 왔다” 언론사-지자체 ‘賞거래’
    • 입력 2019-11-23 08:02:40
    저널리즘 토크쇼 J
“신문에 광고를 내려면 몇천만 원 단위까지 써야 하는데, 수백만 원 비용으로 전국적 매체에 한 번 실리면 괜찮죠.”
(00브랜드 대상 수상, 경주시 관계자)

“언론사에서 '참가를 할 거냐' 먼저 그렇게 공문이 와요. 참가를 하다 보니까 8년 연속, 9년 연속 연속성 있게 가는 게 좋잖아요.”
(00브랜드상 대상 수상, 고창군 관계자)

언론사 주최의 시상식에서 상을 탄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에게 밝힌 ‘세금으로 상을 사게 된 이유’다. 공통으로 이들은 시상식 주최사인 중앙일간지나 경제지에 ‘기사’가 실린다는 것을 가장 큰 수상 특전으로 꼽았다. 신문사가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수상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지난 5년간 언론사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상을 주고 홍보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지난 5년간 64억여 원에 달한다. 경실련은 지자체 243곳과 공공기관 307곳을 대상으로, 상을 받기 위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지출한 돈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 같은 병폐를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

이 액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 자발적으로 밝힌 최소 금액이다.

‘J’에 패널로 출연한 조성훈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간사는 “조사 결과,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언론사 주최 상을 받을 때 적게는 건당 4백만 원, 많게는 2,750만 원까지 냈다. 규모가 큰 언론사 시상식의 경우 지자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한 해 3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돈 주고 상 받기’로 새어 나간 액수는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J’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 사태가 파악됐다.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이 아닌 민간 기업들 같은 경우는 실체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한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알아낸 것인데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액수가 크지 않다. 시상식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다른 기관들이 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가 주는 '상', 왜 필요할까

경북 경주시는 지난 6월, 동아일보로부터 ‘2019 한국의 혁신대상’ 최종심의결과 지자체 ‘규제개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필수 제출자료로 '홍보비 600만 원', 계좌번호와 입금기한이 적혀있었다. 지난 3월 조선일보로부터 받은 공문도 형식과 내용이 비슷했다. ‘2019 소비자추천 1위 브랜드' 에서 '도시비전슬로건 부문'에서 수상하게 됐으니, 홍보비 800만 원을 기한 내에 입금하라는 내용이다. 경주시는 실제로 홍보비를 냈고 각각의 언론사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도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전국적 매체에 기사가 실리게 되는데, 이 정도 예산을 집행하는 건 괜찮다고 판단했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적다면 적고 많다면 큰 비용이지만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사들이 광고비가 떨어지면서 수익 구조가 안 좋아지면서 뚫고 나가는 방법이 협찬이나 후원 수익을 얻는 것이다. 지자체 같은 경우는 중앙 언론사가 주는 ‘상’을 통해 많은 사람한테 홍보가 되고 공신력이라는 후광 효과까지 얻는다. 나중에 지역민들에게 중앙일간지에 이런 식으로의 내용으로 나왔다고 추가로 홍보도 할 수 있다. 언론사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홍보력과 공신력을 이용해 부족한 어떤 수익을 채울 수 있고, 지자체는 수많은 언론사 시상식 중에 참가할 시상식을 선택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가장 많은 세금을 들여 상을 받아온 지자체는 고창군이다. 27개의 상을 타면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비용만 3억 3천여만 원을 썼다. 고창군 관계자는 “상을 받으면 홍보가 되고, 농가들이 상품 마케팅을 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지역민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정작 지역민은 이런 상의 존재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고 있을까. 상패를 들고 수상하는 이는 시장이나 군수. 수상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도 이들의 얼굴만이 등장할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J’에 출연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자체장의 선거 전단 한 줄, 한 줄 적는 데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상을 받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현재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이름을 붙이는 ‘브랜드’ 상 부문에 지자체나 행정기관이 이렇게 많이 포함되는 것은, 이미지를 통해 선출직으로 뽑히는 선거 후보자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수상 실적은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개인을 선전하는 데 쓰이거나 수상 경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실련 조성훈 간사는 “작년에 치러진 민선 7기 지방 선거에서 재선 이상의 지자체장 당선자들 기준으로 선거 공고문을 전체를 살펴봤다. 재선 이상 당선자 79명의 62%에 이르는 49명이 본인의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나 민간단체가 준 상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자체 예산을 주고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00 CEO 대상’을 받았다고 적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언론사에 심사과정 물었더니...

‘00시, 9년 연속 수상!’ “00 군, 2년 연속 3개 브랜드 수상!”

지자체의 언론사 주최 시상식 실적을 보면 수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경실련 조성훈 간사는 “일부 대규모 시상식만 홈페이지가 만들어져있고 선정 과정에 대해 간략히 밝히고 있다. 대부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수상하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지자체가 왜 매년 동일하게, 비슷한 부문의 이름으로 수상하는지 알 수도 없다. 길게는 10년까지도 연달아 시상하게 되는 것은, 언론사 시상식과 지자체가 한 번 관계를 맺고 관행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상을 탄 ‘고창군’의 경우, 수상 전까지의 심사 과정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후보로 등록됐는데 시상식 관련해 참가할 거냐고 먼저 (언론사에서) 공문이 왔다”고 밝혔다.
홍보비를 집행하고 수상한 경주시 관계자는 “먼저 신문 관계자에게 수상 관련해서 문의했고, 구두로 이야기가 오가다가 상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중앙일간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기자는 “지자체와 수상 관련 논의를 하는 ‘관계자’는 보통 기자들일 경우가 많다. 지자체를 출입하면 실무자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다 보니 수상 특전 등을 소개할 수 있고, 지자체가 관심을 보일 경우 여러 과정도 조율한다. 실제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기자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준희 교수는 “메이저 일간지라고 할지라도 최근 광고 압박이 심해지면서 광고국이 관련 업무를 하기보다, 기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들이 많이 생겼다. 출입처 기자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기자가 수상과 관련해 먼저 이야기를 할 경우, 효과가 좋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교수는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언론이 감시 기관이 아니라 지자체와의 관계가 홍보를 원하는 측과 광고주의 관계가 되는 것 아닌가. 신문사가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밀월 관계를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경실련이 왜곡한 것. 상금 주는 상 있다"

시상식과 관련한 심사 과정 등을 묻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질문서에 언론사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 왔다. 조선일보는 "경실련은 조선일보가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다수의 상을 '돈을 받고 상을 주는 사업'이라고 왜곡했다”면서 “조선일보는 공정한 심사로 수상자가 선정되는 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수상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경실련에 사과와 보도자료 정정을 요구했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공문을 보내왔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 측은 질의서를 검토한 후 답변을 보내오겠다고만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개인도 지자체도 모두 스펙을 원하는 사회다. 어딘가에 ‘한 줄’을 쓰기 원하기 때문에 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신뢰가 낮기에 언론사들조차도 이렇게 스펙 장사를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9회는 <영업과 거래 사이, 언론사와 지자체의 賞거래> 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조성훈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간사, KBS 김빛이라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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