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청와대 못떠나는 황교안…제1야당 대표 단식의 ‘끝’은?

입력 2019.11.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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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엿새째인 오늘(25일)도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식 나흘째인 지난 23일 오후부터는 청와대 앞에 누운 채 단식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춥고 비까지 오는 날씨 속 노상 단식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밤엔 청와대 사랑채 앞 간이 텐트에서 쉬다가, 아침엔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자리를 잡곤 했는데, 기력이 떨어져 낮에도 사랑채 앞에 누워계신다. 운동 삼아 근처를 한 바퀴씩 돌곤 했는데 며칠 전부터 '속이 메슥거린다'고 해, 이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어제(24일) 농성장을 찾아 황 대표를 만났고, "건강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지소미아 '산' 넘었는데, 청와대 앞 단식 이유는?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단식에 돌입했던 황 대표, 당초 중단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안 철회, 공수처법 포기 등 세 가지를 내세웠습니다.


단식 초기엔 그 핵심이 '지소미아 종료 철회'에 있는 듯했습니다. 단식 이튿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종료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가 위기가 너무 걱정돼 최대한의 투쟁(단식)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고 했고, "(지소미아 종료는) 자해 행위이자 국익 훼손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같은 국익 문제로 단식하면 안 된다'고 했다지만, 조국 사태를 면피하기 위해 지소미아와 한미동맹같은 국익을 내팽개친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22일,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발표 직후 황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단식 중단 여부가 궁금했던 겁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당분간은 총력을 기울여서…. (단식을) 시작한 건 선거법 때문에 한 거고, 산은 하나 넘었지만 잘 싸워봅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소미아는 '산 하나'였고, '진짜 이유'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저지라는 겁니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비공개 자리에서 단식으로 관철하려는 뜻이 뭐냐는 질문에 '패스트트랙 저지'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통과가 되든 안 되든, '한국당이 뭐했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가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도, "지소미아는 마침 종료가 임박하니 '곁들였다'고 봐야 하고,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타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각종 현안에서 제1야당 황교안 대표의 우선순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있는듯했습니다. 공수처만은 "절대 안 된다"며 '조국 사태' 이후 공수처를 '친문 보위부', '문재인 게슈타포'로 규정했습니다.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광화문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당초 단식의 3가지 이유였던 지소미아 문제는 '종료 조건부 연기'로 결정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단식 투쟁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문제는 청와대가 아닌 국회 소관이기에, 당 최고위원들이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국회에서 단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지만, 황 대표는 뜻을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당 '선거법 절대 저지' 한 목소리…걱정·비판도
어제 단식 장소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좌파 장기 집권 저지', '공수처법 절대 반대', '선거법 절대 저지'를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황 대표 단식을 계기로, 패스트트랙 국회 부의 국면에 전열을 가다듬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단식 엿새 동안 한국당 내에서는 "(타깃이) 선명하지 않다"는 우려와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타깃을 정하셨으면 좋겠다. 패스트트랙이면 패스트트랙이고 지소미아면 지소미아지, '총체적 국정 실패'에 항의한다는 건 좀 분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3선 의원도 "조국 사태 같으면 '조국을 사퇴시켜라, 사퇴 안 할 때까지 단식하겠다' 뚜렷하게 설정이 되는데 지금은 청와대 보고 뭘 하란 건지가 안 잡힌다"고 지적했습니다.

