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전복 선원 “구명튜브 붙잡고 2시간 버텼다”

입력 2019.11.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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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요."

오늘(25일) 오전 6시쯤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어선 '청진호(24톤)'에서 살아 돌아온 기관장 39살 이 모 씨는 얼굴을 푹 숙인 채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주시내 한 병원에서 만난 이 씨는 "기관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게 쳤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들어와서 이상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봤더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곧바로 구명조끼를 꺼내 입은 이 씨는 "파도가 높게 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선원들 모두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며 "배가 넘어갈 때까지 계속 기다렸는데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이 씨는 당시 또 다른 선원인 60살 김 모 씨와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과 함께 구명환(튜브 형태의 부표)을 붙잡고 물에 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 2시간가량 바다에서 표류했다는 이 씨는 "옆에 있던 형님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소리치시다가 갑자기 춥다고 하더니 말이 어눌해졌다"라며 김 씨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선장 61살 황 모 씨는 조타실에서 해경과 인근 어선에 SOS를 요청했고, 또 다른 선원 몇몇은 바다에서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에 탄 채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이 씨를 비롯해 구명환과 구명벌에 의지해 있던 선원들이 구조된 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하지만 선원 14명 중 66살 최 모 씨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고, 이 씨의 곁에 있던 김 씨와 선장 황 씨, 69살 강 모 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씨는 "실종된 형님은(최 모 씨) 구명조끼를 입고 선원실로 들어가던 게 마지막 모습"이라며 "십몇 년을 같이 생활한 동료들이 숨져 마음이 좋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해경은 경비함정 6척을 투입해 사고해역 일대를 수색하고 있지만, 물결이 4m로 매우 높게 일고 바람이 초속 19m로 부는 등 해상에 풍랑특보가 내려지면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청진호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6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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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도 전복 선원 “구명튜브 붙잡고 2시간 버텼다”
    • 입력 2019-11-25 16:17:12
    취재K
"아,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요."

오늘(25일) 오전 6시쯤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어선 '청진호(24톤)'에서 살아 돌아온 기관장 39살 이 모 씨는 얼굴을 푹 숙인 채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주시내 한 병원에서 만난 이 씨는 "기관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게 쳤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들어와서 이상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봤더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곧바로 구명조끼를 꺼내 입은 이 씨는 "파도가 높게 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선원들 모두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며 "배가 넘어갈 때까지 계속 기다렸는데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이 씨는 당시 또 다른 선원인 60살 김 모 씨와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과 함께 구명환(튜브 형태의 부표)을 붙잡고 물에 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 2시간가량 바다에서 표류했다는 이 씨는 "옆에 있던 형님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소리치시다가 갑자기 춥다고 하더니 말이 어눌해졌다"라며 김 씨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선장 61살 황 모 씨는 조타실에서 해경과 인근 어선에 SOS를 요청했고, 또 다른 선원 몇몇은 바다에서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에 탄 채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이 씨를 비롯해 구명환과 구명벌에 의지해 있던 선원들이 구조된 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하지만 선원 14명 중 66살 최 모 씨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고, 이 씨의 곁에 있던 김 씨와 선장 황 씨, 69살 강 모 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씨는 "실종된 형님은(최 모 씨) 구명조끼를 입고 선원실로 들어가던 게 마지막 모습"이라며 "십몇 년을 같이 생활한 동료들이 숨져 마음이 좋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해경은 경비함정 6척을 투입해 사고해역 일대를 수색하고 있지만, 물결이 4m로 매우 높게 일고 바람이 초속 19m로 부는 등 해상에 풍랑특보가 내려지면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청진호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6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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