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돼도 경찰은 될 수 없는…40대를 위한 대책은 없다

입력 2019.12.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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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40대만 고용률 21개월째 ‘감소’ 행진 … 임금근로자 부채도 5,958만 원으로 ‘최다’
“밖은 더 지옥이다”…40대 자영업자 12만 1천 명↓
정부 정책 ‘청년·노인’에만 집중, 40대는 ‘낀 세대’…재교육으로 활로 열어줘야

경찰·소방 공무원은 40세까지만…대통령은 40세부터

공무원 임용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폐지된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40세까지만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경찰청과 소방청은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40세가 되면 다른 기회가 주어지긴 합니다.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은 40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인 1963년 5차 개헌 때 김영삼, 김대중 등 젊은 야당 정치인들의 도전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39살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사례를 볼 수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은 40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탄탄대로를 걷는 40대는 승진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대부분 구인 공고는 30대가 마지노선이라 재취업이 힘들면 자영업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40대 고용률 21개월 연속 감소…임금근로자 부채도 가장 많아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이런 어려움을 겪는 40대가 많아졌습니다. 인구 감소를 감안해 고용률로 살펴봐도 유독 40대만 벌써 21달째 감소세입니다.


경기가 안 좋고 특히 전통적인 주력 업종인 제조업 등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런 기억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40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하필 IMF 외환위기가 터져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겁니다. 요즘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처럼 일부러 휴학을 하고 졸업을 몇 년씩 미루며 고생을 했습니다. 386에서 지금은 586이 된 베이비붐 세대들이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이른바 '3低 호황'을 누리며 비교적 쉽게 취업했던 것과는 달리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40대의 고민은 혼자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2, 30대와는 달리 혼인율이 높아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써야 할 돈이 많죠. 가구당 월평균 지출이 423만 원으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집을 사느라 진 빚도 많습니다. 임금 근로자 부채는 40대가 약 6천만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한창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빚도 갚아야 할 나이인데 직장을 잃으면 같이 사는 식구들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면 자영업은 어떨까요?

"자영업은 '지옥'"…문 닫은 사장님도 40대가 최다

만화 '미생'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나오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40대 음식점 사장 김우진 씨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자영업을 한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월급이 줄더라도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진 직장을 다니는 게 좋다"


1년 새 전체 자영업자는 1만 9천 명이 줄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도 줄긴 했지만 유독 40대가 눈에 띕니다. 무려 12만 1천 명이나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25.1%로 OECD 평균보다 10%p나 높아 5위입니다. 과포화 상태이고 지금 같은 불경기엔 더 어렵습니다. 올해 3분기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40대를 위한 대책은 없다…일자리 주선, 재교육 강화 절실

결국은 쓸만한 일자리가 많아야 합니다. 40대가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일자리 사업은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것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장년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이 대상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천의 한 직업학교에서 만난 40대 이근호 씨는 "10명 중 2, 3명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청년과 노인을 위한 정책은 무척 다양합니다. 청년에겐 구직활동지원금, 내일채움공제 같은 다양한 지원이 있고 노인에겐 아예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업도 있는 데다 계속고용장려금 같은 제도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 시대 40대는 모든 걸 본인이 책임지고, 문제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고용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올해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는데 주로 단기·임시직이다. 숫자를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산이 이런 곳에 집중되는 거다. 40대 같은 중장년층에겐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이런 건 정부 주도로 만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40대가 숙련된 노동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들기 힘들다면 활로를 열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산업 종사자는 한류가 있는 동남아에 가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는데 당장 개인은 뭘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럼 정부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화 창구를 열어준다든지 언어 지원, 해당 국가의 제도 연구 등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업황이 부진하지만 언젠가는 반등하게 돼 있다. 그동안 40대 같은 주축 인력들이 무너져선 안 된다. 재교육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워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제조업이 부진하다면 경험을 살려 교육 서비스업이나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로 옮겨갈 수 있게 다리를 놔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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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17:01:30
    취재K
40대만 고용률 21개월째 ‘감소’ 행진 … 임금근로자 부채도 5,958만 원으로 ‘최다’ <br />“밖은 더 지옥이다”…40대 자영업자 12만 1천 명↓ <br />정부 정책 ‘청년·노인’에만 집중, 40대는 ‘낀 세대’…재교육으로 활로 열어줘야
경찰·소방 공무원은 40세까지만…대통령은 40세부터