■협상 지지부진 '안갯속'…"단식의 끝, 알 수 없다"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 될 예정이고,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 달 3일 자동 부의됩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방미 도중, 황 대표 단식으로 먼저 귀국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조금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혀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협상의 또 다른 한 축인 '정치협상회의'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는 지난 21일, 3차 회의를 열었지만 황 대표는 단식투쟁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만의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한국당 없이 의원정수 확대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거법을 합의 처리하지 않는 데 대한 현실적 부담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제는 한국당과 합의를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안갯속'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 달 3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의 빠른 처리를 예고해, 다음 주부터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 도중 쓴 SNS 글에서 "단식의 끝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이 입 모아 말하듯, 단식이 황 대표의 '마지막 카드'인 건 분명합니다. 황 대표의 단식이 황 대표와 한국당에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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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청와대 못떠나는 황교안…제1야당 대표 단식의 ‘끝’은?
    • 입력 2019-11-25 07:01:14
    여심야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엿새째인 오늘(25일)도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식 나흘째인 지난 23일 오후부터는 청와대 앞에 누운 채 단식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춥고 비까지 오는 날씨 속 노상 단식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밤엔 청와대 사랑채 앞 간이 텐트에서 쉬다가, 아침엔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자리를 잡곤 했는데, 기력이 떨어져 낮에도 사랑채 앞에 누워계신다. 운동 삼아 근처를 한 바퀴씩 돌곤 했는데 며칠 전부터 '속이 메슥거린다'고 해, 이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어제(24일) 농성장을 찾아 황 대표를 만났고, "건강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지소미아 '산' 넘었는데, 청와대 앞 단식 이유는?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단식에 돌입했던 황 대표, 당초 중단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안 철회, 공수처법 포기 등 세 가지를 내세웠습니다.


단식 초기엔 그 핵심이 '지소미아 종료 철회'에 있는 듯했습니다. 단식 이튿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종료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가 위기가 너무 걱정돼 최대한의 투쟁(단식)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고 했고, "(지소미아 종료는) 자해 행위이자 국익 훼손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같은 국익 문제로 단식하면 안 된다'고 했다지만, 조국 사태를 면피하기 위해 지소미아와 한미동맹같은 국익을 내팽개친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22일,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발표 직후 황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단식 중단 여부가 궁금했던 겁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당분간은 총력을 기울여서…. (단식을) 시작한 건 선거법 때문에 한 거고, 산은 하나 넘었지만 잘 싸워봅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소미아는 '산 하나'였고, '진짜 이유'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저지라는 겁니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비공개 자리에서 단식으로 관철하려는 뜻이 뭐냐는 질문에 '패스트트랙 저지'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통과가 되든 안 되든, '한국당이 뭐했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가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도, "지소미아는 마침 종료가 임박하니 '곁들였다'고 봐야 하고,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타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각종 현안에서 제1야당 황교안 대표의 우선순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있는듯했습니다. 공수처만은 "절대 안 된다"며 '조국 사태' 이후 공수처를 '친문 보위부', '문재인 게슈타포'로 규정했습니다.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광화문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당초 단식의 3가지 이유였던 지소미아 문제는 '종료 조건부 연기'로 결정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단식 투쟁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문제는 청와대가 아닌 국회 소관이기에, 당 최고위원들이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국회에서 단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지만, 황 대표는 뜻을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당 '선거법 절대 저지' 한 목소리…걱정·비판도
어제 단식 장소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좌파 장기 집권 저지', '공수처법 절대 반대', '선거법 절대 저지'를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황 대표 단식을 계기로, 패스트트랙 국회 부의 국면에 전열을 가다듬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단식 엿새 동안 한국당 내에서는 "(타깃이) 선명하지 않다"는 우려와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타깃을 정하셨으면 좋겠다. 패스트트랙이면 패스트트랙이고 지소미아면 지소미아지, '총체적 국정 실패'에 항의한다는 건 좀 분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3선 의원도 "조국 사태 같으면 '조국을 사퇴시켜라, 사퇴 안 할 때까지 단식하겠다' 뚜렷하게 설정이 되는데 지금은 청와대 보고 뭘 하란 건지가 안 잡힌다"고 지적했습니다.

■협상 지지부진 '안갯속'…"단식의 끝, 알 수 없다"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 될 예정이고,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 달 3일 자동 부의됩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방미 도중, 황 대표 단식으로 먼저 귀국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조금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혀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협상의 또 다른 한 축인 '정치협상회의'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는 지난 21일, 3차 회의를 열었지만 황 대표는 단식투쟁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만의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한국당 없이 의원정수 확대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거법을 합의 처리하지 않는 데 대한 현실적 부담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제는 한국당과 합의를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안갯속'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 달 3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의 빠른 처리를 예고해, 다음 주부터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 도중 쓴 SNS 글에서 "단식의 끝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이 입 모아 말하듯, 단식이 황 대표의 '마지막 카드'인 건 분명합니다. 황 대표의 단식이 황 대표와 한국당에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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