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소고기 등급제서 ‘1++’은 가격 내린다는데 ‘1+’은?

입력 2019.11.28 (10:00) 수정 2019.11.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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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소고기 등급에서 '마블링' 비중을 줄입니다. 투플러스 등급은 지방 함량이 17% 이상에서 15.6%로, 원플러스 등급은 13~17%에서 12.3~15.6%로 조정됩니다. 기존에는 지방이 적어서 원플러스 등급을 받던 고기도 투플러스 등급을 받게 되는 겁니다.

건강이 중요해진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기존에는 더 저렴하게 주고 샀던 소고기를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니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 소고기 가격 내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등급제 개편으로 소고기 가격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말합니다. 지방 함량이 적어도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더 빨리 소를 출하해 생산비용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정부는 평균적으로 45만 원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곧 농가에서 5%가량의 생산비를 절감하는 겁니다. 정부는 이러한 비용 절감이 시간이 걸려도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물량입니다. 개편 후 투플러스 등급 한우는 그 비중이 12.2%에서 20.1%로 늘어납니다. 소고기와 같은 농축산물은 수요 변동이 적어 공급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투플러스 등급에는 마블링 정도를 나타내는 '근내지방도'를 표기합니다. 투플러스 내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높은 가격을 매기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겁니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편이 수요자 중심의 개편이라며 그동안 비싸서 사기 어려웠던 투플러스 등급을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대형 마트 기준 지난 달 한우 등심 가격은 투플러스 등급이 만 952원, 원플러스가 9,724원, 일등급이 6,910원입니다. 1등급 내에서도 가격 차이가 4천 원 이상 납니다. 과연 이 격차가 정부 설명처럼 바람직한 방향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요.

'1++'등급은 많아지지만 '1·1+'등급은?

 
개편 이후 한우 시장에서 투플러스 등급의 비중이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그 이하 등급이 80%를 차지합니다. 특히 1등급과 원플러스 등급은 전체 한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시장입니다.

기존에는 전체 물량 중 30.6%의 비중을 차지했던 1등급은 개편 후에는 26.4%로 줄어듭니다. 원플러스 등급 역시 30.4%에서 26.6% 줄어듭니다. 농식품부의 논리에 따르면 물량이 줄어드는 1등급이나 원플러스 등급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소비자들의 구입 비중은 이 원플러스 등급과 1등급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농촌진흥청이 한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등급 가운데 절반 이상이 54.4%가 원플러스 등급을 샀고, 28.6%가 1등급을 구입했습니다. 10명 중 1, 2명 만이 투플러스 등급을 구매했습니다.

투플러스 등급의 가격이 아무리 내려와도 원플러스보다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투플러스 등급의 가격을 내리려다 오히려 1등급과 원플러스 등급의 고기 가격만 올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정부 역시 투플러스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나머지 원플러스 등급과 1등급에 대해서는 말을 아낍니다. 농식품부는 현실적으로 2등급 이하의 고기를 1등급으로 격상하기에는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소비자단체와 유통업계 모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량이나 가격 정보를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소비자단체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입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그러한 협의체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해도 결국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15년 만의 소고기 등급제 개편입니다. 물론 사육기간이 줄면 농가 부담이 줄고 수출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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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뀐 소고기 등급제서 ‘1++’은 가격 내린다는데 ‘1+’은?
    • 입력 2019-11-28 10:00:07
    • 수정2019-11-28 10:09:08
    취재K
앞으로 소고기 등급에서 '마블링' 비중을 줄입니다. 투플러스 등급은 지방 함량이 17% 이상에서 15.6%로, 원플러스 등급은 13~17%에서 12.3~15.6%로 조정됩니다. 기존에는 지방이 적어서 원플러스 등급을 받던 고기도 투플러스 등급을 받게 되는 겁니다. 건강이 중요해진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기존에는 더 저렴하게 주고 샀던 소고기를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니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 소고기 가격 내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등급제 개편으로 소고기 가격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말합니다. 지방 함량이 적어도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더 빨리 소를 출하해 생산비용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정부는 평균적으로 45만 원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곧 농가에서 5%가량의 생산비를 절감하는 겁니다. 정부는 이러한 비용 절감이 시간이 걸려도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물량입니다. 개편 후 투플러스 등급 한우는 그 비중이 12.2%에서 20.1%로 늘어납니다. 소고기와 같은 농축산물은 수요 변동이 적어 공급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투플러스 등급에는 마블링 정도를 나타내는 '근내지방도'를 표기합니다. 투플러스 내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높은 가격을 매기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겁니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편이 수요자 중심의 개편이라며 그동안 비싸서 사기 어려웠던 투플러스 등급을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대형 마트 기준 지난 달 한우 등심 가격은 투플러스 등급이 만 952원, 원플러스가 9,724원, 일등급이 6,910원입니다. 1등급 내에서도 가격 차이가 4천 원 이상 납니다. 과연 이 격차가 정부 설명처럼 바람직한 방향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요. '1++'등급은 많아지지만 '1·1+'등급은?   개편 이후 한우 시장에서 투플러스 등급의 비중이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그 이하 등급이 80%를 차지합니다. 특히 1등급과 원플러스 등급은 전체 한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시장입니다. 기존에는 전체 물량 중 30.6%의 비중을 차지했던 1등급은 개편 후에는 26.4%로 줄어듭니다. 원플러스 등급 역시 30.4%에서 26.6% 줄어듭니다. 농식품부의 논리에 따르면 물량이 줄어드는 1등급이나 원플러스 등급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소비자들의 구입 비중은 이 원플러스 등급과 1등급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농촌진흥청이 한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등급 가운데 절반 이상이 54.4%가 원플러스 등급을 샀고, 28.6%가 1등급을 구입했습니다. 10명 중 1, 2명 만이 투플러스 등급을 구매했습니다. 투플러스 등급의 가격이 아무리 내려와도 원플러스보다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투플러스 등급의 가격을 내리려다 오히려 1등급과 원플러스 등급의 고기 가격만 올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정부 역시 투플러스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나머지 원플러스 등급과 1등급에 대해서는 말을 아낍니다. 농식품부는 현실적으로 2등급 이하의 고기를 1등급으로 격상하기에는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소비자단체와 유통업계 모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량이나 가격 정보를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소비자단체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입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그러한 협의체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해도 결국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15년 만의 소고기 등급제 개편입니다. 물론 사육기간이 줄면 농가 부담이 줄고 수출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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