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과 북의 말 하나로 잇다

입력 2019.11.30 (08:19) 수정 2019.12.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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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리옷, 단조림, 뿌무개... 북한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데, 혹시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드레스, 잼, 분무기를 북한에선 이렇게 부른다는데요. 우리랑 많이 다르죠.

이런 남북 말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남북한 어휘를 모은 ‘겨레말큰사전’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남북이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남과 북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또 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지,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보시죠.

[리포트]

탈북민들이 북한에서의 경험과 남한에서의 우여곡절 체험담을 인터넷 방송에서 풀어놓습니다. 가장 곤란한 것 중 하나는 역시 언어입니다.

["대개 북한에서 어쩌다가 돼지고기 한 번 먹으면 어, 트지하게 잘 먹었다 하는데... (응 그렇지.) 한국에 와서 처음에 그렇게 말하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라. 무슨 말하고 있지? 알고 보니까 느끼하게, 느끼하다. (응, 느끼하다...)"]

탈북 3년차 송죽 씨는 남한 단어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는데요.

[최송죽/탈북민 : "내가 외래어하고 사투리 때문에 너무 힘들게 정착한단 말입니다, 지금. 그래서 내 뒤에 오는 후배들도 이런 거 좀 겪지 말라 해서 내가 방송하면 이 사람들이 도움이 될까 해서 그래서 사실은 시작했습니다, 이 방송."]

6년 전 한국에 들어온 명순 씨도 여전히 남쪽 말 가운데 배워야 할 것은 많습니다.

[양명순/탈북민 : "제가 모르는 말들이 많았구나. 이렇게 남과 북이 언어 차이가 이렇게도 많았었나. 오늘 다시 한번 또 배우게 됐어요."]

남과 북이 사용하는 단어에는 다른 점이 많아 단어의 70%만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그 노력 중의 하나가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 연구원들이 남북한의 단어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별을 단다’라고 하는 것이 남북한 큰 차이가 나는 게 뭐냐하면 대령에서 진급하여 중장계급장을 단다는 거거든요. 북측에서 이해할 때는 뭐냐하면 군관이 되는 겁니다."]

겨레말큰사전을 위한 남북 공동연구가 진행된지 14년. 그동안 북측과 25차례 회의를 열며 12만 5천개의 단어에 대해 양측의 뜻을 모았습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 "지금까지 남쪽은 남쪽 담당 집필 분야는 자모를 나눴는데요. 기역, 미음, 이응, 지읒, 치읓. 이 부분이 남측 담당 집필 담당이고 그 외에 자문은 북측이 담당하기로 했어요. (회의할 때마다) 주로 남쪽에서 9천 개, 북쪽에서 9천 개 각각 집필을 합니다. 그러면 9천 개씩 서로 교환을 해서 검토를 합니다."]

2015년 이후 더 이상의 공동 회의는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회의 재개를 요청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습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 "저희가 이제 문화교류 사업이잖아요. 문화교류 사업인데 이게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게 좀 가장 어렵죠.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으니까 이제 정부가 통일 정책을 어떻게 세웠느냐에 따라서 저희 공동회의가 중단이 되고, 안 되고 하는 측면이 있고요."]

아직 남북이 합의해야 할 단어는 20만 여개나 남아있습니다.

교열과 교정 단계도 거쳐야 합니다. 갈 길이 멀지만 겨레말큰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의 특징과 편찬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합니다.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북한에서 유행하는 음악이 뭔가요?) 북쪽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지난 평양 공연에서 빨간 맛을 불렀던 레드벨벳이 아주 인기랍니다."]

북한 젊은이들이 어떤 남측 음악을 좋아하는지,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는지. 북한 젊은 세대들의 일상에 대해 질문하면 인공지능 로봇이 척척 대답합니다.

[김효진/인공지능로봇 기획자 : "남북교류 시대가 오게 되면 이제 정말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마주하거나 할 때 어떻게 말을 건네야 될까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이 가상의 존재를 통해서라도 새로운 정보들을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걸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민청에 남과 북의 언어와 문화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시설도 눈에 띄는데요.

26일 서울 시민청에 문을 연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입니다.

겨레말큰사전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국민과 함께 언어 통합을 준비하자는 의미로 열린 건데요.

[권재일/한글학회 회장 : "겨레말큰사전도 남과 북의 달라진 말을 하나로 만드는 거잖아요. 우리말로 충분히 쓸 수 있는데 불필요하게 쓰는 외래어를 줄여서 쓰는 것이 남과 북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홍보관을 둘러 본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정기영/경기도 안양시 : "처음에는 그냥 뭐지? 북한 뭐인가? 했는데 사전이라는 말 듣고 아, 우리나라랑 북한이 말이 다르니까 뭔가 만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임소연/서울시 도봉구 : "북한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고 몰랐던 문화나 저희 남한과 다른 단어들을 알게 되어서 많이 기뻤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70년간 떨어져 있던 남과 북. 긴 시간동안 남과 북의 말은 너무나도 달라졌는데요.