공무원 임용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폐지된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40세까지만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경찰청과 소방청은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40세가 되면 다른 기회가 주어지긴 합니다.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은 40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인 1963년 5차 개헌 때 김영삼, 김대중 등 젊은 야당 정치인들의 도전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39살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사례를 볼 수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은 40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탄탄대로를 걷는 40대는 승진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대부분 구인 공고는 30대가 마지노선이라 재취업이 힘들면 자영업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40대 고용률 21개월 연속 감소…임금근로자 부채도 가장 많아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이런 어려움을 겪는 40대가 많아졌습니다. 인구 감소를 감안해 고용률로 살펴봐도 유독 40대만 벌써 21달째 감소세입니다.


경기가 안 좋고 특히 전통적인 주력 업종인 제조업 등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런 기억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40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하필 IMF 외환위기가 터져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겁니다. 요즘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처럼 일부러 휴학을 하고 졸업을 몇 년씩 미루며 고생을 했습니다. 386에서 지금은 586이 된 베이비붐 세대들이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이른바 '3低 호황'을 누리며 비교적 쉽게 취업했던 것과는 달리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40대의 고민은 혼자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2, 30대와는 달리 혼인율이 높아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써야 할 돈이 많죠. 가구당 월평균 지출이 423만 원으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집을 사느라 진 빚도 많습니다. 임금 근로자 부채는 40대가 약 6천만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한창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빚도 갚아야 할 나이인데 직장을 잃으면 같이 사는 식구들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면 자영업은 어떨까요?

"자영업은 '지옥'"…문 닫은 사장님도 40대가 최다

만화 '미생'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나오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40대 음식점 사장 김우진 씨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자영업을 한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월급이 줄더라도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진 직장을 다니는 게 좋다"


1년 새 전체 자영업자는 1만 9천 명이 줄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도 줄긴 했지만 유독 40대가 눈에 띕니다. 무려 12만 1천 명이나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25.1%로 OECD 평균보다 10%p나 높아 5위입니다. 과포화 상태이고 지금 같은 불경기엔 더 어렵습니다. 올해 3분기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40대를 위한 대책은 없다…일자리 주선, 재교육 강화 절실

결국은 쓸만한 일자리가 많아야 합니다. 40대가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일자리 사업은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것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장년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이 대상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천의 한 직업학교에서 만난 40대 이근호 씨는 "10명 중 2, 3명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청년과 노인을 위한 정책은 무척 다양합니다. 청년에겐 구직활동지원금, 내일채움공제 같은 다양한 지원이 있고 노인에겐 아예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업도 있는 데다 계속고용장려금 같은 제도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 시대 40대는 모든 걸 본인이 책임지고, 문제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고용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올해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는데 주로 단기·임시직이다. 숫자를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산이 이런 곳에 집중되는 거다. 40대 같은 중장년층에겐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이런 건 정부 주도로 만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40대가 숙련된 노동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들기 힘들다면 활로를 열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산업 종사자는 한류가 있는 동남아에 가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는데 당장 개인은 뭘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럼 정부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화 창구를 열어준다든지 언어 지원, 해당 국가의 제도 연구 등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업황이 부진하지만 언젠가는 반등하게 돼 있다. 그동안 40대 같은 주축 인력들이 무너져선 안 된다. 재교육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워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제조업이 부진하다면 경험을 살려 교육 서비스업이나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로 옮겨갈 수 있게 다리를 놔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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