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홍콩섬 새떼 집단 폐사 사건…불법 시위 참여한 죄?

입력 2019.12.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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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최루탄 가스가 걷히자….

지난 20일 홍콩 프린스 웨일스 병원 입구,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맞붙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시위대도 경찰도 모두 빠지고 자욱한 최루가스가 걷히고 나자 바닥에 참새 수십 마리가 죽어 나뒹굴고 있다.

하루 앞선 19일 홍콩 중문대 부근에서도 새떼가 죽어있다. 경찰과 시위 학생 간 며칠 동안 격렬했던 충돌이 있고 난 뒤다. 홍콩 시민들이 SNS에 올린 것을 보면 주룽만 일대, 중문대 부근 등 격렬했던 시위의 현장에서 새떼의 죽음이 목격됐다. 최루 가스 때문이었을까?

[관련 동영상]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581886961887068&id=100001973699276

시위대에 응급처치받은 비둘기

10월 20일 침사추이 시위 현장. 미처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지 못한 비둘기 한 마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땅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시위대는 이 비둘기 머리를 생수로 씻어준다. 최루 가스에 노출된 사람에게 응급처치하듯이, 비둘기의 눈에 생수를 흘리고, 깃털에 묻은 최루 가스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처음에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비둘기가 이내 회복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우스우면서도 슬픈, 웃픈 현실이었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yOnQa_i4OQ (출처: SCMP)

출처: 新假期출처: 新假期

생태계 위협하는 최루 가스

무려 6개월간 지속된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려 만 발의 최루탄이 사용됐다. 홍콩 경찰 보안국장은 최근 홍콩 입법회 의원의 질의에 6월 초 시위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약 만 발의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중간에 비축돼 있던 최루탄이 바닥나 미국 등지에서 수입까지 해왔다.

무려 6개월 동안 홍콩을 뒤덮었던 최루 가스의 성분은 무엇인가? 홍콩 경찰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좌판에 펼쳐놓고 파는 채소나 과일, 육류가 오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하물며 인체에 미칠 해가 걱정될 정도인데, 작은 동물이나 곤충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가공할 최루 가스의 위력

최루 가스의 위력은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다. 화생방 훈련. 이른바 CS 가스를 피워놓은 작은 방에서 방독면을 벗고 군가 한 가닥 힘차게 부르고 나온 기억. 눈물 콧물 쏟고, 침까지 흘리며 뛰쳐나오던 그 기억에서 최루 가스의 위력을 체감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 창일 때도 최루탄에 대학가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됐었다는 증언이 있다. 당시 대학 주변에 곤충과 새가 직접 적인 피해를 당하였다는 증언도 있다. (과학동아 1986년 7월호 中)

새떼의 사인(死因)을 밝혀달라!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에 새떼가 폐사한 원인을 밝혀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홍콩에는 외벽이 유리나 반사판으로 된 수많은 빌딩이 있어 새들이 여기에 부딪혀 죽었을 가능성, 이른바 조류 충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폐사한 조류와 일부 다람쥐 사체를 부검해 잔류 화학물질 검사를 해달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화 시위에 화들짝 놀란 홍콩 정부가 당장 새들의 안위까지 걱정할 만큼 여유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홍콩 정부가 주장하는 불법 시위에 단 한 번 참여한 죄치고는 목숨까지 잃어야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홍콩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새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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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1 10:03:11
    특파원 리포트
자욱한 최루탄 가스가 걷히자….

지난 20일 홍콩 프린스 웨일스 병원 입구,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맞붙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시위대도 경찰도 모두 빠지고 자욱한 최루가스가 걷히고 나자 바닥에 참새 수십 마리가 죽어 나뒹굴고 있다.

하루 앞선 19일 홍콩 중문대 부근에서도 새떼가 죽어있다. 경찰과 시위 학생 간 며칠 동안 격렬했던 충돌이 있고 난 뒤다. 홍콩 시민들이 SNS에 올린 것을 보면 주룽만 일대, 중문대 부근 등 격렬했던 시위의 현장에서 새떼의 죽음이 목격됐다. 최루 가스 때문이었을까?

[관련 동영상]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581886961887068&id=100001973699276

시위대에 응급처치받은 비둘기

10월 20일 침사추이 시위 현장. 미처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지 못한 비둘기 한 마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땅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시위대는 이 비둘기 머리를 생수로 씻어준다. 최루 가스에 노출된 사람에게 응급처치하듯이, 비둘기의 눈에 생수를 흘리고, 깃털에 묻은 최루 가스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처음에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비둘기가 이내 회복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우스우면서도 슬픈, 웃픈 현실이었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yOnQa_i4OQ (출처: SCMP)

출처: 新假期
생태계 위협하는 최루 가스

무려 6개월간 지속된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려 만 발의 최루탄이 사용됐다. 홍콩 경찰 보안국장은 최근 홍콩 입법회 의원의 질의에 6월 초 시위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약 만 발의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중간에 비축돼 있던 최루탄이 바닥나 미국 등지에서 수입까지 해왔다.

무려 6개월 동안 홍콩을 뒤덮었던 최루 가스의 성분은 무엇인가? 홍콩 경찰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좌판에 펼쳐놓고 파는 채소나 과일, 육류가 오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하물며 인체에 미칠 해가 걱정될 정도인데, 작은 동물이나 곤충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가공할 최루 가스의 위력

최루 가스의 위력은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다. 화생방 훈련. 이른바 CS 가스를 피워놓은 작은 방에서 방독면을 벗고 군가 한 가닥 힘차게 부르고 나온 기억. 눈물 콧물 쏟고, 침까지 흘리며 뛰쳐나오던 그 기억에서 최루 가스의 위력을 체감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 창일 때도 최루탄에 대학가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됐었다는 증언이 있다. 당시 대학 주변에 곤충과 새가 직접 적인 피해를 당하였다는 증언도 있다. (과학동아 1986년 7월호 中)

새떼의 사인(死因)을 밝혀달라!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에 새떼가 폐사한 원인을 밝혀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홍콩에는 외벽이 유리나 반사판으로 된 수많은 빌딩이 있어 새들이 여기에 부딪혀 죽었을 가능성, 이른바 조류 충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폐사한 조류와 일부 다람쥐 사체를 부검해 잔류 화학물질 검사를 해달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화 시위에 화들짝 놀란 홍콩 정부가 당장 새들의 안위까지 걱정할 만큼 여유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홍콩 정부가 주장하는 불법 시위에 단 한 번 참여한 죄치고는 목숨까지 잃어야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홍콩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새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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