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미 주도권 싸움…“기회 살려야”

입력 2019.11.23 (07:49) 수정 2019.12.02 (14: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총공세를 펴듯 담화, 입장 등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데요.

일관된 메시지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이에 미국은 계속해 협상 신호를 보내면서도 북한의 도발은 기회를 놓치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미 협상의 핵심 인사 중 하나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 : "방문 목적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한 최 부상은 회담이 끝난 뒤 작심한 듯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11월 20일 : "미국 측에 전할 메시지 있으십니까?"]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이게 제 생각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미국 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11월 20일 :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한테는 흥미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편, 현재 의회 인준절차를 밟고 있는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협상 상대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했습니다.

[스티븐 비건/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 "내가 국무부 부장관 자리로 간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 북한이 충분한 수준의 신뢰받는 인사를 (협상장에) 보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와 협상할 북한 인사는 최선희 외무성 제 1 부상입니다."]

그동안 권한 없는 북한 대표와의 협상에 별 성과가 없었던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 부상이 직접 나서라고 요구한 겁니다.

비건 지명자는 아울러 북한이 새로운 셈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연말은 인위적인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기회를 놓치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비건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연합공중훈련까지 연기한 상황에서 북한 측의 전향적인 반응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비핵화 협상을 독려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고 거듭 압박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이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한 지 약 10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은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그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선의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단한 만큼 북한도 이에 상응해 협상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곧 보자”며 3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여전히 시사했습니다.

[바이든/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5월 18일 : "미국이 푸틴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같은 독재자나 폭군을 포용하는 나라입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른 바이든 전 부통령도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니, 올해를 놓치지 말라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미국은 하노이에서의 합의 결렬이 실무 협상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이고 그래서 좀 진득하게 북미가 실무협상을 여러 차례 가져가면서 입장 차이를 조율하자는 게 미국 입장인데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선뜻 안겨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거를 선뜻 들어주겠다는 게 아니라 일종의 북한 문제 관리라고봐요."]

북한의 반응도 곧바로 나왔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의 큰 어른격인 김계관 고문.

북한에 무익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고,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27일, 미일 정상회담 : "내가 아는 것은 핵실험이 없었다는 겁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도 없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습니다."]

또,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협상에서 배제됐던 김영철도 가세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미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빠지든지 연습 자체를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총동원된 담화의 일관된 메시지는 한 가지, 바로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라는 겁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이 얘기하는 적대시 정책에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지난 번 김명길 순회대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싱가폴 정상회담 이후 추가된 12가지 제재, 그리고 한미군사연습, 그리고 전략 자산의 반입 문젭니다. 끝까지 미국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내놓지 않을 경우는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각오는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입장은 굿딜 아니면 노딜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각종 대북제재로 압박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자 이를 정면으로 맞받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후 비핵화 협상’이라는 협상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에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이 매우 포괄적이라는 점입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스톡홀름 기자회견 : "우리의 입장은 명백합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군사연습의 완전 중단, 미 전략자산 반입 중지, 경제 제재의 부분적 해제 요구는 대단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이를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협상을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 "지금 미국이 물러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 세게 밀어붙이고 있긴 한데 이게 만약에 훈련의 중단이 아니고 영구히 중단하라든가 혹은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의 문제까지 만약에 북한이 의제를 확산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협상할 의지가 없다 이렇게 판단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수위를 잘 조절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의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미국이 스웨덴 등 3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내 시한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자들의 잇따른 담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워싱턴에서 만나 북미 협상 재개 문제 등을 논의했는데요.

김 장관은 방미 기간 금강산 관광 활성화 계획은 물론 남북공동 관광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에서 비건 대표와 만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북미 협상 재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특히 비건 대표에게 금강산 관광의 의미와 발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11월 18일 :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우리의 구상을 설명했고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김연철 장관의 금강산 관련 발언은 미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나왔습니다.

전 현직 미 국무부 관계자들도 참석한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금강산이 남북관계 발전 상징이라면서 관광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금의 교착 국면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겠다면서 동해안 일대 남북공동의 관광사업 추진 의사도 밝혔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 : "나아가 협력의 범위를 더 넓혀서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동해안 일대에 남북 공동의 관광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요구한 가운데, 적극적인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는 물론 또 다른 관광지대 개발 의지까지 내비친 겁니다.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더 미루지 말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해 나가자는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건데, 남북미 3각 구도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됩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중국이나 아니면 유럽 국가들도 북한에 대한 관광사업을 계속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서 미국이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위해서 뭔가 모멘텀 마련을 해줄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럼 그걸 통해서 북한을 다시 한 번 북미 협상에서도 좀 더 실적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좀 한다면 북미협상에도 도움이 되는 거 아니냐 이러한 입장을 전달한 게 아닌가 싶고 아마 이 정도는 미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는 오늘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받았다며, 남측의 성의는 고맙지만 참석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과 미국 대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북미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북미 주도권 싸움…“기회 살려야”
    • 입력 2019-11-23 08:11:05
    • 수정2019-12-02 14:08:25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총공세를 펴듯 담화, 입장 등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데요.

