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좌충우돌 정착기 ‘일없습니다’

입력 2019.11.23 (08:18) 수정 2019.12.02 (14: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북한 또는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최근에도 간혹 접할 수 있는데요.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 많은 거 같습니다.

북한 탈출 과정과 남한에서의 생활이 매우 힘든 게 큰 이유일 텐데요.

탈북민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그다지 안 주는 것 같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깬 웹드라마가 최근 등장했다고 합니다.

유쾌함을 가미했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이라는데요.

실제 탈북민들이 배우로 등장해 생동감과 현실감까지 더했다고 합니다.

그 제작 현장,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주인공 명화는 두만강 인근에서 국경안내원으로 일하던 북한 여성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 오빠가 밀수를 했단 말입니까? 우리 가족들 어떻게 됐습니까?) 다 튀었어. 네 일가족은 잡히는 즉시 반역 척결 대상이야. 가자."]

차 안으로 숨은 명화. 남한의 인기 스타 윤성 덕분에 위기를 모면합니다.

명화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는데요.

["수도세, 전기세, 전화비. 들어오는 건 없는데 내라는 건 왜 이렇게 많니. 우리 이러다가 남한에서 꽃제비 되는 거 아니야?"]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세요. 죄송합니다. (저는 조선족이 아니라 탈북민이에요. 한민족이에요, 우리.)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세요."]

말투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합니다.

북한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연예인 윤성을 만나기 위해 소속사 근처를 서성이던 중, 구인 전단지를 발견하는데요.

["내가 코앞에 직장 놔두고 어디를 돌아다니는 거야? 군 생활을 해보셨다고요? 그럼요."]

탈북민인 걸 숨기고 면접을 본 명화.

유창한 중국어 실력 덕에 합격하게 되지만, 외래어 때문에 실수를 합니다.

["저는 고기 뺀 불고기 피자랑 고르곤졸라, 페퍼로니, 루꼴라, 콤비네이션 하나 주세요. (다 드실 수 있겠어요?) 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이에요. 알아서 해주실 거죠? (점장님. 여기 베지테리언 하나 주세요. 빨리요.)"]

명화는 남한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요?

웹드라마 ‘오늘도 일없습니다’ 제작 회의가 한창입니다.

탈북민들의 한국 정착 1일차부터 1년까지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담은 이 웹드라마는, 매 주 한 편씩 모두 12편이 온라인을 통해 방송되는데요.

이질적이라고 생각되기 쉬운 탈북민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길이가 짧은 웹드라마 형식에 로맨틱 코미디로 제작했습니다.

[이진성/감독 : "서로 말이든 뭐든 문화가 달라졌어요. 70년 동안 많이 벌어져 있고. 우리가 쓰는 언어와 저쪽에서 쓰는 언어도 많이 다르고 환경도 달라졌고요.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거나 우리가 외국에 가서 외국인들하고 접촉할 때 자연스럽게 소통하듯이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있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 가족의 정착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린 웹드라마.

지난 10월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져 생생함이 더해졌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북한 말 ‘일 없습니다’는 남한 말로 ‘괜찮습니다’는 의미인데요.

남한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게 느껴져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최정호/아버지 김학철 役 : "오늘 아프지 않니? 아프지 않았니 하면 일없습니다, 일없습니다. 이것이 평말이거든요.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일이 없다라는 표현이죠. 어찌보면 일없습니다 하게 되면 사람들이 이해를 잘못하게 되면 할 일 회사 나가서 일할 일 이런 것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극중 다이어트와 관련된 대화도 주인공 명화 역할을 맡은 아라 씨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런데 설주야, 너 살까기(다이어트)한 거야? 아니, 북한에서는 못 먹어도 살만 쪘는데 언제 이렇게 못쓰게(야위게) 됐니?"]

[김아라/딸 김명화 役 : "어느 날 교회를 가서 친한 언니한테 그때는 사투리 썼을 때니까 ‘언니 왜 이렇게 못쓰게 됐습니까?’ 이러니까 언니가 그 말에 완전 정색을 했어요. 못쓰게 됐다고 하니까. 내가 잘못을 했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못쓰게 됐다는 말이 북한에서는 살 빠졌다, 야위었다 이런 말이거든요. 한국에서는 못쓰게 됐다고 하면 이 사람 자체가 못 쓰게 됐다, 인간성이 문제있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매 회 마지막엔 실제 출연한 탈북 배우들의 인터뷰를 더해 드라마에서 담지 못하는 내용을 보완했다는데요.

