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 송환 임박…노동계급 현실은?

입력 2019.11.30 (08:07) 수정 2019.1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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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강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

자력자강의 위력을 보여주겠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요 인사들이 자주했던 발언들입니다.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사람들.

바로 자력갱생의 최전선에 있는 북한의 ‘노동자’들입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면서 외화벌이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왔는데요.

연말까지 이들을 송환하라는 유엔안보리가 정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북한 노동계급의 의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노동자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2월 10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틀어쥐고 자력갱생 견인불발의 정신으로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해서 1월 계획을 넘쳐 수행한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올해 2월, 북한 조선중앙TV에선 각 분야 근로자들의 경제성과를 축하하는 방송이 연일 전파를 탔다.

예술단원들의 공연무대까지 곁들인 방송.

["우리는 심산 속에 우등불 지폈네. 언 땅에 천막치고 발전소 세워가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자력, 자강의 선두에 근로자, 즉 노동계급들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여름엔 ‘만리마 정신’을 구호로 걸고 근로자들에게 작업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을 독려했고,

[안미경/직포공/2019년 6월 방송 : "저는 올해 중에 기어이 3년 분 계획을 완수해서 꼭 5개년 전략 목표를 완수한 혁신단회에 당당히 들어서겠습니다."]

연말이 다가오자 과업을 달성한 근로자들을 애국 공로자로 치켜세우며 당에 대한 충성심을 국가 전체에 강요하고 있다.

[조선중앙TV/10월 21일 : "우리 모두 내나라 내조국의 부강 번영을 위해서 성실한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쳐갑시다."]

이는 주요 고비마다 노동계급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온 북한 당국의 전형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체제에서 노동계급은 사실은 모든 노력 동원의 기본이죠. 노동계급의 동원이 없이는 국가 체제가 유지가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이 집권을 했을 때 바로 초기에 45년에 바로 직맹 노동자들의 단체인 직맹이 바로 만들어져요."]

일찍이 대중의 의식화, 조직화를 위해선 노동계급부터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 김일성 주석.

김 주석은 해방직후 노동자 조직 결성을 지시한다.

바로 1945년 11월 30일 결성된 노동계급 정치조직‘북조선직업총동맹’이다.

6.25 전쟁을 겪으며 북조선직업총동맹은‘조선직업총동맹’으로 변경됐고, 이후 북한 당국의 정치, 경제 전략을 관철할 수 있는 완전한 사상교양단체로 재무장 한다.

전후복구 작업이 절실했던 시기, 북한 계획경제 임무를 수행할 노동계급이 완성 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노동계급과 함께 계시어’ :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복구 건설에서도 조선노동계급의 본 떼를 보여주자고 뜨겁게 말씀하셨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노동계급을 정치, 경제 분야 선동에 적극 활용했다.

이들을 북한의 중추적 계층으로 치켜세우면서 한편으론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권력세습을 정당화 해 온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육성 : "우리는 최고의 강령인 온 사회 김일성주의화를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되며 혁명위업의 조국적 승리를 위해서 적극 힘써 몸 바쳐 투쟁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 가운데도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계급을 북한 사회를 결속시키는 주요한 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충성과 희생을 강요받아온 노동자 계급에게 마땅한 보상은 따라오지 않았다.

지속적인 배급은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국가에 적을 둔 근로자들조차 장마당에서 자생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 체제는 얘기가 달라지죠. 그 안에 불평등 구조가 존재하죠. 노동의 가치에 따라서 인구 구조가 달라지고 시장의 접근성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새로운 불평등이 생기고 국가는 노동자들 보장해 주지 않고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전통적인 노동 계급의 중요성과 역할은 지금 와해되기 시작을 하는 거죠."]

그러나 3대를 이어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 역시 여전히 노동계급을 정치, 사상적으로 동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엔 35년 만에 제7차 조선직업총동맹대회를 열어 노동계급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 주목을 받은 것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었다.

해외노동자 송출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

그런 근로자 수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던 2012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 되어온 북한 파견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실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마무리 공사 중인 현장 한 켠에서 이들의 식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사를 하는 공간 바로 옆에 변기가 놓여있다.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2016년 녹취 : "한쪽에선 국 푸고, 하는데 한쪽에선 변기를 쓰고 한다는거야. 그런데 거기에서 그냥 국 퍼다 먹는데 똥냄새 가득한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되나."]