일관된 메시지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이에 미국은 계속해 협상 신호를 보내면서도 북한의 도발은 기회를 놓치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미 협상의 핵심 인사 중 하나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 : "방문 목적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한 최 부상은 회담이 끝난 뒤 작심한 듯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11월 20일 : "미국 측에 전할 메시지 있으십니까?"]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이게 제 생각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미국 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11월 20일 :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한테는 흥미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편, 현재 의회 인준절차를 밟고 있는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협상 상대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했습니다.

[스티븐 비건/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 "내가 국무부 부장관 자리로 간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 북한이 충분한 수준의 신뢰받는 인사를 (협상장에) 보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와 협상할 북한 인사는 최선희 외무성 제 1 부상입니다."]

그동안 권한 없는 북한 대표와의 협상에 별 성과가 없었던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 부상이 직접 나서라고 요구한 겁니다.

비건 지명자는 아울러 북한이 새로운 셈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연말은 인위적인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기회를 놓치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비건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연합공중훈련까지 연기한 상황에서 북한 측의 전향적인 반응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비핵화 협상을 독려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고 거듭 압박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이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한 지 약 10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은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그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선의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단한 만큼 북한도 이에 상응해 협상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곧 보자”며 3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여전히 시사했습니다.

[바이든/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5월 18일 : "미국이 푸틴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같은 독재자나 폭군을 포용하는 나라입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른 바이든 전 부통령도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니, 올해를 놓치지 말라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미국은 하노이에서의 합의 결렬이 실무 협상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이고 그래서 좀 진득하게 북미가 실무협상을 여러 차례 가져가면서 입장 차이를 조율하자는 게 미국 입장인데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선뜻 안겨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거를 선뜻 들어주겠다는 게 아니라 일종의 북한 문제 관리라고봐요."]

북한의 반응도 곧바로 나왔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의 큰 어른격인 김계관 고문.

북한에 무익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고,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27일, 미일 정상회담 : "내가 아는 것은 핵실험이 없었다는 겁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도 없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습니다."]

또,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협상에서 배제됐던 김영철도 가세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미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빠지든지 연습 자체를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총동원된 담화의 일관된 메시지는 한 가지, 바로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라는 겁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이 얘기하는 적대시 정책에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지난 번 김명길 순회대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싱가폴 정상회담 이후 추가된 12가지 제재, 그리고 한미군사연습, 그리고 전략 자산의 반입 문젭니다. 끝까지 미국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내놓지 않을 경우는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각오는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입장은 굿딜 아니면 노딜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각종 대북제재로 압박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자 이를 정면으로 맞받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후 비핵화 협상’이라는 협상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에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이 매우 포괄적이라는 점입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스톡홀름 기자회견 : "우리의 입장은 명백합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군사연습의 완전 중단, 미 전략자산 반입 중지, 경제 제재의 부분적 해제 요구는 대단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이를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협상을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 "지금 미국이 물러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 세게 밀어붙이고 있긴 한데 이게 만약에 훈련의 중단이 아니고 영구히 중단하라든가 혹은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의 문제까지 만약에 북한이 의제를 확산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협상할 의지가 없다 이렇게 판단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수위를 잘 조절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의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미국이 스웨덴 등 3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내 시한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자들의 잇따른 담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워싱턴에서 만나 북미 협상 재개 문제 등을 논의했는데요.

김 장관은 방미 기간 금강산 관광 활성화 계획은 물론 남북공동 관광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에서 비건 대표와 만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북미 협상 재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특히 비건 대표에게 금강산 관광의 의미와 발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11월 18일 :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우리의 구상을 설명했고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김연철 장관의 금강산 관련 발언은 미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나왔습니다.

전 현직 미 국무부 관계자들도 참석한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금강산이 남북관계 발전 상징이라면서 관광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금의 교착 국면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겠다면서 동해안 일대 남북공동의 관광사업 추진 의사도 밝혔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 : "나아가 협력의 범위를 더 넓혀서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동해안 일대에 남북 공동의 관광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요구한 가운데, 적극적인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는 물론 또 다른 관광지대 개발 의지까지 내비친 겁니다.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더 미루지 말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해 나가자는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건데, 남북미 3각 구도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됩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중국이나 아니면 유럽 국가들도 북한에 대한 관광사업을 계속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서 미국이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위해서 뭔가 모멘텀 마련을 해줄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럼 그걸 통해서 북한을 다시 한 번 북미 협상에서도 좀 더 실적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좀 한다면 북미협상에도 도움이 되는 거 아니냐 이러한 입장을 전달한 게 아닌가 싶고 아마 이 정도는 미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는 오늘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받았다며, 남측의 성의는 고맙지만 참석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과 미국 대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북미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