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팀 미국행…‘또 파행’ vs ‘극적 담판’?

입력 2019.12.02 (11:07) 수정 2019.12.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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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우리 협상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4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은보 대사는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서로 수용가능한 부담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싸늘한 이별 뒤 2주 만의 재회…웃으며 악수할까?

지난달 19일, 3차 회의 ‘조기 종료’ 후 한-미 각각 기자회견 모습(왼쪽 제임스 드하트 미국 대표/ 오른쪽 정은보 한국 협상 대표)지난달 19일, 3차 회의 ‘조기 종료’ 후 한-미 각각 기자회견 모습(왼쪽 제임스 드하트 미국 대표/ 오른쪽 정은보 한국 협상 대표)

이번 4차 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정은보 대사와 미국 드하트 대표의 재회 표정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미국 협상단이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떠나버렸죠. 시작 1시간여 만에 공식 종료됐고, 사실 30분도 되지 않아 회의는 이미 파행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고 양측 대표는 각각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행의 원인은 상대편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뒤 드하트 대표와 미국 협상단이 출국할 때까지 한국 측 협상단과 별도의 만남이나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싸늘한 이별 뒤 2주 만의 재회, 정은보-드하트 두 대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맞을지 궁금합니다.

험난 예고 '방위비 협상'...예전엔 "따라 나와!" 1:1 다툼도

외교가에서는 농반진반으로 '이번엔 우리가 워싱턴 회의장을 먼저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협상을 파투(破鬪)낸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 측면인 것이죠.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대표 입국 시 항의시위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대표 입국 시 항의시위

실제로 과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양측 대표가 서로 언성을 높이고 협박에 가까운 압박성 발언을 주고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미국 인사는 우리 협상 대표에게 "이렇게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한국 정부에 얘기해서 대표 바꿔버릴 거야!"라는 막말을 했다고 하고, 역대 어느 한국 측 대표는 "당신, 따라 나와"라며 미국 측 대표를 끌고 나가 1대 1로 싸우는 바람에 회의장에 남은 양국 협상단원들은 어색한 시간을 때우느라 진땀을 흘린 경험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협상팀 관계자는 "우리는 끝까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각오"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가능성을 일축한 셈인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 제안' 들고 가나? ... "2주밖에 안 됐다"

오늘(2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피곤한 얼굴로 워싱턴 향하는 정은보 대사오늘(2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피곤한 얼굴로 워싱턴 향하는 정은보 대사

가장 궁금한 것은 미국이 지난번 공개적으로 요구한 '새로운 제안'을 한국이 과연 이번에 들고 갈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하트 대표는 지난달 서울 기자회견 때, 미국이 수용할 만한 제안을 한국이 내놓아야 하고 그런 새 제안이 있을 때 다음 회의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협상팀 관계자는 "2주 만에 무슨 새로운 안을 내놓겠느냐"면서 "지난 회의 때 우리가 분명히 제안한 것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안을 가지고 이번에 더 논의할 계획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우리의 '제안'이 정확한 금액인지 인상률인지, 또는 분담 범위나 항목에 관한 것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의...'1년 동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한 회의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립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4차 회의가 올해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은보 대사도 오늘 출국장에서 "실무회담은 이달 안에 한 번 더 있을 예정"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습니다.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이럴 경우 올해 적용된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이달 31일로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내년도 분담금을 어떻게 할지 한미 양측이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 협상단은 올해의 1조 398억 원을 1년 연장해 적용하고, 내후년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라는 명확한 성과를 원하고 있어, 미국 측 협상팀으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일 겁니다. 역대 상당수 협상이 해를 넘겨 2월쯤 타결되고 3월 국회에서 처리된 만큼, 올해도 이 같은 시간표를 예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미군 측은 이를 염두에 두고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미리 '3월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무급휴가를 보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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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11:07:03
    • 수정2019-12-02 11:18:34
    취재K
오늘 오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우리 협상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4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은보 대사는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서로 수용가능한 부담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싸늘한 이별 뒤 2주 만의 재회…웃으며 악수할까?

지난달 19일, 3차 회의 ‘조기 종료’ 후 한-미 각각 기자회견 모습(왼쪽 제임스 드하트 미국 대표/ 오른쪽 정은보 한국 협상 대표)
이번 4차 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정은보 대사와 미국 드하트 대표의 재회 표정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미국 협상단이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떠나버렸죠. 시작 1시간여 만에 공식 종료됐고, 사실 30분도 되지 않아 회의는 이미 파행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고 양측 대표는 각각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행의 원인은 상대편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뒤 드하트 대표와 미국 협상단이 출국할 때까지 한국 측 협상단과 별도의 만남이나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싸늘한 이별 뒤 2주 만의 재회, 정은보-드하트 두 대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맞을지 궁금합니다.

험난 예고 '방위비 협상'...예전엔 "따라 나와!" 1:1 다툼도

외교가에서는 농반진반으로 '이번엔 우리가 워싱턴 회의장을 먼저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협상을 파투(破鬪)낸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 측면인 것이죠.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대표 입국 시 항의시위
실제로 과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양측 대표가 서로 언성을 높이고 협박에 가까운 압박성 발언을 주고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미국 인사는 우리 협상 대표에게 "이렇게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한국 정부에 얘기해서 대표 바꿔버릴 거야!"라는 막말을 했다고 하고, 역대 어느 한국 측 대표는 "당신, 따라 나와"라며 미국 측 대표를 끌고 나가 1대 1로 싸우는 바람에 회의장에 남은 양국 협상단원들은 어색한 시간을 때우느라 진땀을 흘린 경험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협상팀 관계자는 "우리는 끝까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각오"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가능성을 일축한 셈인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 제안' 들고 가나? ... "2주밖에 안 됐다"

오늘(2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피곤한 얼굴로 워싱턴 향하는 정은보 대사
가장 궁금한 것은 미국이 지난번 공개적으로 요구한 '새로운 제안'을 한국이 과연 이번에 들고 갈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하트 대표는 지난달 서울 기자회견 때, 미국이 수용할 만한 제안을 한국이 내놓아야 하고 그런 새 제안이 있을 때 다음 회의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협상팀 관계자는 "2주 만에 무슨 새로운 안을 내놓겠느냐"면서 "지난 회의 때 우리가 분명히 제안한 것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안을 가지고 이번에 더 논의할 계획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우리의 '제안'이 정확한 금액인지 인상률인지, 또는 분담 범위나 항목에 관한 것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의...'1년 동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한 회의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립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4차 회의가 올해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은보 대사도 오늘 출국장에서 "실무회담은 이달 안에 한 번 더 있을 예정"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습니다.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이럴 경우 올해 적용된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이달 31일로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내년도 분담금을 어떻게 할지 한미 양측이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 협상단은 올해의 1조 398억 원을 1년 연장해 적용하고, 내후년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라는 명확한 성과를 원하고 있어, 미국 측 협상팀으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일 겁니다. 역대 상당수 협상이 해를 넘겨 2월쯤 타결되고 3월 국회에서 처리된 만큼, 올해도 이 같은 시간표를 예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미군 측은 이를 염두에 두고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미리 '3월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무급휴가를 보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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