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전통 농장의 변신…‘농업+IT’ 스마트팜 확산

입력 2019.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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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인구 대국 중국도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가 중국 당국의 고민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이 꺼내 든 카드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전통 경작 방식의 농.축.수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IT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일컫는 신조어다. IT 산업 발전에 따라 땅 넓은 중국이 스마트팜의 최대 수요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파이프 수경재배 셀러리(중국 양링 현대농업창신원)파이프 수경재배 셀러리(중국 양링 현대농업창신원)

취재진은 지난달 말 중국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샨시성 양링(杨凌)을 찾았다. 축구장 면적의 150배에 달하는 현대농업창신원(现代农业创新园)을 방문했다. 이 농장의 온실로 들어가 보니 상추와 셀러리 등 각종 채소가 가득 자라고 있었다. 이 농장에선 땅에 씨를 뿌려 채소를 키우는 전통 경작 방식을 쓰지 않고 있었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파이프나 선반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청융안(程永安)현대농업창신원 기술고문은 "선반 안에 있는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영양물질이 들어가 있다"면서 "생장 단계에 따라 영양분이 자동으로 물에 섞여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과 영양분 공급뿐만 아니라 온실 온도와 습도, 통풍까지 항상 최적의 생육 환경이 자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휴대폰 앱으로 토마토 생육 환경 조절하는 모습 휴대폰 앱으로 토마토 생육 환경 조절하는 모습

이달 중순 저장성 우전(乌镇)에 있는 국제인터넷농업박람원(国际互联农业博览园)을 찾았을 때 취재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G 시범단지로 지정된 이 농장은 휴대폰 앱 하나로 모든 생육 환경이 조절되고 있었다. 20여 종의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데 통풍과 물, 영양 공급, 농약, 태양광 조절까지 모든 과정이 5G 설비로 연결돼 있었다.

둥융저(董永泽) 국제인터넷농업박람원 사장은 "습도나 pH 산성도가 일정 수치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정보를 인식해 토마토 뿌리에 물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어도 인터넷만 있으면 손쉽게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식물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조절 가능한 이 농장에는 정부 보조금을 합쳐 우리 돈으로 5백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었다. 둥 사장은 "저장성 정부 요청으로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지능형 농장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을 활성화하려는 지방 정부의 노력을 실감케 했다.

中 농업첨단기술박람회에 전시된 기상관측 장비中 농업첨단기술박람회에 전시된 기상관측 장비

샨시성 양링에선 매년 농업첨단기술박람회가 열린다. 취재진도 지난달 중순 열린 박람회에 취재 허가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박람회장은 각종 첨단 스마트팜 설비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정부의 스마트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항저우와 선전 등 전국에서 수많은 IT 업체들이 참가했다.

푸젠성에 본사를 둔 한 스마트팜 업체는 취재진에게 농경지 기상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장비를 선보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각 센서에서 수집한 기상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받는다"면서 "인터넷과 연결된 스크린이나 휴대폰을 통해 데이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비를 갖춰놓으면 농경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기상 상태에 따라 언제 농업용수를 공급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징둥닷컴 스마트팜 시스템 재연 부스징둥닷컴 스마트팜 시스템 재연 부스

중국 IT 업계 공룡들도 스마트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는 이번 박람회에서 스마트팜 업체와 제휴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선을 보였다. 화웨이의 빅데이터 화면에는 후난성 농장과 농업기업 100여 곳에서 보낸 농작물 생산 기록들이 표시돼 있었다. 이 자료들은 각 농장에서 드론과 위성,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확보된 것으로 다음 생산 과정에 반영되고 있었다.

중국 2대 인터넷쇼핑몰인 징둥닷컴(www.jd.com) 전시부스에는 각종 과일이 전시돼 있었다. 전국 20여 곳의 징둥농장에서 생산된 과일들이었다. 징둥닷컴 전시부스 관계자는 "농장 온도와 습도, 강우량, 일조량뿐만 아니라 농약이 부족한지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서 "각종 사물인터넷 설비로 농장을 연결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플랫폼에 표시된 농장 기상 정보스마트팜 플랫폼에 표시된 농장 기상 정보