[윤승희/작가 : "드라마라는 게 가상의 이야기, 있을 법한 거짓말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들은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임의적으로 지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그 분들의 이야기, 웹드라마의 형식이지만 리얼한 다큐적인 측면도 있다라는 걸 저희가 하고 싶었어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남한 제작진과 북한 배우들. 대화를 나누며 점차 맞춰갔다고 합니다.

["그거 있잖아요. 부끄러워서 그래요? (아니에요.) 일없습니다. (일없습니다요? 이 상황에서는 안 맞다고 하더라고요. 일없습니다라는 말이 아예 안 맞아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까지 마쳐가던 어느 날. 제작진과 배우들이 뒤풀이 현장에 모였습니다.

["자, 제가 선창하겠습니다. 오늘도 (일없습니다.)"]

평소 탈북민이 생소했던 한 배우는 이번에 함께 생활하며 탈북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데요.

[남윤성/한류스타 남윤성 役 : "저희들은 영화나 드라마 이런 걸로 매개체로 많이 접하게 되니까 실제로 사투리라고 해야 되죠. 사투린데 그런 억양들. 정말 다른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많잖아요. 겪어보니까 탈북자라는 분들이 너무나도 똑같고 말하는 것도 주제가 다르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대화도 계속 되고. 오히려 심지어 더 재밌으세요. 유쾌하시고 되게 활기도 넘치시고."]

극중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정호 씨는 7년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는데요.

이번 웹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남한 사람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다고 합니다.

[최정호/아버지 김학철 役 : "한국 분들하고 우리 북한 사람의 경계. 경계를 한다라는 자체의 생각이 있으니까 말을 건네서 이야기 하려는 생각도 없었고... 하루 이틀 다녀보니까 너무나도 좋고 편안한 겁니다. 내가 경계를 두고 있을 게 아니로구나. 과감하게 나의 저질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같은 민족인데 한번 이야기 해보자."]

탈북민의 삶을 다룬 작품이 많아져 탈북민과 남한 사람 사이에 거리가 좁혀지고, 나아가 남과 북이 자주 교류하여 서로의 이질감을 줄여나가길 기대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좌충우돌 정착기 ‘일없습니다’
    • 입력 2019-11-23 08:32:36
    • 수정2019-12-02 14:13:33
    남북의 창
[앵커]

북한 또는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최근에도 간혹 접할 수 있는데요.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 많은 거 같습니다.

북한 탈출 과정과 남한에서의 생활이 매우 힘든 게 큰 이유일 텐데요.

탈북민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그다지 안 주는 것 같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깬 웹드라마가 최근 등장했다고 합니다.

유쾌함을 가미했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이라는데요.

실제 탈북민들이 배우로 등장해 생동감과 현실감까지 더했다고 합니다.

그 제작 현장,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주인공 명화는 두만강 인근에서 국경안내원으로 일하던 북한 여성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 오빠가 밀수를 했단 말입니까? 우리 가족들 어떻게 됐습니까?) 다 튀었어. 네 일가족은 잡히는 즉시 반역 척결 대상이야. 가자."]

차 안으로 숨은 명화. 남한의 인기 스타 윤성 덕분에 위기를 모면합니다.

명화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는데요.

["수도세, 전기세, 전화비. 들어오는 건 없는데 내라는 건 왜 이렇게 많니. 우리 이러다가 남한에서 꽃제비 되는 거 아니야?"]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세요. 죄송합니다. (저는 조선족이 아니라 탈북민이에요. 한민족이에요, 우리.)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세요."]

말투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합니다.

북한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연예인 윤성을 만나기 위해 소속사 근처를 서성이던 중, 구인 전단지를 발견하는데요.

["내가 코앞에 직장 놔두고 어디를 돌아다니는 거야? 군 생활을 해보셨다고요? 그럼요."]

탈북민인 걸 숨기고 면접을 본 명화.

유창한 중국어 실력 덕에 합격하게 되지만, 외래어 때문에 실수를 합니다.

["저는 고기 뺀 불고기 피자랑 고르곤졸라, 페퍼로니, 루꼴라, 콤비네이션 하나 주세요. (다 드실 수 있겠어요?) 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이에요. 알아서 해주실 거죠? (점장님. 여기 베지테리언 하나 주세요. 빨리요.)"]

명화는 남한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요?

웹드라마 ‘오늘도 일없습니다’ 제작 회의가 한창입니다.