겨레의 말과 글을 담은 겨레말큰사전이 완성돼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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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과 북의 말 하나로 잇다
    • 입력 2019-11-30 08:26:45
    • 수정2019-12-02 14:07:15
    남북의 창
[앵커]

나리옷, 단조림, 뿌무개... 북한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데, 혹시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드레스, 잼, 분무기를 북한에선 이렇게 부른다는데요. 우리랑 많이 다르죠.

이런 남북 말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남북한 어휘를 모은 ‘겨레말큰사전’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남북이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남과 북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또 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지,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보시죠.

[리포트]

탈북민들이 북한에서의 경험과 남한에서의 우여곡절 체험담을 인터넷 방송에서 풀어놓습니다. 가장 곤란한 것 중 하나는 역시 언어입니다.

["대개 북한에서 어쩌다가 돼지고기 한 번 먹으면 어, 트지하게 잘 먹었다 하는데... (응 그렇지.) 한국에 와서 처음에 그렇게 말하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라. 무슨 말하고 있지? 알고 보니까 느끼하게, 느끼하다. (응, 느끼하다...)"]

탈북 3년차 송죽 씨는 남한 단어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는데요.

[최송죽/탈북민 : "내가 외래어하고 사투리 때문에 너무 힘들게 정착한단 말입니다, 지금. 그래서 내 뒤에 오는 후배들도 이런 거 좀 겪지 말라 해서 내가 방송하면 이 사람들이 도움이 될까 해서 그래서 사실은 시작했습니다, 이 방송."]

6년 전 한국에 들어온 명순 씨도 여전히 남쪽 말 가운데 배워야 할 것은 많습니다.

[양명순/탈북민 : "제가 모르는 말들이 많았구나. 이렇게 남과 북이 언어 차이가 이렇게도 많았었나. 오늘 다시 한번 또 배우게 됐어요."]

남과 북이 사용하는 단어에는 다른 점이 많아 단어의 70%만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그 노력 중의 하나가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 연구원들이 남북한의 단어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별을 단다’라고 하는 것이 남북한 큰 차이가 나는 게 뭐냐하면 대령에서 진급하여 중장계급장을 단다는 거거든요. 북측에서 이해할 때는 뭐냐하면 군관이 되는 겁니다."]

겨레말큰사전을 위한 남북 공동연구가 진행된지 14년. 그동안 북측과 25차례 회의를 열며 12만 5천개의 단어에 대해 양측의 뜻을 모았습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 "지금까지 남쪽은 남쪽 담당 집필 분야는 자모를 나눴는데요. 기역, 미음, 이응, 지읒, 치읓. 이 부분이 남측 담당 집필 담당이고 그 외에 자문은 북측이 담당하기로 했어요. (회의할 때마다) 주로 남쪽에서 9천 개, 북쪽에서 9천 개 각각 집필을 합니다. 그러면 9천 개씩 서로 교환을 해서 검토를 합니다."]

2015년 이후 더 이상의 공동 회의는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회의 재개를 요청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습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 "저희가 이제 문화교류 사업이잖아요. 문화교류 사업인데 이게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게 좀 가장 어렵죠.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으니까 이제 정부가 통일 정책을 어떻게 세웠느냐에 따라서 저희 공동회의가 중단이 되고, 안 되고 하는 측면이 있고요."]

아직 남북이 합의해야 할 단어는 20만 여개나 남아있습니다.

교열과 교정 단계도 거쳐야 합니다. 갈 길이 멀지만 겨레말큰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김완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기획팀 수석연구원]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의 특징과 편찬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합니다.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북한에서 유행하는 음악이 뭔가요?) 북쪽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지난 평양 공연에서 빨간 맛을 불렀던 레드벨벳이 아주 인기랍니다."]

북한 젊은이들이 어떤 남측 음악을 좋아하는지,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는지. 북한 젊은 세대들의 일상에 대해 질문하면 인공지능 로봇이 척척 대답합니다.

[김효진/인공지능로봇 기획자 : "남북교류 시대가 오게 되면 이제 정말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마주하거나 할 때 어떻게 말을 건네야 될까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이 가상의 존재를 통해서라도 새로운 정보들을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걸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민청에 남과 북의 언어와 문화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시설도 눈에 띄는데요.

26일 서울 시민청에 문을 연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입니다.

겨레말큰사전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국민과 함께 언어 통합을 준비하자는 의미로 열린 건데요.

[권재일/한글학회 회장 : "겨레말큰사전도 남과 북의 달라진 말을 하나로 만드는 거잖아요. 우리말로 충분히 쓸 수 있는데 불필요하게 쓰는 외래어를 줄여서 쓰는 것이 남과 북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홍보관을 둘러 본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정기영/경기도 안양시 : "처음에는 그냥 뭐지? 북한 뭐인가? 했는데 사전이라는 말 듣고 아, 우리나라랑 북한이 말이 다르니까 뭔가 만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임소연/서울시 도봉구 : "북한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고 몰랐던 문화나 저희 남한과 다른 단어들을 알게 되어서 많이 기뻤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70년간 떨어져 있던 남과 북. 긴 시간동안 남과 북의 말은 너무나도 달라졌는데요.

겨레의 말과 글을 담은 겨레말큰사전이 완성돼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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