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KTX-SRT 분리 반대했던 대통령과 장관…지금은?

입력 2019.11.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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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TX-SRT 분리 반대" 목소리 낸 대통령과 국토부장관

지난 2013년 12월 20일, 19대 국회 제321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날은 철도노조가 박근혜 정부의 KTX-SRT 분리 등 철도경쟁체제 도입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지 12일째였다.

이 때문에 이날 상임위의 주요 쟁점도 철도경쟁체제 도입이었다. 즉 코레일 단일 고속철도(KTX) 체제에서 수서발고속철도(SRT)를 운행하는 SR을 신설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사안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 출석한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철도경쟁체제의 비효율성과 전면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특히 당시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장이던 김현미 위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비스의 질 향상'과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철도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을 날카롭게 반박했다.


김현미 위원은 "서비스의 질 개선을 제일 먼저 내세우면서 KTX를 지금 분할한다고 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게 한가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재무상태 개선이라는 목표 역시 분할을 통해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위원은 "코레일 이사회 문건을 보면 KTX와 SRT분할시 한해 순손실이 1,417억씩 생긴다"면서 "같은 사업을 하는데 다른 데는 다 적자이고, 단 하나 돈을 버는 데가 있는데 이걸 분리해 버리면 남아있는 부분은 당연히 적자가 쌓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코레일의 철도사업에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다 적자인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KTX 경부선을 SRT로 분리하면 남아있는 코레일의 적자가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코레일은 SR이 출범하고 KTX와 SRT가 분리된 이후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경쟁체제 도입 이전인 2016년에는 1,539억 원 흑자였지만, 2017년부터는 5,283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김현미 위원의 질의는 계속됐다. 김 위원은 "안 되는 집안에서 단 하나 잘되는 사업을 분리해 놓고 빚을 갚고 더 잘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산수가 안 되는 얘기"라면서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에 대해서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은 SRT도입을 시작으로 한 철도 민영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질의를 쏟아냈다.

김 위원은 "공공기관의 경영 개선이라고 하는 목표는 KTX-SRT 분리로는 전혀 달성될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국민에게 약속했던 민영화라고 하는 정책적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문재인 위원, "남북철도 연결 위해서도 철도공사 일원화 필요"

이날 기재위에는 또 한 명의 눈에 띄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기획재정위원의 관심 역시 철도의 민영화 가능성이었다.

문재인 위원은 "철도를 민영화할 의사가 없으면 왜 자회사를 설립하느냐?" 물으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이 가지고 있는 SR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 쉽게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재인 위원은 "다음 정부에서 얼마든지 매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되면서 당시 문 위원의 걱정처럼 민영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문 의원은 '남북경협'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KTX-SRT 분리를 염려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꿈 같은 구상을 실현하려면 남북철도가 연결돼야 한다"면서 "남북철도를 연결하려면 북한의 철도시설을 만들어주거나 개보수해야 하는데 철도공사의 역량을 분산하지 말고 일원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기재위에는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인 이인영 위원, 설훈 위원 등 현재의 여권 의원들이 KTX-SRT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분리 반대했었는데.. 더 멀어진 KTX-SRT 통합

대통령부터 부총리와 주무부처인 장관, 여당 대표까지 과거에 반대하던 KTX-SRT 분리(철도경쟁체제도입)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권 핵심부와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사퇴한 이후, KTX-SRT 통합문제는 그 출발점이었던 통합연구용역에서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철도경쟁체제(KTX-SRT) 도입 등으로 인해 철도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를 평가한다"면서 지난해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용역은 올해 1월 국토부의 요구로 중단됐다가 국감 등에서 각종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다시 재개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노조는 이런 통합 연구용역 파행과 통합 논의 지연의 배후에는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경욱 현 국토부 2차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부 철도국장을 맡았고, 철도경쟁체제도입(KTX-SRT 분리)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정부에서는 철도를 포함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2차관을 맡고 있다.

당시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민간위원회에 참가했던 이종렬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KTX-SRT 분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민간위원회는 사실상 들러리 성격이었다"면서 민간위원회와 경쟁체제 도입 논의를 총괄한 사람이 당시 김경욱 철도국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상적으로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데 국토부가 반대하는 교수들의 의견 개진을 한마디 할 때마다 일일이 반박하는 등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당시 위원회를 사퇴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욱 2차관은 "2013년 철도국장을 맡기 전에, 정부에서는 완전 민영화 체제가 논의되고 있었다"면서 "완전 민영화보다는 공공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제한적 경쟁을 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해서 당시에 분리를 추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KTX-SRT 통합은 선입견 없이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면서 "분리가 된 지 6년 정도 지난 만큼 분리체제와 통합체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가까스로 재개된 KTX-SRT 통합연구용역이 어느 수준으로 마무리될지에 쏠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시도된 KTX와 SRT의 분리 성과에 대한 공식 평가인만큼 앞으로의 통합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국토부의 연구용역을 맡았던 한 사립대 교수는 "정부 발주 연구용역은 정부가 돈을 댄다는 인식 때문에 연구내용과 결과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발주라 해도 결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공연구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정부의 개입 없이 공정하고 자율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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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6 11:23:49
    취재K
2013년 "KTX-SRT 분리 반대" 목소리 낸 대통령과 국토부장관

지난 2013년 12월 20일, 19대 국회 제321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날은 철도노조가 박근혜 정부의 KTX-SRT 분리 등 철도경쟁체제 도입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지 12일째였다.