탈북민들의 한국 정착 1일차부터 1년까지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담은 이 웹드라마는, 매 주 한 편씩 모두 12편이 온라인을 통해 방송되는데요.

이질적이라고 생각되기 쉬운 탈북민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길이가 짧은 웹드라마 형식에 로맨틱 코미디로 제작했습니다.

[이진성/감독 : "서로 말이든 뭐든 문화가 달라졌어요. 70년 동안 많이 벌어져 있고. 우리가 쓰는 언어와 저쪽에서 쓰는 언어도 많이 다르고 환경도 달라졌고요.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거나 우리가 외국에 가서 외국인들하고 접촉할 때 자연스럽게 소통하듯이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있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 가족의 정착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린 웹드라마.

지난 10월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져 생생함이 더해졌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북한 말 ‘일 없습니다’는 남한 말로 ‘괜찮습니다’는 의미인데요.

남한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게 느껴져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최정호/아버지 김학철 役 : "오늘 아프지 않니? 아프지 않았니 하면 일없습니다, 일없습니다. 이것이 평말이거든요.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일이 없다라는 표현이죠. 어찌보면 일없습니다 하게 되면 사람들이 이해를 잘못하게 되면 할 일 회사 나가서 일할 일 이런 것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극중 다이어트와 관련된 대화도 주인공 명화 역할을 맡은 아라 씨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런데 설주야, 너 살까기(다이어트)한 거야? 아니, 북한에서는 못 먹어도 살만 쪘는데 언제 이렇게 못쓰게(야위게) 됐니?"]

[김아라/딸 김명화 役 : "어느 날 교회를 가서 친한 언니한테 그때는 사투리 썼을 때니까 ‘언니 왜 이렇게 못쓰게 됐습니까?’ 이러니까 언니가 그 말에 완전 정색을 했어요. 못쓰게 됐다고 하니까. 내가 잘못을 했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못쓰게 됐다는 말이 북한에서는 살 빠졌다, 야위었다 이런 말이거든요. 한국에서는 못쓰게 됐다고 하면 이 사람 자체가 못 쓰게 됐다, 인간성이 문제있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매 회 마지막엔 실제 출연한 탈북 배우들의 인터뷰를 더해 드라마에서 담지 못하는 내용을 보완했다는데요.

[윤승희/작가 : "드라마라는 게 가상의 이야기, 있을 법한 거짓말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들은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임의적으로 지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그 분들의 이야기, 웹드라마의 형식이지만 리얼한 다큐적인 측면도 있다라는 걸 저희가 하고 싶었어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남한 제작진과 북한 배우들. 대화를 나누며 점차 맞춰갔다고 합니다.

["그거 있잖아요. 부끄러워서 그래요? (아니에요.) 일없습니다. (일없습니다요? 이 상황에서는 안 맞다고 하더라고요. 일없습니다라는 말이 아예 안 맞아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까지 마쳐가던 어느 날. 제작진과 배우들이 뒤풀이 현장에 모였습니다.

["자, 제가 선창하겠습니다. 오늘도 (일없습니다.)"]

평소 탈북민이 생소했던 한 배우는 이번에 함께 생활하며 탈북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데요.

[남윤성/한류스타 남윤성 役 : "저희들은 영화나 드라마 이런 걸로 매개체로 많이 접하게 되니까 실제로 사투리라고 해야 되죠. 사투린데 그런 억양들. 정말 다른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많잖아요. 겪어보니까 탈북자라는 분들이 너무나도 똑같고 말하는 것도 주제가 다르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대화도 계속 되고. 오히려 심지어 더 재밌으세요. 유쾌하시고 되게 활기도 넘치시고."]

극중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정호 씨는 7년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는데요.

이번 웹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남한 사람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다고 합니다.

[최정호/아버지 김학철 役 : "한국 분들하고 우리 북한 사람의 경계. 경계를 한다라는 자체의 생각이 있으니까 말을 건네서 이야기 하려는 생각도 없었고... 하루 이틀 다녀보니까 너무나도 좋고 편안한 겁니다. 내가 경계를 두고 있을 게 아니로구나. 과감하게 나의 저질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같은 민족인데 한번 이야기 해보자."]

탈북민의 삶을 다룬 작품이 많아져 탈북민과 남한 사람 사이에 거리가 좁혀지고, 나아가 남과 북이 자주 교류하여 서로의 이질감을 줄여나가길 기대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