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36년간 감옥에 갇혔다 ‘무죄’ 석방…추수감사절 가족 품으로

입력 2019.11.27 (14:22) 수정 2019.11.27 (16: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3명이 36년만에 무죄로 석방됐다.(출처 CNN)

겨울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미국 볼티모어의 메릴랜드 교도소를 나서는 3명의 남성. 현지시간 25일, 이들이 마침내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가족들은 환호하며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무려 3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이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알프레드 체스트넛 등 3명의 남성이다.

체스트넛 씨를 맞은 여동생 사라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면서 "계속 오빠를 집으로 데려와 달라고 기도했었다"며 기뻐했다.

가족들이 출소자들을 반기고 있다. (출처 CNN)가족들이 출소자들을 반기고 있다. (출처 CNN)

36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무죄 판결' 받고 풀려나

악몽 같은 일이 시작된 것은 1983년 11월 추수감사절 날 아침이다. 이들 셋은 모두 아침잠에서 깨자 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14살 드위트 두켓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들이 살해 혐의를 받은 것이다.

알프레드 체스트넛 씨와 랜섬 왓킨스 씨는 당시 16살. 앤드류 스튜어트 씨는 17살의 고등학생이었다. 이들 3명은 당시 수시로 학교 수업을 빼먹는 '짓궂은 아이들'이었지만, 결코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선생님들은 말했다.

사건 당시에도 총격이 일어나기 반 시간 전에 학교 보안 요원이 이들을 학교 밖으로 쫓아냈다는 것이 이번 심리에서 한 검사 측의 말이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이 10대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이들 셋 모두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되고 말았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체스트넛의 집에서 발견된 조지타운대학 잠바가 중요한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이들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체스트넛의 잠바에는 혈액이나 화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는 잠바 구입 영수증을 제출했고, 해당 상점 직원의 증언까지 있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체스트넛 씨는 체포 당시부터 계속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는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에서도 떨어졌다고 주 검사는 밝혔다.

하지만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 셋은 항상 결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나서서 증거 자료를 모으고 당국에 제출했다고 한다.

검사 측에 따르면 당시 3명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던 목격자는 뒤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고 한다.

36년간의 노력 끝에 현지시간 25일 오후에 열린 짧은 심리에서 판사는 이들 3명의 무죄를 판결하고 석방한 것이다.

'정보 공개 청구'로 억울함 풀어

이들 외에 다른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경찰 자료를 체스트넛 씨가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낸 것이 이번 무죄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당국에 제출하면서 이의를 제기해 결국 억울함을 풀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배심원들에게 이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증거들을 숨긴 것에 대해 "경악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미성년자인 용의자들과 목격자들은 부모 없이 경찰에 취조당했고, 목격자들을 단체로 모이게 해 "입을 맞추라"라고 했다고 체스트넛의 변호인은 밝혔다.

어떤 10대 아이가 두켓이 사망한 뒤 그의 잠바를 입고 다닌다는 익명의 전화도 있었다고 변호인은 덧붙였다.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사법당국은 이들이 무고하게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당국으로부터 무죄를 증명하는 증서도 받았다.

랜섬 왓킨스 (출처 CNN)랜섬 왓킨스 (출처 CNN)

하지만 랜섬 왓킨슨 씨는 36년간의 복역생활은 끔찍했다면서 절대 잊히지 않을 거라 말한다.

"이렇게 얘기하긴 싫지만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우린 지금 나와서 이렇게 웃고 있고 행복하지만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앤드류 스튜어트 (출처 CNN)앤드류 스튜어트 (출처 CNN)

스튜어트 씨도 자신들처럼 무고하게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며 우리는 당장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이들은 메릴랜드주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알프레드 체스트넛 (출처 CNN)알프레드 체스트넛 (출처 CNN)

"아... 항상 이날만을 꿈꿔왔어요."…36년 만에 추수감사절 가족 품으로

36년 만에 맛보는 '자유'.

10대 때 무고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혀 이제 50대 초반의 나이에 다시 바깥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들 중 2명은 자동차를 운전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체스트넛 씨는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36년 동안 항상 이날만을 꿈꿔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36년 동안 하루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이들을 맞는 가족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며 뛸 듯이 기뻐한 이유다.