이 때문에 이날 상임위의 주요 쟁점도 철도경쟁체제 도입이었다. 즉 코레일 단일 고속철도(KTX) 체제에서 수서발고속철도(SRT)를 운행하는 SR을 신설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사안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 출석한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철도경쟁체제의 비효율성과 전면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특히 당시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장이던 김현미 위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비스의 질 향상'과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철도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을 날카롭게 반박했다.


김현미 위원은 "서비스의 질 개선을 제일 먼저 내세우면서 KTX를 지금 분할한다고 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게 한가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재무상태 개선이라는 목표 역시 분할을 통해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위원은 "코레일 이사회 문건을 보면 KTX와 SRT분할시 한해 순손실이 1,417억씩 생긴다"면서 "같은 사업을 하는데 다른 데는 다 적자이고, 단 하나 돈을 버는 데가 있는데 이걸 분리해 버리면 남아있는 부분은 당연히 적자가 쌓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코레일의 철도사업에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다 적자인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KTX 경부선을 SRT로 분리하면 남아있는 코레일의 적자가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코레일은 SR이 출범하고 KTX와 SRT가 분리된 이후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경쟁체제 도입 이전인 2016년에는 1,539억 원 흑자였지만, 2017년부터는 5,283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김현미 위원의 질의는 계속됐다. 김 위원은 "안 되는 집안에서 단 하나 잘되는 사업을 분리해 놓고 빚을 갚고 더 잘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산수가 안 되는 얘기"라면서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에 대해서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은 SRT도입을 시작으로 한 철도 민영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질의를 쏟아냈다.

김 위원은 "공공기관의 경영 개선이라고 하는 목표는 KTX-SRT 분리로는 전혀 달성될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국민에게 약속했던 민영화라고 하는 정책적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문재인 위원, "남북철도 연결 위해서도 철도공사 일원화 필요"

이날 기재위에는 또 한 명의 눈에 띄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기획재정위원의 관심 역시 철도의 민영화 가능성이었다.

문재인 위원은 "철도를 민영화할 의사가 없으면 왜 자회사를 설립하느냐?" 물으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이 가지고 있는 SR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 쉽게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재인 위원은 "다음 정부에서 얼마든지 매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되면서 당시 문 위원의 걱정처럼 민영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문 의원은 '남북경협'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KTX-SRT 분리를 염려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꿈 같은 구상을 실현하려면 남북철도가 연결돼야 한다"면서 "남북철도를 연결하려면 북한의 철도시설을 만들어주거나 개보수해야 하는데 철도공사의 역량을 분산하지 말고 일원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기재위에는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인 이인영 위원, 설훈 위원 등 현재의 여권 의원들이 KTX-SRT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분리 반대했었는데.. 더 멀어진 KTX-SRT 통합

대통령부터 부총리와 주무부처인 장관, 여당 대표까지 과거에 반대하던 KTX-SRT 분리(철도경쟁체제도입)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권 핵심부와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사퇴한 이후, KTX-SRT 통합문제는 그 출발점이었던 통합연구용역에서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철도경쟁체제(KTX-SRT) 도입 등으로 인해 철도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를 평가한다"면서 지난해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용역은 올해 1월 국토부의 요구로 중단됐다가 국감 등에서 각종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다시 재개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노조는 이런 통합 연구용역 파행과 통합 논의 지연의 배후에는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경욱 현 국토부 2차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부 철도국장을 맡았고, 철도경쟁체제도입(KTX-SRT 분리)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정부에서는 철도를 포함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2차관을 맡고 있다.

당시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민간위원회에 참가했던 이종렬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KTX-SRT 분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민간위원회는 사실상 들러리 성격이었다"면서 민간위원회와 경쟁체제 도입 논의를 총괄한 사람이 당시 김경욱 철도국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상적으로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데 국토부가 반대하는 교수들의 의견 개진을 한마디 할 때마다 일일이 반박하는 등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당시 위원회를 사퇴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욱 2차관은 "2013년 철도국장을 맡기 전에, 정부에서는 완전 민영화 체제가 논의되고 있었다"면서 "완전 민영화보다는 공공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제한적 경쟁을 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해서 당시에 분리를 추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KTX-SRT 통합은 선입견 없이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면서 "분리가 된 지 6년 정도 지난 만큼 분리체제와 통합체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가까스로 재개된 KTX-SRT 통합연구용역이 어느 수준으로 마무리될지에 쏠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시도된 KTX와 SRT의 분리 성과에 대한 공식 평가인만큼 앞으로의 통합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국토부의 연구용역을 맡았던 한 사립대 교수는 "정부 발주 연구용역은 정부가 돈을 댄다는 인식 때문에 연구내용과 결과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발주라 해도 결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공연구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정부의 개입 없이 공정하고 자율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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