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떻게 혼날지 무섭습니다”…성인 선수도 일상화된 ‘폭력’

입력 2019.11.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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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초중고교 운동선수의 인권 실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수조사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언어폭력, 신체폭력 심지어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 확인됐죠.

[연관기사]“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그런데 성인 운동선수는 어떨까요? 조사 결과 성인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인 선수 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대상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들이었습니다.

성인 선수도 '폭력의 일상화'...8%는 매일 신체폭력 당해

"무슨 말을 들을지 너무 겁이 납니다. 오늘은 어떻게 혼이 날지 너무 무섭습니다"

한 실업팀 성인 선수가 조사에서 한 말입니다. 이처럼 성인 선수도 학생 선수만큼 심각하게 폭력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언어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은 33.9%, 신체폭력은 15.3%였고,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도 11.4%나 됐습니다. 각 조사 분야에서 모두 학생 선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일 정도로 폭력은 심각했습니다.

(출처:국가인권위원회)(출처:국가인권위원회)

"선배가 폭력사태 때문에 팀을 나갔지만 다른 팀에 가서 버젓이 선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외출 외박이 금지되고 보복성 훈련으로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인이 됐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체벌과 구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겁니다. 엎드려 뻗치기와 같은 체벌은 물론 계획에 없던 과도한 보복성 훈련과 구타를 겪어야 했습니다.

신체폭력은 주기적으로 발생해, 일주일에 1~2회 겪는다는 응답과 매일 겪는다는 응답이 각각 17%와 8.2%에 달했습니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언어폭력과 성폭력도 빈번...디지털성범죄 경험 선수 10명 넘어

언어폭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은 지도자나 선배 선수로부터 훈련장과 숙소 등에서 욕설과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신체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을 겪었다는 응답은 여성 선수들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거예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제 인생동안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 (20대 후반 선수)

성폭력은 강제추행을 당한 선수만 60명을 넘었습니다. 신체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한 선수도 13명이 됐습니다.

"강압적으로 여자 선수들한테 감독님 지인분들을 소개해줘요. 계속 연락하라고 하고" (30대 초반 선수)

이 같은 폭력의 일상화가 성인이 된 뒤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성인 선수들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문제를 제기할 경우 팀이 해체되거나 보복과 불이익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팀 해체 등 우려해 소극적 대처"...조사 이후 나아질까?

이번 조사의 기타의견을 받는 칸엔 "이런 것 좀 조사하지 마세요. 어차피 사실대로 안 나오니까", "조사하면 나아지나요?" 등의 인권위 조사에 대한 선수들의 의구심이 담겨있었습니다.

인권위도 단순 조사에 그치지 않으려 지난주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직장운동선수 인권 교육과 정기적 인권실태조사 ▲가해자 징계 강화와 징계정보시스템 구축 등 정책 개선방안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관련 부처와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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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어떻게 혼날지 무섭습니다”…성인 선수도 일상화된 ‘폭력’
    • 입력 2019-11-26 07:01:11
    취재K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초중고교 운동선수의 인권 실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수조사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언어폭력, 신체폭력 심지어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 확인됐죠.

[연관기사]“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그런데 성인 운동선수는 어떨까요? 조사 결과 성인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인 선수 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대상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들이었습니다.

성인 선수도 '폭력의 일상화'...8%는 매일 신체폭력 당해

"무슨 말을 들을지 너무 겁이 납니다. 오늘은 어떻게 혼이 날지 너무 무섭습니다"

한 실업팀 성인 선수가 조사에서 한 말입니다. 이처럼 성인 선수도 학생 선수만큼 심각하게 폭력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언어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은 33.9%, 신체폭력은 15.3%였고,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도 11.4%나 됐습니다. 각 조사 분야에서 모두 학생 선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일 정도로 폭력은 심각했습니다.

(출처:국가인권위원회)
"선배가 폭력사태 때문에 팀을 나갔지만 다른 팀에 가서 버젓이 선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외출 외박이 금지되고 보복성 훈련으로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인이 됐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체벌과 구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겁니다. 엎드려 뻗치기와 같은 체벌은 물론 계획에 없던 과도한 보복성 훈련과 구타를 겪어야 했습니다.

신체폭력은 주기적으로 발생해, 일주일에 1~2회 겪는다는 응답과 매일 겪는다는 응답이 각각 17%와 8.2%에 달했습니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언어폭력과 성폭력도 빈번...디지털성범죄 경험 선수 10명 넘어

언어폭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은 지도자나 선배 선수로부터 훈련장과 숙소 등에서 욕설과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신체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을 겪었다는 응답은 여성 선수들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거예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제 인생동안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 (20대 후반 선수)

성폭력은 강제추행을 당한 선수만 60명을 넘었습니다. 신체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한 선수도 13명이 됐습니다.

"강압적으로 여자 선수들한테 감독님 지인분들을 소개해줘요. 계속 연락하라고 하고" (30대 초반 선수)

이 같은 폭력의 일상화가 성인이 된 뒤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성인 선수들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문제를 제기할 경우 팀이 해체되거나 보복과 불이익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팀 해체 등 우려해 소극적 대처"...조사 이후 나아질까?

이번 조사의 기타의견을 받는 칸엔 "이런 것 좀 조사하지 마세요. 어차피 사실대로 안 나오니까", "조사하면 나아지나요?" 등의 인권위 조사에 대한 선수들의 의구심이 담겨있었습니다.

인권위도 단순 조사에 그치지 않으려 지난주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직장운동선수 인권 교육과 정기적 인권실태조사 ▲가해자 징계 강화와 징계정보시스템 구축 등 정책 개선방안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관련 부처와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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