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국은 왜 화웨이에 집착할까?

입력 2019.11.28 (07:00) 수정 2019.11.2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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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6일. CNN 카메라 앞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회장이 앉았습니다. 런정페이입니다.

올해 나이 일흔다섯인 런정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1987년 화웨이(華爲)를 설립했습니다.


회사 이름부터 '중국을 위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정도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가 됐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로서는 삼성에 이어 2위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그 첫 번째 표적이 됐습니다. 나아가 무역 전쟁의 상징, 아이콘이 돼버렸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화웨이의 목을 조르는 방식은 현재까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5G 장비의 보급 차단입니다.

화웨이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수 있다며 미국 내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듯 지난 22일 EU 주재 각 회원국 대사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5G 공급업자를 선정할 때, 해당 업체의 국가의 '법적 체계'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기업과 나라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화웨이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습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멍완저우 화웨이 CFO

둘째는 구글(Google)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와 인텔(Intel)과 브로드컴(Broadcom) 등 반도체 하드웨어 공급의 차단입니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올린 것과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사고 파는 플레이스토어 서비스는 제한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화웨이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입니다. 런정페이의 딸이며 화웨이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는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다시 런정페이와 CNN과의 인터뷰로 돌아옵니다.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Kirstie Lu Stout) 기자가 구글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 사용 허가를 주지 않고 있는데, 다른 대안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런정페이는 즉각 아주 광대한 범위(very large scale)의 대안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기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어봅니다.

분명히 들은 것 맞느냐. 구글이 당신에게 라이센스를 주지 않기로 했다. 지금 세계 스마트폰 업계 2위이다. 구글 없이 최고가 될 수 있느냐.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도대체 구글 없이 해외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 수 있느냐고 길고 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런정페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신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을 때 나는 물론 해외시장을 언급한 것이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 화웨이는 해외 시장으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한 능력과 투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Harmony)과 자체 개발한 칩셋 '기린', 역시 직접 개발한 모뎀 칩 '발롱 5000'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고 구글과의 완전한 결별은 원하지는 않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런정페이는 CNN 비즈니스에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면허 발급을 기각하지도 발급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구글과 만약 가능하다면 협업하는 것을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손을 잡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미·중 무역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구글 등에 대한 제재가 끝날 때까지 추운 겨울 참고 보릿고개를 넘기면 따뜻한 봄날이 올까요?

미국이 그렇게 쉽게 화웨이를 놓아줄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대대적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협상이 타결돼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미국이 협상의 제1 압박 카드로 화웨이를 들고 있는 이상,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잡은 목줄을 풀어주리라는 것이죠.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싸움입니다. 이 패권의 한 측면은 '머니게임' 즉 돈입니다. 미래의 먹거리이고, 그래서 5G 장비와 스마트폰을 가진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계속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는 것입니다.

5G는 단순히 빠른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지연 없이 동시에 하나로 묶는 고부가가치 통합서비스입니다. 모든 '것'에는 물론 개인 정보도, 군사 기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안은 최대한 화웨이의 성장을 막아, 미국과 그 우방국의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어주는 데도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애플의 5G 스마트폰은 내년에야 출시됩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은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 양측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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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1-28 07: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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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6일. CNN 카메라 앞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회장이 앉았습니다. 런정페이입니다.

올해 나이 일흔다섯인 런정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1987년 화웨이(華爲)를 설립했습니다.


회사 이름부터 '중국을 위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정도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가 됐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로서는 삼성에 이어 2위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그 첫 번째 표적이 됐습니다. 나아가 무역 전쟁의 상징, 아이콘이 돼버렸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화웨이의 목을 조르는 방식은 현재까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5G 장비의 보급 차단입니다.

화웨이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수 있다며 미국 내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듯 지난 22일 EU 주재 각 회원국 대사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5G 공급업자를 선정할 때, 해당 업체의 국가의 '법적 체계'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기업과 나라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화웨이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습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
둘째는 구글(Google)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와 인텔(Intel)과 브로드컴(Broadcom) 등 반도체 하드웨어 공급의 차단입니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올린 것과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사고 파는 플레이스토어 서비스는 제한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화웨이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입니다. 런정페이의 딸이며 화웨이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는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다시 런정페이와 CNN과의 인터뷰로 돌아옵니다.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Kirstie Lu Stout) 기자가 구글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 사용 허가를 주지 않고 있는데, 다른 대안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런정페이는 즉각 아주 광대한 범위(very large scale)의 대안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기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어봅니다.

분명히 들은 것 맞느냐. 구글이 당신에게 라이센스를 주지 않기로 했다. 지금 세계 스마트폰 업계 2위이다. 구글 없이 최고가 될 수 있느냐.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도대체 구글 없이 해외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 수 있느냐고 길고 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런정페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신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을 때 나는 물론 해외시장을 언급한 것이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 화웨이는 해외 시장으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한 능력과 투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Harmony)과 자체 개발한 칩셋 '기린', 역시 직접 개발한 모뎀 칩 '발롱 5000'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고 구글과의 완전한 결별은 원하지는 않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런정페이는 CNN 비즈니스에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면허 발급을 기각하지도 발급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구글과 만약 가능하다면 협업하는 것을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손을 잡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미·중 무역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구글 등에 대한 제재가 끝날 때까지 추운 겨울 참고 보릿고개를 넘기면 따뜻한 봄날이 올까요?

미국이 그렇게 쉽게 화웨이를 놓아줄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대대적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협상이 타결돼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미국이 협상의 제1 압박 카드로 화웨이를 들고 있는 이상,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잡은 목줄을 풀어주리라는 것이죠.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싸움입니다. 이 패권의 한 측면은 '머니게임' 즉 돈입니다. 미래의 먹거리이고, 그래서 5G 장비와 스마트폰을 가진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계속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는 것입니다.

5G는 단순히 빠른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지연 없이 동시에 하나로 묶는 고부가가치 통합서비스입니다. 모든 '것'에는 물론 개인 정보도, 군사 기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안은 최대한 화웨이의 성장을 막아, 미국과 그 우방국의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어주는 데도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애플의 5G 스마트폰은 내년에야 출시됩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은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 양측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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