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연기’로 쓰고, 미국은 ‘갱신’으로 읽다

입력 2019.11.23 (20:11) 수정 2019.11.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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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 조건부 연장 조치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 국무부가 반응을 내놨습니다.

막판까지 전방위 압력을 가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해온 미국은 종료를 6시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깁니다. 미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 언론, 전문가 그룹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건부 연장'이라고 밝혔는데, 미국은 갱신(renew)?

지소미아 연장 조치에 대한 美 국무부 논평지소미아 연장 조치에 대한 美 국무부 논평

그런데 국무부 논평을 좀 더 들여다 보면, 행간에 숨겨진 미 정부의 속내가 엿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의 지소미아 '갱신' 결정을 환영한다는 표현입니다.

앞서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지소미아 연장 조치로 인식하는 분위깁니다.

국무부는 또, 한일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한일 관계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국방과 안보 사안들이 분리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한일 양국 간 갈등이 미국의 안보 전략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에둘러 경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그동안 주장했던 논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동맹, 동맹 맞죠?"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하려는 美

지난 17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지난 17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지난 17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3국 국방장관이 손을 맞잡은 사진, 이 사진 한 장에 현재 한미일 관계가 함축돼 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일을 앞두고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나섰습니다.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의 손을 잡고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하며 화해를 시도하려는 제스처를 보였는데요.

이처럼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하게 촉구한 배경에는 미국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연결해 일종의 대중 안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안보의 핵심을 한·미·일 간 군사정보 공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의 삼각축 가운데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 교환이 끊길 경우 안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하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도 미국, 한국, 일본, 또는 다른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위협도 물리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 군사공조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미국으로선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대중, 대북 위협을 견제할 수단을 잃게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소미아 연장은 '조건부 시간 벌기'...미국의 지속적 포용력과 관여가 필요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미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데는 외신과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합니다.

외신들은 '조건부 시간벌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한일 갈등의 '진정제'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일 3국 관계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일 간 잠재적 갈등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안보를 첫번 째, 경제적 번영을 두번 째 정책 우선순위로 놓고 안보와 경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으로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미일 협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워싱턴이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5배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소미아 연기 결정이 방위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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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연기’로 쓰고, 미국은 ‘갱신’으로 읽다
    • 입력 2019-11-23 20:11:23
    • 수정2019-11-23 2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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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 조건부 연장 조치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 국무부가 반응을 내놨습니다.

막판까지 전방위 압력을 가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해온 미국은 종료를 6시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깁니다. 미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 언론, 전문가 그룹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건부 연장'이라고 밝혔는데, 미국은 갱신(renew)?

지소미아 연장 조치에 대한 美 국무부 논평
그런데 국무부 논평을 좀 더 들여다 보면, 행간에 숨겨진 미 정부의 속내가 엿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의 지소미아 '갱신' 결정을 환영한다는 표현입니다.

앞서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지소미아 연장 조치로 인식하는 분위깁니다.

국무부는 또, 한일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한일 관계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국방과 안보 사안들이 분리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한일 양국 간 갈등이 미국의 안보 전략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에둘러 경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그동안 주장했던 논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동맹, 동맹 맞죠?"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하려는 美

지난 17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지난 17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3국 국방장관이 손을 맞잡은 사진, 이 사진 한 장에 현재 한미일 관계가 함축돼 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일을 앞두고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나섰습니다.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의 손을 잡고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하며 화해를 시도하려는 제스처를 보였는데요.

이처럼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하게 촉구한 배경에는 미국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연결해 일종의 대중 안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안보의 핵심을 한·미·일 간 군사정보 공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의 삼각축 가운데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 교환이 끊길 경우 안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하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도 미국, 한국, 일본, 또는 다른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위협도 물리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 군사공조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미국으로선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대중, 대북 위협을 견제할 수단을 잃게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소미아 연장은 '조건부 시간 벌기'...미국의 지속적 포용력과 관여가 필요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미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데는 외신과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합니다.

외신들은 '조건부 시간벌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한일 갈등의 '진정제'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일 3국 관계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일 간 잠재적 갈등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안보를 첫번 째, 경제적 번영을 두번 째 정책 우선순위로 놓고 안보와 경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으로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미일 협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워싱턴이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5배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소미아 연기 결정이 방위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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