취재진은 저장성 항저우의 한 스마트팜 전문 기업을 찾았다. 투어푸윈농과학기술유한공사(托普云农科技股份有限公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업체는 250여 개 회원사를 둔 저장성 스마트농업협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었다. 저장성 농업청과 함께 스마트농업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한 4차 산업기술 솔루션을 농업 종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천위양(陈渝阳) 저장성 스마트농업협회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농업 생산 경영이 아직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소비 구조가 바뀌면서 분명히 모순이 생길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사고방식으로 전통 농업의 작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IT 첨단기술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중국 정부는 농촌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팜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돈기 코트라 항저우무역관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농업이 스마트팜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라며 "IT산업 발전 방향 추세에 맞춰 중국 농업도 그에 따른 융합산업의 한 형태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팜의 한계도 분명 있어 보인다. 일반 농작물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느냐가 스마트팜 대중화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나라와도 협업이 예상되는 중국 스마트팜의 발전 실태는 내일(30일) 밤 9시 40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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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中 전통 농장의 변신…‘농업+IT’ 스마트팜 확산
    • 입력 2019-11-29 09:00:30
    특파원 리포트
14억 인구 대국 중국도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가 중국 당국의 고민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이 꺼내 든 카드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전통 경작 방식의 농.축.수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IT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일컫는 신조어다. IT 산업 발전에 따라 땅 넓은 중국이 스마트팜의 최대 수요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파이프 수경재배 셀러리(중국 양링 현대농업창신원)
취재진은 지난달 말 중국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샨시성 양링(杨凌)을 찾았다. 축구장 면적의 150배에 달하는 현대농업창신원(现代农业创新园)을 방문했다. 이 농장의 온실로 들어가 보니 상추와 셀러리 등 각종 채소가 가득 자라고 있었다. 이 농장에선 땅에 씨를 뿌려 채소를 키우는 전통 경작 방식을 쓰지 않고 있었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파이프나 선반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청융안(程永安)현대농업창신원 기술고문은 "선반 안에 있는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영양물질이 들어가 있다"면서 "생장 단계에 따라 영양분이 자동으로 물에 섞여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과 영양분 공급뿐만 아니라 온실 온도와 습도, 통풍까지 항상 최적의 생육 환경이 자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휴대폰 앱으로 토마토 생육 환경 조절하는 모습
이달 중순 저장성 우전(乌镇)에 있는 국제인터넷농업박람원(国际互联农业博览园)을 찾았을 때 취재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G 시범단지로 지정된 이 농장은 휴대폰 앱 하나로 모든 생육 환경이 조절되고 있었다. 20여 종의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데 통풍과 물, 영양 공급, 농약, 태양광 조절까지 모든 과정이 5G 설비로 연결돼 있었다.

둥융저(董永泽) 국제인터넷농업박람원 사장은 "습도나 pH 산성도가 일정 수치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정보를 인식해 토마토 뿌리에 물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어도 인터넷만 있으면 손쉽게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식물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조절 가능한 이 농장에는 정부 보조금을 합쳐 우리 돈으로 5백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었다. 둥 사장은 "저장성 정부 요청으로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지능형 농장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을 활성화하려는 지방 정부의 노력을 실감케 했다.

中 농업첨단기술박람회에 전시된 기상관측 장비
샨시성 양링에선 매년 농업첨단기술박람회가 열린다. 취재진도 지난달 중순 열린 박람회에 취재 허가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박람회장은 각종 첨단 스마트팜 설비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정부의 스마트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항저우와 선전 등 전국에서 수많은 IT 업체들이 참가했다.

푸젠성에 본사를 둔 한 스마트팜 업체는 취재진에게 농경지 기상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장비를 선보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각 센서에서 수집한 기상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받는다"면서 "인터넷과 연결된 스크린이나 휴대폰을 통해 데이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비를 갖춰놓으면 농경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기상 상태에 따라 언제 농업용수를 공급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징둥닷컴 스마트팜 시스템 재연 부스
중국 IT 업계 공룡들도 스마트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는 이번 박람회에서 스마트팜 업체와 제휴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선을 보였다. 화웨이의 빅데이터 화면에는 후난성 농장과 농업기업 100여 곳에서 보낸 농작물 생산 기록들이 표시돼 있었다. 이 자료들은 각 농장에서 드론과 위성,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확보된 것으로 다음 생산 과정에 반영되고 있었다.

중국 2대 인터넷쇼핑몰인 징둥닷컴(www.jd.com) 전시부스에는 각종 과일이 전시돼 있었다. 전국 20여 곳의 징둥농장에서 생산된 과일들이었다. 징둥닷컴 전시부스 관계자는 "농장 온도와 습도, 강우량, 일조량뿐만 아니라 농약이 부족한지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서 "각종 사물인터넷 설비로 농장을 연결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플랫폼에 표시된 농장 기상 정보
취재진은 저장성 항저우의 한 스마트팜 전문 기업을 찾았다. 투어푸윈농과학기술유한공사(托普云农科技股份有限公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업체는 250여 개 회원사를 둔 저장성 스마트농업협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었다. 저장성 농업청과 함께 스마트농업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한 4차 산업기술 솔루션을 농업 종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천위양(陈渝阳) 저장성 스마트농업협회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농업 생산 경영이 아직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소비 구조가 바뀌면서 분명히 모순이 생길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사고방식으로 전통 농업의 작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IT 첨단기술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중국 정부는 농촌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팜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돈기 코트라 항저우무역관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농업이 스마트팜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라며 "IT산업 발전 방향 추세에 맞춰 중국 농업도 그에 따른 융합산업의 한 형태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팜의 한계도 분명 있어 보인다. 일반 농작물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느냐가 스마트팜 대중화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나라와도 협업이 예상되는 중국 스마트팜의 발전 실태는 내일(30일) 밤 9시 40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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