또 다른 건설현장 주변, 마치 적재된 화물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수십 개의 컨테이너. 이곳은 다름 아닌 북한 근로자들의 숙소다.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2016년 녹취 : "(중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아니요. 우린 북한 사람들입니다."]

2층 침대의 윗 칸에 있는 사람은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

좁디좁은 컨테이너 숙소 한 곳에 무려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처럼 세계 각국으로 보내진 북한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가운데서도 하루 12시간에서 20시간까지 중노동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벌어들인 임금도 70%이상을 충성자금으로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하는 실정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 몰타 파견 근무 : "외국에 일하러 나가시는 분들 그 사람들만의 알고 있는 게 일반적인 룰이 월급에서 7:3정도다. 7은 정부가 가져가 정권이 가져가고 3은 나한테 차려지는 몫이다 이게 너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거거든요. 누구도 거기에 의견을 가지지 않아요. 왜 내가 3을 가져야 돼? 이런 생각조차를 할 수가 없어요."]

근무시간은 물론 근무 이외의 시간까지 이어지는 통제와 감시도 논란이 되는 인권 문제 중 하나다.

[한지연/2016년 탈북/몰타 파견 근무 : "아침 6시 40분에 버스를 타고 7시 정도에 도착을 하면 출근도장 찍고 출근카드를 찍고 7시 15분부터 일을 해요. 6시 반 되면 퇴근하는 퇴근해서 들어와서 평일에는 그냥 들어오면 밥 먹고 저녁밥 먹고 산책하러 갔다가 와서 자고 이게 다였어요. 그러면 금요일날에는 금요일 저녁에는 생활총화를 하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다 보니까 저는 현장에서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옆에 중국인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하고 조금만 얘기해도벌써 책임자가 와서 저한테 얘기를 해요.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고 그냥 일만 하라고 그러거든요."]

그럼에도 북한내 해외 파견 지원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외화가 필요한 북한 당국과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북한 근로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몰타 파견 근무 : "북한 노동자 월급이 한 달에 보통 평균 4천원이라면 거기에 나가면 보통 못해도 한 달에 150달러는 벌 수 있으니까 150달러 북한 돈 4천 원이면 0.5달러거든요. 나가면 150달러를 벌 수 있잖아요 한달에//숙식하는 거랑 이런 거랑은 되게 보면 안 좋기는 한데 조금만 참으면 한 3년만 참으면 내가 큰돈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이런 희망도 있고..."]

그러나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송금 차단 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2016년 미국의 재무부는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송금을 차단했고, 2017년 유엔안보리는 제재결의 2397호에 해외 파견중인 북한 근로자를 24개월이내 본국으로 송환시킬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북한 당국의 해외 자금유입을 막을 뿐 아니라 북한 노동계급의 의식적 변화도 가져 올 거란 전망이다.

이미 시장 경제를 경험한 이들이 스스로 임금을 벌 기회까지 박탈당한다면 불만을 표출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커진 시장과 노동자의 경제 독점권이라고 하는 게 두 개가 충돌하는 이 상황에서 시장이 점점 더 우위를 점하는 과정이 진행이 되고 있는 거고 그렇게 본다 그러면 북한 주민도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보장해주느냐 노동당과 김정은 독제체제에 협력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거둔다 그러면 저항이 발생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체제 의도와는 다르 게 북한의 시장화는 이미 기저에서부터 의식의 변화 경제의 변화 체제의 변화의 바탕이 되고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지난 10월, 금강산 관광 지구를 찾아 남측 시설을 들어내고 독자적 건설을 하겠다고 한 김정은 위원장.

당시 김위원장은 발언 끝에 노동계급을 언급했다.

[조선중앙TV/10월 23일 : "우리 군대와 노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협상과 여전히 진행 중인 대북제재 가운데 다시 한 번 자력갱생 최전선에 선 북한 노동계급.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의 기대만큼 이들이 북한 경제 선봉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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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 송환 임박…노동계급 현실은?
    • 입력 2019-11-30 08:25:25
    • 수정2019-12-02 14: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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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강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

자력자강의 위력을 보여주겠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요 인사들이 자주했던 발언들입니다.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사람들.

