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물건은 공동구매, 대표는 투표로…가맹점주의 반란

입력 2019.12.02 (16:43) 수정 2019.12.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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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많은 가게가 새로 문을 열고, 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폐업률은 89%. 10개가 문을 열면 9개는 문을 닫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천여 개, 가맹점은 24만여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절반은 1년 안에 사라집니다. 10곳 가운데 한 곳의 가맹점은 폐업합니다.

이런 엄혹한 시장 안에서 몸부림치는 자영업자들을 만났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우산을 벗어나서 열심히 하는 만큼 각각의 점포 주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애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일단 가맹점주로부터 가맹비를 받습니다. 가맹점주들을 위한 초기 교육을 해주고 비용을 받고, 인테리어 비용도 받습니다. 재료를 공급해주고 물건값도 받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붙여 받는 이익이 과도하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제공받는 재룟값이 원가의 절반 가까이에 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가맹점은 경영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올해 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 10곳 가운데 9곳은 이렇게 차액 가맹금으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서 구입할 품목을 강제로 지정해놓고 이 물품들을 시중 판매가보다 비싸게 받는 것)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건은 공동 구매, 대표는 투표로 선출.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은 차액가맹금의 규모도, 품목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봤더니, 이런 문제를 극복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와플 협동조합을 찾았습니다. 이 조합은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만난 엄마들이 사업을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와플로 품목을 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공통으로 갖고 가맹점을 모집하되,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자. 재료는 공동으로 구매해서 단가를 낮추고, 재료 구매 업체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하자. 대표는 돌아가면서 임기제로 뽑자. 조합 회원비를 받아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일정 부분 이상 발생한 수익은 배당금 형태로 공정하게 나누자.

취재하면서 경기도 성남에 있는 와플 반죽 공장을 찾았습니다. 해당 와플 협동조합 나미경 이사는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설비를 갖추고, 질이 좋은 반죽 생지를 공급하는 일부터 해결하고 나니 하나씩 풀리더라”고 말했습니다. 브랜드가 생긴 지 2년여. 매장은 80여 개로 늘었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기존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조합 대표는 다른 가맹점을 돕는 사람”

또 다른 피자 협동조합도 비슷한 고민을 한끝에 뭉쳐있었습니다. 20년 동안 한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던 정상용 씨는 매장을 늘릴수록 오히려 수익률은 줄어드는 모순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같은 브랜드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던 다른 점주들과 함께 기존 프랜차이즈의 우산을 벗어났습니다. 진짜 좋은 피자를 만들고, 수익도 정당하게 나누자는 것을 목표로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물건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건을 구매하다 보니 재료비가 대폭 낮아졌습니다. 마진율은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정 씨는 현재 이 브랜드의 대표이사로 기존 프랜차이즈로 치자면 본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가 열리면 직책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조합의 대표는 다른 조합원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다른 조합원들 (가맹점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는 협동조합 대표를 ‘보람은 있지만 번거로운 직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 9개가량 됩니다. 올해 4월에 쿱차이즈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 연합이 출범했는데 가맹점도 7백여 개에 달합니다. 협동조합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마케팅이나 홍보, 제품 개발에서 전문적인 손길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함께 보완해가며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미스터피자에서 일부 품목만이라도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던킨도너츠, 버거킹, 피자헛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들이 이미 구매협동조합을 도입했습니다. 필요 물품을 강제로 가맹점에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로열티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겁니다.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우리는 오히려 이런 움직임이 한발 늦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은 있을까요? 상생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취재는 또 많은 물음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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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물건은 공동구매, 대표는 투표로…가맹점주의 반란
    • 입력 2019-12-02 16:43:02
    • 수정2019-12-02 16:44:36
    취재후·사건후
오늘도 수많은 가게가 새로 문을 열고, 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폐업률은 89%. 10개가 문을 열면 9개는 문을 닫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천여 개, 가맹점은 24만여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절반은 1년 안에 사라집니다. 10곳 가운데 한 곳의 가맹점은 폐업합니다.

이런 엄혹한 시장 안에서 몸부림치는 자영업자들을 만났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우산을 벗어나서 열심히 하는 만큼 각각의 점포 주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애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일단 가맹점주로부터 가맹비를 받습니다. 가맹점주들을 위한 초기 교육을 해주고 비용을 받고, 인테리어 비용도 받습니다. 재료를 공급해주고 물건값도 받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붙여 받는 이익이 과도하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제공받는 재룟값이 원가의 절반 가까이에 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가맹점은 경영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올해 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 10곳 가운데 9곳은 이렇게 차액 가맹금으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서 구입할 품목을 강제로 지정해놓고 이 물품들을 시중 판매가보다 비싸게 받는 것)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건은 공동 구매, 대표는 투표로 선출.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은 차액가맹금의 규모도, 품목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봤더니, 이런 문제를 극복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와플 협동조합을 찾았습니다. 이 조합은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만난 엄마들이 사업을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와플로 품목을 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공통으로 갖고 가맹점을 모집하되,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자. 재료는 공동으로 구매해서 단가를 낮추고, 재료 구매 업체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하자. 대표는 돌아가면서 임기제로 뽑자. 조합 회원비를 받아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일정 부분 이상 발생한 수익은 배당금 형태로 공정하게 나누자.

취재하면서 경기도 성남에 있는 와플 반죽 공장을 찾았습니다. 해당 와플 협동조합 나미경 이사는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설비를 갖추고, 질이 좋은 반죽 생지를 공급하는 일부터 해결하고 나니 하나씩 풀리더라”고 말했습니다. 브랜드가 생긴 지 2년여. 매장은 80여 개로 늘었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기존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조합 대표는 다른 가맹점을 돕는 사람”

또 다른 피자 협동조합도 비슷한 고민을 한끝에 뭉쳐있었습니다. 20년 동안 한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던 정상용 씨는 매장을 늘릴수록 오히려 수익률은 줄어드는 모순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같은 브랜드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던 다른 점주들과 함께 기존 프랜차이즈의 우산을 벗어났습니다. 진짜 좋은 피자를 만들고, 수익도 정당하게 나누자는 것을 목표로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물건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건을 구매하다 보니 재료비가 대폭 낮아졌습니다. 마진율은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정 씨는 현재 이 브랜드의 대표이사로 기존 프랜차이즈로 치자면 본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가 열리면 직책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조합의 대표는 다른 조합원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다른 조합원들 (가맹점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는 협동조합 대표를 ‘보람은 있지만 번거로운 직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 9개가량 됩니다. 올해 4월에 쿱차이즈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 연합이 출범했는데 가맹점도 7백여 개에 달합니다. 협동조합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마케팅이나 홍보, 제품 개발에서 전문적인 손길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함께 보완해가며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미스터피자에서 일부 품목만이라도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던킨도너츠, 버거킹, 피자헛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들이 이미 구매협동조합을 도입했습니다. 필요 물품을 강제로 가맹점에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로열티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겁니다.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우리는 오히려 이런 움직임이 한발 늦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은 있을까요? 상생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취재는 또 많은 물음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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