이번 심리에 참여한 볼티모어 시 검사인 모스비 씨는 "이건 승리가 아닙니다. 비극입니다. 이들은 인생의 36년을 빼앗겼습니다. 우리의 책임감을 높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당신들은 1983년 추수감사절에 체포됐었는데, 이제 36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美 36년간 감옥에 갇혔다 ‘무죄’ 석방…추수감사절 가족 품으로
    • 입력 2019-11-27 14:22:57
    • 수정2019-11-27 16:35:09
    특파원 리포트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3명이 36년만에 무죄로 석방됐다.(출처 CNN)

겨울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미국 볼티모어의 메릴랜드 교도소를 나서는 3명의 남성. 현지시간 25일, 이들이 마침내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가족들은 환호하며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무려 3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이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알프레드 체스트넛 등 3명의 남성이다.

체스트넛 씨를 맞은 여동생 사라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면서 "계속 오빠를 집으로 데려와 달라고 기도했었다"며 기뻐했다.

가족들이 출소자들을 반기고 있다. (출처 CNN)
36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무죄 판결' 받고 풀려나

악몽 같은 일이 시작된 것은 1983년 11월 추수감사절 날 아침이다. 이들 셋은 모두 아침잠에서 깨자 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14살 드위트 두켓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들이 살해 혐의를 받은 것이다.

알프레드 체스트넛 씨와 랜섬 왓킨스 씨는 당시 16살. 앤드류 스튜어트 씨는 17살의 고등학생이었다. 이들 3명은 당시 수시로 학교 수업을 빼먹는 '짓궂은 아이들'이었지만, 결코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선생님들은 말했다.

사건 당시에도 총격이 일어나기 반 시간 전에 학교 보안 요원이 이들을 학교 밖으로 쫓아냈다는 것이 이번 심리에서 한 검사 측의 말이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이 10대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이들 셋 모두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되고 말았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체스트넛의 집에서 발견된 조지타운대학 잠바가 중요한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이들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체스트넛의 잠바에는 혈액이나 화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는 잠바 구입 영수증을 제출했고, 해당 상점 직원의 증언까지 있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체스트넛 씨는 체포 당시부터 계속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는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에서도 떨어졌다고 주 검사는 밝혔다.

하지만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 셋은 항상 결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나서서 증거 자료를 모으고 당국에 제출했다고 한다.

검사 측에 따르면 당시 3명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던 목격자는 뒤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고 한다.

36년간의 노력 끝에 현지시간 25일 오후에 열린 짧은 심리에서 판사는 이들 3명의 무죄를 판결하고 석방한 것이다.

'정보 공개 청구'로 억울함 풀어

이들 외에 다른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경찰 자료를 체스트넛 씨가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낸 것이 이번 무죄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당국에 제출하면서 이의를 제기해 결국 억울함을 풀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배심원들에게 이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증거들을 숨긴 것에 대해 "경악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미성년자인 용의자들과 목격자들은 부모 없이 경찰에 취조당했고, 목격자들을 단체로 모이게 해 "입을 맞추라"라고 했다고 체스트넛의 변호인은 밝혔다.

어떤 10대 아이가 두켓이 사망한 뒤 그의 잠바를 입고 다닌다는 익명의 전화도 있었다고 변호인은 덧붙였다.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사법당국은 이들이 무고하게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당국으로부터 무죄를 증명하는 증서도 받았다.

랜섬 왓킨스 (출처 CNN)
하지만 랜섬 왓킨슨 씨는 36년간의 복역생활은 끔찍했다면서 절대 잊히지 않을 거라 말한다.

"이렇게 얘기하긴 싫지만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우린 지금 나와서 이렇게 웃고 있고 행복하지만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앤드류 스튜어트 (출처 CNN)
스튜어트 씨도 자신들처럼 무고하게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며 우리는 당장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이들은 메릴랜드주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알프레드 체스트넛 (출처 CNN)
"아... 항상 이날만을 꿈꿔왔어요."…36년 만에 추수감사절 가족 품으로

36년 만에 맛보는 '자유'.

10대 때 무고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혀 이제 50대 초반의 나이에 다시 바깥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들 중 2명은 자동차를 운전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체스트넛 씨는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36년 동안 항상 이날만을 꿈꿔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36년 동안 하루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이들을 맞는 가족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며 뛸 듯이 기뻐한 이유다.

이번 심리에 참여한 볼티모어 시 검사인 모스비 씨는 "이건 승리가 아닙니다. 비극입니다. 이들은 인생의 36년을 빼앗겼습니다. 우리의 책임감을 높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당신들은 1983년 추수감사절에 체포됐었는데, 이제 36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