바로 자력갱생의 최전선에 있는 북한의 ‘노동자’들입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면서 외화벌이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왔는데요.

연말까지 이들을 송환하라는 유엔안보리가 정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북한 노동계급의 의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노동자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2월 10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틀어쥐고 자력갱생 견인불발의 정신으로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해서 1월 계획을 넘쳐 수행한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올해 2월, 북한 조선중앙TV에선 각 분야 근로자들의 경제성과를 축하하는 방송이 연일 전파를 탔다.

예술단원들의 공연무대까지 곁들인 방송.

["우리는 심산 속에 우등불 지폈네. 언 땅에 천막치고 발전소 세워가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자력, 자강의 선두에 근로자, 즉 노동계급들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여름엔 ‘만리마 정신’을 구호로 걸고 근로자들에게 작업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을 독려했고,

[안미경/직포공/2019년 6월 방송 : "저는 올해 중에 기어이 3년 분 계획을 완수해서 꼭 5개년 전략 목표를 완수한 혁신단회에 당당히 들어서겠습니다."]

연말이 다가오자 과업을 달성한 근로자들을 애국 공로자로 치켜세우며 당에 대한 충성심을 국가 전체에 강요하고 있다.

[조선중앙TV/10월 21일 : "우리 모두 내나라 내조국의 부강 번영을 위해서 성실한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쳐갑시다."]

이는 주요 고비마다 노동계급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온 북한 당국의 전형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체제에서 노동계급은 사실은 모든 노력 동원의 기본이죠. 노동계급의 동원이 없이는 국가 체제가 유지가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이 집권을 했을 때 바로 초기에 45년에 바로 직맹 노동자들의 단체인 직맹이 바로 만들어져요."]

일찍이 대중의 의식화, 조직화를 위해선 노동계급부터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 김일성 주석.

김 주석은 해방직후 노동자 조직 결성을 지시한다.

바로 1945년 11월 30일 결성된 노동계급 정치조직‘북조선직업총동맹’이다.

6.25 전쟁을 겪으며 북조선직업총동맹은‘조선직업총동맹’으로 변경됐고, 이후 북한 당국의 정치, 경제 전략을 관철할 수 있는 완전한 사상교양단체로 재무장 한다.

전후복구 작업이 절실했던 시기, 북한 계획경제 임무를 수행할 노동계급이 완성 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노동계급과 함께 계시어’ :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복구 건설에서도 조선노동계급의 본 떼를 보여주자고 뜨겁게 말씀하셨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노동계급을 정치, 경제 분야 선동에 적극 활용했다.

이들을 북한의 중추적 계층으로 치켜세우면서 한편으론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권력세습을 정당화 해 온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육성 : "우리는 최고의 강령인 온 사회 김일성주의화를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되며 혁명위업의 조국적 승리를 위해서 적극 힘써 몸 바쳐 투쟁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 가운데도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계급을 북한 사회를 결속시키는 주요한 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충성과 희생을 강요받아온 노동자 계급에게 마땅한 보상은 따라오지 않았다.

지속적인 배급은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국가에 적을 둔 근로자들조차 장마당에서 자생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 체제는 얘기가 달라지죠. 그 안에 불평등 구조가 존재하죠. 노동의 가치에 따라서 인구 구조가 달라지고 시장의 접근성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새로운 불평등이 생기고 국가는 노동자들 보장해 주지 않고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전통적인 노동 계급의 중요성과 역할은 지금 와해되기 시작을 하는 거죠."]

그러나 3대를 이어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 역시 여전히 노동계급을 정치, 사상적으로 동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엔 35년 만에 제7차 조선직업총동맹대회를 열어 노동계급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 주목을 받은 것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었다.

해외노동자 송출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

그런 근로자 수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던 2012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 되어온 북한 파견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실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마무리 공사 중인 현장 한 켠에서 이들의 식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사를 하는 공간 바로 옆에 변기가 놓여있다.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2016년 녹취 : "한쪽에선 국 푸고, 하는데 한쪽에선 변기를 쓰고 한다는거야. 그런데 거기에서 그냥 국 퍼다 먹는데 똥냄새 가득한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되나."]

또 다른 건설현장 주변, 마치 적재된 화물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수십 개의 컨테이너. 이곳은 다름 아닌 북한 근로자들의 숙소다.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2016년 녹취 : "(중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아니요. 우린 북한 사람들입니다."]

2층 침대의 윗 칸에 있는 사람은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

좁디좁은 컨테이너 숙소 한 곳에 무려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처럼 세계 각국으로 보내진 북한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가운데서도 하루 12시간에서 20시간까지 중노동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벌어들인 임금도 70%이상을 충성자금으로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하는 실정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 몰타 파견 근무 : "외국에 일하러 나가시는 분들 그 사람들만의 알고 있는 게 일반적인 룰이 월급에서 7:3정도다. 7은 정부가 가져가 정권이 가져가고 3은 나한테 차려지는 몫이다 이게 너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거거든요. 누구도 거기에 의견을 가지지 않아요. 왜 내가 3을 가져야 돼? 이런 생각조차를 할 수가 없어요."]

근무시간은 물론 근무 이외의 시간까지 이어지는 통제와 감시도 논란이 되는 인권 문제 중 하나다.

[한지연/2016년 탈북/몰타 파견 근무 : "아침 6시 40분에 버스를 타고 7시 정도에 도착을 하면 출근도장 찍고 출근카드를 찍고 7시 15분부터 일을 해요. 6시 반 되면 퇴근하는 퇴근해서 들어와서 평일에는 그냥 들어오면 밥 먹고 저녁밥 먹고 산책하러 갔다가 와서 자고 이게 다였어요. 그러면 금요일날에는 금요일 저녁에는 생활총화를 하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다 보니까 저는 현장에서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옆에 중국인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하고 조금만 얘기해도벌써 책임자가 와서 저한테 얘기를 해요.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고 그냥 일만 하라고 그러거든요."]

그럼에도 북한내 해외 파견 지원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외화가 필요한 북한 당국과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북한 근로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몰타 파견 근무 : "북한 노동자 월급이 한 달에 보통 평균 4천원이라면 거기에 나가면 보통 못해도 한 달에 150달러는 벌 수 있으니까 150달러 북한 돈 4천 원이면 0.5달러거든요. 나가면 150달러를 벌 수 있잖아요 한달에//숙식하는 거랑 이런 거랑은 되게 보면 안 좋기는 한데 조금만 참으면 한 3년만 참으면 내가 큰돈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이런 희망도 있고..."]

그러나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송금 차단 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2016년 미국의 재무부는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송금을 차단했고, 2017년 유엔안보리는 제재결의 2397호에 해외 파견중인 북한 근로자를 24개월이내 본국으로 송환시킬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북한 당국의 해외 자금유입을 막을 뿐 아니라 북한 노동계급의 의식적 변화도 가져 올 거란 전망이다.

이미 시장 경제를 경험한 이들이 스스로 임금을 벌 기회까지 박탈당한다면 불만을 표출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커진 시장과 노동자의 경제 독점권이라고 하는 게 두 개가 충돌하는 이 상황에서 시장이 점점 더 우위를 점하는 과정이 진행이 되고 있는 거고 그렇게 본다 그러면 북한 주민도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보장해주느냐 노동당과 김정은 독제체제에 협력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거둔다 그러면 저항이 발생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체제 의도와는 다르 게 북한의 시장화는 이미 기저에서부터 의식의 변화 경제의 변화 체제의 변화의 바탕이 되고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지난 10월, 금강산 관광 지구를 찾아 남측 시설을 들어내고 독자적 건설을 하겠다고 한 김정은 위원장.

당시 김위원장은 발언 끝에 노동계급을 언급했다.

[조선중앙TV/10월 23일 : "우리 군대와 노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협상과 여전히 진행 중인 대북제재 가운데 다시 한 번 자력갱생 최전선에 선 북한 노동계급.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의 기대만큼 이들이 북한 경제 선봉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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